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5/09/18 06:30:13
Name OrBef
Subject [우왕] [데이타] 잡설 - 허무주의 극복기
한 줄 요약: [아이고 의미 없다 그래도 사는 건 재미있는 거야] 라는 단순한 얘기를 굳이 늘여 쓴 이야기입니다.

1. 쇼펜하우어

고등학교 때까지의 저는 전형적인 '공부 잘해서 부자 되고 예쁜 여자 만나야징~' 정도의 생각만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부자는 못 되었지만 예쁜 여자는 만났.... 마님, 마님 보실까 봐 이렇게 써놓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을 전후해서, 흔한 대학생 버전 사춘기를 겪기 시작합니다.

저 당시의 제 모습을 돌이켜보면, 대학 입학 이후 '내가 왜 공부를 한 거지? 나는 무엇이 하고 싶지? 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긴 한가? 내 인생의 목표는 뭐지? 의미는 뭐지? 어쩌면 이게 다 부질없는 것 아닐까?'라는 허무주의의 씨앗이 막 피어나던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의미는 뭐지? 어쩌면 이게 다 부질없는 것 아닐까?' 같은 질문은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인간이 한 번쯤은 던져보잖아요? 그런 질문을 던질 때는 '답이 있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고, 그 마음가짐을 조금 더 파고 들어가 보면 '질문을 던지는 내 취향과는 상관없는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답' 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보면 이런 믿음은 종교로 이어지기 쉽고,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이런 성향이야말로 '모든 미신적 믿음이 사정없이 깨져나간 지난 200년을 거치고도' 인간 대부분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저는 교회를 간 것이 아니라, 형이 읽고 화장실에 버려둔 '쇼펜하우어 인생론'이라는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후 제 인생에서 꽤 오랫동안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우주의 무의미한 움직임 속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하고 쓸모없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그 책은 어마어마하게 강렬한 염세주의로 시작하는 책이었는데, 정확한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대체로 서두 부분에 '동네 우물물을 퍼와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징그러운 미생물들이 돌아다니지? 우리 삶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정도의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이해하는 세상은 표상에 지나지 않고 그 뒤에는 의지로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일견 플라톤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철학을 펴는 사람인데요, 우리나 미생물이나 살고자 하는 맹목적인 의지가 약간 다른 모습으로 표상된 존재일 뿐, 결국은 그게 그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삶의 의미나 목표라는 것은 환상이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공부해보면 이 사람이 단순한 염세주의자는 절대로 아니고 실제로 제가 읽었던 책도 뒷부분은 상당히 밝은 내용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데, 18살 순진한 대학 새내기로서는 인간과 미생물이 둘 다 그냥 생존 기계일 뿐 본질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반박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이후 몇 년간 저 문구를 머리에서 지우지 못하고 살게 됩니다. 지금도 '개인의 의견과 독립적인, 객관적인 삶의 의미나 목표라는 것은 환상이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여전한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꽤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니체입니다.

2. 니체

지금 대학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할 시간이 많은 시대였고, 또한 그렇게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좀 해줘야 정상적인 대학생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활동으로 독서를 택했고, 다만 당시까지 유행하던 자본론 등이 아니라 유럽의 실존 철학책을 읽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철학적 배경이 있었던 학생은 아니었고, 누군가가 '쇼펜하우어 읽고 충격받은 사람이면 니체랑 카뮈 읽어야지' 라고 말 한마디 건넨 것이 결정적이었지요.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고, 따라서 '내가 만나는 몇 안 되는 선배들의 조언'이 발휘하는 영향력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컸습니다.



지금이야 유행이 많이 지나다 못해 관 짜고 들어가신 니체짱이지만, 저한테는 여전히 '내가 영향받은 인물 베스트 5' 안에 꼭 들어가는 양반입니다. 니체의 초인 (Ubermensch) 사상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기존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무너져내리던 19세기의 허무주의를 '어차피 기독교적 철학과 도덕은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어. 차라리 잘 됐어. 새로운 철학과 도덕을 만들어내자!'라는 식으로 극복하려던 사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동안 이것저것 주워듣다보니 알게 된 것이고, 대학생이던 당시의 저로서는 19세기 유럽의 허무주의가 기독교의 쇠퇴와 관계있다는 기본적인 지식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니체의 책들을 읽던 시절에 바랐던 것은, 니체가 말하는 사상을 통해서 제가 당시 개인적으로 겪고 있던 고민 - 인간은 벌레와 다를 것이 없다, 삶에는 의미나 목표가 없다 - 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책이 원래 말하려고 하던 내용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제 개인 사정에 맞춰서 마음대로 왜곡해서 받아들였던 것 같네요.

하여튼 그래서 니체의 책들 - 당시의 극악스럽던 번역본들을 읽느라 고생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뚝뚝... 아, 아닙니다 - 을 읽은 뒤에는 '인간이 벌레와 본질적으로 다른지 아닌지는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야.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고. 내 인생의 의미도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임'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2병스러운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지금도 세월 지나면서 몇 번의 굴곡을 거치면서 좀 더 다듬어졌을 뿐,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저 생각이 다시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3. 카뮈


[Ant Z: 저는 정신병이 심해진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너무 의미가 없고 내 존재는 너무나 부질없는 것 같아요]
[정신과 의사 개미: 오오 증세가 많이 나아졌군요. 이제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시네요 축하합니다. 퇴원하셔도 되겠어요!]
[Ant Z: ???]

