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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16 18:04:03
Name 티티
Subject [일반] [ZM] 밀란 4 : 0 아스날. 밀란이 장점을 극대화하여 무난한 승리를 거두다.



밀란이 아스날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박살내버렸다.

알레그리는 미드필드 전형을 다이아몬드로 꾸렸다. 세도르프는 다이아몬드 왼쪽에 위치했지만, 부상으로 조기 아웃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엠마누엘손이 대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네스타 대신 멕세가 센터백으로 선발출장했다.

벵거는 전문 풀백 두명을 기용했다. 깁스는 풀타임을 완벽히 소화할만한 몸상태는 아니었지만 왼쪽 풀백으로 출장했다. 로시츠키는 왼쪽 미드필더로 출장했는데 의외의 선택이었다.

모두가 예상했듯이 이 경기는 완벽히 다른 스타일의 두 팀이 맞붙는 경기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밀란은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미드필더 싸움


미드필더 싸움은 경기의 핵심이었다. 밀란은 4명의 미드필더를 출장시켜 아스날의 3명보다 미드필더 숫자가 많았지만, 점유율을 가져간 건 아스날이었다. 아스날의 전반 점유율은 55%였고, 경기 총 점유율은 57%였다.

하지만 이것이 아스날의 문제였다. 아스날의 이상적인 경기 전략은 뒤로 물러서서 상대의 압박을 끌어내어 역습으로 밀란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아스날은 공을 오래 소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빠른 측면 공격을 보여주던 아스날은 놀랍게도 오늘 경기에서는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며 전진패스를 시도하지 않았고, 그저 공을 소유하는 것에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밀란은 공을 오래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공을 가졌을 때는 미드필더에서의 우위를 확실히 이용했다. 아스날에게는 수비 전략이 없어보였다. 아스날은 송을 전진시켜 보아텡을 내버려두는 대신 반 봄멜로부터 나오는 공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램지를 뒤로 물려 반 봄멜을 내버려두는 대신 송이 보아텡을 막아내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어느 쪽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반 봄멜, 보아텡 모두 제대로 제어되지 않아 아스날의 미드필더들은 너무 커버할 공간이 많아져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아스날의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스날은 수비시에 윙어들을 뒤로 물리고 램지가 반 페르시 아래에 위치하는 4-4-1-1 포메이션을 가져갔다. 그러나 밀란이 윙이 없던 만큼 아스날의 양 윙은 수비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송은 밀란이 공격할 때 보아텡을 마크했지만, 아스날이 공격할 때 너무 전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역효과를 낳았는데, 보아텡의 첫 골은 슈체즈니가 잘못 클리어한 볼이 보아텡에게 연결되었을 때 송이 너무 전진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보아텡의 마무리는 바르셀로나전처럼 완벽했다. 호비뉴가 왼쪽으로 빠지는 사이에 오른쪽을 공략해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스날의 넓이의 부재


밀란의 중앙이 견고할 것은 예상된 것이었다. 따라서 아스날은 측면에서의 스피드를 살려 공격을 감행해야했다. 그러나 아스날은 이 전략을 택하지 않았다. 로시츠키를 선발로 내세운 것은 아스날이 이러한 전략을 생각조차 안했다는 증거이며, 이 전략이 성공할 수도 없음을 뜻했다. 로시츠키가 많이 부진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중앙으로 파고들어 반 페르시에게 공을 전달하는 플레이는 아스날의 좌우 폭이 좁아지게 만들었고, 밀란은 비교적 수월하게 수비를 할 수 있었다. 반 페르시는 밀란의 세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마크 당했으며, 전반 내내 고립되어 있었다.

후반에 로시츠키가 순간적으로 멕세를 제쳐낸 적이 있었는데, 멕세는 영리하게 로시츠키의 유니폼을 잡아당겨 경고로 이 장면을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유일하게 아스날이 밀란의 뒷공간을 제대로 공략한 장면이었다. 또한 이 장면은 밀란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램지는 부진했다. 패스미스도 잦았고, 롱패스 역시 너무 길었다. 그러나 램지는 최소 측면의 공간을 노리긴 했다. 아스날은 그러지 않았지만 말이다. 때문에 월콧은 공도 거의 만져보지 못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밀란의 공격진은 이브라히모비치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아스날은 이브라히모비치를 제어할 수 없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아스날의 센터백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요리했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왼쪽으로 빠졌을 때, 베르마엘렌은 주력에서 밀렸고 코시엘니는 중앙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프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이브라히모비치는 밀란의 어떤 선수보다도 찬스를 만드는 패스에 능하다. 그는 깊게 내려와 수비들 사이로 공을 패스하는 것을 즐긴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 플레이하는 것은 좋은 효과를 거뒀다. 왜냐면 이브라히모비치를 막던 건 코시엘니가 아니라 베르마엘렌이었기 때문이다. 코시엘니는 베르마엘렌보다 거침없이 나아가 선수를 마크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하다. 코시엘니는 부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주로 중앙에서 물러나 수비했는데, 결국 이는 이브라히모비치에게 많은 공간을 내줬다. 아스날은 이 경기에서 세 개의 센터백 라인을 가동했는데 (코시엘니 - 베르마엘렌, 주루 - 베르마엘렌, 주루 - 송) 셋 모두 썩 좋지는 않았다.





