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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14 02:23:19
Name 王天君
File #1 Berserk_324_14.jpg (396.5 KB), Download : 56
Subject [일반] BERSERK 몇가지 이야기.



요즘 할 일이 없어서 베르세르크를 다시 복습하고 있습니다. 정말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일러스트 수준의 그림은 둘째치고, 이야기의 전개나 캐릭터들의 성장 등 이미 이 작품은 하나의 ‘서사시’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루피가 원피스 찾는 과정은 100권 너끈히 채운다는 말이 있지만 가츠가 그리피스와 결착을 짓는 것이야말로 100권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1권부터 35권 그리고 네타까지 쭈욱 보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휘말리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 흐름에서 허우적대다보니 만년떡밥 - 해골기사는 누구이며 가츠는 가지고 있는 베헤리트를 어떻게 쓸 것이며 등등 - 말고도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떠오릅니다.

1. 현재 가츠의 파티는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

원래 가츠는 복수를 위해 혼자서 뛰쳐나갔다가 단죄의 탑에서 캐스커를 구한 후 자신의 증오감과 무력감에 지쳐 이시도르, 파르네제, 세르피코, 시르케를 동료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상 외로 이들은 가츠의 자아를 지켜주고 새로운 유대감을 부여하면서 가츠를 증오에 미친 복수마에서 사람답게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계속 지금처럼 파티를 구성하고 있을련지 아니면 가츠와 헤어지게 될지 더욱더 중요해졌습니다.

가츠는 그리피스의 야망을 위해 희생된 매의 단의 복수를 숙명으로 지고 있습니다. 사실 캐스커만 아니라면 가츠는 지금도 미친 사람처럼 사도사냥을 다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캐스커 호위배달 에피소드가 얼마나 더 연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츠가 캐스커를 엘프헬름에 두고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이후 가츠의 파티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해집니다. 극히 개인적인 복수에 가츠가 나머지 멤버들을 데리고 갈 것 같지도 않고, 또 이 멤버들이 동참할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그동안의 정 때문에 따라간다고 억지를 쓸 수는 있겠지만 훨씬 더 험난할 것이 뻔한 자신의 복수극에 가츠가 고마운 동료들을 끌고 갈 것 같지가 않아요. 그것이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건 프라이버시 측면에서건요. 캐스커를 떼어놓고 여행을 할 수 있을련지는 모르겟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파티를 구성해서 다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위자의 포지션에서 사도나 마물들과 계속 부딪힌다면 굳이 헤어질 필요가 없지만요. 결국 최후의 포인트는 가츠가 복수마와 호위자 갈래길에서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겠네요.

2. 가츠의 육체는 과연 버텨낼까.

일식 이후 혼자 사도 사냥하고 다닐 때부터 이리저리 채이면서 어지간한 골절상이나 자상 화상 등은 상처 축에도 못끼고, 또 옆에 살아있는 후시딘 파크가 계속 보조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츠의 고생담은 날이 가면 갈수록 줄어들 기미를 안보입니다. 일단 고드핸드 슬렁에게 날개로 가슴과 등팍을 긁힌 이후로는 육체가 아니라 아예 유체 자체에 상처가 생겼고, 갑주를 얻은 이후로는 싸우는 상대들도 상대거니와 육체적 부담의 급이 다르기 때문에 근육 끊어지는 듯한 묘사가 자주 나옵니다. 괴물들 이빨에 씹히는 건 대수고 번개에 구워지기도 하고 정말 다양하게 처맞고 있죠. 해골기사는 가츠에게 색감과 미각의 상실을 경고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하나 남은 눈마저도 시각이 불안정한 전조를 보입니다. 주의깊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츠의 근육도 초반에는 좀 벌크업이 된 모양새였는데 요새는 이소룡 저리가라 할 정도로 몸이 삐쩍 말라가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싸우지 않을 때에는 툭하면 누워서 겔겔대고 동료들은 맨날 쉬라고 그러죠. 살아있는게 용합니다.

너무 불안합니다. 언젠가는 가츠가 남은 눈의 시력마저도 잃으면서 무언가를 보고 식별하는 일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암만해도 선두 같은 무적의 아이템을 줄 것 같지는 않고, 가츠가 더 육체적 상실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진짜 살아서 인간 육신을 걸치고 그리피스를 마주할 수는 있을려나요? 무슨 생각으로 주인공을 이렇게 굴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제는 가츠가 뛰고 벨 때마다 안쓰럽다는 생각만 듭니다. 상대하는 괴물들이 사이즈도 사이즈인데다가 떼로 몰려오는 바람에 혹사를 안할 수가 없어요 ㅠㅠ 최근들어서는 눈과 귀에서 미친듯이 피가 나오는 음파 어택마저 받고 있습니다.......

