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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03 22:01:14
Name jjohny
Subject [일반] 집착이 '가끔은' 가져다주는 플러스 효과(부제 : 여러분 죄송합니다.ㅠㅠ)
저는 가끔 사소한 데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종종 '편집증'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성격이죠.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편집증은 전혀 다른 증세를 지칭하는 용어더라구요. 오히려 의심병에 가까운...)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예로 들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이나 음반을 사다 보면, 어느 정도 모은 데서 그치지 않고 '다 모은다'에 집착하게 되기도 하구요
웹에서 어떤 글이나 주제가 눈길을 끌면 그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파고 들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PGR이랑 엔하위키...-_- PGR에서는 관심글의 리플들을, 엔하위키에서는 관련 항목을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니까 시간을 엄청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나 작업할 때는 엔하위키랑 PGR은 차단합니다. 끄끄)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꽤나 피곤합니다. 들어가는 워낙 에너지도 많거니와,
(비슷한 분들은 아시겠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나머지, 주객이 전도되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사 모으는 데 집착하는 나머지, 정작 이미 사 놓은 음원을 감상하는 것은 뒷전이 되는... 그런 식이죠.
(음원을 사는 본래의 목적은 '감상하는 것'인데 말입니다.ㅠㅠ)
다행히, 항상 그런 건 아니고 가끔 발동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발동이 걸리면 참 피곤한데, 그걸 알면서도 그 집착을 버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ㅠㅠ

그런데 이런 집착이 '가끔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밑에 실험 관련 글이 올라온 걸 읽다가, 문득 학부 때 실험과목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써봅니다.
(공대생 아니어도 아무 상관 없이 읽으실 수 있으니까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크크)

때는 2008년, 물리학실험 3 과목을 들을 때의 어느 날입니다.
저는 그 날도 발동이 걸려서 사소한 데 집착하면서 실험 메이트를 귀찮게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정도면 대충 결과도 비슷하게 잘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도 굳이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어내려고 좀 더 노력을 들였는데,
공대생들은 아시겠지만, 학부 실험에서는 꼭 실험 결과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뽑아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험결과에서 오차가 좀 나더라도, '왜 그 오차가 발생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실험 메이트가 '야 귀찮은데 대충 측정하고 끝내자'라고 하는 걸 구태여 설득해서 열심히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노력한 결과,
그 날의 모든 실험 데이터가 이론값과 비교했을 때 오차율 1% 안쪽으로 나오는 결과를 얻어 냈습니다.
(평균 0.5% 아래였던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학부실험에서는 오차가 아예 없는 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크크)
그래서 실험보고서를 굉장히 만족하면서 썼습니다. 실험메이트도 결과가 잘 나오니까 좋아하더라구요.
(기분도 좋거나와, 무엇보다도 오차가 거의 없으니까 '오차가 왜 났는가'를 분석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거든요.)

그 학기 마지막에, 지금까지 했던 실험 중 하나를 골라서 교수님 앞에서 실험과 그 결과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전에 발표하는 팀이 하필 그 실험을 골라서 발표를 하더라구요. 그 팀이 발표 마지막에 
'이 실험은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고 오차가 너무 많이 나와서 다음 학기에는 실험 도구를 좀 바꾸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오차율 퍼센테이지가 두 자리수를 왔다갔다 했거든요.)
교수님도 '음 그렇구만... 고려해보지'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제 실험메이트가 발표했는데 
'저희가 실험해보니 평균 오차율은 0.5% 정도로, 상당히 정확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실험이었습니다. 
꼭 실험 도구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듣는 교수님의 표정이 '흡족'과 '어라?'를 반쯤 섞은 표정이었습니다. 크크 
나중에 실험메이트가 '너의 그 편집증 덕분에 실험 결과도 정확하게 나오고 발표도 짜릿하게 했다'라고 고마워했습니다.
평소엔 저를 참 피곤하게 만드는 집착이, 드물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 몇 안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쓴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지난 주에 상대성이론 설명글 1부를 올리고 2부를 올린다... 올린다... 말씀 드렸는데, 아직 올리지 못한 게 계속 죄송하고 마음에 걸리더라구요.ㅠㅠ
변명을 해보자면... '좀 더 완성도 높은 글을 쓰기 위한 집착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겁니다.'ㅠㅠ

