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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23 13:48:24
Name 글곰
Subject [일반] 귀하의 점수는 삼만사천일백칠십점입니다.
글을 전자책 형태로 연재한 후 첫 달에 34,170원을 벌었습니다. 두 달째는 35,970원이었습니다. 세후입니다.
처음에 유료연재 시작하면서 한 달에 오천 원 정도를 예상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이네요.

저야 나름대로 본업이 있고 글 쓰는 일은 부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취미생활에 가까운지라, 어쨌거나 '좋아서 쓰는 글인데 돈이 생긴다!'는 아마추어적인 즐거움을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업작가의 경우는 어떨까요. 어제인가 PGR에 장르소설 관련 글이 올라왔는데,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은 상당한 소득을 거둬들이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글에만 전념하는 전업작가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처럼 안 팔리는 작가들은 과연 글 쓰는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계산을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여기 글쟁이 [문른]이 있습니다. 인터넷 연재를 하는 전업작가이며 글곰이라는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안팔리는 작가입니다.
이래저래 시험해 본 결과, 이 작가는 하루 9시간 동안 딴짓하지 않고 종일 글만 쓰면 대략 4회 분량의 글을 써냅니다. 컨디션이 최상일 때요.
그렇다면 주5일 45시간 근무하는 식으로 글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약 90회 분량을 쓸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여튼 문른은 3개의 연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말 없이 일일연재 3개를 동시 진행하는 셈이죠.
이를 통해 안팔리는 작가 문른이 벌어들이는 금액을 계산해 보면 매달 약 371,340원이 됩니다. 이거 안되겠네요.

물론 문른은 안팔리는 작가라 그렇고, 이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문른만도 못한 소득을 올리는 사람 역시 존재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단지 글 쓰는 것만으로 먹고 살기란 불가능하겠지요.

저는 중학교 시절에 전업작가를 꿈꾸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깨달았습니다.
첫째. 나는 글 쓰는 재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둘째. 그러므로 전업작가를 하면 분명히 굶어죽을 것이다.
셋째. 따라서 반드시 직장이 있어야 한다. 글 쓸 여유가 주어지고 안정성이 있는 직장이.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2학년즈음에 지금의 직장으로 진로를 잡았고, 국문과에 진학했고, 부모님이 알뜰히 모으신 돈을 밥버러지처럼 축내어 가며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한 후, 지금의 직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바야흐로 얼마 전에 십팔 년 동안 꿈꾸었던 소위 파트타임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한 달에 삼만사천일백칠십원을 벌 수 있는 글쟁이가요.

아.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신세한탄하는 글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저 자신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 한 달에 삼만 원이 넘는 돈을 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또한 고맙습니다. 다만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새삼스럽게 세상의 무게와 무서움을 함께 깨닫게 되더라고요.

제가 글을 쓰는 유일한 커뮤니티인 피지알에 글을 올리며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아마추어의 글에 일부러 나서서 악평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만큼 칭찬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유료연재는 다릅니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저의 재능과 노력의 합계를 세상에 내놓아서 사람들로부터 심판받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준엄하게 내려진 평가를 수치화하여 매긴 점수가 바로 34,170점인 셈이지요. 뉴턴의 물리법칙 같네요. F(점수)=m(재능)a(노력)

다만 그렇게 매겨지는 점수가 무섭고 두렵긴 한데, 동시에 가시적인 목표의식 비슷한 것도 생깁니다. 예컨대 한 달에 오만 원을 버는 글쟁이가 되겠노라 하는 식으로요. 다만 없는 재능이 갑자기 생겨날 리 만무하니만큼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입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하여 게을러빠진 천성을 추스리고 스팀 라이브러리에 접속하려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내려치며, 오늘도 아래한글 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그러면서 내심 모 만화의 주인공처럼 뇌까리지요.

