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분석]이윤열vs강민.. 심리전의 진수
#1 INTRO.. 방금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듀얼토너먼트1라운드 F조 마지막 경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4경기가 최고급 토스와 저그의 화려하고 멋진 승부였다면. 이 5경기는 최고급 테란과 토스의 살떨리는 심리전이었습니다.
#2 전반적 상황
게임의 가장 큰 틀로, 이윤열선수는 최근 테란의 트렌드 그대로, 6-7마린,탱크,벌쳐로 찌르며, 더블을 가져가는 빌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강민선수는 그것을 예상하고 프로브수와 두 번째 파일런 타이밍을 조정하면서 원질럿원드래군으로 찌르고 테란보다 먼저 앞마당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생각한 듯 합니다. 아쉽게도 강민선수의 빌드는 제대로 보지 못했네요.
가장 처음 눈에 들어왔던건, 프로브와 에씨비의 술래잡기였습니다. 배럭을 건설하고 있는 에씨비를 잡아내기 위한 강민선수의 프로브와, 그 프로브를 잡아내기 위한 이윤열선수의 에씨비가 배럭을 도는 모습부터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또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방향을 바꾸는 척 하면서 다시 그대로 돌고.. 결국 배럭이 정상적으로 완성되고, 강민선수의 프로브가 잡혔으나, 그사이 이미 강민선수의 질럿 한 기가 이윤열선수의 스타팅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에씨비를 끌고 나와서 다시 컨트롤싸움을 펼치는 사이, 완성된 팩토리에서 벌쳐가 나왔지만, 강민선수의 드래군도 싸움에 가담했습니다. 여기서 이윤열선수의 센스. 질럿과 드래군, 그리고 자신의 에씨비 때문에 버벅되던 벌쳐를 팩토리를 띄워서 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 마린과 에씨비에 체력이 깎인 원질럿원드래군을 몰아내고, 탱크와 마린, 그리고 대여섯기의 에씨비로 언덕을 지키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양선수의 본격적인 심리전이 시작되죠.
이윤열선수는 이상황에서 사실 강민선수의 드래군이 추가되기 전에 언덕밑으로 잽싸게 내려와서 2기의 드래군을 싸먹고 위로 압박하며 바로 커맨드를 지어버리는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토스의 신대나무류를 상대하는 추세상, 강민선수의 후속타로 다크등이 올 것을 두려워한 듯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민선수는 옵저버도 생산하지 않고 바로 앞마당을 가져갑니다.
#3 강민
신대나무류를 상대하는 토스에게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적당한양의 드래군수, 사정거리 업그레이드, 옵저버, 그리고 테란보다 늦지 않은 앞마당입니다. 이것들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구현한것이 바로 아케이넘토스님의 서프림토스죠. 하지만 이 경기에서 강민선수는 초반압박을 통해서, 옵저버를 늦췄음에도 안전하게 앞마당을 가져가는데 성공합니다. 잘하면 끝낼수도 있었던 경기의 승부가 미뤄졌지만, 그렇다해도 상당히 유리한 상황까지 도달한것입니다. 이제 강민선수는 적절한 타이밍에 게이트를 늘리며 발업질럿을 확보하고 앞으로 이어질듯한 이윤열의 미칠듯한 게릴라를 별다른 피해없이 막기만 한다면 듀얼토너먼트 2라운드 진출이 거의 확보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4 이윤열
이 상황에서 이윤열선수의 선택권은 몇가지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상대의 후속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역으로 찌르며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두가지정도 선택이 가능했는데, 하나는 엔지니어링 베이를 올리고 늦게나마 멀티를 따라가며 벌쳐or드랍쉽으로 견제하며 물량을 모으는 지극히 평범한 방법이 있었고, 둘째는 앞마당은 한참 늦추며 쓰리팩을 올려 발업질럿이 확보되기 직전 타이밍을 노려 상대를 끝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전자는 장기전에 강한 이윤열의 성향상 안정적이지만, 이미 약간 기울어 버린 상황에서 물흐르듯 강민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했고, 후자는 흡사 과거 이윤열등장전 임요환선수의 성향과 비슷한 대응이었으며, 타이밍을 잘 못 잡거나, 싸움을 어설프게 할 경우 거기서 깔끔하게 지지를 칠수도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5 마무리
이윤열선수가 택한 방법은 두 번째였습니다. 어디에도 커맨드센터는 보이지 않았고, 팩토리는 3개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를 전혀 강민선수에게 들키지 않았습니다. 그 증거로 강민선수는 상대의 속업벌쳐에 대응하기 위해 드래군을 자신의 본진근처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앞마당 먹은 토스가 그렇듯이 앞마당이 활성화되고 조금 후 게이트를 늘리기 시작했고, 슬슬 발업질럿이 확보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토스가 가장 위험한 타이밍이지만, 이미 꽤 손해를 보고 타이밍이 늦어진 테란으로서는 어쩔 수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윤열은 커맨드도 짓지 않고, 마인업도 하지 않았으며, 시즈모드와 벌쳐속업도 상대 본진 근처에 당도할 쯤으로 미루고, 그 대가로 강민의 목에 비수를 찌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 - 발업질럿이 확보되기 직전 - 에 가장 적절한 병력을 모으는데 성공했으며, 불리했던 경기를 깔끔하게 뒤집으며 GG를 받아냅니다.
#6 오랜만에 굉장히 재밌게 본 경기였습니다. 필사적으로 덤벼들던 마재윤선수를 겨우 막아내고 올라온 강민선수로서는 정말로 아쉽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기가 스타리그도 아니고 듀얼 1라운드에서 벌어졌다는게 놀랍군요. 이상으로 허접스러운 경기분석을 마칩니다.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