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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04 02:03:48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 (1) - 언문이 비하일까?
이글루스에서 딴 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냥 뿌나가 재밌어서 (...) 한 서너편 나올 거 같은데 pgr에도 더 쓸까요? 에 일단 왕자 어쩌구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용 ^_^)

언문 얘기는 제 주관이 강하게 들어가 있으니 정설이라 생각하지는 마세요 ' 'a

시리즈 전체 한 줄 요약
일타삼피 (...)

1. 백성이 니그로져 할 배 이셔도



"양반들은 훈민정음을 언문이라 비하하며 아예 무시했다."
"훈민정음은 백성들을 위해 만든 게 아니다."

요런 정반대의 말들이 있습니다. -_-a 뭐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으니 제가 이 행간을 제대로 못 읽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좀 찾아보죠.

"내가 만일 언문으로 삼강행실을 번역하여 민간에 반포하면 어리석은 남녀가 모두 쉽게 깨달아서 충신·효자·열녀가 반드시 무리로 나올 것이다" - [실록] 훈민정음 반포에 대한 논의 중에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이로써 송사(백성들의 고소 - -a)를 청단(판단)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 훈민정음 서문

요렇게 노골적으로 적혀 있는데 이게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죠. 초반에는 용비어천가, 이후 세조에서 성종으로 갈수록 내훈, 소학, 삼강행실도 같은 유교 서적을 언문으로 바꾸게 되죠. 한자 열심히 배우는 양반님네들에게 그런 거 신나게 줘 봐야 뭐 하겠어요. 그 밑에 것들 보게 하려는 거죠.

이 '백성'이라는 말이 어디까진지 참 애매하죠잉~ 일단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궁중의 여인들이겠죠. 한자를 아는 인수대비나 정순왕후도 교지를 내릴 땐 무조건 언문으로 썼습니다. 양반들이 언문을 아예 배우지 않았다면 이걸 어떻게 읽었을까요?
어느 정도 수준이 정해졌다고 볼 수 있죠.

훈민정음의 대상자는 양반 아래의 중인들까지 포함한 모든 백성들이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통역, 음악 등 잡학 (...)을 맡는 이들도 대상이었죠. 이 "언문"을 통해 한문으로 된 것도 쉽게 가르치고, 한문을 몰라도 자기 생각을 풀 수 있게 한 거죠. 실록에서 언문으로 검색해 보면 책을 번역한 후 "시골의 모든 백성들"도 볼 수 있게 전파하라고 했죠. 이게 제대로 되지 못 해서 아예 천한 백성들은 몰랐을 수 있지만, 이건 현실적인 한계로 봐야지 이럴 목적이 없다고 볼 순 없겠죠.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벽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재밌는 것은 이 벽서들 중에 언문으로 된 것이 참 많았다는 거죠. 백성들이 언문으로 재상들을 욕하니 큰일이라느니 하는 말들도 많구요. 실제 연산군 때는 벽서가 언문이라는 것으로 모두 없애고 배우지 못 하게 했죠. 헌데 계속 썼습니다. 그만큼 실용적이었다는 거죠.

좀 더 생각해 보면, 이 벽서들을 쓴 사람이 100% 한문 모르는 백성들일까요? 조선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반란들 중에 백성들이 중심이 된 건 기껏해야 홍경래의 난 정도인데요. 언문 그 자체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야죠. 한문이 아닌 언문으로 적혀 있다는 것, 즉 이게 만백성의 목소리라고 하기 위해서요.

이후 왕도 언문으로 여러 차례 교지를 내립니다. 양반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 직접 말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거죠.

이런 면에서 언문이 비하하는 말이다...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이 "언문"이라는 말 자체를 먼저 꺼낸 것이 세종입니다. "언문 28자를 만들었다"고 하면서요. 훈민정음이 정식 명칭이고 언문은 줄인 말일 뿐이라는 거죠. 이게 그냥 백성들만 쓰는 말이라고 그랬다면 양반들 사이에서는 쓰이면 안 되겠죠?

[원상 이언적이 언문《소학》을 인출하여 경연에서 진강하게 할 것을 청하다]

명종 즉위년의 일입니다. 준비 없이 왕위에 오른데다 아직 어리니까 빨리 빨리 공부시키자는 거였죠. 아랫것들이나 쓰는 언문으로 된 책으로 "왕"을 가르치라는 말이었습니다. '~' 우와~ 한문 떼기 힘든 꼬꼬마냐고 하기엔 이 때 명종은 12살이었습니다.

