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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0/22 15:39:13
Name ls
Subject [관전평] OSL EVER 2007 스타리그 16강 3주차
*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OSL 16강 2주차 경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A조 3경기. 오충훈 vs 김준영 @ 카트리나

오충훈이 빠른 투팩 벌쳐로 초반 타격을 노렸으나 김준영이 저글링으로 벌쳐를 발견, 재빨리 성큰과 에볼루션 챔버로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리면서 작전 실패. 이후 김준영의 뮤탈을 예상하고 골리앗을 생산하지만 본진과 확장 사이의 거리가 먼 카트리나 맵의 특성으로 인해 적잖은 피해를 본다. 그러는 동안 유유히 확장을 가져가는 김준영.

오충훈은 바이오닉으로 체제를 전환하지 않고 골리앗-베슬 체제를 선택, 김준영이 하이브 테크로 체제를 전환하는 틈을 타 확장을 밀어 내는 데 성공한다. 김준영 역시 상대 확장 지역에 피해를 줌과 동시에 5시 안 쪽 지역에 3가스 확장을 재건, 울트라 저글링으로 오충훈을 강하게 몰아쳤다. 오충훈은 벌쳐-탱크 위주로 유닛 구성을 변환하며 이에 맞섰다.

김준영은 꾸준히 울트라-저글링 병력을 생산하며 동분서주하게 움직였지만, 곳곳에 심어놓은 마인으로 인한 병력 피해가 누적되더니 결국 오충훈에게 5시 확장을 내주면서 힘이 빠졌다. 오충훈의 승리.

빠르고 무난하게 하이브 테크 유닛을 확보한 김준영이 우위를 점하는듯 보였지만 원활한 가스 자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뒷심 부족으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오충훈의 적절한 타이밍 러시. 그 타이밍에 김준영의 세 번째 가스 확장을 밀어내지 못했다면 김준영 전매특허 텍사스 소떼 관광의 짜릿함을 맛보았을지도.

오충훈과 김준영의 경기를 보면서 테란의 대저그전 팩토리 유닛 활용이 천편일률적인 바이오닉-베슬 체제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팩토리 유닛만으로 저그에게 대승을 거두는 경기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조금 오바해서 이야기하면 맵 구조가 변화하면서 게임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경기처럼 저그가 디파일러를 원활하게 생산할 수 없도록 자원에 제약을 가할 수만 있다면 팩토리 체제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테란의 입장에서는 꺼낼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니.

마지막으로, 지난 2주차 관전평에서도 한 얘기지만, 오충훈의 뚝심과 근성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집중했을 때 입을 앞으로 내미는 그 뚝심 어린 표정하며... 오늘 막판에 쏟아져 나오는 탱크를 보니 전성기 시절의 최연성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되더라. 과연 8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B조 3경기. 이재호 vs 박성준(T1) @ 블루스톰

투 배럭에서 마린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앞마당을 가져가는 이재호. 박성준은 9드론 스포닝풀이라는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했으니 빌드싸움에서는 이재호가 유리한 위치를 점한 셈이다. 박성준의 첫 6 저글링은 이재호에게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고, 메딕을 동반한 이재호의 첫 진출도 다수의 성큰에 막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후 박성준은 투 챔버에서 빠르게 지상 유닛 업그레이드를 눌러주며 뮤탈로 시간벌이 겸 견제를 시작하지만 생각만큼 큰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중앙지역 교전에서 투신답지 않은 컨트롤 미스로 그동안 모아두었던 뮤탈과 저글링 병력을 허무하게 잃으면서 이재호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불리한 상황에 처한 박성준은 다급하게 울트라를 생산하며 역전을 노렸으나, 이재호의 지속적인 드랍십 견제로 세 번째 가스 확장인 5시 지역에 큰 피해를 입으며 자원 수급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자원 부족은 곧 병력 부족으로 이어졌고, 쏟아져 나오는 이재호의 풀업 마린 병력 앞에서 GG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MSL 32강에서 투신다운 전투력으로 염보성을 잡아내며 양대리그 16강에 오른 박성준. 그 날 이후로 패배를 거듭하며 MSL은 16강 탈락, OSL에서도 2패를 기록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요즘 박성준이 패배한 경기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확장을 통한 자원 관리 능력의 부재'와 '빈번한 컨트롤 미스'이다. 전자야 박성준 스타일의 특성상 워낙 가난하게 몰아치는 걸 좋아하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위안을 하며 넘어갈 수라도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심각. 저글링 한 두마리 마저 아쉬운 상황에서 실수로 럴커나 뮤탈 같은 비싼 유닛을 흘리는 경우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비슷한 맥락에서 꼼꼼함이 부족한 점도 안타깝다. 이 경기에서도 5시 멀티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거점이라는 것을 박성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란이 수 차례나 그곳에 드랍십으로 병력을 내려놓는데도 성큰을 심거나 스콜지로 드랍십 병력을 떨구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건, 워낙 다급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게다가 박성준의 큰 그림은 우수한 전투력으로 각지의 전투에서 꾸준히 이익을 누적시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못 막을 것 같은 병력을 막고, 못 이길 것 같은 전투를 이기고, 피해를 줄 수 없을 것 같은 공격에서 피해를 준다. 그렇게 이익을 누적시켜 상대방을 당황시키고 우세함 속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박성준의 필승 패턴이다. 그런데 지금의 박성준은 위에서 언급한 공통점들로 인해 이런 기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박성준은 스타일리스트다. 하지만 그 스타일이 통하지 않는다면 스타일리스트고 뭐고 빛이 바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장점이 흐려져가는 가운데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 박성준이 찾아낼 해답이 과연 무엇일지.



