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즉 회전익 항공기는 메인로터와 테일로터 2개로 이루어진 구조로 이 기본구조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는데요.
마침내 이런 헬기의 기본 구조가 큰 변혁을 맞이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헬기의 장점은 무엇보다 수직 이착륙과 호버링 특성인데요. 문제는 막상 순항 해서 장거리를 비행하기에는 이런 특성 때문에 손해 보는 점이 많다는 점입니다.
순항에 안 좋다는 얘기는 고정익 항공기 대비 1. 최고 속도가 떨어지며 2. 연료 효율이 나빠 장거리 비행을 못한다는 두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이 진행중인 차세대 헬기 사업에서 펜타곤과 미 육군은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잘 알던 헬리콥터의 기본 구조가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헬리콥터가 나는 원리1 - 양력과 추력]
먼저 헬기가 하늘을 날게 되는 항공 역학을 보시면 아래와 같은데요.
헬기의 주 로터가 회전해서 마치 강력한 선풍기처럼 아래로 바람을 일으켜 양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다 아실거구요. 문제는 헬기가 앞으로 나갈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거죠.
답은 동체 자체나 로터 축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는 겁니다. 아래 그림처럼요.
그럼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벡터를 이용해서 힘을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분해 할 수 있구요.
수직 방향의 힘이 아래 그림에서 헬기를 하늘에 띄우는 Lift(양력) 성분이 되고 수평 방향 성분이 헬기를 앞으로 가게 하는 Thrust(추력) 성분이 됩니다.
그럼 벡터의 분해를 생각하시던 윗 그림을 보시던 직관적으로 아시겠지만 사실 주 로터가 발생시키는 힘의 대부분은 양력 발생에 쓰이고 추력 방향의 성분은 얼마 안 된다는 것을 아주 쉽게 아실 수 있죠.
즉, 엔진이 발생 시키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양력을 발생 시키는데 소모되고 앞으로 나가는 데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따라서 최고 속도도 떨어지고 에너지 효율이 나빠서 항속 거리도 줄어 들게 되죠.
반대로 고정익 같은 경우 엔진이 100% 추력 방향으로 힘을 만들기 때문에 효율 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양력은 고정된 날개와 추력에 의한 속도와 베르누이 원리로 저절로 생성 되죠.)
그래서 기존의 헬기 구조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죠.
[헬리콥터가 나는 원리2 - 테일로터는 왜 있는가?]
여기서 하나 더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헬기에 테일 로터 즉 꼬리 쪽의 작은 회전익은 왜 필요한가인데요.
제가 영어로 된 그림을 못 찾고 하필 독일어로 된 것 밖에 못 구했습니다...ㅠㅠ
아무튼 아래 그림을 보시면 로터(Rotor)가 파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회전할 경우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에 의해서 헬기의 동체는 반작용에 의해 Rumpf(동체), 즉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회전을 하게 됩니다. 물론 로터 보다 헬기 동체가 훨씬 무거워서 헬기의 회전 속도는 로터 보다는 훨씬 느리겠습니다만 이걸 그대로 뒀다가는 아마 인간의 능력으로는 헬기 조정이 거의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이런 반작용에 의한 헬기 동체의 회전을 막기 위해 꼬리 쪽에 작은 날개가 회전을 합니다. 그림의 초록 화살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테일로터는 동체의 회전을 막아주는 방향으로 힘을 발생 시키고 있죠.
여기까지의 내용을 세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회전익 항공기, 즉 헬기는 엔진이 발생시키는 힘의 대부분이 양력 발생에 소모 되고 추력 방향으로 쓸 수 있는 힘이 적다
2. 이로 인해 순항 속도와 거리에서 비효율적이다.
3. 주로터 회전의 반작용(동체 회전)을 상쇄 시키기 위해 꼬리 쪽에 테일 로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 육군이 차세대 헬기 사업에서 순항 속도와 거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상 헬기를 바닥부터 재 설계 하라는 얘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럼 여기에 대한 솔루션은 ?
[ 쉬운 방법은? = 틸트로터 ]
제일 쉽고 간단한 방식이죠. 틸트로터.
벨 컨소시엄이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V-22 오스프리로 많이 알려진 틸트로터 방식이죠. 장점은 무엇보다 이미 상용화 된 기술이란거죠. 그런데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걸 과연 헬리콥터라고 부를수가 있는건지?......
뭐 물론 그래도 효율적이기만 하면 상관은 없지만 그림에서 딱 보시는 것처럼 공간 낭비가 어마어마 하죠. 오스프리처럼 날개를 접게 만들면 가격이나 안정성, 정비성 등에서의 문제가 상당하구요.
무엇보다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이건 틸트로터라는 별개의 형식이지 아무리 봐도 헬기가 아냐….." 이런 생각에 아무래도 정이 안 갑니다.
그럼 개인적으로 제가 선호하는 방식은 뭐냐면…..
하고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러시아 카모프 헬기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카모프 헬기 = 동축 반전 로터]
산림청에서 애용중인 Ka-32
사실 헬기의 기본 구조는 그동안 변화가 없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사실 이단아가 하나 있었으니 러시아의 카모프 설계국입니다. 이 설계국은 꼬리의 테일 로터를 없애 버리는 아주 혁신적인 방식을 개발 했는데요. 바로 동축 반전 로터입니다. 발상 자체는 아주 단순한데요. 로터 회전의 반작용으로 동체가 돌아가는 문제를 없애려면 두개의 주 로터를 같은 축상에 놓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면 된다는 거죠. 그럼 한 로터는 작용, 반대로터는 반작용이 되면서 동체에는 영향이 없게 됩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반전하는 2개의 주 로터와 꼬리 쪽에 테일로터가 없는게 보이시죠.