중2병도 하루 이틀이지, '내 인생의 의미는 내가 정하는 거야' 같은 간지폭풍(?)의 대사를 뱉으면서 이삼 년 살고 나니 어느 틈엔가 '아무렇게나 말을 뱉어도 책임질 필요 없는 꼬꼬마 대학생' 에서 '교수님 랩에서 얌전히 일해야 하는 대학원생' 이 되어있더라고요. 제 석사 지도교수님은 다행히도 굉장히 좋은 분이시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 남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그건 턱도 없고 남들하고 발맞춰 살기도 벅찬 생활' 을 조금 하다 보니 OrBef식 니체주의 [한국식 민주주의 같은 단어로 보이면 절대로 착각입니다] 를 유지하기가 힘들더군요. 애초에 최소한의 간지는 있어야 '내 인생의 의미는 내가 정하는 거야' 따위의 말도 뱉는 거지, 지지리 궁상맞게 살면서 저런 말을 하자니 스스로도 너무 웃기더라고요. 해서 멘토를 갈아타게 됩니다.

카뮈는 니체와 나름대로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사람 철학의 요지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그딴 거 모르고 그냥 읽었고요) 부조리 철학입니다.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세상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삶은 일종의 부조리극 같은 것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부조리극은, 인생 속에서 종종 느끼는 부조리를 형상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베케트 희곡으로 박사 학위 딴 사촌 형님한테 던져 볼 용기는 없습니다만]

철학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분명히 둘 간의 차이를 많이들 아시겠지만, 저 같은 아마추어의 눈에는 니체와 카뮈가 상당히 비슷합니다. 니체도 기존 믿음의 무너짐을 이야기한 뒤에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새 도덕의 건설을 이야기했고, 카뮈도 삶의 의미가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한 뒤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살아내는 행동' 을 해답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시의 제게 카뮈가 더 와 닿았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니체의 책을 읽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 아니었나 싶습니다. 니체는, 비유하자면, '아 뭐 말이 많아. 시끄럽고, 나를 따르라!' 라는 식으로 힘이 넘치는 동네 대장 형 같은 느낌이고 까뮈는 '힘들지? 다 그런 거야 괜찮아' 라는 식으로 다독다독해주는 동네 큰누나 같은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두 철학자가 주장하려고 했던 것과는 별도로, 당시의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이것이 정답입니다 이견은 받지 않습니다' 같은 주장이었고, 카뮈의 시지프는 '이렇게 해도 결국은 죽음뿐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합시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산의 정상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4. Libet's experiment

언젠가 자유 의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언급한 실험인데,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주체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뇌의 화학 작용임을 증명하는 유명한 실험입니다.


[피시험자 앞에 초시계를 놓고, 손가락을 아무 때나 움직이도록 하되, 그 결정을 내린 시점이 언제였는지 초시계 기준으로 기록하게 합니다. 피시험자가 실제로 손가락을 움직인 시점을 0 초로 놓을 때, 그가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 시점은 평균적으로 -0.2 초이고, 실제로 뇌에서 해당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시점은 -0.55 초입니다. 즉, 우리 의식은 우리 뇌에 달린 기록 시스템에 가깝지 컨트롤러가 아닙니다]

그럭저럭 카뮈의 마이너 카피본 정도 가치관을 가지고 살던 OrBef 는 Libet 실험 및 그에 관련된 수많은 실험 결과들을 우연히 접하게 됩니다. '우리의 의식은 우리의 행동에 대한 결정 권한이 없다'라는 '사실'은 실로 경악스러운 것이었고, 그 이후부터는 '지금 삶의 부조리 따위가 문제가 아닙니다' 의 상태가 되었죠. 애초에 '내 삶의 의미란?' 따위의 질문은 적어도 '내 삶'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해야 그 다음에 물어볼 수 있는 것인데, 제가 평소에 '나 자신'과 등가로 놓던 '내 의식'이 결정권자가 아니라면 애초에 '나' 라는 말이 무엇인지부터 고민을 해봐야 하거든요.

[이보시오 의사 양반 내가 고자라니!]

5. Oatmeal

오트밀은 미국의 흔한 리버럴 히피 스타일 만화가인데, 그림체는 호불호가 갈릴 만하지만 내용 면으로는 꽤 재미있습니다. 이 사람은 취미가 장거리 달리기인데, 그와 동시에 음식 덕후인지라 상당히 뚱뚱하다더군요. 해서 어느 날 뚱뚱한 몸을 이끌고 크로스컨트리를 하다가 '내가 도대체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이딴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더군요. 그리고 달리는 내내 그 고민을 하다가 말벌까지 주변에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그래서 '오로지 고통을 피하기 위한 달리기'를 마구마구 해나가다가 우연히 동네 자판기를 발견해서 음료수를 하나 사 먹었대요.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원본 링크는:

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바로 저 순간에 나는 그 답을 알게 되었지.

'그딴 게 무슨 상관이야! 집어쳐! 난 지금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운 마라톤을 하다가 맛있는 음료수를 마셨고 하늘에서는 번개와 비가 쏟아지고 있고 말벌이 나를 노리고 있는데! 이 순간이 그딴 질문보다 훨씬 낫지!'



물론 일개 만화가와 위대한 사상가가 생각의 깊이에서 동급일 수는 없지만, 저 만화는 저한테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삶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이미 받아들인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란?'

