내면의 관종 끼의 영향인지(...) 올해 초부터 웹소설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씨게 들더라구요.
그래서 여성향으로는 로판 8화 분량을, 그리고 최근에는 남성향으로 무협 3화 분량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한데 제 욕망(?)을 중심으로 글을 쓰다 보니, 그리고 필력이 부족하다 보니,
슬쩍 올려본 작가(?) 커뮤니티에서 로판과 무협 둘 다 영 평이 좋지 않더라구요... 흑흑.
그래도 생각보다 집필 자체에 상당히 재미가 붙어, 지름작으로서 완결까진 써볼까 생각이 들어 피쟐러 분들께도 간단히 감평 여쭙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그중 1화 분량의 무협 원고입니다.
부족한 필력으로 피쟐러 분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에 미리 사죄드리며, 한두 줄의 감평 남겨주실 수 있으실지 여쭙습니다.
감사합니다.
* 실은 소소하게 스포츠물도 적어보았습니다만, 이 친구는 FM 한 경기 돌리고 그걸 글로 치환해서 적다 보니, 3화 이후로 현타가 씨게 와서 멈췄습니다. Orz
* 게시원칙에 위반된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안 그래도 질문게시판으로 이동해야 하나 고민했사온데... 확인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_ _)!
* * *
[1화]
긴 머리의 청년이 입을 열었다.
흑포(黑袍)를 비롯하여 머리카락, 눈의 색까지 유달리 검은색이었는데, 눈빛이 무척이나 날카로운 것이 특징이었다.
뭇 선인(仙人)들에게 공포로 군림하던 용(龍) 진천이었다.
“더없이 신기한 일이지 않소? 이런 수해 깊숙한 곳에서 인간이 발견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게 젖먹이 아이라니 말이오.”
곁에서 백포(白袍)를 차려입은 묘령의 여성이 대답했다.
특이하게도 머리카락과 눈의 색이 금빛이었는데, 포근한 인상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따스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선인들에게 무한한 지식과 지혜로 선망받던 용(龍), 영린이었다.
“틀린 말씀은 아니네요. 다만 아이 혼자 연옥림(煉獄林)에 들어왔을 리는 없으니, 아이의 보호자를 먼저 찾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어요?”
“그것도 그렇소만….”
진천은 뒷말을 굳이 내뱉지 않았다. 연옥림, 아니, 세계의 누구라도 자신들의 눈을 속여 숨을 수는 없었다. 감각에 아이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면 정말 아이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아는 영린이기에, 마찬가지로 더 입을 열지 않았다.
두 용은 아이가 담긴 바구니를 띄워놓고 세심히 살폈다.
아이는 지금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 눈을 끔뻑이며 방긋방긋 웃기만 했다.
진천은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가, 바구니에 함께 담긴 패물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무엇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선도(仙道)를 걷는 인간들은 이 중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면 피를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한 보물들 뿐이었다.
진천이 금강석을 통째로 깎아낸 가락지에 내심 감탄하던 그때, 아이에게서 살짝 피 냄새가 흘러나왔다.
아이가 다친 것인가? 영린이 다소 놀란 눈초리로 서둘러 아이를 살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적어도 밖으로 드러난 얼굴에는 약간의 상처도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진 영린은 아이를 감싸고 있던 이불을 풀어냈다. 아이의 몸을 살피기 위해서였는데, 피 냄새의 정체는 아이가 아닌 이불에 있었다.
천마신교 후계복위(天魔神敎 後繼復位).
이불에 피로 쓰여진 검붉은 글씨가 있었다.
“천마신교라….”
영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연옥림의 북쪽에는 중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무력으로 제일인(第一人)이 되려는 자는 물론, 각자의 영역에서 일획을 그으려는 자, 선도를 걸어 마침내 신선이 되려는 자까지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모여들어 군상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중 천마신교는 선도를 걷는 선인(仙人)들의 단체였다.
다만, 중원에서 선도를 걷는 자들 대부분은 선(善)을 통달하여 신선이 되고자 하였으나, 천마신교는 패도적인 마선(魔仙)으로서 비승하고자 힘을 갖추는 것에 있어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 독특한 점이었다.
이들 중 가장 강한 자를 천마(天魔)라 부르며 교의 모두가 따르니, 놀랍게도 몇몇 천마가 비승에 성공하여 영린이 관심을 가진 일이 있었다.
