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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13 07:15:49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실록으로 찾아 본 안용복, 독도


좀 제대로 해 볼래다가 귀찮아서 실록에서만 검색 + 약간의 추가 정보만 하겠습니다. 마 이걸로 충분하지 싶어요. 한 달 동안 M에 시달린 저를 생각해 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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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년 11월 18일, 숙종은 접위관 홍중하, 좌의정 목내선, 우의정 민암을 청대합니다. 여기서 홍중하는 "왜인이 울릉도를 죽도라 하며 자기 거라 하고 있다. 미리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만약 저들이 들어가서 산다면 뒷날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고 합니다. 하지만 목내선, 민암은 300년 동안 비워둔 땅인데 이것 때문에 굳이 일본과 우호를 상하게 할 필요가 있겠냐고 하죠. 숙종은 그들의 말을 들은 모양입니다. 열 받았는지 사관은 그 정황 및 울릉도의 환경, 일본과의 거리 등을 낱낱이 열거하며 "그 계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이름이 바로 안용복입니다.

안용복이 실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숙종 20년, 1694년 2월 23일입니다. 요약해 보자면...
93년 봄에 울산의 어부 40명이 울릉도에 배를 댔는데 왠 왜놈들이 와서 박어둔, 안용복 두 명을 잡아갔다고 합니다. 그 해 겨울 대마도의 귤진중이 이들을 돌려보내면서 죽도(竹島)에서 고기잡이 하는 것을 금지하라는 요청을 합니다. 다케시마 전설의 시작입니다.

귤진중의 말을 요약하겠습니다.
"니네 어부들이 해마다 [본국]의 죽도에 배를 대서 토관(土官)이 나라의 경계를 알려주고 다시 오지 말라고 했는데 또 왔다. 그래서 그 두 명을 잡아서 대질하려고 했는데 본국의 번주목이 동도(도쿄)에 알려서 대마도를 통해 고향에 돌려보7내게 했다. 이제는 절대 오지 못 하게 해서 두 나라의 우호에 틈이 생기지 않게 하라."
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의논을 하는데, 일단은 "섬에서 고기 잡는 건 금지했는데 나갔으니 벌 주자"는 거였죠. 지금 생각하면 어이 없지만, 당시에는 이해가 가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여기서 이상한 부분을 확실히 짚어 냈죠.

"왜 계속 울릉도를 죽도라고 하지?"

귤진광은 끝까지 울릉이라는 말을 빼려고 했지만, 탄로나서 별 소득 없이 돌아갑니다. 어쨌든 법을 어긴 어부들에게 벌을 줬다고 합니다. 승지 김만귀는 강연 자리에서 이걸 문제 삼습니다.

"강원 도사로 있었을 때 어부들에게 울릉도를 물었더니 과연 세 봉우리가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해가 뜰 때는 안 보였지만) 오히려 제주도를 바라보는 것보다 가깝습니다. 마땅히 섬에 진을 설치해서 뜻 밖의 변고에 대비해야 됩니다. 지난번에 어부들을 귀양보낸 일은 심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사관은 울릉도의 역사 및 일본이 울릉이라는 말을 숨겨서 마치 지네 나라 죽도인 것처럼 하려는 것을 구구절절 서술합니다. 그의 결론입니다.
"아! 조종(祖宗)의 강토(疆土)는 남에게 줄 수가 없으니 명백히 분변하고 엄격히 물리쳐서 교활한 왜인(倭人)으로 하여금 다시는 마음을 내지 못하도록 할 것이 의리가 분명한데도, 주밀하고 신중한 데에 지나쳐서 다만 견제(牽制)하려고 한 것이 범인(犯人)들에게 과죄(科罪)하는 말과 같이, 더욱 이웃 나라에 약점(弱點)을 보였으니, 이루 애석함을 견디겠는가?."

한편 남구만은 동래 부사의 보고를 받아 "왜인이 조선인은 죽도에 오지 못 하게 하라고 했는데, 지봉유설을 보니 울릉도다"고 했다고 하죠.
"그 땅을 텅비워 두게 했으나, 지금 왜인들로 하여금 거주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조종의 강토를 또한 어떻게 남에게 줄 수가 있겠습니까?"

