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23 16:30:49
Name The Special One
Subject [일반] 외롭다
편의상 반말체입니다.










언제부터 나는 외로워진걸까?

가끔 와이프가 친정에 갔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가서, 집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있는 날이면 전화기 주소록을 살펴보는 일이 잦아졌다.
대부분은 일 관계로 아는 사람들, 혹은 중국집 보쌈집등 배달업체들, 그리고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는 많은 사람들..

너무 적적하니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참을 살펴보아도 마땅한 이름이 눈에 띄질 않는다.
내 나이도 이제 삽십대 후반이 되어버렸다. 확실한것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이런 지경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든다.

심심할때면 저녁에 만나 짬뽕에 탕수육을 시켜놓고 빼갈을 같이 먹던 친구는 일년째 행방불명이다. 일년 전이 정확히 친구의 아들의
생일이라는것을 알고 친구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돌잔치나 불러달라 카톡을 했더니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낸다고 한다.

주말 아침이면 커피숖이나 브런치 카페에서 만나서 된장남 놀이를 하던 고등학교 동창녀석은 지방으로 발령이나서 깜깜 무소식이다.
물론 연락한다고 그 멀리까지 만나러 갈 것정도로 가까운 녀석은 아니었지만 내가 만날 수 있는 인원이 한 명 줄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중3때부터 정말 친한 친구녀석이 있었다. 가족보다도 더 가까웠고, 해외에 서로 있는 기간이 길었음에도 한번도 연락이 끊긴일은 없었다.
그녀석은 무슨 역마살이 끼었는지 해외를 전전하다가 일본에 자리를 잡고 9년째 돌아오지 않고있다. 일년에 한두번쯤 내가 가거나
그녀석이 오거나 해서 보고있고, 자주 보이스톡을 하고있지만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주말에 영화를 보자고 졸라대던 여자애가 있었다. 나를 좋아해서도 아니었고, 공짜영화를 좋아하는 애도 아니었다. 실제로 모든 영화표와
밥은 더치였다. 그 아이는 단순히 혼자 영화를 보기 싫었던 것이다. 그쪽의 니즈와 나의 그것이 정확히 일치했기에 우리는 남들이 보면
흡사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처럼 보이는 모습을 꽤 오래 연출하고는 했었다. 영화가 끝나고서는 밥을먹고 공원을 산책하기도 했고
집에 데려다 주기도 했었다. 직장 동료와 결혼한 뒤에 "오빠, 결혼 하고서도 연락해도 돼?" 라고 물어보길래 "쉿! 남편한테 들키면 큰일나"
하고 웃은뒤 연락을 끊었다.

직장 동료들과는 철저히 일로 엮인 사이일 뿐이다. 내가 사교적인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가끔 술 같이 먹자는 호의섞인
립서비스를 능숙하게 "오늘 롤해야해요~" 하고 넘기는 센스정도는 있는 내가 대견하다.

나이가 들면 친구는 자연스레 만나기 힘든거라고 다들 얘기한다. 이제는 절절하게 공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친구들을 만날 일을 밀어낼만한 우선 순위는 생업과 처자식이 아니더라도 너무 많고, 막상 만나도 그렇게 전만큼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좀 더 좋은 친구였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조금 덜 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쉴때면 매일 집에서 아내를 귀찮게 하니 어느날 정색하고 말하더라.
"좀 나가 놀아. 친구들도 만나고.. 아주 그냥 귀찮아 죽겠어.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름없는자
16/08/23 16:35
수정 아이콘
왠지 닉과 글의 일치가.... 특별한 존재니까 외로우신 거겠죠..
The Special One
16/08/23 16:52
수정 아이콘
맨유 감독님을 좋아할 뿐인 노말 원입니다.
iAndroid
16/08/23 16:36
수정 아이콘
아직 아기가 없으시군요?
The Special One
16/08/23 16:36
수정 아이콘
네 아직 없습니다 ^^
iAndroid
16/08/23 16:39
수정 아이콘
아기가 생긴다면... "나 다시 돌아갈래애애~~!!" 를 외치실 겁니다. 크크.
16/08/23 16:56
수정 아이콘
아기가 생긴다면... "나 다시 돌아갈래애애~~!!" 를 외치실 겁니다2222
공개무시금지
16/08/23 17:04
수정 아이콘
아기가 생긴다면... "나 다시 돌아갈래애애~~!!" 를 외치실 겁니다3333
16/08/23 17:04
수정 아이콘
아기가 생긴다면... "나 다시 돌아갈래애애~~!!" 를 외치실 겁니다3333
Grateful Days~
16/08/23 18:23
수정 아이콘
41세. 첫아이 임신중입니다. 아래댓글들 보면서 우울합니다 ^^
The Special One
16/08/23 18:27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저희도 아이를 원하는데 잘 안되네요.
Grateful Days~
16/08/23 18:42
수정 아이콘
결혼 2년차고 와이프는 올해 마흔이네요. 의학의 힘을 안빌리고 애문제로 둘다 스트레스 안받으면서 지내니까 나오긴하네요.
꽃송이
16/08/24 13:15
수정 아이콘
저 이번에 셋째가 나옵니다.
아들만 세명인데.....진짜 일주일만이라도 혼자인걸 느끼고 싶네요...
토다에
16/08/23 16:37
수정 아이콘
자 이제 ps4를 사시면 됩니다;;
The Special One
16/08/23 16:43
수정 아이콘
'더 라스트오브 어스', '용과같이 극'을 깨고 난 이후 먼지만 쌓여갑니다. 위쳐3, 블러드본, 팬텀페인등이 있지만 손이 가질 않네요. 언차티드 콜렉션을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메피스토
16/08/23 16:43
수정 아이콘
피시방 가도 외로우세요?
넷친구들 사귀는 재미도 있는데..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어요..
마누라가 나가 놀라는데.. 뛰쳐나가야 될거 같은데..
The Special One
16/08/23 16:45
수정 아이콘
피씨방 안간지 꽤 오래되었네요. 롤을 시즌3 이후 접은지라.... 스타1, 디아2, 와우, 롤까지는 재미있게 즐겼는데.. 이제 게임이 그렇게 당기지는 않더라구요.
베가스
16/08/23 19:08
수정 아이콘
피시방은 같이 롤하는 친한 동생이랑 가면 너무 재밌는데...
혼자가면 재미 없더라구요.

