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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12 15:33:51
Name 막군
Subject [잡담] 내가 슬램덩크와 H2를 좋아하는 이유
슬램덩크


슬램덩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사람중에, "이 만화 별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내 인생 최고의 만화다"라는건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슬램덩크를 본 10명중에 8,9 명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중에 하나로 슬램덩크를 꼽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슬램덩크의 가장 큰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역대 그 어떤 만화들보다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잘 살아있다는 점이다. 슬램덩크를 1인칭 시점의 만화라고 할때, 그 1인칭은 강백호일지 모르겠으나 주인공은 강백호가 아니다. 그곳에 나오는 모든 주요인물들이 자기의 스토리를 가진, 심지어 그나마, 제일 그나마 악역으로 칠수 있는 - 강동훈과 남훈역시 농구에 대한 그들의 감춰진 비밀이 있었다. 인기투표를 하면 다른 만화들에 비해서 표가 여러갈래로 갈리는것도 이러한 연유이다.


내가 슬램덩크에서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그 무엇도 아닌 채치수가 산왕전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였다. (사실, 채치수는 미련하기에 짝이 없는 인간이다. 자신이 그렇게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고, 포텐셜도 충분했다면, 왜 그는 해남부속고나 다른 고교를 택하지 않았을까? 뭐 하지만 이건 집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하찮은 거니까 넘어가자.) 전국제패라는 그의 큰 목표가 달성도 되지 않았지만, 고교농구 최강인 산왕을 상대로 이렇게 까지 선전할수 있을꺼라고는 생각했을까?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일을 자신의 고교농구 인생 막바지에 접어들어 동료의 도움으로 그 곳까지 설수 있었던 채치수의 눈물은 단순히 만화에서 뿐만아니라 우리 현실세계에서도 언제든지 공감갈 장면이였다.

슬램덩크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해두자. 솔직히 입아프지 않을까. 이렇게 대단한 만화를 평한다는 것 자체가.





H2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지만, 난 야구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어떤 스포츠 만화중에서 야구만화만큼 실제스포츠와 다르게 표현할 만화는 없을것이다. 야구에 완벽한 캐릭터는 절대 없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10번중에 3번, 정말 잘하면 4번을 칠까 말까한데, 만화는 천재캐릭터들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아무리 잘던지는 투수라도 9회에 2점, 진짜 무진장 잘해도 1점은 내준다.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 수상자가 1할타자에게 홈런 하나 맞는것 자체가 그리 놀라운것만은 아니다. 있을수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때문에 야구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지나칠정도로 과정되었다.



하지만 H2는 예외로 해주고 싶었다. 사실 H2는, 야구물을 가장한 연애물이라고 생각된다. 놀랍게도, 내가 보아온 몇안되는(한 4-5편의) 연애물들중 가장 평범하고 현실적이다. 히데오와 히로, 그리고 히까리와 하루까는 고교 생활 3년동안 어떻게 보면 평범한, 진짜 우리 생활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들이다. 히로와 하루까의 우연한 만남이라던지, 히까리와 히데오를 지켜만 보는 히로라던지, 친한 이성친구가 갑자기 여자로 보인다던지... H2는 슬램덩크에 비해서 캐릭터의 개성이 그렇게 까지는 뚜렷하진 못하다. 그 한사람 한사람의 생각을 잘 알수 없었다. 히로와 히데오가 마지막으로 붙던 그 경기에서, 노다에게 "난 히까리를 너무 좋아해"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라면, 필자는 아마 까맣게 상황파악이 힘들었을것이다.



H2는 모든 경기나 사건들을 흐지부지하게 맺는다. 끝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의 "다음회 또 사서 보시라고 좀 감질맛나게 하는겁니다." 라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완결이 날때까지 내내 그러는 걸 보면 상업적인 목적만은 아닌것 같다.


