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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30 17:06:11
Name 바트심슨
Subject 황진이 - 야반도주가 말아먹다.
블로그에 쓴걸 그냥 옮긴거라 존댓말 생략입니다.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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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드라마 황진이의 컨셉은 확실했다. 수많은 남자를 농락한 천하제일 명기이기 이전에 춤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한 예인 황진이를 그리고자 했다. 굳이 황진이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 것도 그래서다.
그 절간에 살면서도 잠깐 본 춤을 따라하고, 천재성을 보이는 장면을 삽입한 이유는 타고난 예인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예인의 운명을 타고났으니 예인으로 살다 예인으로 죽어야 한다고 설정해놓고, 조선 최고의 예인이 되는 과정을 그리겠다는게 이 드라마의 뚜렷한 목표였다.
중반부까지의 진행은 아주 순조로웠고 적절했다. 어린 나이에 백무라는 최고의 스승을 만났고, 집중관리를 받으며 성장했다. 게다가 부용이라는 걸출한 라이벌까지 있었다. 초반 설정은 이렇게 완벽했다.
여기에 꽃다운 나이에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었다. 그 슬픔과 한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도 있었다. 다소 뻔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잘만 하면 문제될건 없다. 그런데 작가의 선택은 스승인 백무와의 적대관계 형성이었다. 이런 갈등구조는 또 그 나름대로 흥미진진했고, 백무가 죽기 전까지 유효했다.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을 망친건 김정한이었다. 김정한이 등장한게 문제가 아니라 남용된게 문제다. 김정한과의 연애를 백무가 또 한번 훼방놓고, 이로 인해 백무와의 갈등이 심화된것도 좋았다.
김정한은 여기서 퇴장했어야 했다. 그리고 황진이는 마음에 가득 쌓인 한을 딛고 올라선 도도한 예술가가 되면 그만이었다.
백무의 죽음은 백무와 황진이의 오랜 갈등을 한번에 해소하고 황진이의 예술혼을 불사를 절호의 기회였다. 백무의 장례식날 황진이가 강가에서 고운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스승을 보내는 장면에서 이후 최고의 춤꾼이 되어가는 황진이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냥 폐인이 되어버렸다. 반 미치광이가 돼서 술만 퍼마셨다.
그리고 그런 황진이를 구해준게 돌아온 김정한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야반도주하여 그냥 필부필부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스승 백무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시 돌아와서 고문좀 하고, 계단좀 굴러주고 하는 의미없는 과정을 거쳐 둘을 갈라놓긴 했지만 이미 스토리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황진이가 조선 최고의 예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중심 스토리였고, 멜로는 이를 보완하는 곁가지일 뿐이다. 그런데 김정한과의 야반도주 사건으로 중심이 바뀌고 말았다. 이 부분에서 메인은 연애질이고 서브는 거문고를 타고 싶어하는 손가락이다.
종방까지 두 회 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다시 황진이에게 예인의 길을 걷게 하는게 어디 쉽겠나? 그래서 이래저래 캐릭터들이 자주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한다. 자연스럽게 진행되긴 글렀으니 말로 설명해서 시청자들을 억지로 이해시키려 한다. "황진이가 연애하느라 바빴는데 이제 끝나려면 얼마 안남았고, 다시 춤춰야 되거든. 그러니까 갑자기 상황이 변한게 좀 어색해도 이해해줘." 이렇게 열심히 썰을 풀고 나서 23회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난리를 피우던 김정한은 사라져버렸다. 필요없으니 버렸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그러고나서 기껏 한다는게 뜬금없이 행수자리를 놓고 경합시킨다는 것이다. 최고의 춤을 추는자를 가리겠단다. 왜?
이건 그냥 이벤트다. 시간도 얼마 안남았고, 다시 예인모드 온! 하자니 새로 스토리를 전개시키기도 어렵고, 그래서 굵직한 타이틀이 걸린 이벤트를 벌려놓고 한큐에 끝내려고 한 것이다. 마음이 급해서 극단적인 뭔가를 찾은게 겨우 '민중속으로'다. 춤의 ㅊ자도 모르는 우매한 백성에게도 먹히면 최고다라고 임의로 최고의 춤을 정의하고 거기에 맞춰서 극단적인 상황을 전개했다. 순전히 작가 마음 내키는대로다. 별로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서화담씩이나 되는 캐릭터가 겨우 두 회 나와서 한방에 깨달음을 주는 역할만 하고 끝나게 된건 역시나 김정한과의 에피소드로 시간을 다 써먹었기 때문이다. 숨어지내며 3년 시간낭비하지 말고 서경덕을 만났어야 했다. 그랬다면 결말을 이런식으로 대충 얼버무리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참~~ 멋진 드라마가 될 뻔! 했는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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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TaR조군
06/12/30 17:12
수정 아이콘
흔히 속된말로 '개'공감입니다.(순화된 말로는 大공감이죠.) 그 좋은 소재를 별로 써먹지도 못하게 하고 끝나다니... 그리고 더 안타까운건 역시 서경덕부분....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황진이와 서경덕의 관계를 주목할 터인데..