그 동생이 평생 결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크크크
영혼의공원
16/08/23 16:46
수정 아이콘
초교2학년 딸아이가 찰떡처럼 붙어 다녀서 외롭지 않은데 이녀석 떠나가면(몇년안에 아빠를 더이상 ..) 그땐 정말 외롭다 느낄거 같네요
The Special One
16/08/23 16:54
수정 아이콘
자라서도 아빠 껌딱지이기를 바랍니다 ^^
영혼의공원
16/08/23 16:59
수정 아이콘
그건 욕심이지요
유게에 티티엘이랑 1세대 아이돌(불혹) 게시글 보는데 왠지 짠하네요
스테비아
16/08/23 16:53
수정 아이콘
외롭네요...ㅡㅜ
The Special One
16/08/23 16:54
수정 아이콘
외로운 피지알러 정모라도 한번... 쿨렄
이쥴레이
16/08/23 17:01
수정 아이콘
주말에 혼자 놀고 싶어요. 혼자 PC방도 가고 싶고요. ㅠ_ㅠ
혼밥도 하고 싶어요.

월~금요일까지 회사에서 치여 살다가..
주말에 집에서는 아내 가게 도와주고 애 보고 하다보면 하루가 하루 같지 않습니다.
자유시간이 그리워요
16/08/23 17:58
수정 아이콘
ㅠㅠ
언제 한번 휴가를 내서 하루종일 피시방에서 놀다가 집에 갔습니다.
여친이 전화와서, "그래~ 게임도 그렇게 오래하니까 질리고 재미없지?"

아닌데........ 팔 아파서 그만한건데,, 졸려서 잠 조금만 잤다가 또 게임하고 싶은데.....
사과씨
16/08/23 17:05
수정 아이콘
저랑 애 없는 것도 비슷하고 마누라가 귀찮게 하지말고 좀 꺼지라고 하는 것도 비슷하고 외로운 것도 비슷하군요 흐흐...
플4 가지고 노는 것도 지겹고 게임 불감증 비슷한 것도 와버려서 요즘은 좀 공황상태 비슷하게 살고 있습니다.
날씨까지 더우니 정말 만사가 귀찮네요 하하.
Marco Reus
16/08/23 17:14
수정 아이콘
태어난 작은 동네에 학교가, 일자리가 있어 평생 머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스티보이스
16/08/23 17:15
수정 아이콘
오늘 같은 날 떠나간 친구들을 기리며 왠지 울컥 하네요......누군가가 그리워 지는 오늘 이네요......
초아사랑
16/08/23 17:28
수정 아이콘
저 25살인데 벌써 그러면 문제가 있는걸까요 ㅠ

고향이 지방이라 고등학교 친구들은 볼수가 없고 타과 공부한다고 고시반 들어왔는데 보면 다같이 재밌는데 정작 친구랄 사람은 없네요 오늘 처럼 시험이라도 친날 같이 있을 사람이 없다니.

