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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23 20:03:34
Name 갈반나
Subject [일반] "음..아니 말할게!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이틀 전에 들은 말입니다.

저는  작년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일종의 정신병환자(?)였습니다.
이 아이는  그 당시 제 옆에 있어줬고 저를 그 구렁텅이에서 꺼내 주었죠. 그러면서 서로 가까워 졌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이 아이에 관한 것은 발 벗고 나서서 앞장 섰습니다.

작년 봄에 고백했다 차이고 연락두절 됐다가 가을에 다시 만나서  ''그 당시 저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먼저 말을 꺼내주어
사귀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외적으로 굉장히 까칠하고  지나칠정도로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삽니다. 이 아이한테만은 예외죠..정반대..
우리는 실제 성격이 정 반대입니다. 남자인 제가 여성적이고, 그 아이는 남성적이고.. 복잡한 일이 있으면 자고 일어나면 해결되는 타입입니다. 그에 반해 저는 소심하고 여러가지를 많이 생각합니다.

이 아이는 친구들에게 그동안의 저의 구애(?)를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우리 오빠는 나를 너무 사랑해준다!!,?!"
덧붙여''반대라서 더 오빠가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이 아이가 그것을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오빠는 생각이 너무 많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 상처를 일부러 크게 받으려고 하는 타입같다."
"오빠는 내가 오빠의 여자친구가 아니었을때나, 오빠의 여자친구 일때나 변한 것이 없다"고.. 이런 오빠의 모습때문에..
그래서 내가 오빠 옆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친구들한테는 제 평소 이미지대로 ''헤어질 수도 있지.뭐 당연한거 아니야?''라고 쿨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아니에요.
이런 제 마음을 털어놀 곳이 저의 학창시절을 함께 해준 이 곳 뿐이기에..흔적을 남기고 도망갑니다..글로 쓰니깐 쪼금은 마음이 풀리네요

지금도 저는 이렇게 찌질대고 있지만 그 아이는 친구들과 깔깔 거리며 잘 놀고 있을 겁니다.
이런 제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도 그 아이에게 연락을 해서 잡아보려고 폰을 들었다놨다 수십번  하고 있는 제가 참 가관입니다..
벌써 보고 싶네요.


모든 분들에게 빅뱅의 신곡 blue 가사처럼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물론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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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
12/02/23 20:12
수정 아이콘
힘냅시다..
무한낙천
12/02/23 20:14
수정 아이콘
연애가 사귀는 것도 힘들지만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죠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어줄 거에요
레빈슨
12/02/23 20:20
수정 아이콘
그래도 봄을 겪어보셨으니 봄의 따뜻함을 기억하실수 있을겁니다.
봄을 모르는 사람의 겨울은 언제 끝날지 몰라 더 춥습니다... 툰드라도 이보다 춥진 않을거야.
난 아직도...
12/02/23 20:35
수정 아이콘
더넛츠의 사랑의 바보란 노래가 문득 생각나네요
흰코뿔소
12/02/23 21:14
수정 아이콘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시길.
그렇다면 훨씬 더 행복해지실 수 있을거라 봅니다. 기운 내시길.
부스터온
12/02/23 21:15
수정 아이콘
힘드시겠지만, 얼른 추스리시고 다른 인연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붙잡기도 힘들뿐더러 붙잡아도 결국 오래 못가서 글쓴분의 자존감만 상하시게 될것 같아요

혹시나 그 여성분을 나중에라도 꼭 만나고 싶으시다면 더더욱 참으셔야합니다
지금의 이별이 깔끔해야 친구로든 다시 애인으로든 그 여성분과의 연을 이어나갈 수 있으실겁니다
그래서 전 이별을 잘 하시는 분들이 참 신기하고 부럽더라구요
저는 항상 질질질...
알테어
12/02/23 21:16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분 맞는 말 했습니다. 남을 좋아하는 건 자기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 연인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어요
사랑해미니야
12/02/23 21:38
수정 아이콘
움...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자기자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혹은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랑할때도있고, 반대로 스스로에 실망할때도있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상황에따라 미묘하게 달라지고, 왔다갔다 하는거라고 봅니다. 그런 편차를 메꾸는데 사람과 사람의 좋은 관계가 필요하구요. 그게 부모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지요. 연인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죠.
이걸 이별의 한 요건으로 삼았다는 것은, 서로의 약한점을 메꿔줄 생각이 없다 라는 이야기로 보이네요. 제가 이 연애를 지켜본것도 아니고 단지 이 글 하나로만 판단하기에는, 메꿔주다 지쳤다 라는 것은 아니니까말이죠.
세츠나
12/02/23 21:40
수정 아이콘
여자가 아무리 남자같아도 베이스는 여성스러운 성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패시브로 깔고들어가는게 있어요.
여성적인 성격 베이스 위에 남자다운 성격이 쌓아올려진 것이고, 그래서 남자 성격으로 분석하면 오류가 많이 생깁니다.
약간 평강공주 신드롬, 남자가 자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변했으면...하는 심정이 강한 타입 같은데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쪽에서는 연애감정보다 이런 쪽이 더 강했던 것 같고, 더 오래 사귀었으면 더 피곤한 상황이 오게되었을 가능성이 커보이네요.

