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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19 02:35:23
Name 데브레첸
Subject [일반] 저는 중국의 민주화를 바라지 않습니다. (수정됨)
혹시 오해할까 말하자면 저는 민주주의와 인권 개념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기에 쳐해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박근혜 탄핵집회부터 코로나19 대응까지 한국이 민주주의의 귀감으로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는데,
저도 세계가 어느정도는 한국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문보단 반문에 가깝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런 성과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 통치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피해를 인정받고 제대로 된 화해와 보상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도 중국이 가능한 한 민주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만과 한국의 사례를 볼 수 있듯 중화권이라고, 동북아시아인이라고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건 편견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는 겁니다.


잘 거론되지 않는 사실인데, 중국은 단순한 독재국가가 아닙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주의를 계승한 사회주의 국가이며,
경합하는 정당이 없이 국가 전체가 중국공산당의 엄격한 그물망 하에 통제된 일당독재 국가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자본주의 국가지만,
관치주의나 금융개방성을 보면 민주화 전의 한국보다도 폐쇄적이고 국가주도적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후커우 제도로 국가 내 이동의 자유조차 제한되며,
토지도 99년 임대까지만 가능해 토지의 '형식적인 소유'는 불가능한 게 중국입니다.
한국은 민주화로 확실히 개선되기라도 했지,
중국은 개선 기미는 커녕 시진핑 집권 이후 후퇴일로이지요. 개선될 기미는 난망하고요.

그리고 한국은 유신헌법이 혹독하긴 했지만 일당독재 국가는 아니었고,
그 체제 속에서 김대중과 김영삼 수준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은 아시아적 민주주의 건으로 리콴유/마하티르와 토론을 벌였던 세계적인 민주화 운동가였고,
김영삼은 신민당 총재에서 제명되자 부마항쟁으로 정권 몰락의 신호탄을 끊을 급은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거물들 덕에 한국은 민주화 기회를 잘 잡았고, 민주화 되고서도 크게 나쁘지 않은 국정운영을 벌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은근 중요합니다. 민주화에 시민들이 실망하거나 쿠데타가 벌어져 다시 독재로 회귀하는 나라들 정말 많습니다.
한국도 이승만 박정희 때 그렇게 됐고요)

하지만 중국에 김대중, 김영삼 급의 구심력을 갖춘 민주화운동가가 있나요?  
류샤오보? 이미 죽은 지 오래입니다.
달라이 라마? 상징적인 인물이고 세계적으로 이미지는 좋습니다만 슬프게도 실질적 권력은 없습니다.
홍콩 시위대? 적어도 '형식적으로' 중국과 홍콩은 별개의 체제고, 중국인은 홍콩 시위대에 대한 시선이 좋지만은 않아 이들이 중국 민주화에 영향을 직접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위구르 독립운동가? 100만명을 감금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주는 판에 그게 되겠습니까.
다른 정치 계파? 다 숙청당했죠.
파룬궁 수행자들? 이미 엄격하게 진압당했죠.

그나마 권력이나 인지도, 인기의 측면에서 중국 체제에 제일 위협적이었던 인물이 전 충칭 시 서기였던 보시라이인데,
이는 마오주의를 부르짓고 포퓰리즘에 미친 인간이었습니다.
물론 마오주의는 이미지만 차용한 정도에 그쳤지만, 중국의 민주화를 이뤄 낼 대안인물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하죠.
결국 비리가 터지고 아내의 살인범죄가 드러나면서 처참하게 몰락하고 맙니다.  

거기에 더해 중국의 민족주의 열풍, 세계적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는 이 문제를 악화시켰습니다.
중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저게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일당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있다" "홍콩 시위대/타이완 정부는 반역자들이다!"하는 자극적인 선전을 해도 먹히게 되었어요. 중국인들이 중국 공산당의 행태를 좋아만 하지는 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중국공산당이 선전하는 민족주의적 정서에는 호응하는 편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민주화가 되는 시나리오는


1. 천안문 사태 혹은 그 이상의, 내전이나 그에 준하는 대규모 유혈사태
2. 중국 내외적으로 공산주의 붕괴 급의 이데올로기적 대전환
3. 흔한 드립처럼 중국이 여러 개로 분열됨
4. 타이완 점령/미중 전쟁과 같은 무모한 전쟁을 벌여 패배하고, 정부가 정당성을 상실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건이 아닌 이상 절대 불가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논리는 중국 공산당에 의해 '중국이 민주화되면 소련/유고슬라비아 꼴 난다'고 악용되고 있지요.

