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5/10 04:51:05
Name 돌팔이2
Subject 분재.. 아시죠?
얼마 전에 제주도에 갔었더랬습니다.
늦은 졸업이지만, 그래도 졸업여행이라고 쫄래 쫄래 따라 갔죠.
아.. 전 만 26살, 아직 학생입니다. 3학년이죠.

아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제주도에 분재예술원이라는 곳이 있더군요.

전 사실 분재에 대해서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머 다녀 오고 난 다음에 생각이 바뀐 것은 별로 아니구요.

제가 알고 있던, 그리고 제 머리 속의 분재라는 것은, 멀쩡히 자라는 나무를 쇠줄로 얽어 매서, 일부로 작게 만드는 것, 그래서 화분에 담을 수 있게 큰 나무의 조그마한 모형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작은 것을 좋아 하는 철저한 일본인의 문화라고,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더랍니다. 워크맨, 비디오카메라 등등과,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에서도.. 영향을 받았을지 모르죠.

많은 사람이 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들어가자 마자 처음에 만나는 안내문에 저의 생각에 대한 반박의 글이 있더군요.
분재는 중국에서 시작돼어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내용과, 분재는 나무를 못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고, 바르게 자라도록, 잘 길러 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라는 안내문이 떡하니 붙어 있더군요.
일견,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나무가 빨리 자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성격 급한 사람이 그거 매일 똑같은데 볼 생각 안나겠죠. 또, 생각 날때 마다 한번씩 들여다 보고, 대충 묶는다면, 나무 다 썩어 버리겠죠.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원래 그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 것인지 확실히 알고 있지 못한 다면, 철사줄로 묶는 것 만으로 나무를 작게 만들수는(표현을 빌리자면, 멋있는 운치를 가진 분재로 만들수는) 없겠죠. 아마 절대 불 가능 할 겁니다.

처음에 분재원에 10분 쯤 머물러 있을때, 정말 잘 꾸며진 공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30분쯤 돌아 다니면서... 슬슬 "구경"하기 조차 벅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같이 갔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 말이 "야 이거 오늘 다 볼 수 있을까? 완전히 산을 하나 옮겨다 놨는데?"였습죠.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꼈습니다. "산"

150평 남짓한 공간이라고 느꼈는데.... 그 속엔 산이 들어 있었죠.
결국 절반도 못 보고 나왔습니다. 나무 하나, 가지 하나, 입사귀 하나에 쏟은 정성... 그 정성들이 모여서 산을 만든...정말 엄청난 공간이었죠.

담배를 하나 물면서, 친구에게 담배를 권했습니다. 친구가 그러더군요. 담배 펴도 되냐?.... 그곳은 야외 였고, 재떨이로 보이는 항아리도 있었죠. 그런데, 담배를 피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결국 나와서 폈죠. 흘....



뭐, 서두에도 말씀 드렸지만, 제 생각은 아직 바뀌진 않았습니다.
저 또한 방종에 가까운 자유주의자이기 때문에, 묶는거 상당히 싫어 합니다. 혁대, 맬빵 등등...-_-; 배에 복대 차야 하는데 -_-;;;; 이놈의 배는 들어가지도 않네요