그런데 이렇게 혁신적인 기술이 왜 주류가 되지 못했을까요? 그건 나름 단점도 많았기 때문인데요. 일단 개념은 단순하지만 실제로 구현을 하려면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죠. 일단 하나의 축상에서 두개의 로터가 반대로 돌게 하려면 기계적으로도 굉장히 복잡해 질거구요. 이 때문에 카모프 시리즈는 엔진실이 차지하는 부피가 굉장히 큰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줄어 들겠죠. 또 연료 소모도 안 좋은 걸로 알아요.
사실 우리나라 소방청이 이 카모프 헬기를 굉장히 애용하는데 실제로는 진동 심하고 연료 많이 먹고 전자 장비가 너무 열악하고 해서 단점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산림청에서 애용을 하는가? 그것은 오로지 2개의 주로터에서 나오는 무지막지한 파워 때문이랍니다. 즉 강풍이 동반되는 화재 현장에서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대량의 물 수송이 가능하다는 그 하나의 장점이 너무나 컸던거죠.
그래서 이렇게 특수한 경우를 빼면 굉장히 만들기 어렵고 비싸지는 반면 연비도 나빠지고 실내 공간도 좁아지는 동축 반전형 헬기가 대세가 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또 하나 결정적인 장점이 테일로터가 없다는 건데, 사실 이건 안정성 측면에서 좀 장점이 있을 뿐 테일로터가 있고 없고는 사실 헬기의 실사용성에 있어 별 중요한 팩터가 아니었던거죠.
이렇게 동축 반전 헬기는 오로지 카모프 설계국의 특징일 뿐, 다른 헬기 메이커는 일체 거들떠도 안 보던 기술이었습니다.
[ 헬기의 혁신 = 동축 반전과 추진 로터의 조합 ]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차세대 미 육군 헬기 사업에서 시콜스키사가 정말 멋진 아이디어를 들고 나오는데요. 바로 동축 반전 로터에 추진 전용 로터를 조합하는 겁니다.
개념 실증기 S-97
디파이언트 X
앞서 동축 반전 로터는 테일로터를 제거하지만 별 장점이 없다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차세대 헬기의 핵심 요구 사항인 강력한 순항 성능을 위해 시콜 스키사는 동축 반전 로터를 이용해 테일로터를 제거하고 대신 그 자리에 직접적으로 추력을 발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로터를 추가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게 됩니다. 위의 사진들을 보시면 무슨 얘기인지 쉽게 얘기가 되실 겁니다.
당연히 주 로터를 기울이는 것 보다 훨씬 큰 추력을 낼 수 있죠.
시콜스키사는 이런 개념을 실증하기 위한 S-97 레이더라는 기체을 이미 제작한 경험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디파이언트 X라는 기종을 차세대 헬기로 제안 중입니다.
사실 미군의 차세대 헬기 프로그램은 저도 잘은 모릅니다. 그러나 시콜스키 컨셉을 보고 공돌이로서 아 저건 진짜 멋지네…. 이게 진짜 차세대 헬기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응원하고 있죠.
그러던 차에 2021 ADEX를 맞아 KAI에서 오늘 새로운 헬기 홍보 동영상을 냈는데…… KAI 역시 차세대 헬기 컨셉을 이 스타일로 잡았더라구요. (동영상 2:08 부터)
제가 응원하던 타입이 한국형 차세대 헬기로 추진 되는 걸 보니 괜히 기쁘네요. (아직 업체의 제안일 뿐입니다만….)
아무튼 이걸 보니 우리 뿐 아니라 다른 각국의 차세대 헬기도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바램과 희망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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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KAI에서 짭파이언트X를 만든다면 포인트는 두가지겠네요.
1. 동축반전기술을 개발했거나 사온 곳/사올 곳이 있는가?
2. 소형경량화 고출력 엔진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디어만 놓고보면 굳이 현대가 아니라 과거에도 가능했을 컨셉인데 오랫동안 실용화 못했을 이유는 후방 추진 로터용의 엔진을 추가로 더 달거나 기존 테일로터 동력 전달축에 비해 더 막대한 출력을 감당해야 하는 추력용 로터에 동력전달을 하는 동력축을 추가로 다는 것이 설계상 오히려 손해가 나니 양산제품의 실용화를 못했을 기술일텐데 이게 가능해졌다면 아마도 항공기용 고출력 엔진이 이전에 비해서 더 소형경량화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겠죠. 이걸 어디서 사오냐가 관건일 듯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개념으로는 예전에 가능했을텐데 못한 것은 기술적 한계가 컸기 때문이겠죠. 아마 현대 헬기 엔진의 출력은 같은 크기에 비해 훨씬 커졌기에 이런 컨셉이 가능할겁니다. 말씀하신 소형화와 어찌 보면 일맥 상통하죠. 엔진 자체는 조달 가능할 것 같은데 동축 반전은 어쩔 생각인지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