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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9 01:39:23
Name 오고고럽
Subject [일반] 대진성주회 1일 체험했습니다.
오후에 알바를 마치고 집가는 길이었습니다. 어머니 뻘 되는 남자 한 분과 제 또래로 보이는 여자 한 분이 다가오셨습니다.

얼굴에 복이 많아 보이신다고.. 

평소같았으면 얼른 도망쳤겠지만, 오늘은(0시가 지나 어제군요) 왠지 궁금하더라고요. 집가도 특별히 할 것도 없고..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 조금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분들 공부하는 곳(선방이라고 하네요)으로 가길 강력하게 원하셨습니다. 걸어서 4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집과는 반대방향이라 망설였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큰 건물에 놀랐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지역본부정도 되는 시설이더군요. 그분들이 담당하는 방은 마치 20명 정도 규모의 저렴한 엠티를 준비할 수 있는 투룸이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50대를 넘어가는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사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믿는 교리나 철학에 대한 개론(?)이었는데, 계속 하시는 말씀은 사람, 조상님, 복, 사주, 해몽 뭐 이정도라서 재미는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차마 질문은 못하고... 적당히 이야기하시다가 본론이 나왔습니다. 정성(=제사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을 드려야하는데 상에 올릴 술과 음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다줄테니 이야기를 좀 더 하자, 뭐 이런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사상에 술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술 한 병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또 그게 아니라네요. 최소 5만원이라고 하길래 주머니에 있는 만 원 한 장으로 쇼부보았습니다. 돈 뜯기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준비가 다 되었답니다.

정성이란 예식은 특별한 건 없고, 뭐 어디서 본 듯한 예식들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준비해준 두루마기 입고 절하는데 공간이 또 더워서 힘들었네요. 만 원 준걸로 정말 음식을 사온건지 가지고 있던거 올린건지도 모르겠고.. 제사상에 청하가 올라간 것은 또 처음 보았습니다.

아무튼 다 끝내고 음식 먹으면서 주의사항 몇 가지를 알려주는데 핵심은 마지막이었습니다. 정성 드린 것을 21일(앗 정확하게 기억이 안납니다..불과 몇시간 전이었는데)동안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말고, 21일 동안 자기들을 매일 만나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피곤해서 대충 둘러대고 나왔는데, 친절하게 마중까지 나와주십니다.


따라가면서 혹시 이거 내일 새우잡이 배 타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괜히 시간낭비 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녀와보니 심심할 때 한 번 정도 체험해보기는 좋은 것 같더군요. 크크크..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정말 외로운 사람이라면 쉽게 빠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힘들때 이런 분들이 다가와서 이야기들어주고, 좋은(좋게 들리는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만..) 이야기 해주고 하다보면 훅 가는 건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왜 이러 약간(?) 빗나간 종교들이 끊이지 않는가에 대한 어느정도 이해도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를 대려간 제 또래의 여자 분을 포함한 거기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참 안쓰럽더라고요. 비록 본인들이 선택한 일이겠지만..

사실 제 주위에서 이런 종교로 인해 피해보신 분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보고 듣기만했지 이런 종교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같은 것들이 실제로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호기심에 따라가보기도 하고 이렇게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고요. 어떤 분들에게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 엄청난 고민이거나 상처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기에 최대한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제 글솜씨는... 이 글로 인하여 기분이 나쁘시거나 아픔을 겪으시는 그런 일들은 없기를 바랍니다.

어릴 때 부터 성당을 열심히 다녔고, 지금도 나름 성당에서 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종교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는 참 난해한 질문입니다. 누구에게는 그저 일주일에 한 번 얼굴도장 찍으러 가는 곳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동아리 활동 정도로, 누구에게는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영원히 모를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럴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정말 큽니다. 가깝게는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다가 상처받으시고 냉담하시는 신자분들, 저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는 종교의 이름을 건 몇몇 이들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 

