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카트리그 시즌 1(일년에 두번씩 연다는데 다음 리그는 여름 즈음에 한다고 합니다)가 중반 즈음에 이르러서,
팀전은 4강 풀리그 - 1위팀은 결승 직행, 2~3위는 플레이오프를 하는 방식 - 중이고, 개인전은 16강 승자전과 패자전 조까지 정해졌습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패자전 멤버들은 이제 지면 진짜 탈락이라 다음부터는 진검승부라고 할 수 있겠구요.
카트라이더 리그 최고의 장점이라고 하면 역시 이것저것 복잡해지고 고여지는 게임 판에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그냥 볼만하다." 는 점입니다. 그래도 역시 만사가 다 그런법이지만 좀 더 알면 더 재밌긴 하다는 것도 분명하구요.
현재 잠정은퇴인데 다름 리그 복귀썰 도는 전대웅 선수 같은 '재야의 거물' 도 있지만, 일단 현재 리그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 기준으로 주목할 선수 9명 정도를 짤막하게 소개해보겠습니다. 지금 정말 잘해서 주목해야 한다던지, 혹은 생각보다 부진한데 그래서 더 주목해야 한다던지 하는 이유로, 그 외에도 괜찮은 모습 보여주는 선수들이 없는건 아닙니다.
1. 문호준
그냥 말할것도 없는 선수 입니다. 카트라이더 프로리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선수.
얼마나 대단한 선수냐면 카트라이더 리그가 05년부터 무려 14년차나 되는 리그고 문호준은 4차리그부터 무려 13년차 경력(3차 리그 예선 탈락까지 합치면 14년차)을 가진 선수인데, 역대 최고의 선수였고 심지어 지금도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것도 다른 선수들하고 꽤 많이 차이가 나는 느낌으로..... 경력이야 당연히 최고인데 지금 순수실력으로도 탑 클래스 중에 탑클래스 입니다. 그 긴 세월동안 나름 시대의 강자였다거나 떠오르던 선수였다거나 문호준의 적수였다거나 할 선수들이 김대겸 강진우 조현준 장진형 전대웅 강석인 이중선 유영혁 김승태에 지금 박인수까지 한트럭도 모자랄 선수인데, 그 선수들 시대 저물거나 폼이 추락하던 때에도 여전히 문호준은 '탑클래스 수준' 도 아니고 그냥 정상에 있습니다.
주된 강점이 어떤 부분이냐고 하면 그냥 다 잘 합니다. 딱히 단점이라는 게 없는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행도 잘하고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각을 보는 능력도 훌륭하고 사고 회복도 잘하고, 무엇보다 그냥 실력으로도 최고인데 경험 마저도 최고의 선수라 무리하는 모습도 별로 없고, 50점을 먼저 얻어야 하는 경기 방식에서 한두경기는 좀 쳐진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점수 얻는 방법을 너무 잘 압니다.
결승전에서는 승자전과 패자전을 뚫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8명이 80점제로 붙고 여기서 살아남은 2명이 5전 3선승제 에이스 결정전으로 승부를 내게 되는데, 이 80점제에서 문호준이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날고긴다 하는 선수들이 1,2 경기 정도는 잘할 수 있어도 길게 승부가 이어지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점수 관리에 문제를 보이는데, 문호준은 13년차 경험을 바탕으로 워낙에 능글맞게 주행을 하고 집중력 유지도 좋고, 사고 회복도 뛰어나기 때문에 신예들이 문호준을 넘기 너무 어렵습니다. 안 그래도 요번 리그에는 '이번 리그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신예들이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그렇게 올라온 신예들에게 80점제의 문호준은 너무 가혹한 벽입니다.
굳이 유일하게 단점을 찾아보자면 일대일 진검승부인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압도적이진 않다는 점? 본인도 인터뷰로 팀전에서 에결이 펼쳐질때 딱히 본인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 빼는 모습도 보였구요. 거기다가 모두가 문호준 대항마로 주목하는 박인수는 역대 최강의 에결 머신 이기 때문에 박인수와 결승전 마지막에 에결을 한다면 이 경우는 문호준 쪽이 역배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라는 거지 무슨 문호준이 에결을 못한다는건 절대 아니고 에결 실력만으로도 최상위권에 왠만한 선수들은 못 당할 실력 입니다. 단지 8인전 때보다 맞상대 할만한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질 뿐...