넷 모두 엄청난 일이고, 이는 단기적으로 중국에 엄청난 혼란을 주는 것을 넘어
지정학적으로 세계 전체에도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올 것입니다.
적어도 소련 붕괴/9.11/코로나19 이상 사태는 될 거라 장담합니다.  
그렇게 되면 바로 옆에 있는 한국도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안 그래도 한국의 국내 문제나, 코로나19를 포함해 한국 주변의 지정학 상황은 정말 위태로운데
이것까지 가해지면 정말 끔찍해질 겁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저는 중국의 민주화를 심정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중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지지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민주주의가 가능할지 매우 회의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만 민주화가 가능하다면 저도 그 결과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민주화된다면 몰라도 무조건적 민주화를 원하기는 꺼려집니다.

그저 제 생각이 틀렸고, 평화로운 중국의 민주화가 가능하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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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는누구꺼
20/05/19 02:43
수정 아이콘
요즘은 일당독재 군사독재안하죠... 독재도 스마트해서 사법장악을 통한 독재를 합니다. 웃긴건 독재인지 아닌지도 모호하고 국민도 독재인줄 모릅니다. 터키,싱가폴,러시아,베네수엘라... 우리나라도 하마터면 싱가폴모델이 될뻔했죠.
20/05/19 02:46
수정 아이콘
요새 하는일도 없고 그래서 미국과 중국발 신냉전 뉴스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부터 이미 미중 무역전쟁 시작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미국의 중국전 참여에 피카추 배나 만질 나라들이 대규모로 참여하게 생겼더군요. 유럽에서도 분명히 코로나 이후로는 중국과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을겁니다.

사실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생산공장으로 삼은 명분 중 하나가 중국을 경제적으로 의존시켜 민주주의를 전파하자 였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된거 보면 뭔가 큰 수를 써야 했었죠. 한국으로서는 격동하는 시대에 잘 살아남아야할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중국도 말만 민주주의인 러시아 처럼 될 가능성도 있을것 같네요.
20/05/19 04:12
수정 아이콘
백번 양보해서 이번 코로나 사태는 중국의 의도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과실이거나, 정말 중국 주장대로 중국이 원인이 아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효과를 보고 체제가 다른 독재국가가 생물학 병기를 개발해서 민주주의 진영에 타격을 입히려 할 것이라는 의혹은 어느 나라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의혹을 가진 나라들이 '무언가 감추고 있고 그걸 드러낼 생각이 없어보이는' 중국을 더 이상 파트너로 여기지 않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농담 아니고 우리도 이제 더 이상 금전적 이득 때문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오가는 모습을 피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최소 10년, 길면 30년 뒤쯤에야 들이밀어졌을 선택지가 너무 빨리 들이밀어진 것일수도 있어요.
20/05/19 06:2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습니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얼마 전에 foreign policy 에 실린 이 기사를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https://foreignpolicy.com/2020/05/14/china-us-pandemic-economy-tensions-trump-coronavirus-covid-new-cold-war-economics-the-great-decoupling/?fbclid=IwAR1Q1najLrHLKQAF9ik0RZirIwQofrSTtZkJqwykdJjwuPwzNDGgAfgNnXk
20/05/19 03:29
수정 아이콘
굳이 시스템 자체 격변까지 아니여도 인권문제 정도는 차차 개선될 여지가 없진않죠

