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국가이며 동시에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거시적인 역사로 봤을 때 우리가 타의적으로 분단된 지 "불과 70"년 밖에 안되었지만

지금으로 보았을 때 대한민국과 북한은 전혀 다른 문화와 생활양식을 갖고 있는 별개의 나라입니다. 

지금 북한은 현재 어떤 나라인가? 그리고 통일은 바람직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한 번 글을 써볼까 합니다.

북한은 주체사상과 백두혈통을 국교로 하는 일종의 신정국가이자 동시에 혈통왕조입니다. 

중세 봉건 국가와 사실상 같은 정치논리로 운영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고, 북한의 주민들은 이 왕조의 신민들입니다.

500년 전이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치논리이겠지만, 21세기에는 전혀 맞지 않는 나라이죠.

게다가 공산주의, 마르크시즘-레니니즘은 북한 정치담론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21세기에 중세적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을 완전히 차단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은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씨앗이 곳곳에 뿌려지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무너진 북한은 제한적으로 시장을 허용했고

지금은 이 시장이 북한 대다수 인민을 먹여살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중세시대와 유사한 게, 중세 봉건 국가들이 제한적으로 시장과 길드를 허용하면서

영주나 왕이 제공하지 못하는 물품을 신민들에게 추가로 공급해주고, 이들 길드로부터 세금 또는 뇌물을 받으면서

부수적 수입을 챙기는 것이죠.  국가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급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민이 그나마 먹고 살려면 시장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상품뿐만 아니라 정보를 유통시키며 또한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세력을 키우기도 합니다.

오늘날 북한은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여타 3세계 후진국처럼) 장마당에서 큰 돈을 번 상인들은

지역 공무원, 군인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제공하면서 독립적인 세력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나온 '북한 상인'들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죠. 물론 이들은 비교적 소규모 상인들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하급/중급 공무원 입장에서는 상부에 불법행위를 보고하고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뇌물을 받고

조금이라도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게 이득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빈곤한 나라입니다. 

이규연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춰진 북한의 모습은 '평양'. 

평양은 북한 최고 특권층이 모여사는 도시이고, 평양 시민은 그 자체로 엘리트 계급이기 때문에 북한이란 나라를 대표하지 못합니다.

마치 서울 강남/한남동/청담이 서울을 완전히 대표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김정은 시대에 북한은 그래도 평양과 원산 등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경제개발을 도모하려고 하지만

해외자본 유치 없이, 독자적으로 경제개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김정은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탈'하는 방식으로 유치하려고 하죠. 

핵공갈로 중국, 미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을 상대로. 

스스로 미친척 하면서 주변4강이 돈으로 달래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한국이 돈을 안주면, 중국이 주고, 중국이 안 주면 러시아가 주고 등등...

그렇게 유입된 자금을 다시 평양이나 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고....

근데 이런 경제모델의 한계는 너무 명백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언젠가 큰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대화국면을 통해 당장의 위기는 해소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북한 입장에서 자기네들의 생존을 위해 다시 위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게 자기네들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북한 지도부는 '자살'에 준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상 가능하지 않죠. 

그럼 결국 북한은 역시 중장기적으로 어떤식으로든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제 생각은 단연코 아니다. 통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한민국 역사에서 6.25이후 가장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먼저 북한의 영토를 대한민국이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가정도 상당히 장미빛 가정이며, 

북한이 당장 망한다고 해도 해당 구역은 국제적 관리 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또한 북한 군인들의 무장해제와 장군들의 전역도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며, 자칫 내전에 준하는 재앙이 다시 펼쳐질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북한지역의 치안과 안정화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금전적으로도 어마어마하지만, 많은 수의 우리 장병들이 희생될 수도 있습니다.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치안유지 중 테러와 같은 상황이 빈번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진보/보수 양쪽 착각하는 게 북한사람들이 국군(한국)의 진주를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데, 전혀 아닙니다.

좀 배운 나름 고등교육을 받은 탈북자들과 몇번 대화한 적이 있는데, 사실 오히려 저항할 가능성이 더 클 거 같다고 하더군요. 

북한은 자기들의 체제가 나쁘다는 걸 알아도, 굶고 못살아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저항의 역사 그리고 항일투쟁의 정통성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자기네들 체제가 막장이어도 어쨌든 대한민국은 가짜 조선이지, 진짜 조선은 자기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대한민국 시민과 북한 인민들의 심리적/문화적 간격은 매우 크고, 

우리와 영미권 젊은이들 사이의 심리적 간격이 우리와 북한 젊은이들 간의 심리적 간격보다 좁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더 이상 북한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같은 나라가 되어버리면 아주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며

사실상 현대사회에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한 북한 사람들은 대거 실업자가 되고 2등 국민, 아니 3등 국민이 되고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규모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19세기 오스트리아 제국 내의 헝가리처럼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헝가리인들의 반란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진압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경제까지 들어가면 뭐 두말할 필요도 없죠.

그럼 무엇이 바람직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평화적 양국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오늘날 독일-오스트리아 관계 정도만 되도 엄청난 진보일 것입니다.  

북한인들의 미래는 북한인들이 스스로 개척할 수 있게끔.

대한민국은 이를 위한 모럴 서포트, 경제적 서포트, 정치적 서포트를 해준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고,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인정하고

상호불가침협정을 맺고, 대한민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며, 흡수하지도 않으며

미중러가 이를 보장한다. 그 대신 북한은 핵을 포기한다. 

가급적이면 북한의 급변사태 후 새로 북한의 정권을 잡는 자와 협상하는 게 베스트이겠지만

영화 강철비에서도 나오듯이 쿠데타 세력이 김정은보다 더 온건할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진보 측의 장미빛 민족 통일담론, 그리고 보수진영의 무모한 흡수통일 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