설명글을 쓰다 보니 필연적으로 그림이 필요해졌는데, 이게 다른 그림들을 쓰자니 괜히 저작권이 마음에 걸려서 직접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허벌나게 걸리더라구요.ㅠㅠ 
그래서 결국 그림을 전부 손으로 그리게 되었는데, 방에 있는 복합기가 6년 된 거라 스캔 결과가 만족스럽게 안 나오더라구요.ㅠㅠ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 글에 태그를 일일이 넣다 보니 귀찮아져서 '뭔가 좋은 방법 없나...' 하다가 큰 뻘짓을 하게 되었는데...
1. 무료 웹호스팅 공간을 신청해서, 
2. 거기에 제로보드XE를 설치하고, 
3. html 위지윅 에디터를 쓸 수 있는 게시판을 생성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처음 해보다 보니, 특히 3번이 오래 걸리더라구요. 

문제는, 손으로 그림도 그리고, 제로보드XE에 게시판도 생성하는 동안, '글'은 거의 진척이 없었습니다.ㅠㅠ
특히 수험생이라 가끔 쉬는 시간에만 틈틈이 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 부차적인 작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대부분이 되더라구요.ㅠㅠ
(1주일간의 뻘짓의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글'이 추가된 건 별로 없습니다.ㅠㅠ 
웬만하면 내용은 지금 보지 마시고 나중에 완성된 글로 봐주세요.ㅠㅠ
집착 때문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문제가 생긴 아주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ㅠㅠ
약속한 것보다 글이 너무 늦어져서, (혹시나 계실) 글을 기다리셨던 분들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ㅠㅠ

아무튼 이제 제로보드 설정 만지느라 뚫훓댈 일도 없고, 손으로 그린 그림을 컴퓨터로 옮기는 것도 매우 수월해져서
그런 부차적인 것에 들어가는 시간은 이제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ㅠㅠ 틈틈이 글 써서 '곧' 다음 글 올려 보겠습니다.^^ 
(언제 올리겠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죄송해서라도 못하겠습니다.ㅠㅠ 수험생주제에 글 연재를 시작한 것부터가 에러...ㅠㅠ)

p.s Orbef님께서 황송하게도 제 글을 Ace게시판에 올려 주셨더라구요. 덜덜...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ㅠㅠ
다음 글들은 더욱 정성스럽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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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1/10/03 22:04
수정 아이콘
덜덜덜;;;;
Je ne sais quoi
11/10/03 22:08
수정 아이콘
저보다 조금 더 심하긴 한데, 비슷한 면이 있으시군요. 공대생이면 그게 일하는데 좋으니 괜찮습니다! ^^
거북거북
11/10/03 22:08
수정 아이콘
허허허 힘내세요~
안티안티
11/10/03 22:12
수정 아이콘
저런 타입의 성격인 사람들이 높은 사회 계층에 많이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자신이 무척 괴롭죠. 어느 것이든 과하지 않게 적당히~ 적당히~ ^^
스테비아
11/10/03 22:13
수정 아이콘
빈대 잡으려고 새 집 먼저 짓는 분이...덜덜덜;;;;(2)
한편으론 부럽네요.. 힘내세요~!!^^
11/10/03 22:14
수정 아이콘
뼛 속까지 공대생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피곤한) 성향을 어느정도 가진 것 같네요.

그래도 그런 성격이 글의 퀄리티를 높이고 있으니 기대해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성격 때문에, 피지알에 올리려던 글을 수십번 퇴고하다가 결국 끝까지 완성도가 성에 안차서 삭제해버린 적이 두세번쯤 있는지라

어쨌거나 최종본이 고퀄로 나와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금시조131267M
11/10/03 22:14
수정 아이콘
무료 웹호스팅 너무 믿지 마세요~ 어느 날 보면 서버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ㅠㅠ
11/10/03 22:14
수정 아이콘
덜덜덜;;;; (2)
스타카토
11/10/03 22:24
수정 아이콘
가끔은...새노래에 집착좀 해주시면.......

도대체 새노래는 언제쯤 나오냐구요~~~!!!!!!!!
새노래도....좀...굽신굽신....
금시조131267M
11/10/03 22:36
수정 아이콘
하나 더 추가하자면 http://dothome.co.kr 에서 제공하는 무료 호스팅 트래픽이 100메가 밖에 안되네요. 그림 몇장 올리고 사람들 몇 백명만 조회해도 트래픽 초과로 그 날은 빠이빠이랍니다.
눈시BB
11/10/03 23:12
수정 아이콘
흥 상대성 이론 짜응보단 역사 짜응이 더 재밌다능!

