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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텔러- 성우 구자형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이번엔 아직 출판도 되지 않은 책의 오디오 북을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좋은 시간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3월 23일!
성우로서 이런 날이 오다니...
"이웃집 슈퍼 히어로: 월간 영웅 홍양전"의 작가 DCDC 님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에 꼭 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써 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제목은 "구자형 바이러스"
흐흐, 구자형에 바이러스가 붙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뭔가 산뜻한 느낌은 아닌 데에~
하지만, 단언컨대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추억으로 가진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98년 가을이니 16년 전이군요.
당시 투니버스의 젊은 신예 신동식 피디로부터 전화를 받고 여의도의 한 카페로 나갔습니다.
"형님, 선물입니다"
"응? 무슨 선물?"
봉투를 열어보니 비디오테이프와 A4 인쇄물이 한가득!
"응? 이게 뭐야"
"예, 공부 좀 많이 하시라고요"
그렇게 스파이크와의 인연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성우들에게 (전체 비디오 영상을 포함해) 그렇게 미리 사전 자료를 주는 경우가 거의,
아니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 대표 캐릭터인 "제로스"만 하더라도 녹음 날 다 돼서야 대본을 보고 배역을 알 정도니 말 다했죠.
자료는 무슨, 뭘 할지도 미리 알기 힘든 상황인데요.
저로서는 아주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성우가 무슨 초천재인가? 나도 캐릭터 파악하고 좀 내용도 알고 녹음하면 안 되냐고?'
이런 당연한 요구가 당시엔 좀 받아들여지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뭐, 요즘도 녹음할 때 보면 그런 상황이 있죠, 특히 게임 녹음 때는 작업 상황이 아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오! 뭐야, 이거! 위상차 공간? 가니메데? 아, 이거 목성 위성이던가?"
"오! 나 이런 거 좋아해!, 이거 19금이야?"
A4 용지가 한 200여 페이지 된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비밥" 관련 자료가 한가득이었습니다.
한글 자료가 전혀 없었을 텐데, 알고 보니 지인들을 통해 일본 관련 커뮤니티에서 구한 것들이라 했습니다.
번역은 누가 다 했나?
"형님이 열심히 공부하는 성우라는 게 캐스팅 이유로 가장 컸습니다. 이거 핫한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정말 신나게 공부하고 신나게 토론하고 신나게 (게스트 성우들을) 추천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최대 인원이 한 애니메이션시리즈에 참여한 기록도 세우게 됐죠.
당시 저로서는 연기자로서 하나의 고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실사 연기의 느낌을 애니메이션 안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란 2D 그림 안에 현실적인 리얼한 사람의 느낌을 넣고 싶었다고 할까요?
너무나 딱 맞는 실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 이건 만화가 아니다. 나에겐 실사다. 영화 더빙이라고 생각하자!"
애니메이션의 '과장'을 절제하고 최대한 사실적 인간의 느낌을 반영!
운이 좋아서 이 작품을 맡게 됐고,
또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저와 함께 기억해 주는 분들이 많은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이 글을 올리게 되는 기쁨도 갖게 해준 "카우보이 비밥"
아무쪼록 오디오북 "구자형 바이러스"를 통해 다시 그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오디오북은 북텔러리스트 팟캐스트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7439?e=21950098
구자형이었습니다.
* 그러고 보니 20대 초반 분들보다는 빠르면 20대 중후반, 어쩌면 50대의 분들이
"카우보이 비밥"을 어린? 혹은 젊은 시절에 향유한 분들이 되겠군요. 정말 시간 빠릅니다.
* 본문에 자꾸 '대한민국 최고의 성우'라는 말이 나옵니다. 낯 뜨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