그리고 이번 카트리그가 관중들도 많이 오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카트라이더 자체가 요즘 인기 좀 있는것도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문호준' 이라는 개인의 존재가 정말 큽니다.
직관하는 현장 관중들 90%, 아니 95%는 아프리카 플레임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고 아프리카 플레임 팀 응원하는 사람들 중 한 80%는 문호준을 응원하는 사람들 입니다.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스트리머로서도 요즘 구독자수가 엄청 늘어나면서 인기 몰이를 하는 문호준인데, 이 팬들이 직관을 하러 많이 오고 있습니다.
넷상에서는 문호준 거만하다, 문호준 인성 구리다, 문호준 까칠하다 등등 안티들에게 많이 까긴 하는데, 팬들에게는 친절하고 서비스도 잘한다고 유명하기도 하구요. 또 무엇보다 '여초 팬' 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면서 그런 팬들을 리그에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원래 요새 뭐든지 여초팬들이 있어야 고정적인 확보가 되는데 '카트리그' 와 '여초' 는 연관관계가 보통이라면 1도 없을텐데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 문호준 경기마다 팬들 모이고 경기할때마다 롤드컵 경기마냥 '플레임 화이팅' 으로 쩌렁쩌렁하고 온갖 플랜카드에 윙크 한번 해주면 경기장 자지러지고... 원래 문호준 자체가 인싸 스타일이라 늘어난 팬들에 서비스나 대응 같은것도 잘하구요.
유투브도 자리잡고 해서 준기업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기도 하고 리그에서 못하면 워낙에 악플도 많이 받는 선수이기도 해서 확언까진 아니어도 이번 대회 끝나면 은퇴할수도 있다는 언질도 있고, 인방 컨텐츠 하면서 점점 '프로게이머' 에서 '스트리머' 가 되어가는 선수라 안티들은 '이제 선수도 아니다' '거만하고 게을러서 노력도 별로 안한다' '연습 별로 안함' 이라고 까는데 (본인이 직접 자긴 연습 덜해야 잘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연습 안한다고 까이면서도 압도적으로 주행해버리니 뭐..
2. 박인수
이 선수도 요즘 '카트는 문호준이지' '근데 문호준에 대항하는 실력자 나왔다며?' 하면서 이름 떨치고 있는 선수 입니다. 리그 자체에서도 문VS박 구도로 많이 밀어주는 느낌.
이 선수도 딱히 긴말 필요 없이 진짜 잘합니다. 문호준에 필적할 정도로 잘하는데 그동안 문호준 대항마들은 말 그대로 '대항마' 최강자는 문호준임은 분명한데, 그래도 그런 문호준과 싸울 수 있는 적수들, 이런 느낌이라면 박인수의 주행을 보면 대 봐야 알겠지만 '문호준보다도 위가 아닐까' 느낌이 나는, 다른 선수들하고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잘 풀리면 그야말로 혼자 다른 세상에서 게임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개인전 예선에서는 일찌감치 승점 벌어놓고 다른 선수들 아락바락할때 보통이라면 절때 안쓸 카트 가지고 장난치듯 하면서도 1등 해버릴 정도.
박인수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게 독보적인 에이스 결정전 실력 입니다. 일대일 승부를 여지껏 12번 해서 무려 12번 다 이겼습니다. 문VS박 구도에서 문이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들조차도 '에결 실력만큼은 현재 박이 문보다 위다' 라는 전제에는 거의 동의 합니다. 개인전 결승 마지막까지 가면 결국 일대일 승부가 되기에 이렇게 되면 박인수가 많이 유리해지는 셈입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그야말로 극으로 라인을 파기에 가끔 사고가 나옵니다. 사실 데뷔 초기에는 그런 정도가 심했고 때문에 '인수분해' 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있었지만 점점 가다듬어지면서 이제는 다른 선수들을 인수분해 시키곤 하지만, 요즘도 종종 그런 모습이 나오긴 합니다. 주로 팀전이나, 혹은 예상 밖의 사고가 발생하던 8인전에서 그런 경우가 나오곤 합니다.