‘천마신교의 후계자를 대피시키려 한 것이겠구나. 하필 연옥림으로 이동시킨 것은 전대 천마가 비승한 곳이어서겠지.’
천마신교에서 피바람이 분 것이 이번 처음은 아니었다.
애초에 ‘가장 강한 자’가 우두머리가 되는 곳이니, 힘을 가진 자라면 언제든 수좌가 되고자 칼을 빼든 탓이다.
영린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천마신교에 혀를 찼고, 그런 영린의 눈치를 살피며 진천이 입을 열었다.
“부인, 내 할 말이 있소만….”
“말씀하세요.”
“그…. 아이는 이동진을 통해 이곳에 떨어진 게 아니겠소?”
“그렇겠지요.”
“보아하니 천마신교에서 또 혈겁이 일어난 듯한데, 그렇다면 아이에게 가족이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고.”
“…그 또한 그렇겠지요.”
“허면,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 어떻겠소?”
“……음.”
영린은 잠시 대답을 미뤘다.
젖먹이 아이가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남을 확률은 티끌만큼 작을 것인데, 하물며 이곳은 연옥림이었다. 온갖 요수는 물론 마수마저 땅을 거닐고, 자신과 같은 신수마저 터를 잡은 곳이었다. 자신들이 거두지 않아 아이가 홀로 남는다면 틀림없이 길지 않은 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또한, 진천이 이 핏덩이를 위하는 것이 기꺼웠다.
제 성을 이기지 못해 선인과 무림인, 범인을 가리지 않고 패악질을 부리던 그였다. 악명이 어찌나 드높던지 당시 동쪽 나라에서 머물던 영린에게까지 그 원성이 닿았고, 결국 그녀가 나서고서야 진천의 악업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 후 놀랍게도 진천과 비익연리(比翼連理)의 연을 맺은 그녀는 그를 계도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이제야 그간의 과실을 확인한 듯하여 내심 기쁜 마음이 차올랐다.
영린이 잠시 침묵하자, 그 뜻을 오해한 진천이 급한 마음에 재차 입을 열었다.
“인간의 아기가 살아남기엔 연옥림의 환경은 지나치게 가혹하오. 다른 신수가 아이를 보살핀다면 혹 모르겠으나, 그런 일이 없으리란 건 부인도 알지 않소?”
진천의 말이 끝나고, 영린이 짐짓 모른 체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인간과 용은 유별합니다. 신수가 인간과 지나치게 가까워진다면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진대, 거둔 후의 일은 어찌하겠어요?”
“이 아이를 거둬들이는 것은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니 큰 일이라 할 만하고, 그 후에 생길 사소한 것들은 정말 별것 아닌 작은 일일 뿐이지.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소만, 작은 일 따위는 대사(大事)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오.”
그 대답에 크게 흡족함을 느낀 영린이 비로소 웃으며 말했다.
“가가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아요. 좋아요. 우리가 이 아이를 거두어요.”
* * *
영린과 진천은 아이와 함께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동굴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영린과 진천만이 사용하던 곳이었으나, 앞으로 한 명이 더 지낼 예정인 만큼 준비할 것이 많아 발걸음이 바빴다.
동굴의 앞에는 온갖 과실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구획을 나눠 정원처럼 가꿔놓은 것이 특징이라 할 만했다.
특히나 성인 남성 몇 명이 팔을 벌려 둘러싸도 모자람이 있을 거대한 복숭아나무가 중앙에 위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원을 지나 동굴의 안쪽, 침실로써 활용하는 방에 진천이 아이를 내려놓자, 영린은 즉시 아이를 감싸고 있던 이불을 벗기고 영력을 이용해 아이를 씻겼다.
바구니에 담겨 있던 온갖 패물들을 탁상에 늘어놓던 진천이 입을 열었다.
“부인, 우리와 이 아이가 각별한 연을 맺게 되었으니, 아이에게도 이름이 필요하겠소.”
“혹 가가께서 생각하신 바가 있으신지요?”
“부인과 내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천영(天煐)이라 부르면 어떻겠소? 바구니에 담겨 있었으니 성은 정(箐)으로 하면 좋겠구려.”
기다렸다는 듯이 진천이 대답했다.
