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싫어 했었습니다.

이윤열 선수가 한창 날릴때(03~05)에는 제가 토스유저였었거든요.

수많은 토스유저들이 그에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를 안 싫어 할래야 안 싫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만약 싫어하는 선수가 계신다면 저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고 믿습니

다.

그때 참 밸런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죠. '맨날 저그한테 밟히고 이젠 테란한테까지?

이게 말이돼?' 이러면서요. 사실 그때의 울분은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한때 베넷에서 테란

전 19연패;;;를 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공방의

왠만한 테란유저분들을 (제 개인적인 자만..;;;)'다 때려잡는다' 라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

다만..;;(이말을 하려니 땀이 나네요.)

당시 이윤열 선수는 정말, 자신에게 붙여진 '머신' 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렸습니다. 분명

실수가 있을법한 사람의 손이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완벽하게 경기를 이끌

어 나갔고 또한 그만의 프리스타일로 승리를 얻어냈죠.

제가 엠비시 게임을 좀 즐겨보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박성준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아이옵스결승보다는 당골왕에서의 박태민 선수와의 결승전이 기억에 남네요.

7전 4선승제로 치러졌었던..

1경기 루나는, 하얀도화지위에 맘껏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극한의 플레이..

나머지 경기들도 이윤열 선수는 확실히 엄청났습니다만, 또한 박태민 선수는 더 엄청났었

죠. (생각해보면 센게임~우주 때까지 엠겜 눈물나게 재밌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인것 같습니다. 이윤열 선수에게 정이 가기 시작한 것은요.

미운정 든다고 하잖습니까. 자꾸 그를 미워하고 싫어하다보니 어느샌가 그를 응원하고 있

게 된 거죠.

이렇게 미운정이 들어버린 저로선 양대리그에 자취를 감춘 그가 어색하고 안쓰럽기만 합니다.

이윤열 선수가 저와 동갑으로 알고있습니다.(스물 세살. 맞나요?)그 나이에 갑작스런 아버

지의 죽음, 그리고 매일 웹상에서 까이는..그 수난을 겪었던 그가, 이젠 다시 결승에 올라

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아 물론, 강민 선수와 붙으신다면 양보....)




p.s 요즘 베넷에서 생각나는 대로 종족을 골라서 플레이 하는데, 정말 재밌네요. 토스만
      하다가 이것저것 해보니 스타의 맛이란게 이런거구나..하고 느낍니다. 꼭 이겨야만 재
      미있고 신이 나는 건 아닌것 같아요. 이제는 저그로 플레이하면서 벙커링들어오는 걸
      즐기는 경지까지 이르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