이라는 질문은 그냥 답이 없는 질문이거든요. '질투의 색깔은?'처럼, 얼핏 보면 문장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의미로도 성립이 안 되는 경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하게 마련이고, '답이 없음을 알면서도 답을 원하는' 그런 부조리함은 지속적인 고통의 원인이 되죠. '이 질문에는 답이 없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결론이 사실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이 질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치자' 라는 식으로 거부하면서 살아야 하니까요. 거기에 대고 대놓고 '그 질문이 너한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만화가가 굉장히 참신했었어요.

꼭 저 만화 때문이라고 말하면 과장이고, 하여튼 시간이 가면서 저는 점점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냐. 삶의 의미가 있건 말건 자유 의지가 있건 말건 내 의식이 내 결정의 주체건 말건 하여튼 난 여기 살고 있고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라는 정도의 자세를 취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6. 자유는 진화한다

이미 5 번 정도 시점부터 마음의 평화는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꾸게 된 계기가 한 번 더 있었는데, 대니얼 데닛의 '자유는 진화한다'를 읽은 것이 그 계기가 되었지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데닛 빠돌이고, 제가 쓴 글 중에 데닛 저서인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 대한 연재물도 하나 있지요. '자유는 진화한다' 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서 이어지는 책이고,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데닛한테 엎어진 분이 아니시라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책에서 데닛은

- 생물이 무생물에서 진화했고 보다 복잡한 생물이 보다 단순한 생물에서 진화했듯이, 이성과 선택 능력이 없는 종에서 이성과 선택 능력이 있는 종이 진화해 나왔고 그 과정은 점진적이었다.
- 자유 의지란 이성과 선택 능력에 대해서 인간들이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생물의 출현이 초자연적 개입 없이 이루어졌듯이, 자유 의지의 출현도 초자연적인 요소가 필요하지 않다.
- 이성과 선택 능력은, 당연한 거지만, 물리 법칙을 따른다. 그것이 물리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 그것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물리 법칙을 따르는 순간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려거든, 네가 자유라고 부르는 그 개념이 애초에 무슨 개념인지 가서 삼 년간 닥눈하고 다시 오라. 머지않아 니가 생각하는 자유라는 개념은 내적 일관성도 갖출 수 없는 오개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정도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은 두꺼운 책이라서 여기서 제대로 리뷰할 수는 없는데, 위에서 니체나 카뮈의 책을 리뷰한 것도 아니니까 데닛의 책도 이 정도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저 책을 읽고 나서 받게 되는 느낌은 이런 겁니다:


[그래 나도 로봇 맞고 너도 로봇 맞아. 근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덜 존엄하고 덜 놀라우며 덜 사랑스럽고 덜 책임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야. 왜 우리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해야만 우리의 존엄성이 지켜진다고 생각하지?]

그렇다는 겁니다.

7. 그래서?

그래서, 대학교 들어가서 쇼펜하우어의 책을 집어들은 지 20 년도 훨씬 넘은 이 시점에 제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그래요. 우리가 벌레랑 본질적으로 크게 다른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더 똑똑하고 조금 더 재미있을 뿐이죠. 근데, 그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삶의 의미를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런 기준이 없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굳이 누군가에게서 제 삶의 의미에 대한 결재를 받고 싶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맞아요 그런 기준이 없다고 생각하고 나니까 세상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의미나 목표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저랑 상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제가 사랑하고 절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의미와 목표가 중요한 거지, 그거 말고 더 이상의 의미와 목표는 애초부터 필요한 것 같지 않네요.

의식이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 같네요. 근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100년 전만 하더라도 무의식이 우리의 주인이라고 하면 다들 꺄아~ 하면서 좋아했잖아요?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해서 제가 아니게 되는 게 아니죠.

그렇죠 우리는 환원해보면 단백질 기계일 뿐이죠. 근데 '포르셰도 환원해보면 강철 덩어리일 뿐' 이라고 말해봤자 포르셰가 간지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잖아요? 우리는 단백질 기계 맞지만, '쫌 멋진' 단백질 기계니까 괜찮은 것 같습니다.

8. 그래서 니체 인용하던 중2병 시절하고 뭐가 다른 거야?

그때에는 
 '인간이 벌레와 본질적으로 다른지 아닌지는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야.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고. 내 인생의 의미도 니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임'

라고 말한 거고, 지금은
'인간이 벌레랑 본질적으로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정도의 차이는 좀 있죠.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고민 좀 해 봐야겠지만, 하여튼 이건 인간들이 정할 문제지 형이상학 끌어들일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제 인생의 의미는 저랑 제 가족이랑 제 친구들이 정하는 거죠. 거기에 뭐 문제라도 있나요?'

라고 말합니다. 내용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자세에는 차이가 있지요. 간지 (라고 쓰고 중2병이라고 읽는다) 를 포기한 대신 평화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뭐... 그, 그렇다고요. 원래 이런 글은 잘 올리지 않는데, [우왕] 말머리로 글 하나 올리기로 약속했었으니 올리는 거에요. 딱하니 제가 올리고 싶다거나 님들이 좋다거나 해서 올리는 건 아니라능. 특히나, 지금 대학생 중에서도 저랑 비슷한 허무주의 테크를 밟는 후배님들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그 후배님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올리는 글은 절대로 아니라능.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조선닷컴, informationphilosopher.com, 맥스무비, theoatmeal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12-18 21:44)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네스퀵초코맛
15/09/18 06:35
수정 아이콘
츤...츤? 크크크
15/09/18 06:53
수정 아이콘
자유의지에 관계된 말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었던 말은, 자유의지가 있든 없든간에 사람들은 그게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지 않는 건 당신이 원하더라도 할 수 없어요.