나는 그 잘난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를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초등학교 시절에 누구누구를 좋아했다고 얼레꼴레 하는것까지 삼각관계로 친다면 한두번 있었다) H2는 이상할정도로 공감이 잘간다. 왠지 내가 히로, 혹은 히데오가 된 느낌이다. 그 뻔한 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상황들 - 납치라던가, 죽을 고비라던가, 불치병이라던가, 숨겨진 가족사라던가... 그런거 하나 없이, 야구라는 하나의 공통분모 아래 일어나는 고교생들의 해프닝이 오히려 더 나를 집중시켰다. 만화가 화려하지는 않았는데, 그게 이상하게 좋더라.





두가지를 좋아하는 이유

슬램덩크 2부가 나온다면 어떨까.

일단 당연히 구입한다. 그리고 본다.

강백호는 더 성장했겠고, 서태웅은 국내 탑 선수가 되고, 상양과 능남의 도전은 더 거세지고, 새로운 캐릭터도 나오겠지, 등등.

하지만 슬램덩크 2부가 나오는것에는 반대다. 너무나도 보고싶겠지만 반대다.

슬램덩크라는 작품이 훌륭한 이유는 슬램덩크같은 결말이 있었기에 가능한것이다.

아쉬움의 미학.

초등학교 시절 가장 재미있게 했었던 두개의 놀이가 있었는데, 하나는 팽이치기고 하나는 4~6명의 친한친구들끼리 테니스공으로 야구를 하던 것이였다.

그 두개는 내가 살아오면서 했었던 가장 재미있던 놀이였고, 내가 쭉 살아오면서 그 점은 변함이 없을것이다.

내가 맨 마지막으로 팽이치기, 혹은 테니스공 야구를 한적이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했던 사실은 '이것이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그 놀이를 즐기지는 않았던것 같다.

솔직히 그립다. 그 당시의 짜릿함과 흥분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나는 두번다시 팽이치기라던가, 4~6명의 멤버와 함께 테니스공 야구를 할 일은 없을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그 그리움은 여전히 이 놀이들을 내 인생 최고의 놀이로 인식시켜 주었다.


H2도 마찬가지다. 갑자원의 결승은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히로와 히데오가 대학까지 승부를 내서, 누가 히까리를 차지하나로 끝까지 가본다면 어떨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 평범해서 더 재밌었던 H2는, 곧 3류 이도저도 아닌 야구연애물이 될게 뻔하다.





결론


모든것에는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 매트릭스에서 나왔던 말로 기억된다.

끝은 언제나 슬프지만, 어떻게 끝맺음을 하느냐에 따라서 멋있게, 혹은 불명예스럽게 끝난다. 드래곤볼을 보라. 물론 42권까지 끝맺음 할때도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GT까지 가면서 원작에 얼마나 큰 손상(?)이 갔던가.

슬램덩크와 H2는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칠때 떠났다. 그 아쉬움이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크지만, 그래도 내 삶에 가장 재미있었던 만화로 기억나는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두 만화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다. (비슷한 맥락으로 고스트 바둑왕도 좋아하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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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12 16:08
수정 아이콘
<슬램덩크> 2부는 윤대협 동생이 북산에 들어온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꽤 흥미롭긴 하더군요.^^
<슬램덩크>가 좋았던 이유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집념과 열정.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도 허황되지 않았고요. 우왕좌왕하면서 무언가를 배워 가는 어린(?) 젊음이 좋았고, 그래서 감동이었죠.^^
주변에 아다치 미츠루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권해 주는 사람도 많은데 불행히도 한 작품도 보지 못했네요. 그림 취향이 저랑은 좀 멀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은데...^^;;
제가 2부가 나오길 기다리는 작품은 현재 딱 하납니다. <미스테리 극장 에지>.(너무 뜬금없나...?^^;;)
터치터치
06/04/12 16:15
수정 아이콘
아다치미쓰루~~

러프, H2, 쇼트 프로그램, 크로스로드, 너에게로 또다시, 터치, 슬로 스탭, 레인보우스토리, 카츠 등 열심히 찾아서 봤구요....