My name is J
06/12/30 17:24
수정 아이콘
음...드라마를 안봤습니다만.
말씀하신 데로 스토리가 진행되면...? 이건 서편제인데요. 쿨럭...

아...서편제에 대장금..인가요...--;;
06/12/30 17:31
수정 아이콘
원작과 극본이 예전 불멸의 이순신에서의 김탁환씨와 윤선주씨죠. 처음에 그거 확인하고 전 아예 안봤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인간이라서 말이죠. ㅡ.ㅡ;;
06/12/30 18:37
수정 아이콘
공감백배입니다. -_-;; 실존인물에 가공인물을 더하면 그렇게 되나 봅니다. -_-:
버관위_스타워
06/12/30 19:01
수정 아이콘
다른 사이틀 퍼가도 될까요?
아이엠포유
06/12/30 19:13
수정 아이콘
공감 백빠센트네용^^ 제 싸이홈피에 퍼가되 될까요?^^
니구려우동
06/12/30 22:13
수정 아이콘
하루밤만 딱 보내고 퇴장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_-.......
너무 오래가더군요. 후새드....
바트심슨
06/12/30 22:35
수정 아이콘
출처만 밝히시면 퍼가는건 편하실대로....... ^^;;;;;
암튼 후반이 맘에 안든다는 얘기고 전반부는 좋았답니다. 아예 안보신 분이라면 추천까지 하긴 어렵지만 한번쯤 봐줄만한 드라마이긴 합니다. 아주 쉣~은 아니예요.
폭주유모차
06/12/30 22:52
수정 아이콘
그래도 주몽보단......
Miyake향
06/12/31 01:51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정말.. 재밌게 본 드라마긴 한데 김정한이랑 도망까지 간건 좀.... 서경덕과의 그 애틋함을 기대했습니다 늘-_-;; 고등학교 시절 언어영역 공부를 할때.. 그 두사람이 주고 받던 그 시조들. 그걸 늘 기대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더불어. 그래도 주몽보단.....2
네버마인
06/12/31 04:32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화담 서경덕이 꼴랑 2회 출연으로 막을 내리다니...
그것도 황진이의 춤에 대한 시시껄렁한 충고따위나 하려고 말이죠.
은호나 김정한 사이의 지지부진했던 사랑타령을 조금만 줄이고 예인 황진이의
인생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어도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드라마가 됐을텐데요.
꽤나 재밌게 보던 드라마라서 아쉬움이 남네요. 발성에 불만이 좀 있었지만 다모만큼이나
황진이 역도 참 고생스러워 보이던데 잘 소화해낸 하지원의 근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황진이가 주몽보다 보는 재미로는 수십배 낫더군요.
바트심슨
06/12/31 09:41
수정 아이콘
주몽과 비교될만한 저레벨 사극은 온리 서동요뿐이죠. ^^
홍승식
07/01/01 01:00
수정 아이콘
그래도 2006년 KBS 드라마 중에 그림이 가장 예쁜 드라마가 아닐까 하네요.
MBC 궁, SBS 연애시대, KBS 황진이는 제게 정말 그림이 예뼜던 드라마로 기억될 듯 합니다.
아임리버
07/01/01 15:1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주몽보단......3
여자예비역
07/01/02 15:05
수정 아이콘
저도 계속 서경덕 언제나오나 그것만 기다렸는데.. 22회가서 '미췬.. 이러다 서경덕 안나온느거 아녀..-_-;;' 라는 생각을..ㅡ_ㅡ;;
여자예비역
07/01/02 15:07
수정 아이콘
mirae™ 님// 현실에는 '김정한'이란 이름은 없습니다. 사대부였던 이생과 부부처럼 살기는 했으나, 첩이된것도 아니고, 기부가 된것도 아니고, 그저 이생이 황진이 때문에 송도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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