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25 03:32:03
Name Timeless
Subject 조금 쉬렴..
여기 1000일이 넘게 사귀고 있는 커플이 있습니다.

'준'과 '수아'

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수아: "준아~ 이따 수업 끝나고 공원에라도 가자~"

준: "응? 뭐라고?"

수아: "응. 수업 끝나고 공원가자고"

준: "나.. 피곤한데.."

수아: "그래? 알았어..."

준: "조금 쉬다가 영화나 보자"

수아: "정말? 뭐 볼까~ 내가 찾아볼게~"

영화 상영 내내 준은 졸고 있고, 수아는 영화를 보다가 준을 보다가 하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가 끝난 후..

수아: "준아, 나 살 것 있으니까 C마트 들렸다 가자"

준: "그거 꼭 오늘 사야돼? 내일 사자. 오늘 정말 피곤해서.."

수아: "그럼 너 먼저 들어가.. 나 뭐 좀 사서 갈게"

준: "알았어.. 들렸다 가자"

수아는 C마트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준은 카트를 끌며 멀치감치서 천천히 따라온다. 음식 재료를 잔뜩 산 수아는 준을 보고 말한다.

수아: "배고프지? 내가 집에가서 맛있는 것 만들어줄게"

준: "별로 배 안고픈데.. 일단 한 잠 자고 이따 저녁 먹자"

수아: "너.. 변했어.."

수아는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산대 앞에 서있는 준을 두고 달려가버린다. 준은 황당한 표정으로 계산대 앞에 서있고, 점원은 이상한 눈빛으로 준을 쳐다본다.

준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서둘러 수아를 따라간다. 저만치 터벅터벅 걸어가는 수아를 쫓아가 돌려세운다.

수아: "피곤하다면서 천천히 오지 왜 쫓아와?"

준: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왜그래? 정말.. 왜 피곤한 나를 이해 못해? "

수아: "너야말로 왜 내 마음 몰라주는데?"

둘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한 준은 그녀에게 등을 돌려 가버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

사랑하는 사이도 피곤하면 이렇게 됩니다. 남자가 무뚝뚝한 성격도 아니고, 여자친구를 귀찮아 하는 타입도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되고 맙니다.

피곤해지면 성의 없게 되고, 짜증도 쉽게 나고, 무엇인가 하기도 싫어집니다. 남이 하는 말도 귀에 잘 안들어오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도 이러한데 보통 친구가 피곤한 나에게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그것이 그냥 아는 사이나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도 오래 집중하면 피곤해집니다. 글을 읽거나 토론을 할 때도 마찬가지겠죠?

-------------------------------------------------------------------------------------------------------------------------------------------------------------------------------------------------------------

준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준의 친구는 준에게 "너 조금 쉬어.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봐라."

준은 기분도 안좋고, 피곤하고 그대로 몇 시간 동안 잠이 든다. 일어나자 배가 고팠고, 아까 수아가 무엇인가 음식을 해준다는 말이 생각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아까 일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두 번이나 부재중 전화가 연결이 되다가 결국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준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수아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수아: "그럼 이제 안피곤해?"

준: "응! 너 지금 하고 싶은 것 있어? 뭐든지 다 할게"

수아: "아까 영화 자느라고 못봤지?"

준: "어? 어.."

수아: "그거 보러 가자. 너가 좋아할 만한 영화였거든"

준: "그래! 조금 있다가 봐~"

수아: "응. 늦으면 알지?"

준: "네~"

-------------------------------------------------------------------------------------------------------------------------------------------------------------------------------------------------------------

피곤이 풀리면 우리는 힘을 얻습니다.

데이트나 운동도 피곤하지 않아야 즐겁게 할 수 있지요.

또 쉬고 나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도저히 이해가 안될 때, 짜증이 쉽게 날 때, 나는 옳은데 남들이 나에게 자꾸 무엇이라고 할 때가 있잖아요? 정말 어려운 문제지요.

조금 쉬세요.

피곤이 풀리면 그 어려운 문제도 풀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넨네론도
05/09/25 03:36
수정 아이콘
근데 1000일을 사귄 커플이면 저정도문제는 대충넘어가지 않나요 그야말로... '너 변했어...' 라는투의 말은 안할텐데요 -_-a 뭐 그저 그냥 글 잘 읽었구요... 글과는 깊이 상관없는 리플입니다. 뭐 디씨에서의 글설리정도...되겠습니다. 좋은밤되세요.
양정민
05/09/25 04:30
수정 아이콘
음... 당사자로써 1000일 넘게 사귄 커플들도 그런 말을 하긴 합니다. 근데 비교적 얼마안사귄 커플들보단 부담없이 꺼낼수 있습니다.
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요.그럴만한게...1000일 넘게 사귈동안 서로에게 그런말을 얼마나 많이 했겠습니까^^::

