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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20 02:30:37
Name 소년
Subject [반말잡담. 25세이상 관람불가] 행복하게 사랑하려고?
분명히 말해두지만

사랑한다는 건 살아가는 것과 같은 거야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기도 하고.





살면서 슬픈 일 어려운 일,

때로는 행복하기도 하지만 가슴 한 켠이

몽둥이로 맞은 듯 쓰리기도 하고

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휑하니 썰렁하기도 하고 눈물도 나고 그러잖아.





사람을 만나는 건 어때?

처음에는 웃음으로 시작하는 게 보통이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가도 만난 지 얼마 안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슬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웃게 되지.



그러다가 계속 만나게 되면

웃음의 목록 중에 '따분함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참 안타까운 이유가 추가되지.

그러면 안만나면 되는 건데 계속 만나게 되면

괜시리 바쁜 척 하며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되려 반가운 척 호들갑을 떨면서 사교성을 보이는 부류도 있어.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지?

그건 네게는 꿈에 불과해.

확률만 생각해봐도 금방 알게 되지.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한다고 하자

(사랑하기에 세명은 너무 많아)

한 사람이 행복할 확률이 몇퍼센트나 되지?

난 5퍼센트로 할래.

그 행복해 보이는 결혼 생활들이 안을 들여다보면

때론 폭력, 때론 바람으로, 때로는 질투와 무관심으로

무너지듯이 다른 사람들의 삶도 들여다 볼 수록

다들 힘겹게들 살더라구.





그럼 두명이니까 0.05에 제곱을 해야겠지.

그럼 25 곱하기 만분의 1을 해야겠네.

0.0025





여기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잘 맞을 확률을 구해볼까.

너는 네가 만난 사람이 60억 인구중에 바로 그 사람이라고

믿는 순진이는 아니겠지?

네가 조금이라도 깊이 있게 만나본 사람을 백명이라 하고

그 중에 한명을 택했다고 후하게 계산해보자.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한 검토였을까?





너무 부족해.

최소한 만 명 중에 한 명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아?

진짜 전 우주에서 최고로 내게 좋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작 백명 중에 최고라면 슬프잖아?

그러니까 네가 만난 사람이 네게 딱 좋은 사람일 확률은

0.01 이 되는 거야.





결국에는 행복한 사랑을 할 확률이 0.000025가 된 거지.

퍼센트로 하자면 0.0025퍼센트.





잔인한 얘기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직 더 남았거든.





일단 그런 확률로 만났다고 치자.

처음에야 좋겠지.

하지만 10년 후에도 그렇게 좋을까?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는 하지마.

행복한 사랑을 하려면 최소한 30년 이상은 잡아야

제대로 되는 건데 이것도 편의상 짧게 잡아준거니까.





10년 후에도 계속해서 뜨겁게 사랑할 확률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10퍼센트라고 해두자.

1퍼센트라고 해도 틀릴 것 없지만

각자 행복한 상태에서 좋은 인연으로 만났다는 가정을

한 거니까 10퍼센트쯤 해줘도 되겠지.





그럼 확률은 0.00025퍼센트가 되네.





여기다가 서로 죽지않고 건강할 확률과

집안끼리 화목할 확률,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이

충분할 확률 등 변수가 더 많지만

그렇게까지 안해도 결론은 이미 확실해보이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거야, 행복한 사랑이라는 건.

지금 계산 한 것이 항상 행복할 확률도 아니고

대체로 행복할 확률을 계산한 것일 뿐인데 말이지...





설마 여기까지 차례로 다 읽지는 않았겠지?

시작부분만 보고 바로 이 부분을 보고 있기를 바래.

애초에 헛소리에 불과한 거니까 말야.





왜 헛소리인지 모를리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설명해줄게.





우선 사랑하는데 행복한 사람끼리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 자세한 설명은 필요도 없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하는데 훨씬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꼭 행복할 필요는 없지.





서로에게 맞는 딱 그 사람일 확률?

그것도 의미 없는 계산이지.

이미 사랑이 시작된 연인에게 그런 건

'우리 부모님이 객관적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부모님일까'

생각해보는 것처럼 무의미하고 유치한 의문일 뿐이야.





10년 후에도 사랑할 확률?