누군가 세상을 멈추고 1주일의 시간을 내게만 준다면 전 그 여유로운 시간을 아다치와 함께 할 듯 합니다.
서지훈'카리스
06/04/12 16:35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2가지와 일치하시는군요..^^
아다치 미치루 작품중에선 러프랑 h2라고 생각합니다..
하늘하늘
06/04/12 16:39
수정 아이콘
터치터치 / 진배도 보세요 ^^ 파격적인 러브스토리가 기다립니다
게레로
06/04/12 16:43
수정 아이콘
H2는 최고의명작....
쿠야미
06/04/12 17:05
수정 아이콘
헉. 저두 터치터치님 처럼 다 찾아볼정도로 아다치님 팬입니돠~
제가 젤좋아하는 만화는 드래곤볼, 슬램덩크, h2,터치,러프 이구요 ^^
06/04/12 17:14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보고있는 만화는 더파이팅 입니다
06/04/12 17:28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 제 아이디가 그 만화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이에요 ^^
아침해
06/04/12 17:29
수정 아이콘
인기투표하면 가장표가 많이 갈리는 만화는 더 파이팅이겠죠..워낙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니까요..
아다치 만화를 가장 처음본거는 80년도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너무 재미있어 대학졸업후 아다치 작품을 모으기 시작해 국내에 발매된거는 없는게 없네요..
만화를 좋아하는 75년도 이전 출생자들은 아다치의 최고 명작을 나인으로 생각할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다치 만화중 가장먼저 국내에 나왔으며, 누구나 바라는 고등학교생활을 그리고 있으며 터치,h2의 원전이나 마찬가지 이니까요..저도 나인을 보고 야구에 더 빠져들어 갔으니까요..
아다치 만화의 마무리는 역시 러프가 최강..
드래곤볼이 한참 인기있었을 때도 일본만화가 설문조사하면 아다치가 1등이었죠..
Zakk Wylde
06/04/12 17:39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가 아다치 미츠루입니다.
정말 만화에서도 여백의 미를 느낄수 있다는게 너무 좋습니다.

아다치 미츠루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있는거 같아요..
그의 작품들을보면 대게 스토리라인이 비슷비슷합니다.
캐릭터도 다들 비슷비슷하죠..
그런데 왜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수 없는건지..ㅠ_ ㅠ
그리고 제가 또 좋아하는 만화가 Love Hina입니다..
그냥 캐릭터가 예쁘고 깜찍해서.. 너무 좋아해서 전집이 일본판 한국어판 다 있다죠 -_ -
체념토스
06/04/12 17:43
수정 아이콘
전 아다치 미츠루 러프 너무 좋아합나다~

