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기를 잘 두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장기를 두며 평소 생각해온 것들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장기가 앞으로 명맥을 이어가려면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는 현대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ex1) 전선이 없는 게 현대전의 특징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러나 장기는 상대가 초보라 진영을 파고들어 무너뜨리는 걸 방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선이 명확한 것 같습니다.

ex2) 공중전(과 해전)이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전투기나 폭격기가 전쟁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비중을 살펴본다면
이건 장기가 두는 사람을 잃는 큰 원인 아닌가 합니다.
전차와 곡사포라는 아주 오래된 무기가 차와 포라는 이름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뿐입니다.

ex3) 이엠피탄 등 신무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이효과...같은 걸 노리는 재래식 병기들보다 훨씬 게임에 넣을 만하다고 봐요.
이런 게 전혀 없으니 재미도 반감되는 것 같습니다.

ex4)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여론전 역시 반영되지 않습니다.
여론이 나빠지면 전쟁을 계속할 수 없게 될 수 있는데
장기에서는 초와 한의 왕만 남을 때까지 죽이고 이 두 왕끼리 싸우는 게 가능하죠.

이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장기는, 조용한 가운데 장기말 두는 소리만 들리는, 집중하기 좋은 게임이라 봐요.
'피를 보지 않고 ' 두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고요.
그러나 위에 쓴 한계 때문에 저는 장기를 요즘엔 두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바둑을 시작한 참입니다...


이상, 엉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장기에 대한 소고였습니다.
공유할 곳이 없었는데 여기라면 다른 분들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컴퓨터 게임이 있는데 장기를 왜 두냐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봐요.
솔직히는, 개인적으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캐릭터들을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편입니다.
폭격도 씁쓸한데 육탄전으로 무기를 휘둘러서  죽이는 게 좀 힘들어요...
그런 면에서 장기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해볼 만한 게임이죠.
장기가 룰을 바꿔서 살아남는 게임이 된다면 두는 사람 층이 훨씬 두터워지리라 봅니다.
저처럼 펭귄이 구덩이 피해서 얼음을 지치고 나가는 게임이나 하던 사람들도 두게 될 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