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8/11/02 01:01:22
Name DEICIDE
File #1 stork.jpg (74.7 KB), Download : 32
Subject 스스로 구원하라.



"노루가 사냥군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잠언 6:1-2, 영화 '올드보이' 中)




당신이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당신은 지금 결승전 5경기를 앞두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송병구입니다.

손에 흥건해진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당신의 마음 속에는 수도 없는 말, 말들이 폭풍처럼 맴돌고 있습니다.

아니, 단 하나의 단어만 메아리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악몽 같은 그 단어를 떨쳐내고자 수도 없는 시간을 악착같이 연습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마음을 짓누릅니다.

두 번의 연이은 승리로 이제 그것을 거의 손에 잡았다 여겼는데

두 판을 내리 지고 나서, 마음 속은 아득해지고 등줄기에는 한기가 지나갑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올려둔 송병구를 보며, 제가 떠올린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스스로 구원하라'



아무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누구의 덕을 볼 수도 없습니다.

궁지에 몰린, 부담감의 극한에 처한 송병구를 구해낼 수 있는 건

바로 자기 자신 뿐이었습니다.



결국, 감동은 직접 선수들이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해설진과, 대회를 기획하는 이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각색해 냅니다.

Be The Legend 라는 이번 스타리그의 컨셉은

정명훈 선수의 '진 로열로더의 완성' , 송병구 선수의 '가을의 전설 재현' 으로

어떻게든 스토리가 완성되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허나, 우리들이 감동한 것은, 만들어낸 이야기 '가을의 전설' 이 아닌,

그 극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구해낸, 한 젊은이의 강인함이었습니다.



우리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하고, 남의 탓을 하고, 나태해지거나 나약해지지 않았는지요.

결국, 인생의 어두운 안개를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은 땀과 결실로 쌓은 스스로의 힘입니다.

답답한 일 많고, 미소짓기 어려운  참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이 나라 이 때의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낸 순박한 청년의 눈물은 삶을 살아가는데 분명 힘과 용기를 줍니다.



고맙습니다, 송병구 선수.

당신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ThEnd.


p.s. 최고의 결승전을 함께 만들어 준, 정명훈 선수 또한 정말 멋진 경기력이었습니다.

당신 또한 남이 만들어 둔 '로열 로더' 라는 족쇄에 묶여 있지 말고, 앞으로 더욱 멋진 경기를 보여주십시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공실이
08/11/02 01:53
수정 아이콘
마지막 경기에서 질럿과 옵저버가 멀티를 앞에두고 돌아서는걸 보고, 아 정말 승리의 신이 있어서 장난을 치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작렬하는 스톰샤워를 보니 ...... 저주따위 내가 내손으로 찢어버리겠어!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레이미드
08/11/02 02:29
수정 아이콘
글 참 잘 읽었습니다.
제가 5경기 직전, 타임머신 안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는 송병구 선수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니까..
저절로 긴장이 되네요.

'스스로 구원하라.'
쉬운 듯 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말이죠.

상대의 몰래멀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에서의 큰 승리로 gg 를 받아내는 것을 보면서
운이나 승리의 여신 같은 말은 애초에 송병구 선수와는 별로 상관 없었던 것 같아요.

송병구 선수는 결승전에서 스스로를 극복했고, 그것이 결승전에서의 경기로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집에가는길
08/11/02 03:24
수정 아이콘
공실이님//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쵱멀티때문에 질질 끌다가 역전당하는줄 알았는데, 마지막 스톰샤워 피날레는 정말 -_-b
팬들에게 걱정마 이렇게 말하는듯
도달자
08/11/02 13:22
수정 아이콘
질럿과 옵저버가 멀티앞에서 돌아서는걸 보고는.. 우승은 송병구를 외면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 스톰샤워는....
08/11/02 15:43
수정 아이콘
그런데 첨부하신 사진이 오영종 선수네요..;유니폼도 플러스 유니폼인데..
08/11/02 15:51
수정 아이콘
봄봄님// 예, 맞습니다. 지난번 제가 쓴 글에서 오영종 선수의 사진을 각색해서 올렸던 사진을 그대로 사용해 보았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948 스스로 구원하라. [6] DEICIDE6061 08/11/02 6061 4
35947 라운드 진출기준 온게임넷 누적포인트 랭킹 [17] 信主NISSI5671 08/11/01 5671 0
35946 Stork,the man who became legend [4] SkyToss4001 08/11/01 4001 0
35945 오늘의 관전기... [15] ISUN4941 08/11/01 4941 0
35944 좀 이르긴 하지만 송병구선수 차기시즌 개막전 지명자가 기대되네요. [29] Fim5668 08/11/01 5668 0
35943 9회 진출만에 우승 [11] MoreThanAir5204 08/11/01 5204 0
35942 오늘 몇명의 남자들이 눈물을 흘렸을까요..? [35] 먼길떠나는사6620 08/11/01 6620 0
35941 결국 당신은 끝끝내 이자리에 서고 말았군요. [25] SKY925349 08/11/01 5349 2
35940 3년여 만의 가을의 전설 [24] ICaRuStoTheSkY6033 08/11/01 6033 1
35939 2008. 11. 1. (土) 30주차 pp랭킹 [4] 택용스칸4216 08/11/01 4216 0
35938 돌부리에 발이 걸리고 나무뿌리가 발목을 잡아챈다해도. [11] Who am I?4690 08/11/01 4690 0
35937 정명훈 vs 송병구 결승전~(3) [530] SKY927909 08/11/01 7909 0
35936 송병구 vs 정명훈 2경기에서.. [20] 황제의마린5289 08/11/01 5289 0
35935 정명훈 vs 송병구 결승전~(2) [405] SKY925927 08/11/01 5927 0
35933 정명훈 vs 송병구 결승전~ [484] SKY925577 08/11/01 5577 0
35932 송병구 선수의 응원글)희망을 보여다오. [3] 스웨트3945 08/11/01 3945 0
35931 스타리그 결승전 예고편 동영상 [13] 라르쿠4001 08/11/01 4001 0
35930 클럽데이 온라인 MSL 8강 허영무vs박명수 [183] SKY924875 08/11/01 4875 0
35929 송병구 vs SKT T1의 최종전. 최후의 승자는 누구? [3] 드림씨어터3906 08/11/01 3906 0
35928 삼황 오제 사천왕 -第二十七章- [4] 설탕가루인형4169 08/11/01 4169 0
35927 Let me kiss you, Nike (송병구 응원글) [5] 王天君4204 08/11/01 4204 1
35926 결승전 관련 여러 경향.. 징크스들... [25] 그린웨이브4367 08/10/31 4367 0
35925 결승전 프리뷰 - 플토 대 테란의 결정판 (+송병구 응원글) [40] 종합백과5418 08/10/31 541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