교체


벵거는 경기 시작부터 경기장을 넓게 쓰는 전략은 사용하지 않았고, 전반 종료 직후 월콧을 빼버린 것은 이를 확실하게 증명하는 교체였다. 그는 앙리를 최전방에 세우고, 로시츠키를 왼쪽에, 램지를 오른쪽에 기용하여 좌우 폭을 좁게 가져가는 4-4-2를 사용했다. 이론상으로 이런 전형을 취했을 때 아스날은 밀란의 중앙 공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스코어가 2골이나 벌어진 상황에서 경기를 따라잡기에는 좋지 않은 선택이기도 했다. 

월콧이 오늘 부진하긴 했지만, 측면에서 플레이하는 건 램지보다 낫다. 더군다나 반대쪽에서 로시츠키가 중앙으로 계속 파고드는 상황에서, 램지 역시 중앙으로 파고들기까지 하자 아스날의 전방 6명은 죄다 중앙에 몰리는 형세가 되었다. 아스날은 밀란의 페이스로 흘러가는 경기에서 끝까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챔벌레인은 경기 막판에 등장하여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앙리는 괜찮았다. 반 페르시의 고립을 해소시켜줬고, 둘의 콤비네이션은 아비아티가 막아낸 좋은 슛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밀란의 다이아몬드는 보아텡 대신 암브로시니가 들어오면서 더 단단해졌다. 그는 반봄멜 옆에 위치했고, 엠마누엘손은 왼쪽에 노체리노는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밀란의 공격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역습에서의 좋은 움직임과 좋은 판단력은 2골을 더 만들어냈고, 이브라히모비치는 골을 넣을 자격이 있었다.





결론


두 팀은 완벽히 다른 특성을 가진 팀들이다. 한 팀의 강점은 다른 팀의 약점이고, 한 팀의 약점은 다른 팀의 강점이다. 밀란은 자신들의 강점을 잘 살려 중앙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스날은 중앙을 고집해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필자는 아스날의 전략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들이 공을 소유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밀란은 정말 잘했다. 밀란의 압도적이었던 퍼포먼스는 좋은 기술보다 효율적인 경기 운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밀란은 단 5개의 유효슛팅을 기록했고, 플레이에 겉멋이 들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공격할 때 무자비한 결정력을 보여줬다. ZM은 밀란의 세리에A에서의 강팀 전적을 생각해봤을 때, 밀란이 그동안 강팀들을 상대로 사용했던 전략들이 괜찮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아스날은 약했고, 밀란은 강했다.

아스날에게 이 결과는 충격적이다. 팀의 스타일을 생각해봤을 때 밀란은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아스날의 먹잇감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스날은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고, 아스날이 왜 중앙을 고집했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르센 벵거가 세기의 라이벌인 알렉스 퍼거슨 경에게 했던 말이 있다.

"퍼거슨의 약점은 그 스스로가 약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벵거의 약점은 그가 자신의 팀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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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동유희열
12/02/16 18:0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초록추억
12/02/16 18:11
수정 아이콘
왜 안올라오나 했네요. 잘 보았습니다
가을바람
12/02/16 18:28
수정 아이콘
잘보고 갑니다.
사티레브
12/02/16 18:30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
12/02/16 18:58
수정 아이콘
앙리 집어넣으면서 하이버리시절 442를 구동했나 보군요. 함 이따 봐야겠네요. 어떻게 구현했는지..
12/02/16 18:59
수정 아이콘
늘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이따 함 봐야 겠네요...
12/02/16 19:01
수정 아이콘
항상 감사합니다~!

아스날이 밀란을 이길라면 빠른 숏패스에 이은 활동량으로 쇼부를 봣어야되는데

패스는 부정확하지, 선수들은 어슬렁어슬렁....

하긴 그게 되면 바르샤죠..
Demon Hunter
12/02/16 19:55
수정 아이콘
흐흐흐 썩 밀란도 좋은 경기력은 아니였습니다만 이겼으니..