양자 공히 변화가 필요할 듯합니다. 잊혀지지 않으시면 매달리기보다 더 멋진 남자가 된 다음에 다시 꼬시는게 좋습니다.
그 쪽에서 평강공주 심리보다 연애감정을 더 크게 가질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먼저 가꾸시고 심리학을 파고드세요.
정신과 치료를 받으셨다니 오히려 좋습니다. 스스로 케어가 가능할 정도가 되시면 그걸로 여성분을 케어해주시면 됩니다.
심리적인 얘기를 하다보면 여성분이 마음을 많이 오픈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깊은 교감을 가지는 관계가 가능할거구요.

그리고 뭐든지 끝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경험치가 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둘 중 하나가 죽지 않는 이상 종결되는건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로 말하면 시집간 여자도 꼬시는게 가능한데 사귀다 헤어진게 뭐 대수인가요.
죽지 않은 이상 끝은 아니다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자기 자신이 찌질해지지 않는 것에 항상 우위를 두고 행동하세요.
딴 남자가 채가도 별거 없습니다. 뭐 육체적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은 정신데미지를 크게 입을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그 외에는 별거 없죠. 보통 친구로 남는걸 괴로워서 잘 못하시는데, 완전히 시야 밖으로 벗어나지 마시고
알짱알짱 하다보면 기회도 옵니다. 물론 완전히 연락끊었다가 나중에 볼 수도 있는데 아예 잊혀져버릴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남자는 다수의 이성을 동시에 좋아할 수 있지만 여자는 그걸 잘 못하는데, 그렇다고 한 사람만 트레이에 있는건 아닙니다.
최상위 밑으로는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을 뿐이지, 분명 '아는 남자들' 특히 '오빠들' 중에서 차상위가 있습니다.
최상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 마음이 가는건 새로운 남자보다는 차상위의 남자인게 보통입니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버려서 최상위가 바뀐 경우는 당연히 제외;) 항상 차상위에는 있을 수 있도록 조절을 잘 해주고
기회를 잘 포착하면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그렇다고 어장관리를 당하면 안되고 자기 의지로 해야되니 쉽진 않습니다.

역으로 여자들 주변 '오빠들'은 무조건 전부 요주의인물들이죠. 가능하면 전부 제거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
스카이
12/02/23 23:0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여자분이었던 것 같네요. 헤어지면서 친절하게 이유도 설명해주고...그 말을 귀담아 들어 더 좋은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시 봄은 올테니까요.
12/02/23 23:27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딘가 좌우명을 기입해야 하는 곳이 있을 때마다 적어넣던 말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입니다.
매번 리마인드 해가며 살아가는 만큼 쉽지 않은 일이죠..
여자분께서 말씀해주신 뜻을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화이팅입니다.
王天君
12/02/23 23:52
수정 아이콘
별거 아니네요. 그냥 좀 민감한 성격이실 뿐이에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성격으로 같이 있던 사람 힘들게 해봤거든요. 별 말 아닌거에도 상처받고, 이 말 저말 어떻게 해야할지 눈치보고...전 지금도 이런 성격이 고쳐야 하는 건지는 딱히 모르겠어요. 서로 좋아하고 연애를 한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는 걸 원한다는 걸텐데, 상대방이 이런 내 모습을 싫어하니 바꿔야겠구나 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해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이별의 이유나 책임을 너무 많이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럴 수록 괴로워지고 괜한 우울증만 도집니다. 차라리 책임전가를 상대방에게 하세요. 내가 변하지 않아서 문제라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너는 뭐야? 하고 짜증을 내세요. 사실 저런 변명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암만 말 돌려봐야 "아 됐고, 난 너 마음에 안들어" 라는 뜻인데, 거기에 너무 의미부여하지 마세요.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글쓴 분께서 그 여자분에게 맞춰서 뭘 어떻게 바꿔야 했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그리고 여기 분들의 댓글과 다른 생각인게, 자존감이 혼자서 길러지는 건 아니죠. 타인의 인정에 의해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납득해가는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게 전부죠. 혼자서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어떻게 배우나요? 남이 자신을 사랑하는 걸 알았을때 그 때서야 비로서 알게 되는거죠. 역설적으로, 자존감의 출발은 자신이 아닌 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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