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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1/13 12:22:59
Name kicaesar
Subject 몇년전의 추억, 생태계의 종과 로마, 그리고 테란의 위기.
1. 몇년전 유게에서 게이머들의 스타일을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로템에서 저그가 베짱좋게 안마당을 먹으려고 할 때 테란의 대처
임요환-원배럭 테크를 타서 드랍쉽으로 여기저기 휘두른다.
이윤열-마린메딕으로 성큰 무시하고 난입해서 피해를 준다.
서지훈-벙커짓고 터렛지으며 방어를 확실히 한 후 한방러시한다.
베르트랑-차라리 잘됫다 하고 안마당 지으면서 SCV실컷 뽑는다.

테란이 조여올 때 프로토스의 대처
김동수,임성춘,박정석,김성제.....- 질럿 셔틀 타고 달리면서 뚫는다.

내용의 핵심은, 테란의 다양한 스타일에 대비되었던 그 당시 프로토스 플레이의 획일화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에는 테란이 거의 모든 메이저대회를 휩쓸던 시절이었으며, 프로토스는 '정말로' 암울하던, 16강에 2명이나 올라올까 말까 하던 시절이었죠.

시대는 바뀌었고 현재도 테란이 강력한 것은 맞지만 그 때의 그 시절과 비교하기는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2. 생태계의 법칙
먹이 사슬과 먹이 그물, 아마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한번쯤 들어보셨을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먹이 사슬은 먹고 먹히는 관계를
풀→토끼→여우→호랑이
와 같이 사다리 모양으로 나타낸 것을 말하며, 먹이 그물은 더 복잡하게 상관 관계를 그려놓은 것입니다.
건강한 생태계는 외부의 어떤 변인에도 좀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생태계를 이야기하는데, 특히 먹이 그물을 구성하는 종의 수가 많은 생태계일수록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각한다면, 토끼와 여우로만 이루어진 생태계는 토끼의 먹이가 사라져서 토끼가 크게 줄어들면 여우의 개체수도 격감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토끼와 족제비 닭... 여우 이렇게 유지되는 생태계는 토끼가 없어져도 남아있는 족제비나 닭이 있기 때문에 여우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생태계는 유지될 것입니다.

3. 로마제국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을 읽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로마는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를 기점으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뀝니다.
전자가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시대의 성격을 가졌다면, 후자는 안정화, 소극적인 흐름이 눈에 띕니다. 어쩌면 방위를 선택한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기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로마제국을 좀더 번영시키고자 한 그의 선택도 의도하지 않은 역기능을 발하게 됩니다.
초창기의 로마는 ‘현실 안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이 좋건 좋지 않건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발전해 나갔으며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에, 게르만족에게 공격당하는등 수많은 시련이 있었으나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정의 로마제국 시대에 영토확장은 멈추었고, 전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패자도 동화시키는’방법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죠. 마치 고인 물처럼 변화가 없는 제국은 안에서 썩었고 결국 멸망의 길에 서게 됩니다. (살아남았던 동로마 제국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로마’는 아니었습니다.)