그와 별개로 오트밀의 만화는 불교에서 말하는 유명한 일화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http://seoggy.net/hb/archives/4212

이 일화는 만족할 수 없는 인생임을 깨닫지 못하고 단순히 욕구를 쫓는 인생의 무상함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괴로움 속에서도 한 순간의 즐거움을 찾는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듯 합니다.

http://ntwo.tistory.com/503
15/09/18 07:02
수정 아이콘
그 일화 저도 기억 납니다.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정 반대의 두 주제를 끄집어낼 수 있네요 재미있습니다.
수면왕 김수면
15/09/18 06:59
수정 아이콘
[추천] 비슷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산속에 들어갔다 온 대학생(이었던 사람)도 있습니다. 하아..오늘도 이불킥 1회 적립해봅니다;;
15/09/18 07:02
수정 아이콘
어억 사춘기를 좀 심하게 앓으셨군요.
놓치고나니사랑
15/09/18 08:02
수정 아이콘
요즘 바로 이 '허무주의'에 많은 고민과 우울증 비슷함을 앓고 있었는데 시기 적절하게 이런 글이... 감사합니다.
15/09/18 08:53
수정 아이콘
[추천] 아직도 전 니체나 까뮈같은 간지나는 책들은 아직도 이해못하고 있습니다.

제경우 사유를 통한 혹은 이성의 차원에서라면 좀 특이하게도 수학을통해 허무주의에서 벗어났습니다. 특히 괴델정리를 이해하면서부터 불가지론을 깊게 받아들이게 된것이 결정적이었죠.

근원적인 질문들은 대답하기 어려운데 거기에도 더 나아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으니 오히려 역설적으로 삶을 편안한 눈으로 볼수있게되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출출할때에 치킨과맥주면 이렇게 즐거운데 말이죠
15/09/18 09:26
수정 아이콘
다른 거 다 치우더라도 치킨과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삶은 가치가 있는 거죠!!
생각쟁이
15/09/18 08:59
수정 아이콘
[추천] 착각하지 마세요. 제 추천은 물리법칙에 따라 진행되었을 뿐, 제 의식이 결정권를 가져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곧내려갈게요
15/09/18 10:49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추천합니다...?
남극소년
15/09/18 09:13
수정 아이콘
[추천]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되는 고민인것 같습니다. 카뮈책중에 추천할만한 책 있나요.
15/09/18 09:25
수정 아이콘
드라이한 책을 원하시면 시지프의 신화입니다. 첫 문장이 아마 '진실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자살이다.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 이것이야말로 철학이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일 거에요.

소설을 원하시면 페스트를 추천합니다. 간지 대폭발 그 자체죠!!
마스터충달
15/09/18 09:25
수정 아이콘
[추천] 니체가 동네형이라는 비유 적절하네요 크크크. 전 그렌라간의 카미나 같은 캐릭터가 떠오르네요. 니체는 중2병 시기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들죠.

근데 저는 니체로 촉발된 허무주의에서 상당히 금방 빠져 나왔는데요. 비결은 사랑이었습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사랑한다는 건 참 행복하고 경외로운 일이더라고요. 뭐 사랑도 끝이 있긴 하지만 어떤 순간만큼은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그저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랑하는 자신을 보기도 합니다. 일부 신비주의에서 오르가즘을 명상의 수단으로 썼던 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삶이란 살아있다는 것이죠. 내가 숨쉬고 똥싸는 것에 대한 의미를 '내가' 부여한다는 것은 얼핏 모순 같기도 합니다. 자의적이라면 삶의 본질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죠. 조울증에 걸린 사람이라면 허무주의와 낙천주의를 하루에도 몇번씩 오갈겁니다. 결국 내가 살아있는 것의 의미를 내가 만드는 것은 의미없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타인에 의해서는 정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백수야 하루하루 똥 만드는 것이 '환경 오염', '정화조 채우기'에 불과하겠지만 미국 대통령이 하루하루 똥 만드는 것은 세계 경제와 평화를 위해 힘쓰는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실존이 본질을 구축한다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인간관계라는 네트워크 속에서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네트워크에서 어떤 허브가 되느냐가 죽어서 가죽만 남기게 될지 이름을 남기게 될지도 결정하겠죠. 사랑이라는 소통의 궁극을 중요시 했던 저에게 삶이란 이런 의미로 남았습니다.
15/09/18 10:57
수정 아이콘
음 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게, 저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나'도 남들만큼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가치가 오로지 타인에 의해서만 부여될 수 있다면, 사람 하나하나가 원래 지닌 가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0 끼리 아무리 더하고 곱해 봤자 0 이죠. 해서 '그다지 크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0 은 아닌 걸로.
마스터충달
15/09/18 11:15
수정 아이콘
삶의 의미를 관계속에서 찾을 뿐이지 그게 사람 하나하나가 원래 지닌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스스로가 스스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에요. 근데 이걸 자신의 테두리 속에서만 찾으려 하면 허무주의로 빠지기 쉽다고 생각되요. 저도 그러기도 했고요.
켈로그김
15/09/18 09:37
수정 아이콘
[추천] 뭔지 몰라도 간지납니다.