따라서 박인수 입장에서는 결승전 마지막 보다도, 그 마지막으로 가기 위한 8인 승부가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문호준이 8인 승부, 그것도 80점 승부에서는 독보적인 최강자인데 박인수가 그 난관을 뚫을지가 관건 입니다.
무려 신인 시절
바나나 세레모니
에결에서 문호준을 이기고
이 선수 캐릭터가 재밌는데 엄청 까불거리고 장난치기를 좋아 합니다.
그런데 하는걸 보면 뭔가 음흉하거나 끈적끈적 징그럽거나 그런 느낌이 없고 순수, 순진한 인상이 강해요. 말투도 완전 경상도 사나이인데 딱히 이것저것 간보지도 않고, 항상 웃고 있고 이길때는 물론이고 질때도 그렇구요. 유쾌한 시골청년같은 캐릭터로 일단 팬들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만 봐도 뭔가 노회한 선수(?)들 식의 뻔하거나 재보는 느낌은 없으면서도 사리지도 않고 까불거리는데 보는데 기분은 안나쁘고... 뭔가 까불거리는데 그게 안 미운 후배 그런거 있잖습니까. 딱 그 느낌입니다. 때문에 이런 순수천연남 캐릭터가 문호준의 '준기업 스트리머' '탑독' '거만' 이미지랑 묘하게 엮여서 안티들이 대항마로 빨아제끼는 것도 없지는 않은데..
바로 얼마전에 펼쳐진, 사실상 문호준과 박인수의 대결이었던 16강 경기. 그리고 이날 승부의 미자믹, 한 경기로 승패가 갈리는 최후의 진검 승부때 서로 머리를 맞대는 제스처를 취하는 문호준과 박인수. 경기에서 서로 이름은 못 보지만 이날 문호준과 박인수가 바로 옆자리였기 때문에 둘은 서로가 서로인줄 알았을 겁니다.
유투브라던지 여러곳에서 팬들이 서로 인신공격까지 퍼부으며 '퇴물' 이니 '나대는 놈' 이니 매도하고 욕하고 싸우면서 서로 깔아뭉개고 있지만, 정작 두 선수는 친하다고 합니다. 문호준은 박인수에게 밥도 사주고, 박인수는 문호준과 서로 경기 하면서 옆자리의 문호준에게 "형, 손 시려워요." 하니까 문호준이 핫팩도 빌려주고 했다고...
3. 유창현(뒤에서 까불거리는 두 명은 세비어팀 동료인 박인수와 한승철)
아무래도 문호준이나 박인수 혹은 꾸준히 네임드였던 유영혁 같은 선수보다는 덜 유명하고 대회 시작 즈음에서 주목도 덜했는데, 그때에도 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실속있는 선수' '다크호스' 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경력은 올해로 3년차를 넘어 4년차 즈음에 접어드는데 늘 꾸준한 선수였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꾸준한 정도를 넘어 정상급, 에이스급 포스를 떨치고 있습니다.
위에서 문호준을 서술하면서 '딱히 약한것 없이 다 잘한다' 라고 했는데, 이 선수도 마찬가지로 단점 같은게 없이 그냥 다 잘 합니다. 안정감 넘치면서 꾸준한데 여기에 에이스급 포스까지 더해지니 화려하진 않아도 견고하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지금 폼이 엄청납니다. 32강 조별예선에서도 정말로 무난하게 위기랄것도 없이 그냥 1위로 올라갔고, 16강에서는 유영혁이나 황인호, 신종민 등 뜨는 선수들이 포함된 조에서 7번 경기에서 6번을 2등안 쪽, 5번을 1등 하는 정신나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 7번쨰 경기에서는 하위권에 밀려있었는데 막판에 기어코 치고 나가면서 1위 하는 장면은 소름 돋을 정도...