위에서 썼듯 궁 내의 여인들이 쓰는 문자는 아무리 지위와 학식이 높아도 언문이었습니다. 이는 언문이라는 것이 훈민정음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목적을 뜻 하는 것이라 생각해야겠죠. 뜻 풀이 그대로 "말을 그대로 쓴 문자"로요. 왕도 이런데 양반들이라고 언문을 아예 쓰지 않았을까요? 당장 한문에 토를 다는 데도 쓸 것이고, 어릴 때 한문을 배울 때도 쓸 수 있죠. 퇴계 이황만 해도 여러 책들을 여러 차례 언문으로 해석하기도 했구요.

이런 면에서 훈민정음, 언문은 한문을 보조하는 문자이자 한문을 쓸 줄 모르는, 그리고 한문을 쓸 필요 없는 계층을 위한 문자라고 봐야 될 것입니다. 백성들만을 위한 제 2 문자가 아니라 한문과는 쓰임과 목적이 다른, 모든 조선인들이 알아야 되는 공용 문자의 위치인 거죠.

뭐 그렇다 해도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좋진 않죠. 양반들이 언문을 아랫놈들이나 배워야 되는 걸로 비하한 것도 틀리진 않을 겁니다. 그들은 곧바로 한문으로 넘어가니까요. 하지만 이건 자기네가 한문도 쓰니까 그렇게 여기게 됐던 거지 언문이라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비하하는 뜻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세종도 딱히 한문을 대체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_-a 그리고 이 "언문"이라는 말은 훈민정음이라는 말보다 그의 창제 목적을 더 확실하게 말 해주는 말이라고 봅니다. 말 그대로 "말"과 "소리"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문자로서 말이죠.

... 말이 몇 개나 쓰인 거지.

길어지는군요. 훈민정음 창제 목적 첫 번째 이유를 정리합니다.

- 백성은 물론 조선의 모든 이들끼리 통할 수 있는 공용 문자

-------------------------------------------

뿌리깊은 나무 이야기 잠깐.
- 1. 정기준이 가리온이라는 건 꽤나 퍼진 거였는데 맞아 떨어졌네요. 작가들 반전 짜기 정말 힘들겠어요. 하긴 윤제문씨가 단역으로 나오진 않았을 테니.
- 2. 이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세종도 그가 정기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기가 하는 정치를 정기준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
- 3. 하지만 이렇게 보면 정기준은 대체 뭔 삽질하고 있는 건지 -_-; 집현전 없애려는 이유야 다음 편에 나오겠지만 정도전의 민본주의랑은 이미 다리를 한참 건넜는데요. 나중에 진짜 "오해였다" 드립 나오는 거 아님? 이대로 가면 작가는 그냥 정도전 까 (...)
- 4. 어쨌든 고증은 둘째 치고 재미는 있는 듯.
- 5. 조말생이 그냥 수구 세력이 아니라 나름 충성과 가치관이 있는 걸로 나오니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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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초보
11/11/04 02:23
수정 아이콘
저도 뿌나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세종대왕님의 한글반포는 백성과의 소통을 원했기 때문이겠죠.
뿌나에서 고증보다 중요한것은 대왕님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느냐 인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드라마보다 더 넓고 높다고 생각합니다.
세종이 가리온이 정기준인것을 이미 알고 있다...그것도 정말 쇼킹하네요 자기학자를 죽이는데 다 참고 설득하려고 한다니
김연아
11/11/04 02:42
수정 아이콘
세종이 오늘 마지막에 바보같이 웃음을 지으며 가리온을 만나러 가는 걸 보면... 모른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예전부터 정기준을 필요로 했다고 한들, 집현전 학사 3명이 죽었는데,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죠.

가리온/정기준 관련 떡밥은 작가들이 너무 던졌어요. 너무 던지니까, 저런 척 하고 딴 사람이 정기준인게 반전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죠.

