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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3 17:21:58
Name Jace Beleren
Subject [일반] PGR분들이 동화의 잔혹한 진실을 알게된것은 언제인가요?
'옛날에 백설이라는 한 공주가 태어났습니다. 공주는 누구보다 아름다웠으며, 마법의 거울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꾸 어린 그녀를 비추자 그를 질투한 계모 왕비의 계략에 의해 쫒겨나서 숲속에서 살다가, 어엿한 숙녀로 자라나지만, 거울이 다시 백설을 비춘 왕비가 찾아와 먹인 독사과에 의해 영원한 잠에 들고 맙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의 왕자가 백설을 진실한 사랑의 키스로 깨우고, 두 사람은 축복속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제가 한 초등학교 5학년? 즈음 까지 알고 있던 백설공주의 내용입니다. 사실 그림동화 답게 독사과라던가, 계모라던가... 좀 아이들에게는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합니다만, 그래도 어린 아이들에게 진실한 사랑을 꿈꾸게 해주기 위한 조미료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아직도 관용적으로 여자들이 기다리는, 연애대상으로서 조건이 완벽한 남자를 '백마탄 왕자'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표현들도 다 어린 시절 공주 왕자가 등장하는 동화들에서 나온 표현이니까요.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때 조기 중2병 증후군에 걸리고, 세상에 PC 통신이라는것이 생겨 다양한 정보를 접할 창구가 넓어지고, 독서에 흥미가 생겨 이런 저런 책을 찾아면서, 저는 제가 알고 있던 백설 공주 이야기가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것들이 감춰진 이야기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PC통신에서 본 원래 결말에서는 왕자가 왕비를 잡아와서 달군 쇠 신발을 신겨서 춤추다 죽게 했다고 되어 있으며, 심지어 디즈니 백설공주에서마저 왕비는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게 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동화책에 왕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지요. 그 외에 왕비가 사냥꾼을 시켜 어린 백설공주를 확실하게 해치려고 내장을 가져오라고 한다던가, 하는 잔혹한 내용이 많다는걸 알았지요.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은 이제 백설공주 이야기를 보며, 현대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의 폐혜도 떠올리고, 백설공주에 대한 계모의 질투는 딸만 이뻐하는 남편을 거울에 투영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며, 얼굴만 보고 키스해서 깨웠는데 성격 차이로 이혼하면 어쩌지...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까지 하게됩니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제가 태어난 해부터 별로 변한것 없이 항상 그대로 존재했지만, 세상이 제게 들려주는 백설공주 이야기는 제가 나이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커지고, 자세해졌으며, 제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역시 자라나며 또 다른 분야에 대해 배우고 터득해가며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 중학생의 수학 공부를 봐줄 일이 좀 있었는데, 그때 이왕 하는거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평가원에서 현 중등 수학교육과정에 대해 좀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보니까 요새는 중학교에서 '실수' 개념까지 가르치더라구요. 교과서나 참고서에도 '제곱을 해서 음수가 되는 수는 없다' 라고 나와 있구요.

초등학교때 빼기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우리는 '작은수에서 큰 수를 뺄 수는 없다' 고 배웁니다. 사실은 뺄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나누기는 어떤가요? 7을 3으로 나누면 2 나머지 1이라고 배웁니다. 사실은 7/3 이라는 수가 되는데요. 일부러 가르치지 않는거에잖아요. 일단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상위 개념과, 응용력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겠죠.


사실 초등교육에서 '구태여 설명해주지 않는것', 좀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아예 '숨기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며,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약한 자극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성인도 때로는 너무 잔혹한 사실이나, 표현등에 노출되면 트라우마를 겪는 일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기엔 세상은 복잡하고, 때로는 너무나 잔인하며, 불공평하고, 대체로 톤이 어두운곳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아주 어린 아이들에겐, 남을 죽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물론이고, 애초에 죽음이 뭔지, 왜 죽음을 두려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겐 '남을 죽이지 말라' 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사람이 제대로 죽는 장면을 아예 제대로 묘사해주지 않습니다.