신여철은 "왜인이 차지한다면 강릉과 삼척이 반드시 그 해를 받을 것입니다"라고 했죠.

이 때에 이르러 비로소 조정은 울릉도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해 8월 14일, 확실한 방침이 내려집니다.



1. 울릉도는 우리 땅이다.
그 해 8월 14일, 대마도에서 사신이 오는데, 봄에 줬던 답서에 "울릉도"라는 말이 있으니 빼 달라고 요청합니다. 남구만은 그럴까 하고 있는데 윤지완이 말리면서 이렇게 말 합니다.
"이미 국서를 보냈는데 어찌 감히 고치겠느냐. 이번에 [죽도는 곧 우리 울릉도다. 우리 나라 사람이 가는 것이 어찌 경계를 범한 것인가?]라고 한다면 그들도 할 말이 없을 거다."

숙종 역시 "교활한 왜인들이 필시 점거해서 소유하려는 것이니, 전일에 의논한 대로 하라"고 하죠. 남구만은 쓸모가 없어 신경 안 썼지만 왜놈들이 이렇게 노니까 삼척 첨사를 시켜 섬의 형편을 살펴보고 사람을 살게 하거나 진을 설치하자고 건의합니다. 이에 장한상을 삼척 첨사로 삼고 알아보게 했고, 접위관 유집일을 왜관에 보냈죠. 이 때 안용복에 대한 서술이 이렇습니다.

"대개 안용복과 박어둔이 처음 일본에 갔을 적에 매우 대우를 잘 하여 의복과 호초와 초를 주어 보냈고, 또한 모든 섬에 이문하여 아무 소리도 못 하게 했는데, 장기도(나가사키)에서 침책하기 시작했다."

유집일은 안용복에게 물어봐 이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우리 나라에서 장차 일본에 글을 보내 안용복 등을 침책한 상황을 갖추어 말한다면, 모든 섬이 어찌 아무 일이 없을 수 있겠는가?" 라고 질책하죠. 일본인들은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고 합니다. 남구만은 이 소식을 듣고 답서를 더 강경하게 고칩니다. 이 곳은 분명히 우리 땅이며, "니네가 침범해 왔고" "우리 사람을 붙잡아 갔다"고 한 거죠. 그들은 이 두 문구를 고쳐 달라고 했지만 거절합니다.

이어 안용복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96년 8월 29일입니다. 안용복이 여러 사람을 데리고 울릉도에 가서 일본의 백기주로 들어갔다가 왔다는 거죠. 조정은 그를 잡아 가둡니다. 9월 25일에는 심문당한 그의 진술이 나타나 있습니다. 옮겨 보죠.

- 원래는 동래에 사는데 울산에 갔다가 뇌헌이라는 중에게 울릉도 얘기를 해 주고 해물이 많다고 하니 괜찮다고 해서 다 같이 울릉도에 갔다.
- 왜선이 많이 있어서 뱃사람들이 두려워했는데, 내가 앞장 서서 "여긴 우리 땅인데 왜 침범했는가? 다 붙잡아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왜인이 "우리는 본디 송도松島에 사는데 우연히 고기잡이 하러 왔다가 가는 길이다"고 해서 내가 이렇게 말 했다.

"송도는 자산도(子山島)로서, 그것도 우리 나라 땅인데 너희들이 감히 거기에 사는가?"

- 다음날 자산도에 가니 왜인들이 있어서 꾸짖으니 도망가서 뒤쫓다가 광풍을 만나 옥기도에 다다랐다. 도주가 이유를 물어서 "최근 내가 울릉도, 자산도 등을 조선 땅으로 정하고 관백의 서계까지 받았는데 또 우리 땅을 침범했으니 이게 무슨 도리인가?" 라고 구짖었다.

+) 안용복은 이전에 일본으로 잡혀 갔을 때 막부의 인증까지 받아왔고 대마도에서 그걸 뺏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앞뒤 정황으로 보아 맞는 듯 합니다.