밀란은 즐라탄느님만 믿고 가는겁니다.

그나저나 파투는 참... 이제 샤라위나 빨아야겠습니다.
가을의추억
12/02/16 20:41
수정 아이콘
경기를 보지 못했고
그냥 사람들 반응들만 보고,
"또 똑같은 전술들고 나와서 무참히 깨졌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였군요,(더군다나 4-4-2 까지,,쓰고)
자신들의 스타일을 버린 것이 약점이 되었다니,
참 안풀립니다 아스날,,
이제 또 반페르시는 무조건 선발에 풀타임이겠군요,
힘들겠지만 FA컵이라도 들어야되고 리그에선 어찌되든간에 챔스권엔 들어야 할테니,,
All Zero
12/02/16 22:06
수정 아이콘
후반만 20분가량 봤지만... 로시츠키는 왼쪽 윙어 자리로는 이제 안 될 것 같아요.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로 패싱 센스 말고는 돌파력이고 드리블이고 거의 다 죽은 것 같아서.. 그러고 보면 챔벌린, 월콧 말고는 윙어라고 볼 수 있는 애들도 없는 듯...

주구장창 램지 아르테타 송 만 돌려와서 대체자원이라고는 볼 수 없는게 아스날의 약점 같습니다. 윙어 역시 대체자원이래야 폼 떨어진
아르샤빈, 베나윤 정도..

이게 잘 되려면 램지가 파브레가스만큼 해줘야 하는데, 현실과 이상은 너무 머네요.
12/02/16 22:36
수정 아이콘
아.. skyen에서 10시부터 해준다고 해서 틀었는데 서양친구들이 나와서 이상한 서바이벌 하고 있네요.
아키아빠윌셔
12/02/16 23:39
수정 아이콘
멘붕을 각오하고 좀 전에 기여코 봤습니다. 하도 악평을 다 듣고 나서 본 거라서 그런지 멘붕은 없네요.
뭐 이정도 경기력을 처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수비시에 4백 바로 위에 송-아르테타가 더블 볼란치마냥 버티고는 있는데 그 6명이 즐라탄, 호빙요, 보아텡만 막고 있었다는건 유머-_-;;
뒤에서 노체리노, 봄멜이 자유롭게 볼 돌리고 찔러주고 즐라탄이 공만 잡으면 수비 전체가 흔들리는건 참...;;
하프라인 넘어오면 압박을 풀어주는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공격할땐 박스 안에 4명이 있어도 공이 안들어가고 그렇게 노리던 역습 상황에선 공격 전환이 안되고...
월콧은 수비라인 근처에서 놀다가 앞의 공간으로 패스를 줘야만 살아나는데 그런 전개가 아예 안되니 얘도 할 게 없고, 후반 앙리 투입 이후 겨우겨우 만들어낸 상황에서 날린 반 페르시의 슛은 아비아티가 다 막아내고 티아구 실바-멕세는 뭐 말할 필요도 없네요. 주루 보고있나?

후반에 4-4-2 등으로 변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애초에 스쿼드 자체가 전술의 다양성을 가져갈 수 있는 깊이도 없고, 원래 벵감독 성향상 전술을 다이나믹하게 바꿔가는 스타일도 아닌지라... 에휴. 그래도 앙리-반 페르시가 예전 앙리-베르캄프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움직임이나 장면을 만들어낸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게 몇장면 안되고, 킹은 이제 뉴욕으로 가야한다는게 문제지만...
JunStyle
12/02/17 16:54
수정 아이콘
다시 보니 아스날 3행시라는 네이버 댓글이 생각나네요.


진짜 아스날의 팬은 아니지만, 콥등이의 하나로서 같은 EPL 을 좀 응원할겸해서 봤는데 아스날 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경기력이 진짜 막장이더군요.

물론 코시엘니가 부상으로 빠져서 어쩔 수 없이 주루가 들어오긴 했지만, 정말 주루는 헬 오브 헬입니다. 깁스도 시즌 초반에 헬이다가 좀 나아지나 했더니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헬인건 마찬가지고. 사냐도 마찬가지고. 사냐는 경기를 풀어가는건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수비 부분은 많이 아쉽더군요.


전체적으로 아스날이 잘한건 진짜 하나도 찾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나마 기회가 올때마다 유효슈팅 때려내는 반 페르시 한명만 볼만하더군요.


페르시는 재계약 아직 안한것 같던데, 올 여름 이적 거의 굳혔다고 봅니다.


진짜 경기 보고 뭔가 짠하네요. 아스날 홈에서 5:0 으로 이겨주는 기적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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