지금 이 선수의 폼이 어느정도인지 적절하게 표현해보자면... 아마 카트라이더에 배당이 있었으면 박인수와 문호준이 지금 1.8 이나 2.4 이 정도 될것 같고,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유창현이 4.3 이 정도 될것 같습니다. 만약 문호준과 박인수 중에 우승자가 안나올 때, 대신 우승하는 사람이 유창현이라면 문박이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는 나오겠지만 '말도 안되는 이변이다' 라는 생각 까지는 안들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뛰어난, 진지하게 우승을 노려볼만한 선수입니다.
여러모로 대외적으로도 화려한 문박에 비해 조용조용 얌전하지만 그러면서도 견고한 외유내강 같은 타입이라고 할까.. 박인수에 유창현까지 있기 때문에 세이비어 팀이 정말 강력한 팀입니다. 특히 아이템전 실력도 괜찮아서 세비어팀의 아이템 오더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구요.
여하간에 이런저런 네임맬류 제하고 보면 이 선수는 지금 문호준 박인수와 비슷한 레벨에 있거나, 혹은 바로 그 직전 레벨에 있는 선수 입니다. 아래 언급하는 신종민이나 황인호 같은 선수도 '상대하는 입장에서 정말 껄끄러운 상대' '내가 봐도 정말 잘하는 선수' 로 문호준, 박인수, 유창현을 같이 언급할 정도...
4. 유영혁
최근에 박인수가 뜨긴 했지만 원래 문호준의 대항마로, 12년간 프로생활을 하며 7번 우승 10번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긴 레전드 중의 레전드 입니다. 맞수 문호준만 아니었으면 카트 황제 소리를 들었을테고, 꼭 문호준을 떠나서도 아마 국내 E스포츠 전체에서 레전드를 꼽아도 카트판에서 문호준과 함께 들어갈만한 유이한 선수 입니다. 저 짤에 나오는 육각형 그래프는 좀 예능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유영혁을 저렇게 6각형으로 그려놓아도 딱히 반박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만한 그런 선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본인의 각오에 적어두었던 '오모시로이' 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 : "카트판에 오모시로이한 선수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문호준과 힘을 합쳐서 국내 E스포츠 역사에 남을 사상 최강의 드림팀을 결성했지만, 이번리그 준비하면서부터 뭔가 폼이 좀 떨어지는것 같은 모습을 보이더니, 원래 유영혁이 압도적으로 올라갈것이라고 예상되던 32강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3위로 겨우겨우 진출 성공 했습니다.
97%라는 압도적인 예상이었지만 1위는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황인호
아무튼 어쨌든 올라갔으니, 조별예선은 몸풀기고 16강부터는 제 실력을 보여줄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유영혁도 '연습 안한다' 라는 말이 있었던 문호준과는 다르게 빡세게 연습을 하면서 노력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89%로 여전했던 팬들의 믿음. 하지만...
저조한 경기력에 나중에는 본인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무리를 하다가,
원래 승부처에도 강철같은 멘탈로 침착함을 유지하던 선수였는데 계속 무리를 하다가 끊임없이 사고를 내면서 뒹굴었고 급기야 고작 11점도 16강 2조 꼴지로 패자전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원래가 팬은 유영혁이 많더라도 기세 자체는 유창현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 있었기에 '유창현이 왜 4% 밖에 승자예측이 안되냐. 유창현이 1위할거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었어도 설마하니 유영혁이 꼴찌로 떨어질지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팬들의 충격이 컸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영혁이 연습도 많이 하는 선수라 나태해서 그런것도 아니고...
96년생으로 이제 22살이지만 경력이 워낙에 많기도 하고, 문호준과 유영혁이 정말 기량을 오래 유지했지만 사실 그 둘이 대단한거고 카트판이라고 해도 계속 고여있는것도 아니라서 이런저런 선수들 떴다가 사라지곤 했는데 유영혁도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가는건지.. 하고 팬들의 걱정이 큽니다. 박인수나 문호준이 그랬다면 안티들의 조롱이라도 심했겠지만 유영혁은 원래가 점잖은 이미지로 안티도 거의 없기도 하구요.팀전에서는 이 정도로 안 좋지는 않긴 한데...