그건 말 장난에 불과해.

행복하게 사랑하고 있다면 이미 시간이라는 건

아군이지 적군이 아니니까.





때로 만나고 3년이 고비라느니, 6년이 고비라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섹스를 하고 나면 사랑이 시들해진다는 얘기를

쉽게 내뱉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사랑을 제대로 못해본 사람들의 얘기라고 확신해.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면 서로 알아갈 수록

점점 더 그 사람이 사랑스럽게 보이고(객관적인 판단 능력이

점점 흐려진다는 뜻이야. 콩깍지가 벗겨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두터워진다는 뜻이기도 하고),

정도 깊어지고 서로를 더 잘 이애하게 되지.

새로운 모습도 점점 더 많이 알게 되고 말야.

넌 너에 대해서 잘 알아?

자신을 사랑하고 가치있게 생각할 수록 새로운 모습을

평생동안 계속 알아가잖아.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도 그렇게 되는 거야.

사랑이 놀라운 능력으로 상대에게 새로운 가치를 더해줄 때

'사랑의 힘'이라는 말을 하게 되지.





결혼은 집안이 하는 거라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집안이라는 것도 결국 사랑의 대상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만약에 상대의 집안을 사랑할 수 없다거나

양가 집안이 껄끄럽다면

극복하기 놀이를 하면 되는 거지(그게 참 힘들긴 하지).

건강이 안좋다면 서로에게 손이 되고 발이 되주고

도와주면서 더 끈적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돼.





그래그래.

억지스럽다고 생각되는 게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이건 진실이라고 생각해.

행복한 사랑을 하는데 그게 다소 어렵다거나

힘이 든다고 해서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아.

그래, 나도 경험해보지 못한 게 더 많아.





찢어지게 가난해서 굶어가며 연애해보지도 않았고,

단지 나의 출신 지역이나 성을 가지고

반대하는 장인을 만나본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척추가 나가서

10년 넘게 병수발을 해본 것도 아니야.





하지만 너보다 조금은 더 알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나의 건방진 말들이 참고가 됐으면 해서 하는 얘기야.

사실..가장 큰 이유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겠지.

그리고 표면적인 이유(명분 같은 거 말야)를 말하자면

이제 말장난 마음장난 사람갖고노는장난은 그만하고

제대로 사랑해보라고. 안타까워서 그래.

때로 안타까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너만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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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05/12/20 03:12
수정 아이콘
너무 가슴에 와 닿는글
05/12/20 03:15
수정 아이콘
맘 아퍼요.. 나도 이런걸..
과자공장사장
05/12/20 03:23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거'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한살한살 지나고, 한명 두명 지나쳐갈수록 절실히 느낍니다..
이슈타르
05/12/20 03:30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너무 와 닿는군요.. 이런글은 추게로 가야죠
포르티
05/12/20 10:10
수정 아이콘
휴... 맘이 아픕니다. 저도 조용히 추게를 외쳐봅니다.
유신영
05/12/20 10:29
수정 아이콘
내 나이 26세.. 아직도 어리거나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가보오;; 어떤 사랑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My name is J
05/12/20 12:45
수정 아이콘
안하는게 어때서!라고 앙탈부리고 싶.......으하하하-
가끔 모든게 사치같을때가 있죠.
scv의 힘!!
05/12/20 12:51
수정 아이콘
와.....뭔가, 존경스럽네요...조심스럽게 추게로를...;
05/12/20 13:58
수정 아이콘
다시 읽어보니까 착한 사람과 사랑하지 않으면 참 많이 아프기 쉽다는 당연한 얘기를 빠뜨렸네요.
Kemicion
05/12/20 17:37
수정 아이콘
이런 생각 못하고 살았는데,


서로에게 맞는 딱 그 사람일 확률?

그것도 의미 없는 계산이지.

이미 사랑이 시작된 연인에게 그런 건

'우리 부모님이 객관적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부모님일까'

생각해보는 것처럼 무의미하고 유치한 의문일 뿐이야.

이 부분이 너무 기억에 남네요..

추게로
05/12/20 18:07
수정 아이콘
스치는 인연일 지라도 공감할 수 있고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죠 ^^ 좋은 댓글들 남겨주신 분들 모두 반갑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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