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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2 14:25
뇌구조를 거꾸로 해석하는 중이라. (뇌가 작동하는 법에 대한
무슨 통일된 이론이 있어서 관찰결과를 적용하는게 아니라, 관찰결과만 보면서 뇌의 작동원리가 이럴까 저럴까 논하는 중이지요.) 사실 진짜 뇌를 모방했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것이 인공지능 연구지요. 물론 뇌의 작동법이 완전히 밝혀지는 순간에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존엄성이 먼저 사라질 것이기에... 인류는 왜 이런 것에 대해서도 끝까지 가보려고 하는 것인지.... (말릴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만요.)
18/05/12 16:11
제가 생물학 쪽은 좀 알아도 컴퓨터 쪽은 문외한이라 전체를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전공자 분께서 빠진 부분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 주시면 큰 그림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grid cell 쪽은 주전공과 거리가 좀 있다보니 설명이 썩 깔끔하지는 못합니다.
(추가할 것이 있으면 비행기 내린 뒤에 추가하겠습니다.. 학회 가야 해서요) 길찾기가 참 묘한 주제인 것이, 매우 쉬우면서 또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쉽냐 어렵냐는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그 조건은 '맵이 완전한가, 부실하다면 얼마나 부실한가'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맵이 완전히 다 준비된 상태에서 지름길을 찾는 것은 여러분들 차에 달린 네비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복잡한 신경망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싸구려 칩에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구현이 가능하죠. 하지만 불완전한 맵을 줘 놓고 지름길을 찾으라는 명령을 네비에게 내린다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런데 이 곤란한 일을 포유동물들은 곧잘 해냅니다. 다시 말해 포유동물들은 머리속의 불완전한 지도만 가지고도 '가본 적 없는 지름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좀 더 풀어 쓰자면 '예전에 가 본 대로 큰 길 따라 돌아가면 찾을 수는 있다. 그런데 [방향을 대충 짚어보니] 안 가본 길이긴 해도 저기로 질러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라고 추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왜 '방향을 짚는다'에 빨간칠을 했느냐, 논문 제목에 vector navigation이라는 말이 나오죠? 이 말이 그 말이거든요. 결국 vector navigation을 구현했다는 것은, 방향(=vector)만 보고 안 가본 곳을 질러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하는(=navigation) 능력을 구현했다는 뜻입니다. 포유류가 네비보다 똑똑하다는 게 희한한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기능을 간단한 뇌세포들이 모여서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이건 꽤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이걸 밝히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있어 왔습니다만, 복잡한 내용 다 빼고 두 가지 세포가 있다는 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하나는 place cell 이라는 놈입니다. 이 녀석은 이름에 걸맞게 특정한 위치 정보에 반응합니다. 방을 예로 들면, place cell 1번은 쥐가 방 오른쪽 구석에 갔을 때 반응하고, 2번은 그 쥐가 방 가운데에 갔을 때 반응하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대충 '머리 속 지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지요. (* 1번 방에서 가장자리에 반응하던 세포가 2번 방에서도 가장자리에 반응하는 식은 아니고, 세포의 위치가 지리 정보 위치와 대응되는 것도 아니어서 '지도'라고 부르는 것은 엄밀히 말해 틀린 일입니다. 설명을 위해 엄밀성을 일부 포기하였음을 양해 바랍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논문에서 중요하게 다룬 grid cell (격자세포)이라는 놈입니다. 이 놈은 좀 희한하게 반응합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링크한 파일의 그림 1번을 보시는 편이 이해가 쉽습니다. 쥐가 방을 돌아다니다가, 가상으로 그어 둔 격자의 꼭지점 위치에 도달하였을 때 반응하는 세포입니다. 이 녀석은 대충 '움직임 및 방향'에 대한 정보를 처리할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315928/pdf/cshperspect-LNM-a021808.pdf (*위와 마찬가지로 매우 러프한 설명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두 세포가 서로 적당히 잘(...) 