아아 ~ 들리시나요?
06/04/12 17:53
수정 아이콘
H2에 관한 글을 보니 반갑군요.
작년 여름휴가때, 방콕하면서 시리즈 완결했을때의 느낌이란...
히로군
06/04/12 18:08
수정 아이콘
러프,, h2.. 정말 최고죠
어제까지 h2드라마 보고 완전 다시 빠져서
오늘부터 만화다시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도 추천입니다~
하루카가,.. 정말...
너무 귀여워요...ㅠ.ㅠ
후추상사
06/04/12 18:48
수정 아이콘
아다치 작품인 Sunshine Around(해적판 - 너에게로 또 다시)도 볼만 합니다.
아주 예전에 무협 만화가 황재씨가 이 작품을 그대로 배껴서 내 놓은 적이 있죠. 그 땐 정말 황재씨 작품인줄 알았다는..-_-;;;
물론 러프, 터치, h2는 말 할 필요도 없는 걸작들이고요.
맛있는빵
06/04/12 19:08
수정 아이콘
진짜 오랫만에 막군님 보는거 같습니다
슬레이어스박
06/04/12 21:36
수정 아이콘
저도 최고로 손꼽는 작품들 중 하나 입니다. 굳이 두 작품을 비교하자면 h2가 슬램덩크에 비해 더 세련된 거 같아요. 슬램덩크는 대신에 소년만화적인 픽션이 많이 가미되어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죠.
물탄푹설
06/04/12 21:40
수정 아이콘
둘다 명작의 반열에 드는 만화이긴 한데....
나처럼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맹꽁이서당, 꺼벙이에 밤을 새던 세대는
그래도 역시 저만화들이 ......
회색의 간달프
06/04/12 21:55
수정 아이콘
저도 아다치 만화는 '러프'가 최고였던듯..
미유키도 괜찮았고...
간단한 그림체, 간략한 설명, 짧은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장면이 살아있다고나 할까요. 상황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다치씨의 만화입니다.
김종민
06/04/12 22:42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로긴하게 되네여..
정말 멋진 H2와 슬램덩크..
가끔 슬램덩크에 있는 장면과 대사를 보며,.
깜짝깜작 놀라곤 합니다..
슬램덩크는 만화책으로 모두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 H2가 좋아요..
모든걸 글로 표현하지도 않고 그림이 화려하지도 않지만
절제되어 있는 미학..느낌이..너무 좋습니다..
오랜만에 로긴하게 되는군요..~~
두 만화 모두 한 자리에 앉아서...
다시한번 1권부터 끝까지 보고싶네요~ @.@
06/04/12 23:05
수정 아이콘
음.. 전 오히려 h2, 슬램덩크를 동시에 싫어하시는분이 있다면 그 이유가 더 궁금하군요(분명히 있긴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터치터치
06/04/12 23:57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님/ 진배도 봤습니다. 제가 나열한 "등"에 포함된 거죠..

"등"이라고 했으니 진배를 쓴거나 진배없을 듯.. (이놈의 말장난..-_-;)
하늘하늘
06/04/13 00:09
수정 아이콘
jinbe/ 제아이디는 터치의 해적판 주인공 이름이죠.
하늘 . 바다. 시내 .. 라는 이름 만으로도 신기했던..
그리고 그런 구닥다리틱한 만화에 내가 흠뻑빠질수 있다는것이 놀라왔고
지금은 내인생 최고의 만화가 되어버렸답니다 ^^
하늘하늘
06/04/13 00:10
수정 아이콘
터치터치/ 진배 드라마도 있답니다 ^^
마츠 다카코가 주연했는데
나름대로 볼만함~!
SCV아인트호벤
06/04/13 04:19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떠들던 슬램덩크 2 설정 줄거리에 의하면
신현철, 정우성, 윤대협, 채치수 등등이 모두 같은 대학에 들어가서 무적의 팀이 되고, 뒤늦게 양호열, 김대남, 노구식, 이용팔이 농구를 시작해서 백호와 함께 팀을 만들어 무적 팀과 싸운다는 얘기가 있었죠.
왠지 흥미진진할 거 같지 않습니까?^^
재벌2세
06/04/13 06:07
수정 아이콘
저는 슬램덩크가 제 인생 최고의 만화책인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제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지침서와 같았습니다.
크리스챤들이 들으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제 마음에 구원을 가져다 준, 기독교인들로 치자면 성경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열정, 노력, 끈기, 인내와 도전을 알려준 제 인생 최고의 작품입니다.
IntiFadA
06/04/13 13:17
수정 아이콘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 사람의 만화를 읽으면 왠지 쓸쓸해져서 읽는게 즐겁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겐 러프가 역대 최고의 만화중 하나였습니다..
06/04/16 20:26
수정 아이콘
저랑 좋아하는 만화가 같으신분들이 많아서 좋네요 ^^;
제일 처음 구입하게된 만화책 슬램덩크, 그뒤에 완전판도 구입하고..
러프도 구입했죠.. h2는 아직 못구했지만.. 그래도 한국만화중에선 용비불패를 제일 좋아하는데 용비불패 좋아하시는분들도 많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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