왕자 어쩌구도 서둘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jjohny=Kuma
11/11/04 02:42
수정 아이콘
저 방금 뿌나 10회 보고 바로 이 글 본 건데,
가리온이 본원이라는 사실은 정말 진심 충공깽이었네요.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쩌네요 쩔어. 덜덜...
(저는 무능력자라 직접 예상은 못해내고, 스포일러나 예상글도 안 찾아봅니다. 그냥 방송으로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크크)

p.s 세종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거면 삐질 거야.
대청마루
11/11/04 03:30
수정 아이콘
전 고기덕후 세종이기 때문에 도성 내 유일한 백정인 가리온의 정체를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것이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으잌 크크
물론 농담이니 진지하게 믿으면 곤란합니다(...)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은 아직 잘 모르겠고 세종이 천재라는 결론은 알거 같아요.
비소:D
11/11/04 03:36
수정 아이콘
이제껏 가리온이!!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하는게 대세였는데 어제 방영분을 보고 많이들 속았어요... 저도...저도 ㅠㅠ...
아 정말 너무 재밌네요 ㅠㅠㅠㅠ
11/11/04 08:08
수정 아이콘
오늘도 역시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물론 한 사건으로 전체화시키면 안 되겠지만 정조가 갑자기 한자가 생각이 안 나자
언문으로 뒤쥭박쥭이라고 적은 것만봐도-_-;;
언문이 정말 천한 언어였다면 그런식으로 쓰는 건 왕에게 아주 자존심 걸린 일이겠지요..
11/11/04 08:42
수정 아이콘
스포라고 해줘요...
이거 대충 읽었다가 스포 당했네..ㅠㅠ
아키아빠윌셔
11/11/04 09:01
수정 아이콘
뿌리깊은 나무의 진정한 주인공은 말생이형입니다.
말생이형 같은 든든한 뿌리가 있기에 세종이 고기를 우걱우걱할 수 있는거라구요ㅠㅠ
CSI,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과학, 심리 수사에서부터 잭 바우어스러운 싸움능력까지 갖춘 능력자!
멀면 벙커링
11/11/04 09:48
수정 아이콘
가리온이 정기준일거란 건 어제 방송 전부터 워낙 이런저런 정황이 많이 나온 상황이라 저는 오히려 그게 우리 뒷통수를 치기 위해 풀어놓은 떡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기준이 다른 곳에서 갑툭튀 할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라 사람들 예상대로 가리온이 정기준이더군요.

그리고 밀본의 본원을 한방에 골로 보내려 했던 남사철은 당시 조선의 최고의 충신이겠죠?? (잉??)
빛의흔적
11/11/04 10:04
수정 아이콘
저도 '뿌리깊은나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드라마 보면서 궁금한 점 두 개.

1. 아직 드라마가 진행 중이라서 그 진의를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정기준과 밀본 무리의 모습을 보면, 한 예로 정기준을 대하는 밀본 무리의 태도(존안이라는 어휘라든지, 정기준을 따르는 모습 등),
이건 말만 재상 중심 어쩌구지 왕은 허수아비로 세우고, 본원이 왕 행세하며 밀본 무리와 그를 따르는 일부 사대부만 권력을 취하려는 의지밖에 안 보입니다. 눈시BB님 말씀대로 정도전의 민본주의라는 것을 전혀 못 느끼겠어요. 앞으로 정기준 일당이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는지 나오려나요...

2. 세자, 수양대군, 안평대군, 신숙주 등은 어디 있는지... ^^;;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 김종서가 나오는데, 저들이 안 보이다니요. 뭐 드라마이다 보니 등장인물을 취사선택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었겠지 생각합니다만.. 조금 아쉽네요. 드라마 '공주의남자' 잔상 때문인가 봅니다. 하긴 그 드라마에서는 정인지는 아예 안 나왔고(거의 신숙주급 인물이라 생각하는데요. 그 능력이라든지, 세종의 신임이라든지), 이개는 주연들의 스승이기라도 했지, 성삼문, 박팽년은 사육신 에피소드로 큰 비중없었고..
11/11/04 10:15
수정 아이콘
사극은 기본적으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거지만 그래도 픽션이기에 저는 내용보다는 흡입력으로 보는데
이번 뿌나~는 그 몰입도가 장난 아니더군요. 한석규느님의 연기는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장혁도 약간 오바하는 건 쫌 아쉽지만 흐흐 연기력 좋고 신세경은 말 안하니 왠지 연기력 더 좋아보이는 느낌? 흐흐

갠적으론 조말생 대감의 역할이 맘에 들더군요. 수구꼴통이 아니라 고집은 있지만 충성하는 모습이 괜찮았습니다.
양정인
11/11/04 11:38
수정 아이콘
그냥... 뿌나는 정사를 생각하고 보면... 말이 안되는 것들 투성이라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석규의 연기와 신세경 그리고 조연들(조말생역, 가리온(정기준) 등등)을 보는 재미로 보고있습니다.

어제... 가리온의 다리를 저는 장면은 불필요해보였던 씬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유주얼서스팩트를 연상하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가리온의 정체를 몇 분후에 공개할거라면 그런 복선을 깔 이유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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