꽃보라의 왕 이라고 하는 파크네 요정왕이 뭔가 치료를 해줄려나요? 아니면 가츠한테 무슨 새로운 육신이라도 주어질련지? 어떤 여자분은 베르세르크 보다가 가츠가 불쌍해서 울었다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팔다리 찢기고 부러지는 거 액션만화에서는 예사로운 연출이지만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는 주인공도 흔치 않을 것 같아요.

3. 베르세르크의 판타지 세계관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전에 판타지 관련된 수업을 들었을 때 중세시대의 판타지란 신, 종교의 세계관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미지의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이 이세계를 구성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베르세르크의 판타지는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와는 좀 궤를 달리한다고 봐야하겠지요. 이미 인간들이 두려워하고 상상만 해오던 존재들이 그 세계에서 실재함으로써, 미지의 세계와 현실세계가 합쳐진, 판타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가 되어버렸으니까요.(이는 초창기 판타지 세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과 악마 요정 괴물이 자연스럽게 인간 삶과 녹아있는 모습과 더 비슷하게 보입니다.) 상상 속의 존재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팔코니아에서 인간들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어떻게 어우러질까요? 어둠의 양를 이끌고 암흑시대를 도래한다는 말처럼 인간에게 비극적인 시대가 올련지, 아니면 이는 단순하게 유일신 종교의 경전에서만 바라본 다신교 세계의 출현을 제멋대로 해석한 건지 해석의 가짓수는 다양합니다. 신이자 왕으로서 그리피스가 지배하는 세계, 유계와 현실계가 겹쳐져버린 세계, 그리고 이 안에서 그와 마주치며 살았던 가츠 같은 인물들과 이를 처음으로 접하는 보통 사람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참 궁금하군요.

이렇게 포스트 모더니즘한 판타지물을 살아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것도 만화로 말입니다. 가츠와 그리피스, 그들의 가슴 벅차는 판타지가 계속 됐으면 좋겠군요. 하다못해 7살짜리 제 사촌동생과 언젠가 이 작품을 열띠게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스포 하나 하자면 최근 나온 잎사귀 같은 녀석들은 수염의 수염의 수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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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scent
11/08/14 02:32
수정 아이콘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지만 군대를 그릴 때 병사마다 얼굴표정이 전부 다 다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세심하게 그리는 게 대단합니다.
작가님이 거의 쉬지도 않고 그림만 그리고 있다고 하던데 그림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책 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계속 위의 퀄리티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렸다가는 손이 너덜너덜해질듯 싶어요
11/08/14 02:50
수정 아이콘
해골기사 떡밥이 정말 아스트랄한점이 천년전 왕국이었다는게;;
천년이 말이 천년이지 괴랄한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오름 엠바르
11/08/14 03:26
수정 아이콘
파티는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 베르세르크는 서로 상반되지만 사실상 거의 똑같은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뭐 지금까지 대부분은 빗나간 예상들이지만 - 진짜 맞춰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ㅡㅡ;-
그리피스가 여러가지 복합된 욕망과 좌절과 고통과 블라블라한 것들 때문에 매의 단을 제물로 바쳤듯이
가츠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시르케 만날 무렵이 저에게는 최악의 단행본이었는데 기존의 판타지라는 장르적 문법을
역행하는 듯한 스토리 텔링을 보여주던 작가가 왜 급 클래시컬한 스타일을 채용하는지 의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권들을 보니까 아무래도 그리피스에게 매의 단이 있었듯이 가츠에게도 훗날 선택을 해야할 순간을 위해 지금의 파티원들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어지더라구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매의 단만큼 가츠에게 여러가지 면으로 밀착된 관계를 형성해야 하니까요.
뭐 미들랜드 사람들이 받은 계시에 흰 매에 관한 이야기가 그런걸 의미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 갑주를 사용하면 할 수록 가츠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는 묘사도 종종 나오구요. 구원자가 될 흰 매가 가츠냐. 그리피스냐. 뭐 이런거?
아무튼 자꾸 작가분이 아프다는 루머가 돌고 해서 불안불안합니다. 완결만은 제발 내주세요ㅠㅠㅠㅠㅠ
11/08/14 03:33
수정 아이콘
가츠는 정말 다양하게 많이도 처 맞죠..

농담처럼 얘기하다가 이제는 정말 진심인데 꼭 살아서 완결을 보고 싶습니다.
jagddoga
11/08/14 03:51
수정 아이콘
문제는 작가가 테라를 시작하게 되는데...
드라군
11/08/14 03:58
수정 아이콘
처음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불쌍하고 처참할 정도로 주인공이 찢겨(다쳤다는 표현으론 택도 없이 모자라서...)나가서 만화에 몰입이 안될지경이에요..
정말 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
mapthesoul
11/08/14 04:55
수정 아이콘
1년당 한 권의 단행본이 나온다는 악마의 책 '베르세르크' 군요.
만화 속의 가츠와 비슷한 나이 때 사 모으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젠 나이차가.. 흑
지금처럼 계속 진행된다면 최소 50권은 가야 엘프헬름 찍을 것 같고
결말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120권은 가야 될 듯 싶습니다만
언제나 독자들의 모든 예상을 뒤집어왔던 작가의 스토리 구성을 생각해보니
이런 예상도 뭔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크크