"나는 작가왕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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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13:51
수정 아이콘
문른에서 글쟁이 어른을 칭하는줄 알았더니!!! 글곰을 거꾸로 하면 되는군요?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때 그글에서 한번보고 안볼 책들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짜증났었는데...
음란파괴왕
16/08/23 13:55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보통 하루에 12시간 써서 2편정도 씁니다. 하루네편은 꿈같은 일이네요. 크크.
16/08/23 13:59
수정 아이콘
컨디션이 최상일 때입니다. 서너 시간 동안 반 쪽도 못 쓰는 일도 허다하니까요.
16/08/23 14:00
수정 아이콘
저도 제가 쓴 논문의 피인용 횟수와 연구비가 저에 대한 세상의 수치가 정량화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본업이니 오만원은 좀 적고, 나름 목표 수치 정하고 살고 있지요. 화이팅이에요.
한걸음
16/08/23 14:38
수정 아이콘
40짜리 기원합니다.
16/08/23 21:00
수정 아이콘
그거 46 질렀는데 정말 되면 제가 피지알에 글 쓰겠습니다!
한걸음
16/08/23 21:01
수정 아이콘
석사과정 나부랭이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IF 군요. 우와... 꼭 되셔서 자랑글 한 번 올려주시길!
16/08/23 21:16
수정 아이콘
앗 다른 이야기였군요. 전 연구비 이야기였습니다 :)
한걸음
16/08/23 21:17
수정 아이콘
아하 크크크 IF도 40짜리로 기원하겠습니다:)
16/08/23 16:35
수정 아이콘
오만 원짜리 연구비가 지급된다면 그건 연구실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돈을 주는 쪽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16/08/23 21:15
수정 아이콘
둘 다 아닐까요.
16/08/23 14:11
수정 아이콘
하루 8kb 쓰기도 녹록치 않던데...
Sgt. Hammer
16/08/23 14:19
수정 아이콘
그래도 미스터리 매거진보다는 잘 팔리네요 흑흑...
저희는 하도 안 팔려서 폐간하고 출판사 셔터 내렸습니다.
16/08/23 14:36
수정 아이콘
그.. 그래서 리디북스에서 더이상 구입할 수 없다고 알림이 온 거군요....
Sgt. Hammer
16/08/23 14:37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저희는 망했습니다 흐규흐규
원시제
16/08/23 15:49
수정 아이콘
ㅠㅠ 흐규흐규
이름없는자
16/08/23 15:54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흐규흐규
16/08/23 16:23
수정 아이콘
유엽의 명대사가 이렇게 슬프게 느껴질 줄이야.... 흐규흐규
정신차려블쟈야
16/08/23 17:02
수정 아이콘
요즘 장르소설 취급하는 출판사는 오히려 늘어난거 같던데요? 듣도보도 못한 출판사들 계속 보이는거 보면