이제 패자조로 떨어졌기 때문에 한번만 지면 그냥 탈락 입니다. 레전드가 이대로 떨어질지 아니면 드라마틱하게 부활할지 그것도 포인트 입니다.
5. 김승태
짦게 말하면 유영혁과 함께 위기의 남자 '2'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 이 선수는 '박인수 이전의 박인수'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뛰어난 실력의 선수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팀전을 제외하고 카트판 개인리그에서 무려 9년 동안 문호준과 유영혁 외에 우승한 선수가 아예 없었는데 처음으로 그 철옹성을 깨버리고 문윾외에 우승한 선수가 김승태였습니다. 원래 문호준 선수가 자기 실력에 대한 프라이드도 높고 해서 다른 선수 인정을 잘 안하는데, 그런 문호준이 경계하고 인정했던 선수기도 합니다.
이후 개인전에서는 다소 부진하긴 했어도 팀전에서는 우승도 했었고, 개인전 부진이라고 해도 우승 경쟁 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전체 7등 정도로 되어버렸다던가... 그 정도였습니다. 세비어 팀에 앞서 말한 박인수, 유창현에 더불어 김승태까지 해서 이 멤버도 짱짱했기 때문에 플레임에 대적할팀으로 꼽히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32강에서부터 부진을 금치 못하며 겨우겨우 광탈만 면하고 패자조로 가고, 패자부활전에서 3등으로 간신히 16강으로 가더니, 16강에서도 또 부진하며 다시 패자조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패자조에서 1번만 지면 진짜 끝인 상황. 유영혁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 입니다.
불과 2년전인 17년 듀얼 레이스 2에서는 결승에서 최후에 남아 일대일로 붙던 사이였던 두 사람.
지금 둘 다 비슷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서로 플레임과 세비어라는 최고의 팀에 소속되어 문호준과 박인수라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고, 두 팀 모두 순항하고 있는데 정작 그 팀의 주역이라고 할만한 두 명 모두 개인전에서 고전을 금치 못하고 패자조로 떨어졌으니...
패자조에서 둘 모두 살아남아서 클래스 보여줄지 아니면 한명만 살아남을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탈락할지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6. 정승하(참고로 옆에 있던 선수는 문호준)
긱스타 팀의 에이스 입니다. 경력 자체는 작년에 있었던 듀얼 레이스 3에서 데뷔해서 이제 막 2년 째인 선수인데, 팀에서도 에이스 결정전에 나올만큼 실력 있는 선수 입니다. (그 전엔 예선 참가는 했었는데 탈락했었다고) 첫 출전했던 듀얼 레이스 3에서 문호준, 유영혁, 이재혁에 이어 첫출전에 4위라는 대단한 성적을 찍기도 했고, 경력이 일천해서 수상실적이랄건 없어도 지금 카트판에서 10명 정도 꼽으면 들어갈만한 선수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번 플레임 VS 긱스타의 경기에서도 전체적으로 긱스타팀이 압살 당하는 와중에서도 홀로 분전해서 자칫 승부를 에이스 결정전까지 끌고 갈뻔한 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팀전은 세비어와 플레임이 너무 쎄다보니 힘들어보이는데 개인전에서는 박인수와 문호준이 자강두천 대결하는 조에서도 조용히 실리를 챙기며 승자조로 올라가기도 했고, 얼마든지 4~5위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자입니다.
7. 황인호
원래 전혀 주목 받는 선수도 아니었고, 개인전 32강에서도 유영혁과 같은 조에 꼽혀 97%가 유영혁을 꼽고 "응~ 잘 모르는 얘들이나 그렇게 뽑지 카잘알들은 안 그래~" 하는 사람들도 이재혁 같은 선수를 꼽았을때도 그런 '사실 알짜는 이 선수다' 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전혀 안중에도 없던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32강에서 소리소문없이 1위를 하고 16강에 진출했고, 16강에서조차 유창현이 독주하는 와중에 야금야금 포인트를 획득해 2위로 역시 조용하게 승자조로 진출했습니다. 딱히 이름값이랄것도 없고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준것도 아닌데 뭔가 실리를 조용히 챙기는 느낌... 나름 기대주로 지켜볼만 합니다.