하지만 자유를 말하기 위해, 또한 그 맹목적인 자유의 결과를 알아야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 지 잘 아는 사람만이 정말 남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분재를 키울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PGR이 왜 녹색인지...혹시 저만의 착각일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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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
02/05/10 07: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여
pgr운영자분들이나 그분들을 아끼는 분들은
이런말이 상처일지 모르나..
더 좋은 pgr을 만들기 위한 충고가 들어있는
좋은 글이라구 생각합니다..
보기좋은 비유...
02/05/10 09:1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좋은 충고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NorthWind
02/05/10 10:20
수정 아이콘
아름다워라~ 글쓴이의 글, 그리고 운영자님의 글
02/05/10 11:12
수정 아이콘
pgr은... 기대없이 열었다가 뜻밖-이라고 생각할 만큼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그래서 찾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군요. ^^
그런데, 전 '하지만 자유를 말하기 위해, 또한 그 맹목적인 자유의 결과를 알아야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 지 잘 아는 사람만이 정말 남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분재를 키울 수 있는 것과..'
이 부분이 이 글 쓰신 분의 의도라고 보았는데... 다른 분들은 도입부을 중요하게 보신 것 같군요...
제가 머리가 확실히 나쁘긴 나쁘군요. ^^
제주도는 저희 가족도 지난 연말과 1월1일을 보냈었고, 그때 재미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어 기회되면 한번 써 보고 싶군요. 그런데, pgr은 게임관련 싸이트인데 단순 여행기 썼다가... 여러분들께 혼 나면... ㅋㅋ ^^;;;
분재원, 우리 가족도 마지막 날 어렵게 찾아 갔다가, - 제주도에선 렌탈하여 제가 운전했는데, 저, 워낙 심한 길치거든요? - 바람 무지 심하고 추워서, 아쉽게 입구에서 그냥 돌아 섰다는...
02/05/10 11:15
수정 아이콘
제주 분재원은 저도 2번 가봤는데. ^^
사실 전 별루더라구요.
02/05/10 11:20
수정 아이콘
호미님 ba~boo~~ ㅋㅋ 죄송 ^^;;;
자연을 느끼는 사람은 돌덩어리 하나에서 산 을 느끼고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 한송이에서도 아름다움을 본답니다. 김지하시인은 감옥 창살에 피어 난 잡초 풀 한포기를 보고 세시간을 통곡했다고 하던가요? ㅠㅠ;;;
02/05/10 11:28
수정 아이콘
허걱~~ 이런 모욕적인 예기는 첨임니다. ^^
인생의 풍랑을 격은이들의 감성과 저를 비교하신다면..
그건 바로 배틀크루저와 마린을 비교하신겁니다. ^^
이번 랜파티 할지 안할지는 아직 확정전이지만..
피피님도 약간은 고려를 해보시지요. ^^ 주말이니 가족분들 보시러 오시면서
02/05/10 11:39
수정 아이콘
랜파티! ㅠㅠ;;; 제가 왜?, 왜 참가하고 싶지 않겠어요. 비록 아직 유닛 종류도 다 모르지만요...
근데, 25일은 부산에서 저희 어머니 칠순잔치를 한답니다. ^^ 축하해 주세요. 가림토는 물론 저희 일가족 모두 부산에서 모이지요.
랜파티 18일이나 19일 하자고 주장하기엔 너무 촉박하고... 6월1일이나 2일은 제가 또 일이 있을 것 같고...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구요. 담에 또 기회 있겠죠? 뭐, ^^
뵙고 싶은 분 정말 많은데, 식용오이님, 은별님, 어딕트님, 아이리스님,목마른땅님, 쥴리아나 아이스님, 닥크당~님, 중3이라는 유카립투스군, 궁금플토님, 분수님, 지환이아빠님,조한진님, zobrio님, 그리고... 탄야님 등등등...
02/05/10 13:07
수정 아이콘
저도 이 글을 읽으면서 p.p님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저도 머리가 나쁜 것 아닌가 싶습니다 ^^;;; 그리고, 글도 별로 남기지 않고, 민감한 사안에서는 스윽 비켜나가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불초한 소생을 기억해 주신 p.p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0^
02/05/10 13:35
수정 아이콘
아이구, 은별님! 무슨 말씀을... 은별님 말씀대로 많은 글은 남기지 않으셨더래도 아마 pgr 가족들에게는 은별님 존경 받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
박영선님, 도끼는 무섭지만, ^^ 루오의 향나무는 좋군요. 울산 사시죠? 울산의 하늘도 오늘 흐린가요?
02/05/10 16:16
수정 아이콘
아 저도 p.p님 어머님 칠순 축하드립니다. ^^
02/05/10 17:58
수정 아이콘
P.P님 저두 축하드립니다 (__)
02/05/10 18:09
수정 아이콘
전 아주 많이 축하드립니다. ( 말로 때웠네요. ^^ )
02/05/10 20:28
수정 아이콘
박영선님,분수님,트루님,호미님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
가까우면 놀러 오시라고 초청할텐데... 아, 지금 네이트배 스타리그 8강 첫경기 안형모선수 vs 변길섭선수 막 시작했네요. 근데 팬들의 예상 안 36% 변 64% 예상이네요? 의외네요? 안형모선수 결코 만만찮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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