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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22 20:52:12
Name 밀레이유부케
Subject [일반] 덥네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다가다 이쁜 여자사람을 봐도 그저 그렇고 별 감흥도 없고 그래요.

그런데 오늘 머리 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정말 오랜만에 설레였네요.



지난 달에 제가 다니던 미용실이 휴일인지 모르고 갔다가 휴일이길래 그냥 맞은 편 미용실 가서 머리했거든요.

그 땐 남자분이셨는데 그 때 파마를 했었어요.

파마도 맘에 들고 대기실에 노트북이 있어서 기다릴 때 웹서핑 할 수 있게 해 놓은 것도 맘에 들고

가격도 별 차이 안나고 해서 오늘 다시 간거였는데 그 때 머리 해주셨던 남자분이 다른 손님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리고 잠시 후에 완전 제 스타일이신 분이.. 쿨럭..



시력이 나쁜 편인데 안경을 안끼고 가서 피부상태를 자세히 못 봐서 나이가 정확히 가늠이 안되는데 나이는 좀 들어보였어요.

한 30세에서 50세 사이 같으시던데 도무지 감을 못잡겠어요. 피부 상태를 자세히 봤으면 어느 정도 가늠 가능했을텐데.

암튼 몸매라인이 쫙 드러나는 회색 면 소재의 미니스커트 형식의 짧은 원피스에 밖엔 망사형태의 아우터 걸치셨던데 그냥...

게다가 사투리 억양의 서울말 쓰시는 것도 너무 귀엽고..

여기가 지방이라 사투리 쓰는 게 당연한건데 제가 서울말을 쓰니 그렇게 하신 거 같은데 무지 귀여웠어요.

그리고 머리 감겨 주시는데 보통 두피마사지 살짝 하고 대충 감겨주고 끝이잖아요?

근데 이 분은 뒷 목덜미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시면서 그 분 숨결이 제 얼굴에 전해지는데.. 후..



제가 흰머리가 무지 많은데 매니큐어인가 하는 염색은 아니고 흰머리만 색깔입히는 뭐 그런 거 하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중간중간에 에센스 안하시냐고 하면서 친절하게 이런게 있다고 보여주시기도 하고

영업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권하시더군요. 하하하.

10년만 젊었어도 매니큐어하면서 이것저것 말도 좀 붙여보고 했을텐데 안타까웠어요.

나이 많아서 안된다고 하니까 동안이시라고 칭찬도 해주시고.. 절대 영업하는 거 같진 않았어요. 하하하.



제가 자주가는 커뮤니티 중에 독거노인들 드글드글하는 불펜이란 곳에서

미용실 갔다가 설렜다는 글 보면 뭐랄까 참 어이없어서 웃다가도

얼마나 여자에 목말랐으면 머리 하면서 저런 생각을 할까하면서 안쓰럽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오늘 딱 그 꼴 나면서 그 분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원래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간격으로 미용실을 가는 편인데

왠지 내일부터 머리가 빨리 자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마 보름 후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지저분해 질 거 같아요.






사족. 사실 이 글도 불펜에 올릴까 하다가 달릴 댓글들이 너무나 뻔히 예상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애는 하기가 힘들어져서,

지난번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제법 오래 혼자 지내다보니 머리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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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템포
11/06/22 23:03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는 학교 근처에 미용실에 정말 괜찮은 여자 미용사가 들어와서 저희 과 남자들이 순서대로 그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그 미용실 사장(능글거리는 남자입니다)과 그 여자분이 곱창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는군요. 그 이후로 그 여자 분은 볼 수 없었습니다....-_-
아이유
11/06/23 00:54
수정 아이콘
음... 재밌는 글인데 댓글이 적어서 아쉽네요. ^^
이전 글을 보니 그리 나이가 많으실 것 같지는 않은데, 이번 글은 나이가 많으실 것 같고..
찍어보자면 삼십대 초반 정도 되실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오면 뭔가 엄청 나이 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사실 제가 그래요. 크크. 그래봐야 변한건 없지만..

여성 미용사 분들은 남자들이 가장 두근거리기 쉬운 직업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재미 없는 나에게 계속 말 걸어주고, 아무나 만질 수 없는 내 신체부위를 계속 터치하니까요...(머리에요. 머리.)...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분들은 모든 손님에게 그렇게 대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픈 날 잘 챙겨주던 간호사 누님들꼐 느끼던 감정이랑 비슷하달까..

사족1. 지난글 관련해서..
픽션은 4년차 여자친구.. 아니, 4년차 전체네요. 크크
10년차 되가지만 저 작은 일들이 은근히 귀찮아서 안 하게 되더라구요. ^^
사족2. 보름 뒤 후기 남겨주세요. 제목은 더 덥네요?
사족3. tkwhw으로 쓸 뻔 했네요. ㅡ-ㅡ;
밀레이유부케
11/06/23 10:11
수정 아이콘
아이유 님// 30대 중반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전 글에 픽션 요소는 년차 밖에 없네요.
사실 전 자취 15년차 베테랑입니다. 하하하.
문득 처음 자취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서 써 본 글인데 검색해보니 벌써 1년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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