아무튼 본문에 공감하네요.저도 pgr에서나 실제로나 뭔가 안풀리고 상대방이 답답할땐 할말 못할말 다하며 싸운뒤 밤공기 쐬면서 잠깐 생각해보면 '이해할수도 있었던건데' 라고 생각할때가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B형 다혈질 스타일이죠.^^:
Baby_BoxeR
05/09/25 05:01
수정 아이콘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B형 다혈질 스타일이란건 없죠.^^:
수달포스
05/09/25 05:51
수정 아이콘
이거 비유하고자 예를 드신걸로 보이는데 왜이렇게 와닿죠? 제 얘기네요. 군대 제대하면서 예전 알던 여자동생을 연인으로 하게 됐는데,

휴학기간 피씨방알바 하면서 힘들었던지라.. 여자친구를 좋아하면서도 잘 대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때 생각이 나네요.....
Timeless
05/09/25 11:57
수정 아이콘
오래 된 연인들 이런 일 꽤 있습니다ㅠㅠ 시작하는 연인들에서 이런 일은 거의 없죠. 한창 달아오를 때니까요~ 하하하
05/09/25 14:01
수정 아이콘
네네... 그래도.. 솔로는 맘 아프네요.. ㅠ_ㅜ
유신영
05/09/25 14:26
수정 아이콘
2000일 넘어가면 저것도 귀찮아져서 깨지더군요 ㅜㅜ
양정민
05/09/25 19:44
수정 아이콘
Baby_BoxeR님//왜없죠? 제가 전형적인 그런 스타일인데...
아 물론 B형이 다 다혈질이고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실 말도안되는 말이지만 그냥 사람들 인식이 그렇게 되있는거 같습니다. 진심반,장난반으로요.^^
그런 의미에서 흔히 알려진 B형 다혈질 스타일이라 한겁니다.

근데 저나 제 친구들은 B형이 꽤있는데 다들 다혈질이더군요.-_-::
엘케인
05/09/26 01:27
수정 아이콘
3000일 넘어가면, 피곤해하는 걸 미리 알고 집에 그냥 보내주죠.. ^^;;;
심장마비
05/09/26 21:02
수정 아이콘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787 공동인터뷰를 할 경우.. [5] Heartilly4250 05/09/25 4250 0
16786 WCG 한국대표 결정전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24] silence4858 05/09/25 4858 0
16785 [긴급속보] 최홍만 레미 본야스키와 맞대결... [88] 초보랜덤6568 05/09/25 6568 0
16782 플러스팀 연패 행진中? [7] 요쉬4727 05/09/25 4727 0
16781 [잡담]2001년 나만의 최고 신인가수. [30] Daviforever6391 05/09/25 6391 0
16780 '던전&파이터'를 아십니까? [12] 넨네론도5281 05/09/25 5281 0
16779 조금 쉬렴.. [10] Timeless4701 05/09/25 4701 0
16778 e-Sports는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10] snookiex4014 05/09/25 4014 0
16777 화제의 문희준 4집을 들어봤습니다. [117] 포르티8293 05/09/25 8293 0
16776 저그 최초우승은 누구인가?(수정) [54] 몽상가저그6045 05/09/24 6045 0
16774 달려라.. 박지호.. [10] 블러디샤인4070 05/09/24 4070 0
16773 지구인, 생선 굽기, 귀찮음... [16] 총알이 모자라.4281 05/09/24 4281 0
16772 프리미어리그 맨유 vs 블랙번 박지성 선발출장! [24] 두번의 가을4419 05/09/24 4419 0
16771 드라군의 쉴드 감소 분만큼 HP로 증감한다면..? (공상) [29] 망이4338 05/09/24 4338 0
16770 너무 심하게 사랑하면.... 안된다. [20] 못된녀석...4589 05/09/24 4589 0
16769 아칸 합체가 순간이라면 어떨까요 [35] minyuhee5309 05/09/24 5309 0
16768 pgr21로의 도피 [7] 유수e4515 05/09/24 4515 0
16767 왜 김도형해설이 "케리어 가야되요~" 라고언급하는지 몸으로 느꼈네요.. [36] 한줌의재6873 05/09/24 6873 0
16766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보십니까?.. [47] Marriot Man..5464 05/09/24 5464 0
16765 아무리 방송경기라도 예선은 예선이었습니다. [28] 푸하핫5265 05/09/24 5265 0
16763 악플.... 악플이라..... 무엇이 악플인가.... [49] 홍정석4940 05/09/24 4940 0
16762 esFORCE 7호:'프로'의식 없는 프로게이머 [40] elegance7843 05/09/24 7843 0
16761 [제안]PGR의 악플러들을 잡자... [198] 못된녀석...5797 05/09/24 57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