협동해서 길찾기라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일을 해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걸 깔끔하게 증명할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죠. 물론 무식하게 저 세포들이 있는 뇌 구조물들을 싸그리 아작내고 길을 찾아보라고 하는 식의 실험을 통해 '쟤네들 날려버리면 길 못 찾아'를 증명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저 녀석들이 '어떻게 잘' 협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녀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지 등등은 추정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알파고님의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1. 인공신경망에게 길찾기를 시켰다. 불완전한 공간정보와 자신이 움직인 각도 및 속도를 바탕으로 나의 현재 위치 및 운동 방향을 잘 추정해내야만 성공적으로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실제 우리 뇌가 맞닥뜨리는 상황과 비슷하다. 2. 인공신경망을 어찌저찌 잘 조작해서 (drop-out과 같은 regularization이라고 하는데 뭔 소린지;;) 실제 격자세포(grid cell) 및 place cell이 연결되어 있는 뇌 구조와 비슷한 방식으로 동작하도록 했다. 3. 그러니까 길을 잘 찾더라. 4. 그런데 새로운 지름길을 잘 찾아내는 기능, 즉 [vector navigation]은 grid cell agent 에서만 잘 되고, place cell agent에서는 잘 되지 않더라. 간단히 요약해서 '대충 질러가는 일을 하려면 격자 세포가 중요하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각 agent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 우리는 인공 신경망을 가지고 뇌가 길찾기 하는 방식을 모방하도록 했고 (오 쩐다 1)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자들이 세워 온 기존 가설(격자세포가 중요하다)을 뒷받침하는 꽤 튼튼한 증거를 내놓을 수 있었다 (오 쩐다 2)
18/05/12 16:32
dropout은 학습 시에 일부 뉴런을 랜덤하게 비활성화하는 테크닉입니다. overfitting이 일어나면 네트워크가 특정 몇 개의 뉴런에만 의존하게 되고 학습 데이터에 대해서는 기가막히게 정확도가 높지만 일반적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잘 동작하지 않게 됩니다.
데이터 배치 하나마다 일부러 뉴런의 50%를 꺼 버린다던지 하는 식으로 네트워크 결과에 대한 특정 뉴런의 의존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8/05/12 16:57
딥마인드는 정말 대단한 회사인듯요.
저기는 분명히 기계학습쪽 오타쿠가 진짜 많은 회사입니다. 연구내용 보다 보면.. 기계학습쪽에서 사장된(?) 알고리즘들도 어떻게 찾았는지 다 구현되어서 포함되어 있어요..
18/05/13 03:36
알파고 이세돌 대국즘 해서 어느분이 댓글 들아주신거 봤는데
그때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인공지능분야의 톱레벨로 연구하는 인력의 1/2 였나 1/5였나가 딥마인드에 있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진짜 아닌가 싶어요..
18/05/12 18:50
무한한 상상력과 절대적 기억력을 가진
합금으로 이루어진 "만들어진 완벽한 인간"을 구현한다면, 그 신과 같은 인간이 진정 신만큼의 깨달음을 알고 있어 인류에게 자비를 베풀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요. 또는 인간의 에너지가 그들을 통해 구현되는 것도 새로운 세상의 모습일테지요.
18/05/12 19:57
(대학원에서 미술 논문을 쓰고 있는데) 사회비판을 하는 미술가들 작품이나 캠페인100개보다 기술개발 1개가 더 빨리 사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18/05/13 21:49
근데 사실 앞선 부분은 공감하지만 기술개발의 방향을 잡는다는건 더 이상 인문의 영역에서 해내지 못할거라 봅니다. 필드의 과학자들,공학자들조차 현대 과학기술에 대해 아주 좁게 인지하는 것이 현실인데 인문/사회과학자들은 권위자들조차 일말의 이해조차 없어서요.. 예전에는 기술의 메커니즘을 몰라도 기술의 사회적인 쓰임새를 잡아주는게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기술 자체가 더 이상 직관적인 이해가 되지가 않죠..
18/05/13 22:28
제가 느끼는게 바로 그 지점이예요. 사실 미술계에서도 다른 영역과의 융합이 쟁점 중 하나라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많긴한데, 그 화제성이 미술계에 갇혀있다?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과학자/공학자가 미술로 넘어오는게 더 빠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18/05/14 13:43
말로는 우리가 학문간의 융합을 이야기하지만 사석에서 전문가들한테 인지심리학이나 생물학, 신경과학적 지식이 인공지능 연구에 실제적 도움을 주는가? 에 대해서 물어보면 의외로 다들 부정적인 반응이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군요. 역시 비범한 천재는 뭔가 다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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