저 같은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공부를 좋아하면서도 귀찮고 -_-; 이상하게 pgr에 글 올릴 때는 정말 이것저것 다 찾아보면서 약점 하나도 없어야 된다! 이렇게 올리게 되고... 뭐 @_@;; 계속 올려보면 알겠죠
11/10/03 23:27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는... 공대생도 아닌데 왜 이런 성격인 걸까요..... ㅠㅠ
(중고등학생 시절에 색깔별로 다 모은 펜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 안자랑... 정작 마구 필기할 땐 쓸 수 없는 색깔들이라서....)

아무튼 좋은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부디 문과생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지금 올려놓으신 것들을 보니 벌써 현기증 나네요...크크;;)
王天君
11/10/04 00:04
수정 아이콘
제 성격이랑 비슷하시네요. 누가 듣고 트집잡을 것도 아닌데 벨소리 하나 만든다고 1시간인가를 프로그램찾아 헤매고 음원을 어디서 어디까지 잘라야 노래 느낌을 잘 살릴 것인지 1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엔하니트짓거리 하는 것까지도 비슷하네요. 계속 파고 들고 파고들고....

스스로는 좋은 점이라고 여겨서, 별로 불편해하지는 않네요. 남들이 불편해하지...하 아무튼 글 열심히 쓰세요~
I.O.S_Daydream
11/10/04 00:36
수정 아이콘
저도 좀 성질이 철저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공감이 많이 갑니다.
실험결과 제대로 안 나올 때의 그 뻗침이란 정말 형용할 수 없죠(...) 게다가 전 화학과라 실험 한 번 잘못하면 꼼짝없이 1~2시간 날리죠.

헌데 저 같은 경우는 게으른 천재의 속성을(제가 천재라는 건 아닙니다) 가지고 있는 터라,
뭔가 마음 속에서 부담감이 생기면 즉시 1.5초 내로 정리해버리는 편입니다.
재미를 한 번 느끼기 시작하면 몇 달이고 매달리지만 반대로 그게 재미없어지면 순식간에 등을 돌리는 타입이죠.
쉽게 말해서 일을 잘 마무리짓지 못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상당히 뼈아픈 속성이죠. 스펀지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한 방에 모든 게 끝나는 일을 선호합니다.
데이터 정리할 때도 추가적으로 뒷이야기 나올 게 없이 단 한 번에 모든 걸 끝내려고 하죠. 야구 기록 관련이라거나...
네오크로우
11/10/04 01:03
수정 아이콘
전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전 jjohny 님 같으신 분... 사... 사랑합니다. >.<;;;
제 성격이나 성향이 그냥 저냥 무난하게.. 욕 먹지 않을 만큼, 뭐 이런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성향의 분들 참 좋고
부럽고 그렇습니다. 물론 엄한데 집착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그런거지 집착하는 사람을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흐흐흐

제가 반대 성격이라 잘 모르시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집착하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것이 명백하면서도
'에이 이정도면 됐지 뭐' 하고 실제로 그렇게 됐는데도 무언가 화장실 가서 제대로 안 닦은 기분이 은근히 오래가는 그런 기분..
'그래도 다시 한번 해볼걸 그랬나?' 생각은 하고 아쉬워 하면서도 이내 돌아서면 '욕 먹은 것도 아니고 어쨌든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됐지'
이러면서 자기 합리화 해버리거든요.

진짜 부럽고 멋집니다. 흐흐흐
11/10/04 02:40
수정 아이콘
덜덜덜;;;; (3)

진심으로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FreeAsWind
11/10/04 06:09
수정 아이콘
저도 좀 비슷한 성격이긴 한데.. 의욕과 추진력에 있어선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11/10/04 11:45
수정 아이콘
덜덜덜....진심으로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크크크 저도 님처럼 그 잉여스러운 집착이 좀더 발전적인 방향이여야 하는데...부럽습니다 크크
상대성원리글은 더욱 기대가 되네요;;;
11/10/04 15:51
수정 아이콘
어머 이 남자 연재가 늦는데도 매력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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