해골기사 떡밥은 뭐 이미 많은 곳에서 증거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미스테리하고
가츠의 앞날 또한 여러가지의 선택이 있겠습니다만, 현재의 목표인 "엘프헬름 도착 후 캐스커가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계속 스토리를 늘려 나가야 되느냐 하는 의문도 드네요.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보고 있는 부분은
1. 소냐와 시르케가 각각 그리피스와 가츠에게 갖는 의미
2. 세르피코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이며, 혹시나 그가 또다른 고드핸드나 베헤리트의 주인이 아닌가 하는 점
3. 베르세르크의 최강 전사는 누구인가 - 해골기사 vs 조드 (가츠는 인간, 그리피스와 고드핸드들은 신급이니 제외)

뭐 이정도입니다만 작가의 섬세한 그림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년 한권씩이나마 단행본이 나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pgr에도 베르세르크 팬들 많으시죠?? 후훗..
11/08/14 09:49
수정 아이콘
재밌음...제발 죽기전에 완결이나길ㅠ 작가님 아프면 안되요 [m]
루크레티아
11/08/14 09:50
수정 아이콘
시르케의 허벅지가 두꺼워 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11/08/14 10:22
수정 아이콘
약간 테클을 걸자면.. 가츠가 복수를 위해 혼자 뛰쳐나간건 아니지 않나요?
매의 단에서 나간건 그리피스가 감옥에 갇히기 이전 입니다. 매의 단도 건재했을 시기이고요.
PlaceboEffect
11/08/14 13:09
수정 아이콘
미우라 켄타로 사마!! 테라 좀 그만해라!!ㅠㅠ
으헝헝...

잡소리는 이쯤하고,
베르세르크 이만화 정말 걸작이죠. 동네만화방 정리할때 베르세르크 29권까지 순식간에 구입해버리고
그로부터 몇년이 흘렀으나..... 단행본은 고작 6권 더 나왔군요... 후덜덜
처음에는 참 작가가 게을러서 안나오는구나. 다른 만화는 보통 3개월 주기로 한권씩 나오는데...
허나 작가의 근성을 알게되고는... 그저 찬양!

저도 글쓴분처럼 가츠의 육체가 제일 걱정입니다. 대놓고 나오는 떡밥들이지만, 해골기사가 그렇게 된 원인이 광전사의 갑주때문이다.
라는 말들이 많은데, 역시나 가츠도 그런 테크트리를 타게 될까봐 걱정이 많네요. 그리고 이놈의 사도들의 파워인플레는 끝이 없네요.
베르세르크 초반만해도 요즘에 가츠가 싸우고 있는 조무래기들(거의 한컷에 순삭당할 정도의)이 메인으로 나와서 가츠랑 치열하게
싸우는 구도였는데, 가츠가 조금 강해지고 파티를 구성하면서 이 사도들의 파워인플레가 순식간에.....

진짜 엘프헬름만 믿고 있습니다. 눈보라의 왕이 가츠의 유체가 받은 상처를 어느정도 치료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그리고 캐스커는 나을까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원할까 원하지 않을까?... 참 여러모로 궁금한 작품입니다.

도대체 가츠는 언제쯤 그리피스에게 복수할 날이 다가올까요...(그리피스가 너무 멀리 가버렸....)
논트루마
11/08/14 13:10
수정 아이콘
의외로 엘프헬름 이후로는 급격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현재 마법사 에피소드 자체가 그것을 위한 복선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베르세르크 세계관은 플라톤의 이데아론(가볍게 말하자면 동굴 속의 그림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고드핸드들이 신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것 역시 그 본질이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계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거든요. 중간중간 작가는 에피소드 소제목으로 이데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현실과 이데아의 공간붕괴에 대한 에피소드, 그리고 가츠의 "검"이 점점 이데아의 존재를 베는 데 익숙해진다는 드립 등 마법사 등장 이후로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이계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피스 및 고드핸드들은 애초에 존재 자체가 이계의 닿지 않는 깊은 곳에 있고 현실의 모습은 그저 그림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리 주먹을 휘둘러도 그들은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좀 더 가깝고 덜 생소하다고 인간들로부터 인식되는 "이계의 존재"들은 어렵지만 공격을 받고 또 때론 죽기도 하는 거구요. 적어도 엘프헬름의 왕은 가츠에게 그리피스 및 이계의 존재에게 공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마리라도 제공하겠지요. 엘프 자체가 이계와 현실의 경계 즈음에 있는 생물이기도 하니... 가츠는 그리피스와의 싸움까지는 버텨내겠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죽는다고 봐야겠죠;; 만화의 개연성을 위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지는 상상조차 안 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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