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엄재경입니다.
참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됐네요. ^^;

요즘은 커뮤니티 쪽으로는 별반 신경을 안 쓰고 살아가는 편인데, '네가 틀렸더라'라는 지인의 말을 전해듣고 확인해 보았더니 정말 제가 틀렸군요. 그런데, 틀린 게 아닐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 무슨 선문답을 하는 건 아니고...

아주 오래 스타 방송을 본 분들만이 기억하는 일이겠지만, 저는 버로우 전략으로 스캔을 못 달게 하면서 승부를 보는 전략을 '강도경 선수'로부터 들은 기억이 생생히 나고, 그 전략을 사용하는 선수의 경기를, 그리고 파이어뱃의 스플래시 데미지를 이용해 그것을 극복하는 선수의 경기를 중계한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분명히 납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느끼는 것입니다만, '기억'이라는 것이 종종 사기를 치곤 하는 요상한 놈이라 저도 무언가 얽혀버린 기억에 홀려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이번 건은 그건 아닌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스타를 새로 깔아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역시 버로우와 무관하게 컴셋이 달리더군요.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제 기억에 스타를 처음 했을 때는 스타를 사서 깔면 1.01인가 1.02인가 그랬었죠. 아주 오래 전 시디는 아직 보유하고 있지 못해 3년 정도 전에 구한 배틀체스튼가 하는 패키지의 시디(Teen마크가 찍혀있는)로 새롭게 깔고 테스트해 본 건데, 깔자마자 1.05더군요. 브루드워를 깔면 오히려 1.04가 됩니다.

역시 오래 전부터 스타를 해 왔고 또 어느 정도 매니아급인 분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1.07 패치 때(1.08이었던가요... 음. 아무튼 테란의 상향패치때) 몇몇 잠수함 패치가 있었던 것입니다. 수치상으로 바뀐 게 아닌, 무언가 체감상으로 바뀐 것들 말이죠. 이를테면 배틀크루저의 속도(이건 테스트를 통해 확실히 증명하기도 한 겁니다)가 미세하게 빨라진 거라든지 몇몇 공중유닛의 출발로부터 가속까지의 속도차이가 미묘하게 바뀌었거나 방향 전환시의 감속 여부가 변했다든지... 아무튼, 그런 변화들은 에디터에서 공개하는 수치를 바꾼 게 아니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패치 노트엔 기록되지 않은 채 변화된 것들이었습니다. 게임 한 2~3년 한 분들은 그런 게 있었나 싶은 부분이겠습니다만, 아는 분들은 아는 겁니다. ^^;

헌데, 설마 싶어 스타를 깔고 바로 배틀의 속도를 체크해보니 1.07 패치(1.08?)때 적용된 잠수함 패치의 속도가 적용되어 있더군요. 예전에 다크아콘의 마인드 컨트롤 관련 해설 때도 저하고 창선이하고 둘이 바보가 되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제가 해설 초창기에는 노트에 모두 기록해가며 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메모를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라 확인을 못하고 있고, 또 제가 주장했던 것인, 유닛을 빼앗았을 때 가져오는 게 리서치와 업그레이드중 어떤 것이냐라는 점에서 제가 헷갈린 것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창선이의 '캐리어나 리버나 마인드 컨트롤로 빼앗으면 빈깡통이 된다'라는 말의 경우엔, 초기 매니아들 사이에선 상식처럼 통하던 말이었거든요. 물론 이번에 새롭게 테스트해보면서 브루드워도 바로 깔고 다시 실험해보니 상식이 더이상 상식이 아닌 상황이 되어있었습니다만. 저희는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우리가 틀렸었나보다'라고 결론을 내렸었는데, 이번 실험으로 오히려 의문이 깊어만 가네요.

이에 저는, 어차피 스타는 배틀넷 기반이라 다른 버전끼리 게임할 일도 없고, 내부 패치를 통해 기본적인 게임의 몇몇 룰에 손을 댄 이상, 틴 버전이라든지 무언가 어차피 오리지널 시디에 손을 대게 된 시점에 패치 노트에 기록하진 않았으나 주요하게 변화를 준 몇 몇 부분에 대해서 전체 버전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 새롭게 생산되는 시디엔 적용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내려 보았고, 현재 저로서는 확인 불가입니다. 아주 초기에 생산된 스타크래프트 시디를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테스트를 부탁드려보고 싶네요.

버로우를 통해서 컴셋을 달지 못하게 한다는 초기 제 해설에 낚여 '프로게이머들'이 컴셋 위치에 저글링을 버로우하고, 그 저글링을 파뱃으로 제거하기 전까지는 컴셋을 달려는 시도조차 안했던 것일까요. 의문은 깊어만 갑니다. ^^;

거 참, 패치 한 번 나올 때마다 최초에 사나흘에 걸쳐 했던 각종 테스트를 여관방 잡아 놓고 기획회의라도 하듯 한 번씩 갱신해줘야 하는 건지... 차라리 예전 이야기는 중계중에 언급을 피하는 게 상책인 건지. 난감한 기분이 드네요. 뭐, 대중스포츠화 된 지금에야 대세엔 지장이 없겠습니다만. ^^;

아무튼 초창기 버전의 스타 시디를 갖고 계신 분께 부탁드려봅니다. 그럼, 항상 즐겜하세요.


* 안녕하세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8-17 05:32)
* 안녕하세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8-20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