저는 철알못이지만, 에리히프롬을 중딩때 읽고 나름 결론을 내렸습니다.
I have money(X)
I make money(O)

인간이 중시해야 할 것은 현재자산이 아닌, 자산창출 능력인것을... ㅡㅡ;;
만트리안
15/09/18 09:46
수정 아이콘
[추천] 제 삶은 세상에서 적어도 저에게는 가장 지적이고, 따뜻하고, 정의로우며, 자애로운 사람인 '나'와 함께 하는 동거, 협업같은 느낌입니다. 이 '나' 가 나 스스로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건 정말로 제 기준에는 좋은 사람 이기 때문에 그냥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면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나'가 하고 싶은것은 작게는 치사하게 살지 말기, 크게는 Make it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이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구요. 이 얘길 들은 친구들은 대체로 확실한 예비범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평하더라구요 : (
15/09/18 09:54
수정 아이콘
음 비슷한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도 삶이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싶은 사람' 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젤리닥터
15/09/18 09:48
수정 아이콘
고등학생~대학생 시기에 삶의 의미에 관한 문제에 빠지게 되는 거 같습니다.

저는 어느 블로그에서 '삶의 의미에 관한 물음은 순수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너의 문제 상황의 우회적 표출인 경우가 많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멸에 대한 소망처럼 벗어나거나 도달할 수 없는 감정 또는 욕망의 감옥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비롯되는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철학적 질문의 형태로 바뀌어 나타난 것이다' 라는 글을 보고 뭔가 깨달음(?)을 얻은 뒤 나름 충실하게 살다보니 더 이상 저런 문제가 머리를 괴롭히지 않더군요.

재미있는건 그걸 해소(극복이든 회피이든?)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초중고 친구들의 중2병을(..)을 벗어나는 방식이 그 사람의 삶의 모토가 된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너 자신에게 무관심해져라고 말씀하신 러셀옹은 대단하신 분인거 같습니다...
15/09/18 09:52
수정 아이콘
러셀옹의 '소시지 머신은 소시지 만들 때 제일 행복한 거지 자기가 왜
소시지를 만드는 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 는 진짜 크크크크
無識論者
15/09/18 10:10
수정 아이콘
종교인이건 비종교인이건, 유신론자건 무신론자건, 과학자건 철학자건, 누구의 책을 읽건 간에 이들 모두가 공감하고 꼭 껴넣는 문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이죠.
15/09/18 10:12
수정 아이콘
"언젠가 자유 의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언급한 실험인데,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주체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뇌의 화학 작용임을 증명하는 유명한 실험입니다."

이 부분이 좀 잘 이해가 안가는데 뇌의 화학작용이 곧 우리의 의식 아닌가요?
15/09/18 10:17
수정 아이콘
이미 그렇게 보는 분이라면 본문의 실험은 너무 당연한 거라서....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분들한테 경악인 거죠.

다만 물리주의자 입장에서도 약간은 놀라울 수 있는 부분이라면, 본인이 느끼는 '1 인칭의 내가 무엇인가를 결정한다는 기분'이 환상이라는 부분입니다. 결정은 내가 그것을 인지하기 전에 이미 내려졌다는 거니까요.
곧내려갈게요
15/09/18 10:50
수정 아이콘
[추천] 제게 도움이 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지하생활자
15/09/18 10:53
수정 아이콘
저에겐 카뮈와 만화가가 없었지만 나머지 테크는 정말 비슷하네요. 사람은 다들 비슷한 의문을 품고 살아가나봐요.

다만 저는 우울증이 있었기 때문에 허무주의를 극복하기가 더 어려웠지요.