4. 테란의 위기
이쯤에서 뜬금없이 테란이 위기라고 말씀드린다면 납득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떻든 메이저대회에 테란이 많이 올라오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전상욱 선수가 한말처럼, 대부분의 테란이 저그에게는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컴‘ 프로토스에게는 ’FD와 수비형테란‘의 마인드를 가지고 게임을 합니다. 위에 들었던 후기의 로마처럼 다른 것(영토확장이나 새로운 문화의 도입)과 같은 것을 하기에는 너무나 도박적이다, 혹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더블컴과 벙커링 등등, 아직도 강력한 전략들의 시작은 로마가 그리했던 것처럼 ’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였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더블컴과 벙커링이 불꽃테란이나 투탱크 드랍같은 전략보다 덜 도박적이거나 혹은 강력하다 보니 많은 테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것을 사용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 무적의 전략은 없으며 마징가 Z같이 느껴졌던 게이머들도 결국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오랫동안 보신 분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것입니다. 언젠가는 파훼법은 등장하기 마련인데도, 요즘 모든 테란들의 모습이 거의 판박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만약 얼마전의 마재윤 선수대 최연성 선수의 일전에서처럼 그렇게 강력했던 ‘더블컴’을 완벽하게 파훼하는 것이 좀더 일반화된다면 어떨까요?
분명한 것은 테란이 그 ‘더블컴’카드를 얻기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할게 없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끼와 족제비 닭이 있는 곳에 사는 여우는 토끼가 없으면 닭을 먹으면 되지만 토끼만 있는 곳에서 사는 여우는 토끼가 없어지면 같이 죽습니다. 테란은 ‘비록 토끼풀이 많아서 토끼가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먹이 걱정이 없는 여우’일지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기후가 변화한다든지 전염병이 창궐하면 토끼가 없어지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는 여우의 신세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테란의 플레이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를 돌이켜 볼때 테란의 부흥은 기존에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먹이’를 만들어낼 때 이루었습니다. 임요환 선수는 상대가 전멀티를 먹을 때 ‘드랍십’으로 그것을 파훼했으며, 이윤열 선수는  히럴에 대해 ‘투팩 탱크’를, 최연성 선수는 상대의 자원전에 대해 맞물량전이라는 새로운 카드의 ‘먹이’를 찾아내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먹이도 바닥이 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먹이를 찾아내 먹지 못한다면 테란은 그 먹이가 생기기 이전보다도 못한 상태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테란 게이머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임- 서두에 언급했던 게이머들의 플레이가 지금은 이렇더군요

테란이 압박해 올 때 플토의 대처
박지호 - 스피릿(-_-;;)으로 용감하게 XX박는다.
김성제 - 내 본진을 치건 말건 타스타팅 멀티와 함께 리버로 집요하게 괴롭힌다.
오영종 - 다크로 병력을 짤라먹으며 멀티하지 못하게 만든다.
.....

테란의 플토에 대한 대처
임요환, 전상욱, 최연성, .....- 닥치고 수비하고 멀티먹으며 200채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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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구
06/01/13 12:34
수정 아이콘
수비형 테란은 왠지 'SK류' 무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SK류 수비형 테란 제 3장 닥치고 투아머리!"라던지요 ^^;;;
그런데 확실히, 재미라는 면에서, 예전만해도 연성선수의 그 토나오는 물량이 신기하고, 맞물량전이 그렇게도 재밌을 수 가 없었는데...요새는 뭐랄까 "저정도 물량이야 당연한거 아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구요. 살짝 식상해져가는 기분까지도 들더군요.
글쓴분 내용에 동감하고요. 아무래도, 수비테란신공뿐 말고도, 예전 임선수의 드랍쉽신공이라던지 여러가지 류파들이 다시 부활했음 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선엔베.... 언제쯤 선엔베의 타오르는 불꽃을 다시볼 수 있을까요....
레지엔
06/01/13 12:47
수정 아이콘
그런 점에서 개척시대와 815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루나로 대표되는 이른바 전형적인 '언덕 위 본진 - 앞마당 먹고 - 중앙 운동장으로 집합!' 패러다임을 깨면 아무래도 그 맵에 특화된 새로운 전술이 나올 것이고, 개척시대와 815가 바로 패러다임 변화에 직결되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맵을 보고 선수들이 당황할 때 많은 분들이 바라시는 낭만시대 스타일의 경기가 많이 나올 듯 합니다. 최적화 공식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말이죠...
김홍석
06/01/13 12:51
수정 아이콘
시간싸움을 위한 전략보다는 자원싸움을 위한 전략으로 변화했지요. 한방향, 한 점에서의 승부에 모든것을 거는 타이밍의 시대에서 동시 다발적인 전투와 전략적 타이밍의 상대성이 더 중요시 되는 시대이다 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전략은 더 단조로와 지는것 같습니다.

