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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7 10:31
히로뽕(ヒロポン) > philopon > φιλοπον > φιλο- (좋아하다) + πονος (고통)
국뽕 > 국(나라) + 뽕(고통)
21/10/17 10:46
으으... 결코 잘 쓴글이라 생각치 않습니다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철판깔고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 비결(?)은 제가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무식하니까 괜히 나대지 말고 제 지적수준에서 이해될 수준으로 얘기하자는 마인드라서요. 크크.
21/10/17 10:36
한국 커뮤니티 난리났다! 네티즌들이 피지알의 게시글에 동감하며 경의를 표하는 중! 대체 피지알러들의 통찰력은 어느 정도 인거야?
21/10/17 11:22
꺼라위키에서도 그렇게 기술하더군요. 역갤 성향 생각하면 맞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런 단어 꽤 많지 않나요? 외부에서 특정 집단을 비하의 목적으로 지칭하는 용어가 그 집단에게 의미가 좀 변주되어 자연스레 수용되는 경우요.
21/10/17 11:18
요즘 인터넷 상의 이른바 [쿨찐]문화 에서 탄생한게 국뽕이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면 쿨찐들 때문에 인터넷에서 감성이 다 죽는다 이런 말이 있는데 사실 감성만 너무 과해도 안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너무 쿨찐스러우면 그것대로 문제겠지만요.
여튼 국뽕이란 개념 만큼은 뭔가 즐길건 즐기면서도 거리를 두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딱 적당한 선인거 같은 느낌입니다
21/10/17 11:41
저도 관련지식이 일천하지만 아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우익이 세계화 운운하는 속셈이야 뭐 뻔하니 패스하고 , 좌익이 민족주의와 결합하는 사례로써 사실 우리가 그렇게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죠. 외려 더 보편적이랄까요. 기실 말씀하신바의 행간대로 좌익 이데올로기가 민족주의와는 상극인게 맞는데 ,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좌익이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실맑시즘적 관점에서 선진국의 자본주의 모순이 극으로 치닫지 않는 이유는 후진국을 다각도로 수탈해서 자본이 역량을 끊임없이 일신해서인데 , 이 고리를 끊어야 혁명이고 뭐고 시작할 판이 깔리는 거죠. 그래서 좌익들이 일단 내셔널리즘적 감정에 호소하여 지지를 결집하는 거구요 . 이 논리가 좀 더 나아가면 한 때 한국 운동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종속이론으로 발전합니다.
21/10/17 14:47
민족해방운동과 공산주의의 결합은 굉장히 많은 2차대전후 신생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입니다. 2차대전 이전의 모든 제국주의열강은 우파였고 일단 제국주의 열강은 아니었던(중앙아시아나 발트는 그렇다 칩시다) 쏘오련은 그런 부분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죠.
21/10/17 20:44
좌우익 구분의 원산지인 19세기 유럽에서도 전통적인 우익이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빈부격차 및 적과의 동침도 감수하는 걸 주장했으니 딱히 놀랄 일은 아니죠.
21/10/17 11:44
뭔가 과몰입 방지턱으로서의 기능이 있는것 같긴 합니다. 민족주의가 현재 사회 구성원들이 네이션 스테이트나 멀티네이션 스테이트(진정한 의미의 멀티 네이션 스테이트가 있는진 잘 모르겠습니다)를 유지하는데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고, 우리(자국인)의 좋은 모습을 확대해석한 대리만족감을 상대적 우월감으로 치환하는 메커니즘 역시 강력하죠. 원래 탄생 목적인 자국 비하는 단순히 네셔널리즘의 안티테제로 정면충돌하다 별 영향 없이 사라지고 있지만, '국뽕' 컨텐츠 속에 숨어 들어가서 살아 남은 잔재가 된 지금이 재밌긴 하네요. 저도 자연스럽게 겉햝기로 주워들은 변증법을 같다 붙이는거 보니 헤겔이나 마선생이나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사고방식을 제시하긴 한것 같습니다.
21/10/17 20:45
디씨발 밈인 '손발이 오그라든다' -> '오글거리다'로 변화했는데 어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신조어인 줄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비슷하게 '신박하다' 같은 것도 있죠.