지금도 경도의 우울증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서 완전히 행복한 삶을 살고있지는 않네요
15/09/18 11:38
수정 아이콘
우울증이 그냥 우울한 정도가 아니라 질병 수준이 되면 의지력으로 이겨내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정도로 힘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런 사람들은 조금 봤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은 없고, 힘드신 것은 짐작이 갑니다.
똥눌때의간절함을
15/09/18 11:14
수정 아이콘
본문에 동감합니다. 소설 [스토너]가 생각나네요.
그럼에도 묵묵히 버티어나가는 삶은 위엄있는 것 같습니다.
Cliffhanger
15/09/18 11:32
수정 아이콘
[추천] 좋은 글에 뜬금없지만 18세에 대학 신입생이셨군요..
15/09/18 11:35
수정 아이콘
흠칫. 1 월생입니다 ㅠ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5/09/18 11:48
수정 아이콘
혼자 고민하고 있을때 등싸다구 날리며 두부 사오고 숙제나 하라던 어머니는 현자셨던 듯 합니다
바위처럼
15/09/18 11:50
수정 아이콘
[추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분 이거 기부금 이벤을 걸어놓고 본인이 상타실려고 이렇게 잘써두시다니
15/09/18 12:31
수정 아이콘
이미 추천 수십개씩 받은 분들이 계셔서 말씀하신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능.
15/09/18 12:07
수정 아이콘
[추천] 뭐 어차피 인간이란 하루하루 똥 만드는 기계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똥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행복의 순간이죠.
15/09/18 13:29
수정 아이콘
종종 하는 얘기지만 세상의 주인은 쇠똥구리들이고 우리는 쇠똥구리가 키우는 가축인 겁니다.
WeakandPowerless
15/09/18 15:09
수정 아이콘
본문보다 이 댓글에서 더 깨달음을 얻었다면 문제가 있는걸까요? 엉엉
15/09/18 15:34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훌륭한 피쟐인이라는 증거입니다.
WeakandPowerless
15/09/18 15:35
수정 아이콘
그.. 그런 건 싫어요 ㅠㅠ
종이사진
15/09/18 12:12
수정 아이콘
[추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티레브
15/09/18 12:53
수정 아이콘
[추천]
우왕이벤트에서 추천 처음하네요
와닿는 글이에요
아이고 의미없다
15/09/18 13:28
수정 아이콘
[추천] 그래도 사는 건 재미있는 거야..
15/09/18 13:30
수정 아이콘
어억 이건 진짜 참신하다는!!!
아이고 의미없다
15/09/18 13:44
수정 아이콘
지방이라 편히 앉아서 읽을수가 없다는게 아쉬울뿐이라는!!
아케미
15/09/18 13:43
수정 아이콘
[추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나는 도대체 왜 사는 걸까' 하면서 징징거릴 때마다(20대 중반이 되어서도 10대 때와 똑같은 질문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저희 아버지는 '그 질문은 의사(pseudo) 질문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그런 생각 안 하고 그냥 사는 것이 너의 행복에 더 좋을 것이다'라고 일갈하시죠. 뭐 맞는 말씀인 건 알겠는데, 진심으로 긍정은 못하겠어요. 그렇다면 제 나름대로 어려운 책이라도 읽고 진득하게 생각해서 삶에 대한 제 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텐데, 기본적으로 우울하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하니까 그것도 힘에 부치고... 그저 '명탐정 코난의 완결을 보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정도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넘기는 것이 지금의 제 한계네요. 그럼에도 삶은 아름다운 거겠죠?
15/09/18 23:49
수정 아이콘
오호 의사 질문이라는 표현 좋네요. 저도 제 아이가 '아빠 사람이란건 무의미한 존재인 것 같아' 라고 하길래 'XXXX의 (제 아이가 존경하는 사람)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니?' 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건 아니래요. 해서 '그럼 처음의 네 얘기는 뭔가 다른 문제를 가리려고 하는 말 아닐까?' 라고 대답한 기억이 납니다. 뭔가 비슷한 맥락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삶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아포가르토
15/09/18 14:28
수정 아이콘
아는 후배한테 꼭 보여줘야겠어요. 지금 되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제가 말로 다독이고 조언해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는데..
그 아이에게 딱 맞는 상황인거 같아요 ^^;
AspenShaker
15/09/18 14:38
수정 아이콘
[추천]제가 그.. 슬램덩크보면 북산 산왕전에서 강백호가 경기초반 앨리웁을 하잖아요?? 그걸보고 시전자들끼리 서로 놀라고 해남에서는 다시하라고 하면 못할꺼다.. 라고 평가하고 그랬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곱씹어볼수록 Libet실험이 떠오른다는거죠 의식이 몸을 이케이케 움직여서 공을받아 그대로 쳐넣는다(...)라는게 아닌 그냥 무아지경속에서 몸가는대로 움직여서 하는 플레이에서요..비단 만화라서 그런건 아닌거같고 저도 학창시절 마음만은 메시로 빙의해서 축구하다보면 가끔 제가생각해도 "어떻게 거기서 그렇게 찼지?"할때가 있어요
스스로의 플레이에 도취된게 아니라(.....)곰곰히 생각하면 분명 의식에 기반한 움직임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운동하신 분들이면 다들 이런 기억이 있을것 같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저도 지금은 제 이성과 행동,감정이 단순화학반응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쪽에 가깝지만(책임지세요 순전히 작성자님의 글들로만 바뀐거라구요)
아직은 동일한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아직도 "죽으면 더이상 내몸안의 화학반응도 없을테고 그러면 내 자아라고 믿는것도 멈출텐데 너무 무섭당..차라리 일부러 사이비종교에 빠지면 죽을때 걱정은 없을텐데"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으면 우리가 알지못하는 복합적인 미지의 요소로 내 정신만은 잃고싶지 않은데(그게 무의미한 화학반응일지라도요..내가 나라는데!) 말이죠.. 저는아마 죽기전에 종교를 꼭 가지지 싶습니다 크크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15/09/18 23:52
수정 아이콘
[책임지세요 순전히 작성자님의 글들로만 바뀐거라구요]