섹스를 왜 하는지, 피임없이 무분별한 섹스를 하는게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 일인지, 종족 번식이 생명체에게 유전자적인 본능에 각인될만큼 중요한 일인지를 무작정 가르치기보다는 일단은 손을 잡으면 애가 태어난다고 얼버무리며, 종족의 짝짓기를 먼저 가르친 뒤에, 어느정도 아이들이 세상의 이런 저런면에 조금 적응이 된 이후에 섹스에 대해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등교육에 한해서의 이야기이고, 중학교 고학년이나, 고등학생에게까지 그런 접근법을 적용하는것은 좀 인간 지성에 대한 일종의 과소평가라거나, 괜한 참견, 나아가서는 어른, 그것도 '특정 생각을 가진 일부 어른'의 이기심이나 욕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성교육을 잠깐 예를 들었는데, 사실 저런식의 성교육이 옳다고 느끼는분들이 많이 계신가요? 저는 중학교 다니면서 성교육 시간에 1초도 졸거나 딴짓을 한적이 없는데, 결국 제대로 된 섹스에 대해 배운것은 부모도, 선생도 아니고 사촌형에게서 였습니다. 그 전에 제게 섹스는 야동에 나오는 남녀가 하는 기분좋은 짓이었을뿐이고, 성교육 시간에 배우는것은 '왜 상대방이 기분나쁜짓을 하면 안되는가' 라는 이론과는 거리가 먼 도덕시간에도 이미 충분히 배운 사회적인 올바름에 가까웠고, 피임의 개념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미 우리반에는 섹스를 경험해본 친구가 제가 아는것만 둘이나 있었는데요.

중학생 고학년이나, 고등학생쯤 되면 이미 숨기는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최신 전자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서 오만가지 필터링 되지 않은 날것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Warning이라던가, PC 감시 프로그램이라던가, 다양한 방식으로 어른들이 이를 제재하려 해보아도, 결국 편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상 분명히 빠져나갈 길이 있으며, 어떻게든 접할 자료에는 접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숨기는것을 고집하는것은 오히려 제대로 된 고등 교육이라고 할 수 없죠. 아이들이 야동을 보는것만으로는 아주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성욕을 배출하는건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거니까요. 하지만 자극적인 야동을 보며, "아 여자들은 저렇게 하면 좋아하는구나" "아 남자들은 다 섹스에 미친 짐승이구나" 하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다면, 그것은 조금 생각해볼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고등 교육은, 안 좋은것을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인양 숨기는것이 아니라, 좋은 것도, 안 좋은것도 접할 수 있게 하되, 좋은 것은 왜 좋은지, 안 좋은것은 왜 안 좋은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납득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와중에 일부는 보통 '안 좋은것' 이라고 생각하는것에 이끌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올바른 교육이라면, 그런 일탈자들이 나오는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제도로서, 벌로서 다스리고 교화할 수 있다면 교화하며 교화할 수 없다면 처벌하여 대가를 받게 해야지, '아예 그런 이레귤러는 존재해서도 안된다' 하는 교육의 방향은 옳지도 않으며, 실제로 실행 될 수도 없습니다.

솔직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나쁜놈입니다. 주체사상 일말의 재고의 여지도 없는 개소리입니다. 북한은 제대로 된 사회주의 국가도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 그냥 괴뢰 집단일뿐입니다. 박정희가 경제를 살린 공이 자기 공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박정희가 헌법 정신을 무시한 독재자라는것은 명백하듯이, 김일성이 독립 운동을 제대로 했냐 안했냐와 상관없이 김일성이 천하의 개잡놈이냐는 명백합니다.

따라서 명색이 중등, 고등 교육 교과서라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술하는것은 교육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이 독립 운동 한 사실을 숨겨서 극악무도한 인간도 아닌 악마라고 가르치는것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생물인지, 한 인간의 그릇된 생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굶주림과 아픔으로 내 몰 수 있는지를 스스로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주체사상을 마치 지구상에 원래부터 그런것은 없다는 양 취급해서 호기심을 가진 아이들이 괜히 진짜 종북주의자들이 만든 거짓 선동 자료에 몰래 스스로 접하도록 만드는것 보다는, 주체사상, 김일성 주의가 무엇이고, 왜 이런 똥같은것을 이렇게 교과서에서 배워야 할 만큼 한반도 상황이 개판이 되었는지를 아이들이 이해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갖도록 하는것이 중등, 고등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교육한다면, 극히 일부는 김일성 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또 극일부는 끝까지 종북주의자의 신념을 관철해서 법을 어기는 행위를 해서 처벌을 받고 당을 해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건전한 사회라면, 그것조차 역시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것은 그 사람이 이적 행위를 실제로 실행 했다는것,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기에 처벌을 해야한다는것이지, 그 사람이 남들하고 다른, 잘못되어 있는 생각(이 표현 자체도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만)을 가졌다는것만으로 저잣거리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극일부는 아무리 꽁꽁 싸매도 생겨납니다. 이석기가 검정 교과서로 국사공부해서 종북된거 아니잖아요. 제 친구가 집에서 친구 어머니가 야동 틀어줘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야동본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알게 될 일이라면, 정제된 방법으로, 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보조를 해주며 알게 하는것이 진짜 어른을 만드는 '올바른' 교육이 아닐까요.



