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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17 11:58:59
Name 네로울프
Subject [일반] 남해행
사랑은 내 삶에서 도망치듯 사라져가고
깊어지는 겨울 만큼 내 기침도 심해져간다.
버석이는 마음을 안고도 피할 수 없는 또 하루의 밥 벌이.
바다가 가까운 남 쪽 공항엔 아침부터 눈이 나렸다.


동행의 어머니는 전쟁 통에 폭삭 내려앉은 진주 갑부의
딸이었다는데 그가 한탄하는 것은 어머니의 불운일까,
고단한 자신의 삶일까.
바다가 가까워질 수록 눈은 점점 비로 변해갔다.


산자락은 기어코 바다까지 뻗어내려
두 팔로 포구 한자락을 끌어안고 누웠는데
쓸쓸한 객의 미련까지 품어주진 못하나보다.
객방의 창에서 바다까지 이어진 긴 빗길에
그나마 가는 한 숨 트여 보낸다.  


난데없는 후배의 부음 소식이 전해져왔다.
나는 사랑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너는 삶과 죽음을 견줘보고 있었더냐.
바삐 깜박이는 전화기의 불빛은 부지런히도
너의 죽음을 실어나른다.


바닷새의 괘적처럼 둥근 선을 그리며
나의 비명이 바다에 던져진다.
눈과 비와 사랑과 죽음은 여기 남 쪽 바다에서,
따로 팽개쳐진 돌맹이들 처럼, 제 각기 흩어져갔다.

                                                 ..z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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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icWolf
12/02/17 13:26
수정 아이콘
시! 역시 달과 친한 늑대류들은 시에 대한 애착(저의 경우는.. 애착뿐)을 버릴 수 없나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뭔가 텁텁하고 아련하고 짠하고... 고민이 묻어납니다. 감사합니다.
Darwin4078
12/02/17 14:15
수정 아이콘
글 잘쓰는건 울프족 종특인가요? 농담이구요..;;

잘 읽었습니다.
시는 잘 모르겠지만,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슬픈 정서가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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