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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18 13:03:56
Name 글곰
Subject [일반] 내가 아닌 나
그냥 아주 사소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닉네임 '글곰'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입니다. 가장 먼저 사용한 곳이 이곳 피지알이죠. 한창 공익 근무하던 중에 들어온 후배 겸 후임이 이 사이트를 알려주었고 그때부터 피지알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유명 사이트들의 오랜 눈팅회원입니다마는 거의 유일하게 피지알에는 글을 가끔씩 쓰고 댓글도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2003년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피지알에 가입하면서 회원 정보를 기입하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었지요. 뭔가 있어 보이는 닉네임을 쓰고 싶은데 뭘 쓸까 고민이 되는 겁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글 쓰는 곰'. 줄여서 글곰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온라인상에서 글곰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온라인상의 정체성이니, 페르소나니 하는 말들을 주워섬기면 뭔가 심오하고(뻥) 철학적이고(뻥) 심도 있는 고찰과 자기 성찰이 포함된(뻥뻥) 멋있는 글처럼 보일 같긴 하지만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거든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는 또다른 글곰 씨를 발견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보고 있는데, 어느 분의 댓글에 '글곰님이 써서 출판된 장르소설'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랐죠.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맙소사, 정말 '글곰'이 쓴 장르소설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 글곰은 그 글곰이 아닙니다. 지금의 저는 일하기 바쁘다는 핑계로 글도 안 쓰고 있는 곰이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일망정, 저와 같은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책을 낸 걸 보니 기분이 정말 묘해지는 겁니다. 왜냐면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건 제 삶의 목표이자 꿈이니까요.

인터넷을 보니 또다른 글곰 씨가 쓴 책에 대한 서평이 몇 개 있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상당한 욕과, 그 이상의 무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마치 제가 욕을 먹는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또한 그게 부럽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또다른 글곰 씨는 책을 써냈으니까 말입니다. 이 글곰이 달성하고 싶어하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성별조차 모르는, 그저 온라인상의 닉네임이 같은 사람과의 우연한 조우였지만 가슴 한쪽에 뭔가가 묵직하니 내려앉은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이상, 글곰이 글곰 아닌 글곰 씨를 만난 이야기였습니다.


덧) 여러분들은 온라인상에서 똑같은 닉네임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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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18 13:22
수정 아이콘
PgR에서 '아르테미스' 님을 본 적이 있습니다.(영어가 아니라 한글이었다는 거지요.)
군대 다녀온 남자 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외에는 본 적이 없네요.

그리고 상업적인 목적, 즉 글로 벌어먹고 살겠다 하는 거 아니면 책을 내실 수 있는 방편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대신 돈이 좀 필요할 뿐이지요...^^;;
Who am I?
11/04/18 14:16
수정 아이콘
블로그등에서는 동일 닉네임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회원제 사이트에서는 만나본 적이 없네요.

만나면 뭔가 기분이 이상할듯도 합니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질듯 하기도 하고 슬금슬금 피해버리고 싶어질지도요. [m]
정지율
11/04/18 14:50
수정 아이콘
삭제했습니다. 모바일상으로는 수정이 안되는 것 같아서 물조 사이트로 들어와서 삭제만 겨우 했네요. 모르고 한 일이지만 실례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m]
몽키.D.루피
11/04/18 15:47
수정 아이콘
제 아이디는 누구나 아는 만화주인공 이름인데요.. 당시 아이디 하면 좋아하는 만화캐릭터밖에 안 떠오를 때라.. 전에 몽키D루피 님이라고 저보다 조금 늦게 가입하신 분이 있었는데 아이디를 바꾸셨는지 요즘 안보이네요. 나름 이 캐릭터 이름은 . 이 찍혀야 제대로 된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11/04/18 17:09
수정 아이콘
전 만날 일이 없네요 흐흐
구경만1년
11/04/18 18:25
수정 아이콘
전 '눈팅만1년'이란분을 이곳pgr21에서 뵌적이 있네요
11/04/18 18:56
수정 아이콘
전세계 수만명의 팬져들...
11/04/18 19:28
수정 아이콘
클리X에 저와 똑같은 아이디를 쓰는 네임드 분이 있으시다더군요;;
켈로그김
11/04/18 20:05
수정 아이콘
프야메에서 켈로그킴 봤습니다. 제 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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