21/10/17 13:18
마르크스도 히틀러도 헤겔로부터 비롯된 거라 생각합니다. 궁극의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세계를 통일시켜야 할 것입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마르크스가 가리키는 것은 궁극의 전체주의라 생각합니다. 공산주의로 세계를 통일시키고, 민족같은 건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러나 히틀러는 민족주의적 전체주의로 마르크스보다 부분적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국뽕이라며 비판적 태도를 가질 때 그것은 '개인주의' 관점인 거라 생각합니다. A. 궁극의 전체주의의 마르크스 B. 부분적 전체주의의 히틀러 C. 개인주의의 한국의 젊은 세대들 사람들은 C의 관점에서 B를 비판하는 것인데, [국뽕보다 더 심각한 전체주의인 마르크스]를 들고 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엉터리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해서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현실을 놓고 볼 때에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국가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전세계가 하나의 통일 지배체제에 있어야 평등이 실현될 수가 있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자본에 세금을 먹이려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자본이 외국으로 튀기 때문이죠.
21/10/17 18:39
국가 간 상호 견제가 그냥저냥 작동하는 오늘날의 각국 수뇌부도 국가에 따라선 지극히 폭압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 전세계의 모든 권력이 집중된 통일지구정부라... 상상만 해도 무섭습니다.
21/10/17 17:18
좀 다른 얘긴데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자원이 없어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라는 프로파간다도 알고 보니 일본이 원조였더라는 걸 알고 나서는 참 과거의 한국은 뽕 빨 거리가 뭣도 없던 국가였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크크
21/10/17 18:36
!! 진짜 재밌는 얘기네요. ' OO이 사실은 일본 것 파쿠리 ' 라는 사례는 질리도록 봤지만 이것마저 그 예라니... 놀랍습니다.
21/10/17 19:02
20세기 초가 생각납니다. 저는 마르크스 아조씨와 함께 직접 보지는 못하고 다만 책으로만 접한 그런 시대이지만요.
지금에야 상상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좌익정당들이 열강 사이에서 많았습니다. 이러다가 조만간 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좌익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것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니까, 좌우를 막론하고 그 미래를 향해서 투쟁하고 경쟁하던 중이었지요. 그러다가 1914년에 1차대전이 퍼엉하고 터져버리니까,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분명 맑선생은 '자본주의는 제국주의를 낳고, 제국주의자들은 자기들끼리 전쟁하다가 자멸할테니 우리는 폐허에서 세계사회주의 공화국을 건국하면 된다'라고 했지만, 그런 '예언'따위는 좌파정당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사민당(SPD)과 프랑스의 노동자 인터내셔널(SFIO)이 서로 대전쟁에 대한 완벽한 지지를 표방하면서, '세계혁명'이라는 대의로 함께 공존하던 좌익들의 국제공조는 무너졌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있던 러시아에서 소련이 탄생하기 전까지 성과없는 내분의 시기로 이어져야만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마르크스에게 최악의 숙적은 국뽕이었던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의 글로벌 불평등은 다시 마르크스의 유령을 소환했습니다. 국제무역으로 축적된 부 만큼이나, 국제공조, 국제적인 정의에 대한 외침은 증가했습니다. 지금은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 되었지만, PC주의의 등장은 어느 후대의 웃음거리가 되는 사상이 다 그렇듯이 적절한 토양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런 양극화의 극단은 버니 샌더스와 트럼프를 초강대국의 심장으로 불어들였고, 트럼프의 승리에도 일한 오마르나 AOC 같은 좌익적인 인사를 미국 민주당이 보충받으며, 후대에는 현대화폐이론과 기본소득의 미국이 열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범지구적인 대기업에 국뽕을 삼키던 속칭 선진국들은, 제아무리 세계적인 부유함을 가져다주는 글로벌 기업의 출신 성분이 어떻게 되었든지간에 자신의 국가에 공장이 없으면 마스크도 백신도 없으며, 제국주의의 유산이라고 버려버린 '국민 수준'이라는 단어가 방역에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다른 대전쟁이었던 것이지요. 거대한 세계들의 대결이었던 냉전과 그 이후, 글로벌 풍요의 시대에서 질낮은 농담이 되었던 민족국가는 이렇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과연 이 새로운 국뽕의 시대에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또 어떤 선택을 강요 받을까요? 시대정신답게 진중하게 살펴보고 준비되어있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1/10/17 22:10
우와! 엄청난 댓글입니다! 제 뻘글에 너무 과분한 양질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괜시리 죄송할 정도네요;;
[이후 글로벌 풍요의 시대에서 질낮은 농담이 되었던 민족국가는 이렇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이 구절의 울림이 무척 큽니다. 두고두고 달아주신 댓글 곱씹어 보려구요. 다 떠나서 , 우리가 숨쉬는 작금이 여러모로 꽤나 재밌는 시대가 된 것 만큼은 틀림없어 보이네요. 즐거운 지옥이 따분한 천국보단 나을테죠? 필히 그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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