무엇이든지 '적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적절'의 아이콘으로 글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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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파괴왕
16/04/19 01:44
수정 아이콘
짤이 너무 적절해서 1따봉 드립니다.
我無嶋
16/04/19 01:45
수정 아이콘
결국 절까지 하고 오셨으니 성사는 보셔야겠습니다 크크크
16/04/19 01:46
수정 아이콘
김대기씨 사진 오랜만에 보네요!
매벌이와쩝쩝이
16/04/19 02:17
수정 아이콘
처음엔 재밌다가 나중에는 여러 생각에 착잡해지는 글이네요 ㅡㅜ
16/04/19 02:17
수정 아이콘
와씨 마지막이 진짜 크크크
잘 읽었습니다. 사실 웃으면서 읽었지만, 지금도 유사한 것들에 빠져서 그 본인의 가족들이 개고생하는 경우가 지금도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 그런 일들이 없어지면 좋겠습니다만, 쉽지는 않겠구나란 생각도 많이 듭니다.
16/04/19 03:12
수정 아이콘
아주 예전 일입니다.
동아리 엠티를 갔었는데 오기로 했던 한깃수 위 형이 안온겁니다.
연락도 안되고..... 삐삐 시절이라....
암튼 나중에 엠티 뒤풀이 하는데 엠티 가려고 나온 복장 그대로 나타나서는 거기 갔다가 나왔다더군요.
며칠 붙들려 있다가 돈내란(몇백정도로 기억 됩니다) 소리에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다고 ;;
그 형이 참 독특한 형이고 약간 유머 단골소재로 나오는 형이었는데 거기에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죠.
16/04/19 03:13
수정 아이콘
와 진짜가 나타나셨네요
16/04/19 03:27
수정 아이콘
진짜로 참여해보다니 흥미롭네요
16/04/19 04:09
수정 아이콘
2~3시간동안 같이 대화한적은 있지만 저도 생각만 했지 따라가는것이 두려워 실천은 하지 못했던 것을 진짜로 하셨네요 크크
의외로 인터넷에 떠도는 감금 이런거는 없었나보네요.
오고고럽
16/04/19 09:19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의외로 잘 보내줘서 놀라긴 했습니다. 아마도 오늘부터 끈질긴 전화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르타니스를위하여
16/04/19 04:30
수정 아이콘
추후재방문의사는어떠신가요? 흥미진진하네요
오고고럽
16/04/19 09:23
수정 아이콘
이야기가 좀 흥미로우면 교리 한 번 들어볼까 하고 고민해봤겠지만 전혀 아니라서 고민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종교학 동양철학 이쪽으로 공부하지 않은 제가 보기에도 유치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어리버리
16/04/19 07:48
수정 아이콘
어째 10년 전에 여기저기서 들었던 체험담이랑 레퍼토리가 하나도 바뀐게 없군요. 이 레퍼토리가 많이 알려졌으니 그들도 메뉴얼을 바꿔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스타카토
16/04/19 07:49
수정 아이콘
요즘은 5만원이군요. 무지 저렴(?)해졌네요???
저도 약 10여년전 대학교를 갓 졸업했을때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고 또 욕할려면 알고 욕하자는 신념으로 한번 가봤는데...
위의 글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장소는 의정부였다는것 빼고 나머지는 위의 글 내용과 똑같네요.
아! 그리고 복장은 없었어요.
가장 중요한 금액은 230만원정도였어요.
물론 경험을 해봤기에 지금은 아주열심히 욕하고 다닙니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것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더군요....
DavidVilla
16/04/19 08:28
수정 아이콘
우와.. 거길 따라가 볼 생각을 하시다니요!
저도 진짜 무슨 시내만 나가면 무조건 붙잡히는데 그냥 뿌리치는 게 일상이라 이런 발상이 놀랍습니다 크크
아, 아무튼 글의 마무리가 마음에 들어서 도장 찍습니다. 절대 적절의 아이콘 때문은 아니에요~
광개토태왕
16/04/19 08:54
수정 아이콘
와 전 근처 카페까지는 같이 갔엇는데 거기서 수상한 낌새 눈치채고 곧바로 머리 굴려서 도망쳤어요........
근데 지금 딱 보니까 저런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옷차림새가 확실히 차이가 나긴 납니다.
배고픕니다
16/04/19 10:37
수정 아이콘
전 며칠전에 이어폰끼고 가고있었는데 톡톡 건드리시길래 길물어보시는건가 하는 생각에 이어폰 잠시 뺐는데

얼굴에 복이 많아보이신다고 그러더군요.. 보통은 됐어요 하고 가는데 그날따라 갑자기 신경질이 확 나서

아 안가요 하고 홱 가버렸네요.. 짜증이 엄청 묻어나오는 목소리라 말거신분이 흠칫 하신게 느껴졌다능..
난이미살쪄있다
16/04/19 13:34
수정 아이콘
정말로 제사를 지내게 하는군요. 지역본부가 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Artificial
16/04/19 13:40
수정 아이콘
적절한 흥미를 일으키는 적절한 일화에 적절히 대처한 적절한 글 마지막에 적절한 짤방까지 적절히 넣으셨기에 적절하게 추천합니다.
하.양.글
16/04/19 21:19
수정 아이콘
또래의 여자분이 아름다워서 따라가신 걸로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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