- 계속 시간만 끌어서 곧장 백기주로 가서 "울릉 자산 양도 감세"라 자칭하고 관리인 것처럼 교자를 타고 그 고을로 갔다.
- 도주가 이유를 묻기에 "전일 두 섬의 일로 서계를 받아낸 것이 명백한데 대마도주가 서계를 빼앗고 위조한 다음 다시 침범했다. 내가 관백에게 직접 죄상을 말하려 한다" 했더니 도주가 허락했고, 놀란 도주(대마도주?)의 아비가 "이게 올라가면 내 아들이 중한 죄를 얻으니 바치지 말라"고 빌어서 관백에게는 말 하지 못 했지만, 우리 땅을 침범한 왜인 15인을 처벌했다. 이어서 "두 섬은 너희 나라에 속했으니 또 침범하는 일이 있으면 국서를 만들어 보내면 엄히 처벌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른 이들을 심문할 때도 비슷한 말이 나와서 옳다고 여기고 그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을 시작했죠.

2. 나라에서 못 한 일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조정이 그를 벌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멋대로 섬으로 가서 고기잡이를 한 것도 애초에 죄였고, 남의 나라에 함부로 간 것도 죄였으며, 거기서 관리를 칭하며 "조정에서 시킨 것처럼" 했다는 것은 크나큰 죄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벌을 주기에는 그의 공이 너무나 컸죠.

9월 27일, 그에 대한 회의가 열립니다. 다들 죄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단서를 답니다. 대마도의 반응을 본 후에 대처하자는 거였죠.

10월 13일, 좌의정 윤지선이 그에 대한 의견을 냅니다. 제목은 죽이자는 거였는데... 내용은 다르군요.

- 그가 사사로이 다른 나라에 가서 나라의 일을 말했고, 이것을 조정에서 시킨 것처럼 했다면 마땅히 죽여야 한다.
- 하지만 대마도가 우리를 속인 것을 알지 못 했는데 안용복 덕에 알게 됐으니 그들이 두려워 할 것인데, 안용복이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그들이 기뻐할 것이다. 죽이는 것이 법으로는 옳지만, 계책으로는 그릇된 것이다.
- 안용복의 말에서 모순된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 백기주에 갔다 온 것을 생각하면 저번 말도 사실인 것 같다. 죽을 죄지만, 그 덕분에 그들의 죄상이 드러났으니 이 또한 하나의 쾌거다.
- 안용복이 따로 얘기한 것은 믿을 수 없으니 나라에서 직접 사신을 보내 허실을 살피게 하겠다고 하면 그들은 또한 두려워 할 것이다. 그 뒤에 안용복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고 울릉도의 일을 감히 그들이 입을 열지 못 하게 한다면, 이것이 상책이다.
- 혹은 대마도주에게 안복의 죄를 말 하되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고 하고 그를 벌준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중책이다.
- 만약 그의 죄를 논하여 먼저 죽인다면 대마도주는 기뻐하고 그걸 핑계삼아 우릴 협박할 것이니 이것이 하책이다.

이에 따라 안용복과 이인성은 붙잡아 두고 나머지는 풀어 주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립니다. 여기서 신여철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용복의 일은 매우 놀랍기는 하나, 국가에서 못하는 일을 그가 능히 하였으므로 공로와 죄과가 서로 덮을 만하니, 일죄(一罪) 로 결단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윤지선은 그를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 - 다른 나라 가서 관리를 자칭하는 것 - 이 많을 것이다면서 반대하죠.

97년 3월 27일, 먼저 GG를 친 것은 대마도였습니다. 대마도에서 사신을 보내 전 도주가 멋대로 한 거라고 했죠. 유상운은 이것이 모두 안용복의 공이라면서 이렇게 말 합니다.

"또 도왜(島倭)가 서신을 보내어 죄를 전(前) 도주(島主)에게 돌리고, 울릉도(鬱陵島)에는 왜인의 왕래를 금지시켜 다른 흔단이 없다고 하면서 갑자기 자복(自服)하였으니, 까닭이 없지 않을 듯하므로, 안용복은 앞질러 먼저 처단할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뜻은 대체로 왜인의 기를 꺾어 자복시킨 것을 안용복의 공(功)으로 여긴 것입니다"

숙종 역시 그걸 받아들여 죄를 감해 주어 유배시킬 것을 명 합니다.