이제는 뭐 민주주의니 사회주의니 그런 이데올로기 자체가 진부하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대표 국가인 미국도 조금만 옛날 모습 보면 세뇌실험이나 하던 나라라서..
-안군-
20/05/19 03:39
수정 아이콘
소련 정도의 과정을 거쳐서 민주화가 되는 경우가 최선이겠죠. 물론 소련도 그 결과물은 푸틴이지만, 그래도 그정도면 봐줄만(...)한 수준이고요.
도뿔이
20/05/19 07:04
수정 아이콘
윗동네 김씨 일가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폭주하지 않는 선에선 현상유지가 우리나라 입장에선 나쁠거 없죠.
유툽이나 이런데 미중갈등 다루는 곳의 댓글에 트럼프 응원의 목소리가 높던데, 사이다는 사이다고 현실을 생각해보면 현재 주변 나라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해가 되고 있는건 트럼프일겁니다...
새강이
20/05/19 08:33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특히 비즈니스하시는 분들한테 치명적인 불확실성 메이커 원탑은 트럼프죠..트위터 한번에, 말 한번에 변수가 너무 많이 생기니 원..
20/05/19 08:13
수정 아이콘
지금 중국애들은 특히 젊은층은 민주주의를 별로 원하지 않고 중국식 사회주의 최고 외치고 다니고 있을건데...
헝그르르
20/05/19 08:31
수정 아이콘
제가 만약 중국인이고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 봤을때 과격하게 민주화를 위해 행동하진 않을거 같아요..
문혁과 천안문 사태를 되집어 보면 중국 권력자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죠..
아쉬운건 후진타오시절만 해도 집단 지도체제로 권력자들 간의 견제가 가능했는데 시진핑이 나타나 일인독재로 회귀시켜버렸죠..(시진핑을 빨았던 김용옥씨는 다시는 주류로 올라오긴 어려울듯..)
미국과의 분쟁도 독재자 입장에서야 외부의 적을 만드는게 국내정치를 결속시키는데 더 유리한 부분이 있어서 나쁘진 않고 보통 독재체제는 외부의 적을 만들다가 그 함정에 매몰되어 국가를 망치곤 했죠..
시진핑은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국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될거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미래도 지금과는 많이 변화될거 같습니다..
중국에게는 후진타오 시절이 좋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새강이
20/05/19 08:34
수정 아이콘
중국이 일인독재체제로 가지않고 계파별로 경쟁해서 집단통치가 가능한 시스템이 유지되었으면 한번 지켜볼만한 정치 모델이었을텐데(일종의 철인통치?) 이렇게 시진핑 독재체제로 가면 권력이 넘어갈 때 한번 큰 폭풍이 불거라 생각합니다.
metaljet
20/05/19 08:39
수정 아이콘
남북한 평화통일이 되려면 중국 민주화는 필요조건입니다. 독재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와 완충지대 없이 대등하게 국경을 맞대고 교류하는건 장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티모대위
20/05/19 09:10
수정 아이콘
진짜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민주화가 된다? 그거는 한국도 엄청나게 영향을 받을만한 대사건 아니면 어렵겠죠...
안스브저그
20/05/19 10:05
수정 아이콘
중국 내부의 모순이나 체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 민주화에 대한 압력은 거세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현재 중국의 개방경제도 마오의 그것과 100만광년 차이가 나는데 정치분야라고 위에서부터의 개혁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죠. 시진핑 자체도 덩샤오핑으로 촉발된 개방적 사회 변혁에 대한 보수적인 반동일수도 있고요. 애초에 이웃나라 미들파워가 어찌한다고 대국의 내부 정치적 흐름까지 영향을 못줍니다. 한마디로 중국 민주화는 현실로 닥치기 전까진 한국인이 신경쓸 문제가 아니란거죠.
20/05/19 10:57
수정 아이콘
제가 만나본 많은 미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지금의 체제가 그리 나쁘지 않은걸로 평가하더군요.
시진핑 독재에서 갑자기 리더가 없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공고히 꽤나 오래 갈것 같습니다.
오렌지꽃
20/05/19 11:53
수정 아이콘
독재국가보다 민주화 이행국가가 훨씬더 호전적이고 위험한 존재라는것을 감안하면 현상유지가 최선입니다.
미카엘
20/05/19 21:32
수정 아이콘
자국민들이 스스로 지금 체제에 만족해서요.. 죽기 전까지 중국의 민주화는 못 볼 것 같군요. 그것보다도 미래에는 새로운 과학 혁명으로 인한 초국적 제국주의가 다시 등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쿠루쿠루
20/05/20 23:23
수정 아이콘
아직은 하나의 중국으로 힘을 갖고 돈을 버는게 더 중요한 문제라서 정부에 맞서진 않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만
배부르고 등따수워지면 좀 더 자유를 갈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자유를 억압받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나라가 쪼개질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미국이나 주변국들이 견제하는 방식도 중국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것 같구요.
99년 토지 임대는 처음 들었는데 너무 맘에드네요.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법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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