데뷔는 김승태가 우승한 듀얼 레이스 2 때부터 하긴 했는데 네임맬류는 전혀 없이 그냥 지나가는 선수 같은 느낌이라서 캐릭터 같은것도 전혀 없었는데,
뜬금없는 활약으로 갑자기 주목을 받으면서 알고보니 이 선수가 작년부터 혼자 방송을 하던게 알려졌는데(이름이 없으니 시청자는 10명도 안되는 그냥 혼자 게임 하면서 겸사겸사 틀어놓는 수준), 보다보니 시합이 코 앞인데 "나 어차피 패자전 가요." "시합이 있지만 그래도 배그 할련다." "막날이니까 그래도 오늘 조금 연습해야겠다." "문호준 박인수 유창현 상위 확정이고 난 무조건 패자부활전 갑니다. 안가면 님들한테 만원씩 내가 줌" 같은 드립들이 나오면서 재능충 캐릭터 호감 캐릭터 같은게 발굴되긴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이나마 갑자기 구독자 늘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드립은 드립이고 여러모로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언제까지 그게 될지 궁금하긴 합니다.
8. 신종민
원래는 그냥 아마추어 고수, 유투브 같은데서 '밥종민' 이라는 이름으로 강의 영상 같은거 올리면서 문호준 같은 선수들이 방 파면 들어가서 같이 게임하고 그런걸로 리그 출전 경험은 없고 선수들 방송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이 있던 선수였는데(전 리그 말고 방송은 정말 가끔 말고는 아예 안 봐서 잘 몰랐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전도 본선에 올랐고 팀전에서도 프로팀에 소속되어 본선에 나가 '아마추어 고수' 에서 제대로 프로게이머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아마 고수로 이름 있으니 나와서 컨텐츠 꺼리나 만들려나보다...' 하고 얕잡아보는 시선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개인전 32강에서 꽤나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16강에 올라갔고, 팀전에서도 '판타스틱' 팀에서 루키로 활약하며 2승 1패로 좋은 성적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긱스타 팀과의 대결에서는 에이스 결정전에서 본래 판타스틱 팀의 에이스로 생각되었던 김승래 대신에 출전해서 개인전 4위까지 해본 정승하와 대결을 펼쳐서 승리하는 일격을 먹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잘했던 팀전에서는 난데없이 "꾼" 팀에게 일격을 받고 2승 1패로 2승을 하고도 세트승이 부족해 탈락하는 황당한 경우에 처하긴 했지만...
개인전 16강에서는 유창현이 압도적으로 독주하는 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승자조에 올라갔습니다.
특히 팀전에서 어이없게 분패하고 떨어진 날부터 바로 이 빌드를 연습하더니, 대회에서도 이 맵(신화 오딘의 궁전)에서 기둥을 박차고 나오는 이 빌드를 선보이면서 해당 세트에서 괴물 유창현을 제끼고 1등을 차지하고 이게 승자조에 올라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맵에서 저렇게 빌드 타는 신종민을, 초반에 사고나서 하위권으로 처지고도 2등까지 따라붙은 유창현도 괴물같았지만) 본인 말로는 자기가 다 만든 빌드는 아니고 박인수가 한걸 보고 열심히 연습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선수 신종민 보다는 스트리머 '밥종민' 이미지가 있어서 좀 깔보이는게 아예 없지는 않은데, 첫 출전에도 충분히 좋은 실력을 보여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입니다.