어억 죄송합니다. 그래도 두 번째 문단에서 말씀하신 고민은 아이를 낳으면 99% 해결됩니다. 죽음 그까이꺼 별로 상관 없어요. 다음 타자가 나타났으니 말이죠. 그 해결책이 마음이 들지 않으신다면 두 번째 대안도 있어요. 태어나기 전에는 150억년동안 죽어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억울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마찬가지로 죽음 이후에는 처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 삶을 잠깐이라도 즐길 수 있음을 고마워하자구요!
yangjyess
15/09/18 14:46
수정 아이콘
[추천] 이건 뭐... 대회 개최자가 이런 글을 써내면 어쩌자는 건지... 크 아무튼, Orbef님께서 거쳐온 힘겨운 여정은 결국 평화와 간지를 동시에 간직한 땅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아놔 개허무! 삶의 의미좀! ㅠ 하고 징징대는 꼬꼬마랑 그런 절박한(철학적으로) 문제들 앞에서 조용히 웃으며 주변의 존재들을 사랑하며 사는 인간이랑 비교하면 어느쪽이 간지나는지는 자명하지 않습니까? 크. 이제는고전 (?)이 되어버린 Orbef의 자유의지 관련 옛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글귀가, [인간이 자유의지가 없는정도는 인간이 아메바와 같은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 설탕과 같다는 수준이다] 였습니다. 언뜻 보면 충격적인 선고 같지만 저는 그 문구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서 그런 표현을 쓴건 이해하겠지만, 무려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려는 글에서 아메바와 설탕의 차이를 부각시키다니...' 아메바와 설탕을 그렇게 차별화시키면 그때까지 무얼 위해 그토록 열심히 인간의 자유의지 없음을 증명해 왔단 말입니까... 크 자유의지가 없다면 인간 = 아메바 = 설탕 이어야 하는데 그걸 설명하려고 아메바 > 설탕임을 제시하다니요. 아무튼 Orbef님께서는 그동안 끊임없이 부수고 다시 짓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많은 PGRER들이 그 상반되는 글들에 양쪽 모두 찬사를 보내 왔지만 저는 다시 짓고 다시 꿈을 꾸게 해주는 글들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부수고 무너뜨리는 글을 읽을때면... 이분 또 츤츤거리고 있구면... 결국은 다시 힘차게 달려나갈 거면서... 이런 생각밖에는... 크
15/09/18 23:59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yangjyess 님도 빨리 [우왕] 글을 쓰시라능.
WeakandPowerless
15/09/18 15:11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개최자가 상을 차지할 불미스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말머리는 안 답니다 ^^
이건 저의 의지가 아닌 뇌의 화학작용이라능
지직지직
15/09/18 15:33
수정 아이콘
[추천] 중2병과 철학의 시발점은 같은게 아닐까요
고등학교 자습시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판타지소설만 들입다 읽으면서 중2(?)코드를 접했었습니다
쿨내나는 악당들은 항상 죽으면 끝인데 뭐하러 아둥바둥 사냐는 투의 대사를 뱉어냈죠
읽은 책이라고는 판무밖에 없던 일개 급식X인 저로써는 반박할수 없는 인생의 진리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판소에서 필멸자는 불멸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대사를 들었는데.. 어디서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와 x나 멋있네! 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어느날 대학 교양시간에 강사님이 우리 한번 다같이 눈을감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며 수련회 등지에서 흔히 하는 임사체험을 소개하고
이제부터 새생명을 얻어 열심히 살아라! 는 진부한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그때 죽음은 끝이라는 표현은 본질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끝인 죽음뒤의 허무는 시작이 없으니 끝도 없는,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것이며 인간으로서는 느끼지 못하고 관념적으로 어렴풋이 이해할 뿐인 개념이며 이를 판단과 행동에 준거로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은데? 생명은 삶과 죽음은 서로 closed set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제목은 색즉시공으로 끝이지만 원래 그 다음엔 공즉시색이라는 구절이 이어지죠. 결국 모든 것은 허무일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허무가 곧 진실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러한 깨달음은 스님이 방중술을 배움과 같이 아무짝에 쓸데없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서 지금 제 인생의 모토는 차라투스트라도 뫼르소도 아닌 그리스인 조르바가 되었네요 인간속에 갇혀있는(closed) 존재로서 맛있는거 먹고, 땀흘리며 운동하고, 생각없이 잠에 들고, 구애하고 께임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습죠.. 물론 언젠가는 또 바뀌겠지만요 그것또한 인간의 속성이니까
진지는 오뎅탕 먹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진정한 간지폭팔 짱짱맨은 러셀옹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으로 노벨문학상을 타는 간지란..
15/09/18 23:57
수정 아이콘
러셀 이야기를 본문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안 넣었는데, 댓글에서 러셀옹 언급하시는 분이 많네요!!!
불타는밀밭
15/09/18 19:15
수정 아이콘
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는 행복한 시지프스라는게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좀 더 우리의 현실에 가까운 예를 들면 아무리 아껴써도 100만원 벌어서 방세, 식비, 세금을 내고나면 정확히 0원이 남아 저축도 하지 못하고, 아프면 그대로 빚이 되어(누가 빌려주는 것만도 감지덕지) 쌓이고, 시간도 없어 일하고, 잠자고, 일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제하면 30분도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간신히 연명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도 과연 지금 팔다리 멀쩡히 움직일 수 있다고 감사할 수 있는가...만약 감사할 수 있다면 감사할 수 있는 인간과 없는 인간은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건 꽤 고민을 오래 해왔는데 답이 안나오더군요.
15/09/18 23:5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그런 부분은 냉혹한 현실이죠. 그래서 버트런드 러셀이 '행복의 정복' 이라는 책을 썼을 때에도 글 서두에서 '물론 행복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돈이 너무 없다든지, 인종 차별을 받는다든지, 기타 등등 외적 요인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그렇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하고, 다만 이 책은 그런 문제가 없으면서도 불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라는 식으로 선을 긋습니다.

