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지알에 서식하는 초보 주린이 '오늘'입니다. 저는 5년 정도 주식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제가 시작할 때와 달리 주식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좀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 직장인 중에서 주식투자 안하는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 시작할 때는 주식하면 말아먹는다고 말리던 형님이 계신데, 최근에 주식 투자하신다고 물어보시더군요...
근데 주변에서 주식 투자하시는 분들이 잘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절대 대다수 분들이 남의 말만 듣고 무지성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그랬고...) 안타깝습니다.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을 많이 신뢰하셔서, 거기에 기초하여 투자를 많이 하시는데요. 근데 생각보다 애널리스트 분석을 깊게 안 보시고, 목표주가랑 주요 키워드 문장만 보고 덜컥 투자하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다들 성투하자는 의미에서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해서 짧은 글을 올립니다.
1. 산업 리포트를 먼저 읽어본다.
사실, 애널리스트는 회사 분석을 할 때, 분석대상 회사 IR팀으로부터 각종 자료를 받아야 되기도 하고, 증권사 IB 쪽에서 분석대상 회사로부터 영업을 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 힘듭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종목 분석 리포트는 모두 매수 리포트이고, 매도의견은 1년에 두세건, 중립의견도 보기 쉽지 않죠. 그렇지만 애널리스트들도 산업 리포트를 작성할 때는 소신있게 자기 의견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산업의 현황, 비지니스 모델, 전망, 위험요소 등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개별 회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끔씩 발간되는 산업리포트를 정리해보는 것이 개별 기업 리포트를 읽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산업 리포트를 천천히 읽다보면 산업내 밸류체인에 있는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보이고, 어떤 외부 요소에 따라 회사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을 먼저 분석할 때는 놓치기 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고, 생각지 않았던 산업 내 저평가 회사를 발견할 수도 있는거죠. 그래서 좀 길기는 하지만, 저는 좋은 산업 리포트가 나오면 밑줄치면서 꼼꼼히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렇게 공부해놓은 지식들이 나중에 개별 기업을 분석할 때 도움이 되더군요.
다만, 시황 리포트, 거시경제 관련 리포트는 깊게 팔 필요는 없습니다. 알면 조금 도움이야 될 수도 하겠지만, 투자에 있어서 아주 크리티컬한 요소는 아니거든요.
2. 다양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읽어본다.
애널리스트들은 각각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주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 같은 회사만 보더라도 어떤 애널리스트는 실적 및 주가의 피크아웃을 외치고, 다른 어떤 애널리스트는 실적의 추가성장과 현주가의 저평가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들 공통적으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죠. 어떤 애널리스트는 철강의 시클리컬한 특성과 중국의 변동성 높은 환경 정책을 근거로 주장하고, 다른 애널리스트는 강한 철강 수요와 함께 중국의 제강량 감소를 근거로 주장을 하는거죠.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비교하고, 각 주장의 근거를 취합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생성할 수 있고, 이것이 투자에 있어서 기초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매년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선정하거든요. 모든 애널리스트 분석을 전부 검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 산업에 대한 베스트 애널리스트 2-3 명을 개인적으로 선정하시고,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3. 과거의 리포트를 읽어본다.
다양한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읽어보는 만큼 중요한게, 예전에 발행된 리포트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현시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실전시험이라면, 이건 일종의 기출문제 비슷한거죠. 예를 들어, 2016-2017년에 디램의 폭발적인 사이클을 예상한 증권사는 많지 않았어요. 우리는 결과적으로 2017-2018년에 삼성전자가 디램에서 엄청난 이익을 본 것을 알고 있죠. 그러므로 우리는 거꾸로 2016-2017년 리포트를 검토해보면서 과거 애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디램 메이커의 이익 전망을 추산했는지 검토하고, 그 전망이 맍았다면 맞은 이유를 검토하고, 전망이 틀렸다면 틀린 이유를 정리하는 거죠.
이런게 정말 투자대상 회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회사는 살아있는 생물체나 마찬가지라, 과거의 족적을 보고, 그 과거에 대한 더 먼 과거의 애널리스트의 실적 예상의 적부를 판단함으로써, 회사의 현재 상태를 고찰할 수 있구요. 더불어, 애널리스트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죠. 그래서 역사 공부하듯이 애널리스트 리포트 구해서 읽어보시면 나름 재밌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형사 말고 중소형사 같은 경우는 증권사에서 커버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십년 정도 범위로 리포틑 검색을 하다보면, 중소형주에도 간혹 가다가 몇 년마다 띄엄띄엄 리포트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보통 중소형주는 리포트 발행 시점이 주가 꼭대기 인 경우가 많습니다. 흐흐흐 왜냐면 애널리스트들도 사람들이 읽은 만한 분석글을 올리기 때문에, 주가가 바닥에서 노는 중소형사를 굳이 분석하지는 않거든요. 그러므로 중소형주 투자를 하신다면 거꾸로 리포트 발행 시점을 매도 시작 타이밍으로 잡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결론
요약하자면 개별기업리포트보다 산업리포트 위주로, 다양한 애널리스트의 분석 리포트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집하여 전부 읽는다! 더 간단히 하면 전부 읽어본다!! 입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투자하냐 라고 하실 수 도 있는데, 피같은 돈을 투자하는건데 이 정도 공부도 하지 않고 할 수 는 없는거니까요.
앞으로 허접하지만 뭔가 공유할 것이 있으면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공부하시고 성투하시죠. (그리고 좋은 종목 발견하시면 좀 굽신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