9. 이재혁
원래대로라면 이 선수는 '문박윾' 에 이어 '문박윾혁'으로 현 카트판 최강자 4인으로 꼽아도 수긍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의 실력자 입니다. 팀전에서도 문호준의 플레임과 박인수의 세비어가 압도적인 팀으로 꼽히는 와중에 그래도 남은 팀 중에 3번째 팀을 꼽자면 "꾼" 팀을 꼽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꾼 팀에 이재혁이 속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17년 케스파컵에서 3위, 18년 듀얼 레이스 3에서 개인전 3위, 그리고 바로 직전 대회인 18년 듀얼 레이스 X에서 팀전을 3위하고 개인전은 결승에 올라 문호준, 유영혁, 박인수, 이재혁까지 남은 4인에서도 생존하여 박인수와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을 펼쳤던 선수입니다. 즉, 직전 시즌 준우승자였던 선수였습니다.
97%의 예측을 벗어나 유영혁과 문호준을 뚫고 박인수와 자웅을 겨루던 시절. 불과 반년 전.
그래서 실력은 탑급이고 경험 같은것만 보완되면 더 무서운 선수다...라는 평을 받던 중에 팀전에서 정승하가 있는 긱스타 팀에 꾼 팀이 압도적인 우세 예상 속에서도 2대0 완패를 당했고, 팀전에서 완패한 바로 그 날 32강 조벌예선에 나갔는데 멘탈이 흔들린 탓인지 그냥 광탈했습니다. 5위 정도 해서 패자조라도 간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광탈. 꾸역꾸역 승자조까진 간 유영혁이나, 패자조로 떨어졌지만 어쩄든 거기서 살아남을 기회는 얻었던 김승태보다도 더 안좋게 된 겁니다. 웃자는 소리로 '문호준 박인수도 이번 대회에서 넘을 수 없는건 이재혁이니 이재혁이 최강이다.' 라는 말도 있고..
어쨌거나 개인전은 전대회 준우승자면서 광탈했고, 팀전도 전망이 어려웠지만 지난번 패배로 기대치가 바닥으로 내려간 상태에서 앞서 이야기한 신종민이 잘해주고 있고 먼저 2승을 거둬 4강에 올라갈 확률이 높았던 판타스틱 팀을 상대로 압승해서, 이번에는 역으로 승자예측을 벗어나 팀 자체가 사람들에게 사기"꾼" 기믹이 생겼습니다. 그 경기에서 이재혁이 클래스를 보여주기도 했구오.
실력은 분명히 현역 톱 10위 안에 들어갈 만하지만 개인전에 더 기회는 없고, 남은건 팀전인데 세비어와 플레임이 너무 쎄서 힘들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플레이오프까지는 있기 때문에 긱스타와의 승부를 잘하면 플레이오프까지는 계속 도전해볼 기회가 생깁니다. 개인전 쪽에서는 더 남은 기회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절실하게 매달릴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 외에 박인수, 유창현, 김승태 외에 세비어 팀의 마지막 선수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준 한승철이나,
95년생 선수로 카트판에서 꽤나 고령 선수지만 좋은 모습 보여주며 이번 대회에서 스리슬쩍 개인전 승자조에 진출(팀전도 아깝게 떨어졌지만 2승1패로 호성적)한 김승래, 전혀 기대 없었는데 박인수-문호준의 경쟁 속에서 조용히 승자조에 따라 올라간 김응태,
팀전에서 디펜스에 정평이 나 있고 꾸준하게 잘하지만 "양학러" 이미지가 있고 큰 경기에서는 별 힘을 못 쓰는 이미지가 있는, 그리고 지금 패자조로 떨어져서 위기인 플레임 팀의 최영훈 같은 선수들도 주목할 법한 선수입니다. 결코 실력이 없어서 그 선수들 안 쓰는게 아니라 단지 슬슬 제가 쓰다가 지쳐서-'잘한다' 외에 할말이 별로 없어서 안쓰는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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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이번 시즌에서 플레임 팀의 공식 명칭은 아프리카가 빠진 그냥 플레임만 사용합니다. 공식 홈페이지 포함 모든 곳에서 아프리카가 포함된적이 없습니다. 지난 시즌과 팀원의 변동이 있으므로 이번 시즌에서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그냥 플레임으로 표기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