이렇게 안용복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실록에서 사라집니다. 한 번 더 등장하지만 대마도 쪽에서 협박하는 쪽으로 말 하는 거였고, 딱히 통하지 않은 모양이네요.

3. 그 이후의 울릉도
이후 울릉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이 내려집니다.

“울릉도(鬱陵島)에 대한 일은 이제 이미 명백하게 한 곳으로 귀착되었으니, 틈틈이 사람을 보내어 순시하고 단속해야 합니다.”

유상운의 건의로 2년 간격으로 울릉도의 상황을 확인하게 했으며, 그 곳의 지도를 그려 오고 특산물을 가져오게 하죠. 흉년 때는 중지된 모양입니다만, 영정조 대에도 울릉도를 탐사해 오고 토산품을 가져오며, 몰래 고기 잡으러 간 어부들을 붙잡아 오기도 합니다.

애초에 두 나라 다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어부들이야 신경 썼고, 살기 위해 늘 발버둥을 쳐 온 대마도의 발버둥 중 하나였을 뿐이죠. 조선에서는 법으로 도해를 금지했으니 자기들 땅이라 여겼고, 도해 허락까지 받았으니 그런 엄포가 통할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실제 조정에서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일본과의 우호를 위해 문제 삼지 말자고 했죠. 하지만 이후에는 울릉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확실히 합니다. 딱히 대마도나 일본에 더 크게 요구하진 않았지만요. 일본도 마찬가지로 대마도주를 문책하고 넘어간 자들을 처벌합니다. 양 쪽 다 합리적이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울릉도를 뺏으려 했던 대마도는 잘못을 모두 전 도주에게 뒤집어 씌우고, 신임 도주가 잘 했다고 자화자찬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분쟁 속에 남은 기록들은 지금,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걸 알리는 둘도 없는 최고의 사료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 받았다는 도해허가증이니 공도 정책 이후 일본 어부들이 일 했다느니 하는 걸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는 거니까요. 1837년에는 울릉도로 가려고 한 자들을 처형하고, 섬은 물론 그 연안도 가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안용복의 행적 자체는 의심해 보긴 해야 됩니다. 그는 일개 수군 격군이었습니다. 그가 일본어를 배웠대봤자 부산포 왜관에서 배운 수준일 거고, 일본의 문화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 했을 겁니다. 자세한 기록이 없으니 한문에 능했는지도 알 수 없죠. 그런 과정에서 잘 못 받아들인 부분도 있겠죠. 백기주(호키슈)를 에도로 잘못 알기도 했다는군요. -_-; 진술에서야 같이 간 인원들에게 "울릉도에 좋은 해산물 많다"고 꼬셨다고 했는데, 관리처럼 꾸미고 교자(사극에 관리들이 앉아서 가는 오픈 가마(?) 있잖아요)까지 타고 갔다는 건 정말 제대로 준비했다는 겁니다.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말을 탔다고 하네요. 그렇지 않을 경우 인원수를 불리기 위해 속여서 데리고 간 게 되겠죠. 어쨌든 이런 말은 그가 이미 여러 번 불법 행위, 금지된 섬에서 고기잡이를 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변할 수 없는 사실이 있죠. 그는 일본으로 건너 갔고,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걸 (첫 번째에는 잡혀 갔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밝혔으며, 그것이 양국의 기록에 남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한편 조정의 대처도 그가 한 게 결국 불법이었다는 것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죽이라고 외치는 거야 늘 그렇듯 명분론이고, 길고 긴 글을 쓰며 변호하면서도 결국 죽이라고 했던 윤지선도 "그런 백성들이 더 늘어날까봐"였습니다. 이 양반 안용복을 무슨 장기말처럼 생각하는 게 맘에 안 들긴 하지만 -_-; 원칙상 맞았어요. 그리고 지사 신여철은 "국가에서 못 한 일"이라는 말로 그를 변호했죠. 그리고 남구만을 필두로 한 조정의 관리들은 대마도의 협박 및 조정의 회의론 (작은 섬 때문에 우호가 상할까) 에 맞서 울릉도를 지켜냈구요. 다만 논의가 계속 됐던 울릉도에 진을 설치하자는 건 결국 비용 등의 문제로 안 된 모양입니다. 얘기 자체는 그 이후에도 꾸준히 나오네요.