다시말해, 전략의 다양성을 모두들 소화시키고 절대적 타이밍을 파훼하는 유연한 상대적 타이밍에의 적응이 이루어 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결국 자원싸움으로 유도되게 된거죠. 다시 말해, 절대적 타이밍이 존재할수 없는, 변수가 넘쳐나는 운용의 다툼에선 역시 가장 안정적인 전략으로 출발할수 밖에 없고, 이것이 결국 단조로운 패턴을 부르게 됐다고 봅니다. 한타싸움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다가오는 절대 타이밍에 목숨걸던 긴장되는 초반의 스릴은 사라지고, 한타싸움을 얼마든지 회피해버릴수 있는 즉, 시간을 주고 자원을 택해버리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의 전환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마치 포털스크롤을 사용하는듯한 허무함이랄까 그런 느낌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결국 운영의 싸움이란, 게으른 전략가들의 소심함이 빚어낸 합리화일 뿐입니다. 한타이밍에 끝장을 보려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은 물량제국시대에 도전하는 무모한 라데팡쓰로서 오늘도 손가락질을 마다않고 달려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르크
06/01/13 16:16
수정 아이콘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지금같이 프로리그에 집중하고 개인리그는 남는 여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경기를 한다고 볼때 kicaesar님이 말씀하신 먹이를 찾는일은 쉽지 않아봅니다.

일단 프로리그의 경우 상대예측선수나 종족이 맞았다면 모를까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모든종족전을 준비해야 하고 개인리그는 당연히 더욱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더욱더 안정된 길을 가는 선수가 많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지금 테란의 방식에 이렇게 대처하면 이겨라고 확실할수 있는 빌드도 애매하거니와 그걸 깨부술 선수역시 많지 않습니다. 이런상황에 다른먹이를 찾는일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테란의 먹이부족으로 소리없이 위기가 찾아온다고는 볼순있으나 그것이 대세로 나타나기전까지는 다른먹이 찾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제 개인적인으론 지금의 테란을 따라가기도 다른종족은 벅차는 마당에 다른먹이라뇨 ㅠ_ㅠ)

테란의 진정한 위기도 한번은 크게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xxxxVIPERxxxx
06/01/13 17:13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7년여의 시간동안 수많은 발전을 이뤄온 테란은 현재 더이상의 진보는 어려워보입니다. 마린부터 현 투아머리골리앗까지 유닛의 잠재력을 90%이상 끄집어내는 현 테란실정에서는 더이상 다른 유닛의 활용은 어려워보이구요..활용가능한 유닛은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에 반해 아직 플토와 저그쪽은 아직도 진보가 현재진행중이라는게 무서워보입니다. 플토와 저그쪽에선 아직 활용가능한 유닛들이 남아있죠.
재미없어졌다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테란은 이미 90%이상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고 남은 부분을 메꿀 하나는 결국 "운영"이라고 봅니다.
김연우
06/01/13 17:36
수정 아이콘
테란의 진보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진보할 필요가 없으니 변화하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7시절에도 울트라리스크, 디파일러는 좋은 유닛이었지만, 저그는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
히드라 럴커로도 이기니까요.

'도저희 이길 수가 없다'란 생각이 들때, 그때서야 새로운 뭔가를 개발할 겁니다. 지금 껄로도 잘 이기는데, 굳이 힘든길 찾을 필요 없죠
Spiritual Message
06/01/13 17:4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테란은 좀 더 곤경에 빠져야 합니다..
06/01/13 18:20
수정 아이콘
차기 MSL을 주목해 봐야겠네요
두 시즌 연족 테란 4명 최소종족, 우승은 저그
밑에 분이 말씀해 주셨던 마재윤식 3햇으로 저테전 극복
김성제, 강민, 박정석, 박지호등 다양한 마인드의 플토 7명 최다종족...

다음에 테란의 위기가 온다면 MSL 8차 시즌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06/01/13 22:05
수정 아이콘
아주 최근 테란대 타종족 경기들 보면 그 동안 테란의 전형적인 빌드였던 플토전 FD나 저그전 벙커링 or 더블 전략이 이제 더이상 A급이상 선수들에겐 안통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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