필히 거처로 돌아오는 동안 생각해뒀던 것이리라. 영린은 속으로 가볍게 웃으며 천영, 천영… 되뇌어봤다.
“정천영이라…. 나쁘지 않아요. 아니, 더없이 좋을 정도예요. 앞으로 이 아이는 정천영이라 부르도록 해요.”
“아주 좋소.”
가죽으로 된 주머니를 챙겨와 수를 헤아린 패물들을 집어넣던 진천이 빙긋 웃었다.
진천이 들고 있는 주머니는 선인들이 집물낭(集物囊)이라 부르는 것으로, 무기와 영약은 물론이고 돈과 식량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였다.
집물낭은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뉘었는데, 진천이 들고 온 집물낭은 그가 직접 만든 것으로, 많은 집물낭 중에서도 남다른 품질이라 할 만했다.
진천이 마지막으로 금강환(金剛環)을 집물낭에 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영이는 선인으로 키워낼 생각이오?”
“물론 그리할 것이에요. 살펴본바 선기(仙氣)를 타고나기도 하였고, 선도를 걸으며 수명을 연장해야 후일 태어날 차아(次兒)에게도 좋은 일이겠죠.”
진천의 물음에 영린이 가볍게 답했다.
수행이 높을수록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무림의 인간들이라면 모두가 같았다. 허나 그중 선도를 걷는 자들은 무인들에 비해 조금이나마 더욱 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딸일지, 아들일지는 알 수 없으나, 후일 태어날 차아는 용으로서 범인은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갈 터였다. 맏이와 둘째가 함께 오래도록 살아가게 하려면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러했기에 천영이 선기를 타고났다는 것이 진천을 기쁘게 했다.
선인들 사이에서는 선기를 타고난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었다.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진천에게는 천영을 무인으로 대성시킬 자신이 있었으나, 그래도 진천 스스로가 더욱 자신 있어 하는 분야가 선술(仙術)인 만큼 특히 기꺼운 일이었다.
진천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창고로 사용하는 방에 들어섰고, 잠시 후 몇 가지 단약이 담긴 상자들을 들고나왔다. 선도를 걷기 시작한 자들에게 더없이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었다.
진천은 가장 먼저 황금색 단약을 상자에서 꺼내 영린에게 건넸다. 영린은 황금색 단약을 시작으로 각종 단약을 하나하나 잘게 부숴 천영의 입에 털어 넣었고, 가루가 된 단약은 향기를 남기며 금세 천영의 목으로 녹아 흘러들었다.
천영은 제가 먹은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른 채 약에 취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영린은 천영의 입을 열어 모든 단약이 남김없이 녹아 흡수된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태허선휴단에 금단, 청유환까지 가가께서 지니고 계셨을 줄은 몰랐어요. 발품을 팔 수고를 아끼게 됐네요.”
“훗날 아이가 태어날 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해둔 것이오. 이렇게 온전히 쓰임을 다했으니 기쁜 일이지. 차아를 위해 더 구해놔야겠소.”
진천은 끄응- 앓는 소리를 하며 밖으로 나설 채비를 했다.
용, 그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영수인 진천이 지쳤을 리 없으니 필히 민망한 것이리라. 단약을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 뜻이 분명했다. 그런 진천이 어쩐지 귀엽게 보인 영린은 웃으며 그를 불러 세웠다.
“가가, 잠시만요.”
“무슨 일이오?”
“단약을 구하기 전에 할 것이 있어요.”
할 것이라니? 아이를 씻기고 단약까지 먹였으니 따로 할 것은 없을 터였다.
혹 무엇인가 시킬 일이 있는 것인지 진천이 의아한 눈빛으로 영린을 바라보자, 영린이 배시시 웃으며 진천에게 다가갔다.
“차아에게 줄 단약은 차아가 생기고 나서 구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으음, 허나…….”
“쉿.”
어느새 진천의 코앞까지 다가온 영린이 손가락으로 진천의 입술을 막았다.
“그러니 오늘은, 차아가 생기도록 노력하는 시간을 갖기로 해요. 마침 오는 길에 양기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몇 개 캐왔는데….”
“……!”
분명 영린과 자신은 함께 움직였는데, 도대체 언제 약초를 캤단 말인가.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어, 진천은 반짝이는 영린의 눈빛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