C조 3경기. 송병구 vs 김성기 @ 몽환II

팩토리 건설 이후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간 김성기에 맞서 송병구는 원 게이트 이후 빠르게 셔틀 리버 테크를 선택했다. 리버와 드래군 한 기씩을 태우고 출발한 셔틀은 김성기의 앞마당에 큰 피해를 입히며 확장을 추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적잖은 피해를 입은 김성기는 이대로 가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다급히 병력을 모아 진출하지만 다크템플러를 내세운 송병구의 지상병력에게 격퇴. 설상가상으로 스캔도 터렛도 없었던 김성기는 본진으로 달려오는 다크템플러를 막을 길이 없었다. 곧 이어 프로토스의 지상병력이 들이닥치며 무난하게 송병구가 1승을 추가했다.

김택용이 저그전의 스페셜리스트라면 송병구는 테란전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닐까. 지난 주, 이제동이 김성기를 상대로 '테란은 이렇게 이기면 된다' 저그 버전 매뉴얼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 주에는 송병구가 '테란은 이렇게 이기면 된다' 프로토스 버전 매뉴얼을 내놓았다. 어쩌다 매뉴얼의 희생양이 된 김성기 선수에게는 애도를.

개인적으로는 송병구도 이번 OSL 우승을 노려볼 만한 재량을 가진 선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결승 진출의 가장 큰 변수는 마재윤을 만나느냐 피해가느냐가 아닐까 싶다. 부디 8강에서 마재윤을 만나는 불운이 따르지 않기를.




D조 3경기. 김동건 vs 이영호 @ 페르소나

이영호가 센터 다크스웜 안에 전진 배럭을 건설, 생산된 마린과 소수 SCV를 동반해 김동건의 본진을 급습했다.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본진 앞 좁은 통로를 벙커로 틀어막으며 상대방에게 본진 플레이를 강요했다.

김동건은 지난 주 신희승이 했던 것처럼 팩토리를 띄워 본진 옆 센터 쪽에 내려놓고 다수의 벌쳐를 생산해 이영호의 앞마당을 공격했다. 앞마당 확장을 가져가고 있었던 이영호는 서둘러 팩토리에서 벌쳐를 찍으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김동건은 벌쳐 수가 적을 때는 입구 앞 다크스웜에 숨고 벌쳐 수가 많을 때는 스웜 밖으로 나와 SCV를 공격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응수, 결국 이영호의 앞마당은 마비되고 말았다. 거기에 탱크까지 충원되면서 병력 규모 면에서 앞선 김동건이 이영호의 팩토리 지역을 점령, 승리를 챙겼다.

맵의 특성을 잘 이해한 김동건의 기민한 반응과 전략적인 벌쳐의 움직임이 돋보였던 경기. 첫 경기 때 마재윤에게 완파당했던 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이었다.

역으로 이영호의 대응은 조금 아쉬웠는데, 지난 주 신희승과 오충훈의 경기에서도 팩토리를 내려서 병력을 생산하는 플레이가 나온 바 있었음에도 너무 안일하게 앞마당을 가져간 것이 아닌가 싶다. 조금 반성이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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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별 승패 상황

A조 : 김택용(1승) - 신희승(1승) - 오충훈(1승 1패) - 김준영(2패)
B조 : 이재호(2승) - 변형태(1승) - 진영수(1패) - 박성준(2패)
C조 : 송병구(2승) - 이제동(1승) - 이윤열(1패) - 김성기(2패)
D조 : 마재윤(1승) - 김동건(1승1패) - 이영호(1승1패) - 안기효(1패)

아직 탈락 확정자는 없다. 김준영, 박성준, 김성기처럼 이미 2패를 떠안고 있는 선수들도 조가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1승 2패가 세 명 나오면서 동률로 재경기를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기 때문에, 비록 경우의 수가 상당히 희박하긴 하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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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7/10/22 15:41
수정 아이콘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으흐흐흐...(울며 뛰어간다-)
07/10/22 15:45
수정 아이콘
My name is J // 저도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제발 좀... ㅠ_ㅠ
ShooTinG
07/10/22 16:20
수정 아이콘
가장 마음에 걸리는건 D조...
마재윤 선수 3승으로 진출하시고,
안기효 이영호 김동건선수가 1승2패로 재경기 해서 안기효 선수가 올라갔으면.....
노력의천재
07/10/22 21:09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 자존심 낮추고 자신의 플레이를 닮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에 핏줄이 세도록 보는게 어떨가 싶습니다.
그리고 오충훈 선수는 잘생긴데다 집중할때 주는 웃긴 표정까지 아주 좋구..
송병구 선수야 뭐.. 그냥 올라 갈듯 하고...
마재윤.. 그의 2차 집권은 시작될것인가...
07/10/22 21:26
수정 아이콘
박성준 이재호전은 개인적으로 박성준 선수가 못했기 보다는 이재호 선수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울트라 저글링 체제에 SK스타일로 대응하면서 어떻게 하면 안지는지, 정말 당하는 입장에선 화가 날 정도로 깔끔한 플레이를 하더군요. 이재호 선수가 가장 좋아하고,잘하는 게임으로 흘러갔다는게 패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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