PGR 여러분들이 일부 동화의 잔인한 진실에 대해 알게 된 나이는 언제인가요? 각각 많이들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숙해서 유치원때 이미 엄마가 성인용 동화책을 사주신 분도 있겠고, 고등학교때까지 피터팬, 파랑새, 그리고 산타클로스는 있다! 고 생각하신분도 있을거에요. 많건 적건 그것은 특별히 이상한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저는 우리나라 어린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무서운 장면에서는 어른이 뒤에서 눈을 가려주는 환경에서 교육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날것에 나와서 부대끼고 살아가며 상처받고 싸워야 할 사람들이고, 일부는 아마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지독할정도로 현실에 노출되어 애어른이 다 되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몇 안되는 마냥 기분 좋은일인 '무언가를 새로 알아가는 일'마저, 아주 일부의 생각을 가진 이기적인 어른들이 알려주는 만큼만, 알려주는 대로만 해야만 한다면 너무나도 잔인한 일인거 같네요. 그것보다는 차라리 달궈진 구두를 신고 평생 춤추는것이 오히려 조금은 덜 잔인한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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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론티매니아
15/11/03 17:32
수정 아이콘
전 20살이 넘어서야 제가 알고있던 어린시절의 동화는 거의 대부분 각색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 동화의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느낀건 엄청난 멘붕이었구요;;

한동안 잔혹동화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지금의 어린친구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 않을까요?
Jace Beleren
15/11/03 17:34
수정 아이콘
그 유행도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한거 아닐까요? 크크 제가 가르치던 중학생 친구는 전혀 모르던데.
yangjyess
15/11/03 17:34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글쓴분께서 인간을 과대평가 하시는듯요 흐 중학교 고학년은 커녕 성숙한 어른도 진실로만 살아가기에는 인간은 너무도 나약합니다. 세상살이에는 반드시 거짓된 환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종교일수도 있고 스포츠일수도 있고 롤드컵일수도 있고 사랑일수도 있고 pgr21같은 커뮤니티일수도 있어요...
Jace Beleren
15/11/03 17:37
수정 아이콘
종교 스포츠 롤드컵 사랑 pgr21 모두 현실인데요. 크크 목사가 간음하고 유벤투스가 승부조작하고 PGR21에선 원숭이 사태가 일어나고.. 롤드컵만은 착한 환상 인정합니다.