저도 내적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사회 구조 관련해서 투쟁하는 것은 동시에 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파르티타
15/09/18 22:18
수정 아이콘
[추천] 우왕~!
즐겁게삽시다
15/09/19 01:31
수정 아이콘
[추천]니체-도스토에프스키-까뮈 테크를 심하게 탔던 사람으로서 추천 드립니다.
유쾌하고 쉽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15/09/19 02:39
수정 아이콘
[추천] 지금보단 더 어렸을 적에는 혼자서도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었고, 데카르트를 만나면서 나도 머지않아 정리해낼 수 있었던 것을 선점한 사람이라고 폄하하며 시기했고 프로이트부터는 열등감 폭발의 연속이었던 지라 니체니 뭐니는 심취해서 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어디의 누군가가 비슷한 고민을 했고 앞으로 또 누군가는 해나갈 것이란 생각에 위안 아닌 위안(?)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 흥미롭고 어쩌면 오히려 그 과정이 재밌어진 것 같습니다. 역시 책 좀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연필깎이
15/09/19 03:15
수정 아이콘
[추천] 교육은 필연적으로 이런 과정을 동반하게 되나봐요. 잘 읽었습니다.
몽키.D.루피
15/09/19 12:34
수정 아이콘
[추천] 까라마조프를 요즘 읽고 있는데 이성적인 무신론자 이반 까라마조프에게는 극단적인 염세주의자 스메르자코프가 가장 두려운 대상이더군요. 이성주의자가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어쩌면 신이라는 가장 쉬운 답을 두고 어려운 답을 찾고 있는게 진성 이과인 답기도 합니다.
오쇼 라즈니쉬
15/09/20 06:49
수정 아이콘
[추천] 데닛이라는 분의 일갈이 마음에 드네요. Orfef님의 예전 글들을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Judas Pain
15/11/18 01:23
수정 아이콘
자유의지를 이성과 선택으로 말하는 대니얼 데닛의 관점이, 인과에 따르는 맹목적 의지를 바라보는 이성과 반성하는 선택으로 보는 제 관점과 겹치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독서 리스트에 올려두겠습니다.

잘 쉬었네요, 그럼 허무주의와 우울증과 마주하는 그 전선으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15/12/25 10: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만간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다시 만나러 가봐야 겠네요!
15/12/30 23:01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고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곧 새해인데 orbef 형님께 좋은 덕담을 들은거 같습니다.. 곧 새해인데 내년에 곰곰히 떠올릴 화두로 삼을게요..
다들 이름만 들어본 분들인데 한번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걷기마왕
16/01/30 08:43
수정 아이콘
전부를 이해하지는 않지만,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어서 공감이 많이가서 이렇게 댓글올립니다. 몇번을 읽는지 모르겠네요.
저 또한 몇년을 답 없는 부조리에 의미없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고 지금은 스스로 어떻게 의미를 가지는것이 중요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올려주신 글 덕분에 머릿속 윤곽들이 어느 정도 선명하게 자리잡는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지금의 저의 과제는 '허무하게 의미를 지우는 이전 버릇들을 천천히라도 고치면서 어떻게 순간을 잘 즐기고 좀 더 에너지를 채울까?'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인간이란게) 물리적 현상을 따르는 존재라서 외적인 요소를 통해(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습관?) 내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저만의 잠정적 결론을 내린 상태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려합니다.
뒷이야기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또 듣고싶습니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676 중3, 일진의 마지막 권력 [39] 글자밥 청춘18089 15/11/02 18089
2674 [SF 단편] 달의 위성 [28] 마스터충달11057 15/11/01 11057
2673 원더우먼 탄생의 은밀한(?) 비밀... [23] Neanderthal21080 15/11/01 21080
2671 조금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첫 가족해외여행. [23] 기다11496 15/10/22 11496
2669 "이주노동자 없으면 중기 공장 스톱…워킹맘은 사표 써야할 판"을 읽고 [83] 구들장군21996 15/10/17 21996
2668 삼단합체 도시락과 어묵 한상자 [44] Eternity14572 15/10/16 14572
2667 이민 생각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잡담성 글. [173] OrBef32506 15/10/12 32506
2666 사도 - 사랑치 않으시니 서럽고, 꾸중하시니 무서워서... [25] 눈시12194 15/10/08 12194
2665 유럽 함선 이야기 - 30년대 막장 전함 건조 경쟁(2) [40] 레이오네12123 15/10/07 12123
2664 유럽 함선 이야기 - 30년대 막장 전함 건조 경쟁(1) [28] 레이오네12147 15/10/06 12147
2663 (<마션> 개봉 기념)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들 [103] 마스터충달18475 15/10/06 18475
2662 친구가 세상을 향해 커밍아웃하다. [29] 헥스밤19262 15/10/04 19262
2661 [야구] 일본야구의 6선발제, 그리고 투수 혹사 [70] 사장19982 15/10/01 19982
2660 증조할아버지의 낡은 집 이야기 [24] 퐁퐁퐁퐁10813 15/09/30 10813
2659 [우왕], 모든 것을 부정당한 왕 [85] 눈시BBand26138 15/09/26 26138
2658 [우왕] 하늘은 까맸고 우리 손은 빨갰다 [99] Eternity16081 15/09/19 16081
2657 [우왕] [데이타] 잡설 - 허무주의 극복기 [64] OrBef20547 15/09/18 20547
2656 [우왕] (아마도) 독보적인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46] 남극소년15995 15/09/17 15995
2655 [우왕] 희대의 막장선거 - 1876년 미국 대통령 선거 [51] 이치죠 호타루17881 15/09/17 17881
2654 나는 어떻게 키보드 워리어를 관뒀나 [79] 빛돌v21389 15/08/31 21389
2653 디젤 vs 가솔린 차량 선택을 위한 조언 [오류 수정, SUV 추가] [65] 凡人25208 15/08/31 25208
2652 [영어 동영상] 버니 샌더스, 사민주의를 미국에! [55] OrBef12880 15/08/28 12880
2651 토막 사회상식, 법인과 대표이사와의 관계 [42] 불타는밀밭24093 15/08/28 2409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