그와중에 셔터를ㅠㅠ
Sgt. Hammer
16/08/23 17:06
수정 아이콘
말이 출판사지 글쟁이 둘이서 유령회사 차려놓고 글 뽑아낸 거라서요 크크...
그 장르문학에 공포/괴담은 안 들어가나봐여 ㅠㅠ
16/08/23 17:09
수정 아이콘
조아라. 문피아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고 룰루랄라 들어가 본 후에 충격받았죠.
세부카테고리에..... '공포'가 없어?!?!?!?!?
루키즈
16/08/23 19:19
수정 아이콘
예전엔 있었는데 카테고리 개편 한번 하면서 없어졌네요.,
글 수도 적고 독자도 적으니 그냥 날려버렸나봅니다...
16/08/23 14:32
수정 아이콘
누구에게 말한적은 없지만 어릴때 저런것도 소설이냐~ 란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정말 짧은 생각이고 입 밖으로 낸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창작물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강동원
16/08/23 15:03
수정 아이콘
문른이라니... [글곰4]라면 잘팔리는 작가가 될 수... 읍읍
tannenbaum
16/08/23 15:04
수정 아이콘
나중에 백만점 넘으면 피자 사주세요~
글로서 다른이와 나눈다는 거.... 참 멋진것 같습니다.
16/08/23 16:37
수정 아이콘
음. 이게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IF 가정법이군요. [IF + S + 과거형 : 불가능 가정법] ㅠㅠ
윤가람
16/08/23 15:04
수정 아이콘
저 현역인데요.
아무래도 글곰님 계약 잘못 하신 것 같네요.
요즘 아무리 글이 안 팔린다고 해도 계약만 정상적으로 하면 그럭저럭 어느 정도는 나오는데 저 금액은... --;;;
16/08/23 16:39
수정 아이콘
계약이 잘못된 게 아니라 제 글이 잘못되었을 겁니다. 일단 팔려야 말이죠. 선인세를 받는 것도 아니고...... ㅠㅠ
돌고래씨
16/08/23 15:20
수정 아이콘
어휴... 진짜 저렇게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수치화되서 나타나면... 게다가 그게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수단인 돈이라면 더더욱 글쓰는게 무서울거 같습니다
혹시나해서 여쭤보면 점수가 기백만점을 넘으면 전업하실 생각은 있으신지.. 흐흐
16/08/23 16:39
수정 아이콘
제 연봉과 위험부담,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다면 그걸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전업작가는 일평생의 꿈으로만 남을 것 같아요.
RookieKid
16/08/23 16:16
수정 아이콘
문른님 응원합니다
와일드볼트
16/08/23 16:33
수정 아이콘
처음에 글쓰는 문른이라길래 문은 文일테고 른이 무슨 글자지? 혹시 한자어가 아니라 영어인가? 고민했는데
글곰을 뒤집은 거였군요;;
정신차려블쟈야
16/08/23 17:01
수정 아이콘
지금은 모르겠는데 옛날엔 대여점 뚫냐 못뚫냐 싸움이라

군대에서 판타지 처음 접했고 잉여시간 짬날때마다 써서 올려봤는데 대여점 못뚫더군요

전역하고 1년정도 도전하다가 작가 동호회같은데도 가입하고 조언 받고 쓰니까 대여점 뚫긴 했는데

영 제 취향이 아닌터라 속도가 안붙더라구요 쓰고싶은거 쓸땐 두달3권은 뽑아냈는데 대여점 취향 맞춰서 쓰니 3달1권도 쓰는것도 힘들더라는

결국 포기

뭐 요즘 소설 커뮤니티들 보면 굳이 대여점 못뚫더라도 네이버 유료연재 올릴 퀼리티정도만 되도 부모처자식 먹여살리긴 힘들더라도 혼자 먹고살기엔 지장 없을정도론 버는거 같더라구요

세상 좋아진듯
16/08/23 20:27
수정 아이콘
??? 아래에 온라인 만화, 소설에 대한 글 쓰신 분이 본인 맞으시죠???
정신차려블쟈야
16/08/23 20:36
수정 아이콘
네그분맞습니다.
네오크로우
16/08/23 19:03
수정 아이콘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연재하시는 건지는 잘 몰라서 조심스러운데 34만도 영 적다싶은데 3만 4천은 좀 충격이네요.
설명충등판
16/08/23 23:00
수정 아이콘
이럴수가.. 달 340만원 벌어도 모자랄만큼 재밌는데 어이상실.. 매번 신작 알림 뜰 때 마다 결재하고있습니다.
글의 재미 유무보다는 접하기가 힘들고 광고가 안 되는 점이 큰 것 같습니다.
본 사람 중 70%를 만족시켜서 결제하게 만드는 작품과 본 사람 중 10%만 결제하는 작품.
두 작품을 평가를 하자면 전자가 재미있는 작품이겠지만
문제는 리디북스의 전자는 10명중 7명이 결제하고 문피아의 후자는 1000명중 100명이 결제를...
리듬파워근성
16/08/24 22:03
수정 아이콘
문른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너무 짜게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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