안용복이 유배를 갔다는 것 이외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추측해 볼 순 있는 것이, 93년에 그는 이미 유배를 갔습니다. 불법으로 바다를 넘었다는 거였죠. 하지만 96년에 또 건넌 걸로 봐서 유배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일본으로 갔고, 대 놓고 관리를 참칭했음에도 벌은 이전처럼 유배였습니다. 같이 간 이들은 아예 무죄로 풀려났죠. 그런 면에서 일단 법이니까, 그리고 조정이 시킨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가벼운 벌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들은 것처럼 꽉 막히고 대마도의 흉계를 몰라서 장한 일 한 사람을 놓고 덮어 놓고 욕 하고 벌 준 정부는 아니었습니다. 재밌게도 김정호 옥사설과 서사구조가 정확히 들어맞네요.

그가 없었다면 조정도 별로 신경 안 썼을 것이고, 사료면에서 우리가 꽤나 불리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래도 우리 땅이라는 사료는 풍부하지만, 양쪽이 대립했고 한 쪽이 승리한 것만큼 확실한 사료는 없죠. 그래봐야 일제강점기에 독도가 일본에 편입됐고 해방 후에도 일본 땅으로 남았다 이렇게 주장했겠지만요. 근거는 압도적인 편인데 이렇게 밀리는 게 안타깝긴 합니다. 죽도가 돌섬처럼 일본에서 섬에 흔히 붙이는 이름이라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상이 울릉도에서 독도로 변했을 뿐 하는 짓은 똑같은 거 같네요.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독도 위치 모른 채 어디 일본 귀퉁이에 붙어 있는 섬을 한국인이 자기 거라 우긴다고 생각한다면서요.

아무튼, 굳이 영웅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 사람이 역사를 바꾸는 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어디서 들은 말대로 "조선 수군은 일개 격군도 이 정도"인 걸까요?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그를 이렇게 칭송합니다.

“안용복은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강적과 겨뤄 그 간사한 마음을 꺾고, 여러 대에 걸친 분쟁을 그치게 하였다. 계급은 일개 졸병에 불과해도 행동한 것을 보면 진짜 영웅호걸답다.”

독도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으니 그 전후 사정이나 해당 인물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본문에 독도 얘기는 거의 없이 울릉도 뿐이군요. 유일하게 독도가 언급된 부분을 다시 올리면서 글 맺겠습니다.

  "송도는 자산도(子山島)로서, 그것도 우리 나라 땅인데 너희들이 감히 거기에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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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치유되고 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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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13 07:26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좋은글 읽고 갑니다.
언젠가 지리적 위치와 독도에 대한 글을 쓰려고 생각중인 사람이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번글로 치유됬지만 ㅠㅠ
다음글에서 상처가 덧날까 두렵군요 ㅠㅠ
그렁너
11/07/13 12:08
수정 아이콘
게시물에 제시된 사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뿐 독도에 대한 이야기는 한글자도 없는데 갑자기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근거를 확립했다는 건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건가요?

그리고 울릉도는 분명히 조선의 영토라고 인정했고 울릉도에 무단으로 도항한자를 처벌한다고 나와있을뿐 독도도항에 대한건 안보이는데요.
호떡집
11/07/13 23:53
수정 아이콘
m의 극한을 격어서인지 왠만한 고통은 고통으로 느겨지지 않고 있네요.

용복이형님의 경우도 조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용복이형님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둔거구요. 조정이 좀 더 했으면...하는 생각이 계속 남네요.

ps. 위엣분은 궁금한거 물어보는 것 치고는 글투가 너무 공격적이시군요.
무리수마자용
11/07/14 06:31
수정 아이콘
정부의 대응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생각합니다. 어떻게 봐도 사칭한것은 사실이니까 말이죠. 알고보면 어디 금강산이나 워터파크같은곳으로 유배갔을수도 있잖아요 크크크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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