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5/03/08 16:12:45 |
Name |
일택 |
Subject |
IOPS Star League-July VS NADA "봄날은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
이 글은 예전 pgr에서 후기를 주로 쓰시는 THE LAKE 님의 글입니다..^^
THE LAKE님의 요청으로 제가 올려봅니다..^^
2005년 3월 5일. 몇개월동안 우리를 뜨겁게 만들었던 아이옵스 스타리그의 결승전이 펼쳐졌다. 두 `신`들의 대결로 필자의 기대를 크게
만들었던 결승전은 약간은 일방적인 경기내용과 결과를 남긴채 3:0 `머쉰` 이윤열선수의 우승으로 마무리짓게 됐다.
온게임넷 4회이상 진출자는 우승을 할 수 없다는 징크스는 우승을 열망하는 한 천재 프로게이머를 막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다.
봄날을 꿈꾸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 겨울후엔 봄날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가 봄날을 원하고 원하지 않고의 범위가 아니라 찾아오는
봄날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범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에 몸을 떨며 이상을 꿈꿨던 사람이라면 따스한 봄 햇살과 봄바람을 그 누구보다도 반가이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며 그것은 힘겨운 겨울을 꿋꿋히 견뎌낸
보상일 것이다.
연습이라는 가을을 지나 경기와 승부의 모진 겨울동안 봄날에 대한 바램을 조금 더 크게 꿈꿨던 이윤열선수였기에 달콤한 봄날의
승리를 누릴 권리와 자유가 주어진 하루였다.
봄날은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봄이 저절로 온다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봄날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오는 녀석이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빌드와 타이밍. 그리고 인간미가 부족할 정도의 꼼꼼하고 완벽한 운영은 그 동안 봄날을 꿈꾸며 이윤열선수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고 그것을 열망했는지는 잘 보여 준 경기들이었다. 이에반해 박성준의 그것은 마치 열대기후에서 자란 사람이 남극으로
이사온 듯 모든것이 어색하고 서툴렀다. 투신이라는 별명이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1경기-Requiem
레퀴엠은 로스트템플처럼 위치운이 많이 따르는 맵이다. 초반 위치운은 테란에게 많이 웃어주며 경기는 시작했지만,
앞마당에 가스가 있다는 것과 역 언덕형 맵이라는 것은 위치를 감안하더라도 후반으로 갈 수록 저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저그가 후반으로 경기를 끌고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초반 마린매딕의 압박에 저그는 성큰의 갯수를 몇개로 정할지
고민하게 된다. 저그를 조금 더 고민하게 만들기위해 테란은 마린을 숨기기도 하고 메딕을 뒤에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고민에서 벗어나기위해 저그는 계속되는 저글링 정찰로 후속유닛의 유무를 그리고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마린과 첫 조우한 줄라이의 저글링은 그대로 본진으로 빠지기보단 2~3기 센터쪽으로 이동했어야 했다. 그리고 후속유닛의 존재를
확인해야 했다. 이것에 충실하지 못했던 저그는 마린1기 메딕 1기의 추가를 확인하지 못한채 그 뒤에오는 파이어벳2기가 아카데미 테크에서 생산된 첫 유닛으로 착각하게 됐고 그것이 나다에게 1승을 안겨주는 결과를 만들게됐다.
이윤열 1승.
2경기-Alchemist
초-중반 경기양상은 마치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사람이 맞붙었던 루나의 경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테란의 더블커맨드에 저그는
앞마당에 이은 또 다른 가스멀티로 응수하며 경기는 후반 대규모 물량싸움을 예고하는 듯 했다. 과연 누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전장을 가질것인가를 고민하던 필자는 의외의 곳에서 승부를 결정짓게되버렸다. 6시와 12시. 서로의 입구를 뚫기위해 병력을 운영했던
테란과 저그는 마치 적병을 유인이라도 하는 듯한 방어진에 각자의 전진병력들을 거진 잃게되지만 그것들의 양과 질적 측면에서
저그가 손해를 너무 많이 봐버렸다. 언덕을 돌파하는 저그의 컨트롤은 좋지 못했고 이를 맞이하는 테란의 마린들은 마치 부채춤을
추듯 이쁘게 총질을 해댔다. 그 이후 날아가는 투드랍쉽은 경기 종료성 휘슬을 부는 것과 같았으며 수비가 아닌 공격을 택한 저그 역시 그 휘슬을 못 들은척 했을 뿐 또렷히 귀 속에 울려퍼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윤열 2승.
3경기-Neo Guillotine
과감히 멀티에 선 해처리를 가져간 저그와 1배럭 테크라는 빌드가 서로 어울려 경기는 저그에게 유리한 듯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스파이어가 아닌 히드라리스크 덴을 택한 저그에게 투탱크 드랍이라는 언제 유행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빌드를 내보인
테란이 의외의 대성과를 거두며 경기를 가져갔다. 테란의 드랍쉽은 언제나 변수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토스전이든 저그전이든 심지어
테란전일지라도. 언덕과 시즈탱크를 요하긴 하지만 어쨌든 변수를 만들어 내는 드랍쉽을 그것도 붉은색 에너지를 휘날리며 저그의
본진에서 뮤탈리스크에게 인사를 하며 돌아가는 드랍쉽을 놓치는 박성준선수를 보며 이 경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교전
이후 경기가 다시 팽팽하게 흘러갔을 때 SCV수리를 받고 저그의 본진에 강습한 그 변수의 존재만 없었다면 어쩌면 아주 어쩌면
사람들은 한 경기 더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이윤열 승.
최근에 열린 세개의 개인전에서 3명의 선수가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나눠가졌다. 이로인해 신(新)삼국지 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선
오르내리고 있다. 3명 모두 한번의 우승과 한번의 준우승. 최연성의 독주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어쩌면 이 세명의 춘추전국시대가 오는
듯 하다. 아무렴 어떠랴. 보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것을.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런지 힘드네요.
그때도 그랬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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