같은과 친구들도 안보니 멀어지는게 대학친구고 학교돌아다니면 아는 사람은 참 많은데 정작 이럴때 편하게 연락할 친구 한명이 없네요

친구 같은 여친이랑 패기롭게 헤어진게 이렇게 후회될줄 미쳐 몰랐네요 벌써 1년이 다되가는데...
질소반과자반
16/08/23 17:34
수정 아이콘
저하고 비슷한 상황이네요..

그래서 요즘에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려.. fm2016을 사서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가 있는데에도 즐기고 있습니다...(아직 이게임을 정확하게 모릅니다..씨이익)

저희도 아직은 아기가 없어서~ 즐길수 있을때 즐겨야죠~ 암암
16/08/23 17:34
수정 아이콘
헤헤 저도여 헤헤
babyface
16/08/23 19:46
수정 아이콘
인간은 외로운 존재니깐요 흐흐
전 이제 머 그런 때인가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넘기려합니다
한달살이
16/08/23 20:20
수정 아이콘
마흔초반, 직장인, 초등1학년 딸아이.
친한 친구놈은 호주에서 8년째 있고, 다른 친구들은 점점 연락 뜸해지고..

그러네요.. 외롭네요.
보아남편
16/08/23 20:29
수정 아이콘
사회생활 결혼 육아.. 특히 육아 시작하면 친구들
전부 떨어져 나갑니다. 자유시간도 없어집니다..ㅠㅠ
살려야한다
16/08/23 20:38
수정 아이콘
비슷한 조건에 와이프조차 없는 저는..
음악세계
16/08/24 10:55
수정 아이콘
아기가 생기면 '나가 놀아~!'! 에서 '빨랑 들어와~!!' 로 바뀝니다.
사악군
16/08/25 09:3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친구 만나면 정말 좋습니다.
정말..정말 좋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189 [일반] [해외축구] bbc 여름이적시장 가쉽, [35] V.serum6299 16/08/23 6299 3
67188 [일반] 인터넷상에서의 모습과 실제 세계 사이에서 모습중에 어떤 모습이 더 진짜에 가까울까요? [52] 사고회로6899 16/08/23 6899 4
67187 [일반] 스피카&써니힐, 이제는 좀 떠주면 안되겠니 [42] 좋아요6247 16/08/23 6247 2
67186 [일반] [기사] '한약 탈모 아이' 진료의사 "한약 원인 아닌 듯" [67] flawless12030 16/08/23 12030 1
67185 [일반] JTBC 동인축제 보도 '선 넘은 만화. 도 넘은 축제' [117] 에버그린15121 16/08/23 15121 6
67184 [일반] 청일전쟁 - 풍도 해전 [21] 눈시BB8048 16/08/23 8048 10
67183 [일반] 이브가 죽었어요. [32] 아즐8956 16/08/23 8956 14
67182 [일반] 외롭다 [36] The Special One6253 16/08/23 6253 24
67181 [일반] [WWE/스포] 제리코와 레스너 백스테이지에서 싸우다. [51] 피아니시모5807 16/08/23 5807 1
67180 [일반] [펌]UFC202, 맥그리거와 디아즈가 벌어들인 금액 추정치. [33] Sandman4405 16/08/23 4405 0
67179 [일반]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5) (完) [26] 설탕가루인형5186 16/08/23 5186 13
67178 [일반] 귀하의 점수는 삼만사천일백칠십점입니다. [38] 글곰8839 16/08/23 8839 30
67176 [일반] 영화배우 엄태웅 마사지업소서 성폭행 혐의 피소 [112] swear16767 16/08/23 16767 1
67175 [일반] 동해/일본해 표기문제는 전략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5] 군디츠마라8053 16/08/23 8053 17
67174 [일반] 고전 한국 영화를 간단하게 보기. KMDB VOD [5] 드라고나6399 16/08/23 6399 2
67173 [일반] 시사IN 기사 요약 [160] 일각여삼추13935 16/08/23 13935 14
67172 [일반] 사드 제 3후보지 논쟁은 논점일탈이다. [22] 이순신정네거리4692 16/08/23 4692 1
67171 [일반] [야구] 잔여경기로 본 4,5위 경쟁팀 필요성적 [32] 이홍기5929 16/08/23 5929 1
67170 [일반] 절독자들을 표지로 조롱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사IN [216] pgr-29251317896 16/08/23 17896 8
67169 [일반] [계층] 공학 수학을 공부해봅시다 - 미방이란? [83] OrBef9298 16/08/23 9298 50
67168 [일반] [에필로그] 한 여름 밤의 꿈, 그리고 I.B.I(1) [10] 몽필담4421 16/08/23 4421 17
67167 [일반] '쉐이빙가즘' part. 1 [17] 삭제됨4146 16/08/23 4146 1
67166 [일반] 요즘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141] 아이폰6s Plus12698 16/08/23 12698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