그리고 진실로만 살아가기에 인간이 나약해서 환상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애써 눈앞에 보이는 진실을 외면한채 현실도피할 권리도 주어져야 할 권리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yangjyess
15/11/03 17:42
수정 아이콘
스포츠는 현실이지만 거기에 인간이 부여하는 가치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2002년 월드컵때 한국 선수들의 투혼이 아름다웠다던가 따위의... '그것도 현실이다'라고 한다면, 어린이들이 보는 아름다운 동화 또한 현실로 인정 못할게 없지요... 어디가 진실인지 어디가 도피처인지는 누구도 쉽게 단정짓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15/11/03 17:44
수정 아이콘
걸리버 여행기를 동화인줄 알고 있었는데 청소년때 완역본을 보니 동화가 아니더군요;;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로 되어있는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완역본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네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가 나오는 3부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5/11/03 17:44
수정 아이콘
본문 전체주제와는 무관하게..
잔혹동화 얘기 나올때마다 하는 얘긴데.. 백설공주등의 동화들은 '원본'이란게 없습니다. 구전 동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한국판 신데렐라가 콩지팥쥐라고 할 수 있는데, 둘 중에 뭐가 '맞느냐'를 따질 순 없죠.
결론적으로 잔혹한 것이 '진실'이거나 한건 아닙니다. 그냥 그런 버젼이 과거에 있었던 거죠. 현대적 동화의 원전은 그림형제의 그림동화이고.. 뭐 그 조차도 한 버젼일 뿐이니, 원하는 대로 소비하면 그만이 아닌가 합니다.
Jace Beleren
15/11/03 17:51
수정 아이콘
저도 글을 쓸때 그 고민을 좀 하긴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는 그림 형제의 것을 '원본' 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것 같아서요. 혹시 백설공주가 그림형제의 초판본 발매 이전에도 생명력을 가진 구전동화였다는 레퍼런스가 있나요? 저는 그걸 못 찾아서... 저도 글을 쓰기 전에는 이것저것의 내용으로 구전되어왔다고 알고 있었는데, 쓰면서 찾아보니까 제가 알고 있던 '이것저것의 내용'은 다 그림형제 초판본 이후에 각색된거더라구요.
절름발이이리
15/11/03 17:52
수정 아이콘
생명력이란게 어떤 형태와 수준을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림형제가 수집할 수준으론 존재했겠죠.
퐁퐁퐁퐁
15/11/03 17:52
수정 아이콘
얼마 전에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어린이를 위한 '성' 그림책들을 같이 본 적이 있었어요. 그 중에는 아주 아름답게 성관계를 묘사한(그러니까 뽀뽀를 하면 수정이 되고 정자난자가 헤엄치는 식의) 책이 있었고, 다른 것은 아예 모든 것을 드러낸 책 (<How a baby is made>라는 책입니다)이었는데요. 후자의 경우 그걸 외설스럽게 표현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은 책입니다. 엄마 아빠가 성관계하는 것에서부터, 아기가 자라는 것, 아기가 엄마 자궁에서 나오는 것까지요. 어른들은 이걸 보면 당연히 반응이 '힉 야해, 저걸 보여줘도 될까,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기존에 머리에 보았던 야한 것들이 저장되어있지 않으면 연관 검색으로 딸려나오지 않는 것처럼요. 게다가 아주 아름답게 묘사했을 때의 부작용은, 아이들이 듣기에도 그 설명이 뭔가 납득이 안 가는(그럴 수밖에요) 면이 있으니 되려 이상한 상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거예요. 정말로 '뽀뽀를 하면(그림책 그림상으로는 분명히 그렇거든요)' 임신이 되는 줄 아는 독실한 집안의 여성이라던가, 하는 경우가 현실에도 존재하거든요.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너는 스타트선이 늦을 수밖에 없다'라거나 '주체사상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안생긴다(?????)' 같은 이야기는 굳이 '먼저' 할 게 없겠지만,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에는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추려고 애쓸수록 상상은 더 빠지게 되고, 그러면 왜곡된다고 생각하거든요.
*alchemist*
15/11/03 17:54
수정 아이콘
적절한 수준에서 적절히 잘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 적절이 너무 어렵죠 ㅡ.ㅡ;
전 사실 제가 애를 낳아 키운다면 어떻게 그런거 알려줘야 할지 생각하면. 머리가 뽀개질것 같습니다... 흑;
유르프세주
15/11/03 17:57
수정 아이콘
그런 면에서 한국의 아동 청소년 교육방식은 오히려 상당히 잔혹하죠. 닫힌 곳에서 그저 어리버리하게 키우다가, 일탈하면 비행청소년 낙인찍고, 일탈안하고 20살 넘어가면 세상의 당혹스러운 사실들을 맞이하야 정신 충격을 받으며 살아가게 하고. 절대 자유롭지는 않은데, 방목해서 교육하는 것보다 더 위험에 잘 처해지는 인생들입니다.
공유는흥한다
15/11/03 18:29
수정 아이콘
중학생때 국어선생님이 알려주신뒤 얼마 안되어 학교도서관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크크크
15/11/03 19:23
수정 아이콘
글의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어린아이는 별도로 배려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작은 어른일 뿐"이라는 중세적인 개념이 변화한 것은 현대로 들어오면서부터죠. 심지어는 "인간"이라는 개념도 근대의 발명품인진대. 그러니까 그 결과로서 컨텐츠가 윤색되거나 필터링 되는 것은 단순히 "솔직하지 못함"의 산물은 아닌 듯합니다.
15/11/03 19:28
수정 아이콘
저는 유치원때 세계아동문학전집(반그림 반글)의 빨간구두 보고 더이상 서양 동화를 읽지 않았습니다. 아동용으로 수정한 것도 춤이 멈추지 않는 다리를 자른다는거가 어린나이에 충격이었죠.
동양동화(심청 흥부 등)는 그래도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라 봤었지만...

물론 콩쥐팥쥐의 바리에이션에서 뺑덕어멈으로 젓갈을 담근다는 얘기는 고등학생때 듣고 멘붕했죠.
라방백
15/11/03 19:34
수정 아이콘
아는만큼 보인다고 잔혹하고 음란한 상상력을 가지는 나이 이후에 동화들을 다시 보면 그런 측면이 더 두드려져 보이는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빛
15/11/03 20:07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 많은 어른들이 그걸 귀찮아해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바쁘다보니 그런 걸 챙길 여유가 없고 사회나 교육기관 등에 떠맡기는 거지요.
애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마치면 학원가고. 다녀오면 밤늦은 시간..
성적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겠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마주서기를 두려워하는) 어른들의 탓이라는 것도 버금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Jannaphile
15/11/03 23:53
수정 아이콘
중세~근세 유럽에 사형집행이 이뤄지는 날이면 그 근처는 좀 과장을 보태 축제분위기였다고 하죠.
요새 어디서 축제가 벌어진다고 하면 포장마차에서 닭꼬치도 팔고 오뎅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파는 것처럼 그때도 같았다고 하더군요.
형장 근처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서로 가까운 곳에서 집행장면을 보겠다며 웅성웅성.
학교 선생님들도 어린 학생들을 데려와서 구경시켰다고 할 정도니! '나쁜 짓을 하면 이렇게 벌을 받아요!' 하는 의도였겠습니다만.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런 면에서 보면 요샌 너무 감추려고만 하는 느낌도 있기는 해요. 아니면 옛날이 지나치게 야만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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