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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21 23:30:55
Name 시드마이어
Link #1 https://brunch.co.kr/@skykamja24/397
Subject [일반] [에세이] 8원짜리 일, 800원짜리 인간
에어데스크를 창업하고, 집에서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개당 8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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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부품을 끼워맞추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 두번째 사진에 보이는 링 모양의 쇠는 서로 쉽게 엉키곤 해서 하나하나 풀어서 정렬해둬야 하고,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나사를 끼워 넣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렇게 뻗뻗한 링과 나사를 정렬하고, 끼워맞추는 일을 하루종일 하면 고작해야 버는 돈이 만원에서 이만원 남짓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서 하루종일 거실에 앉아 소일거리로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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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많이해야 2천개. 고작 16,000원. 최저임금으로 치면 2시간 정도면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도 시골의 어르신 중에서 이 링을 쌓아두고, 매일매일 일하며 사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 분들은 숙달되서 하루에 3~4000개도 한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하루 3만원을 벌기 힘든 일이다.

나는 손바닥만한 쇳덩이를 보면서 가난의 비참함을 무척이나 많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겨울에 할 것도 없는데 하는게 어디냐며 재밌어 하셨지만 그래봐야 고작 하루 2만원도 안된다. 손 아프게 12시간씩 앉아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지 말라 말하지 못했다. 멍청하게도 그 당시 나는 돈을 벌기보단 쓰기 바빴고, 사업은 제대로 굴러가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난이란게 참 비참하다. 나도 가끔 이 일을 해보긴 했다. 열심히 100개 만들고 뿌듯함을 느끼던 찰나에 '이게 고작 800원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내 자신의 노력과 가치마저 좌절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가치가 800원이 아님에도 내 자신이 800원짜리 인간으로 느껴졌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나는 6천원짜리 사람이 아닌데, 세상이 나를 6천원짜리로 대하기도 한다. 더 큰 슬픔은 고작 6천원을 쥐기 위해서 이곳을 떠나지 못할 때였다. 이 몇 천원 버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했다.

비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힘들게 번 돈을 가지고, 한 끼 식사하면 내 1시간이 넘는 돈이 사라질 때면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인지 스스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 넓은 사회, 도시에서 갈 곳이라곤 조그만 방구석 뿐이란 사실만 기억해야했다.

아이러니하다. 지금은 이때처럼 8원짜리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800원짜리 인간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800원짜리 시간이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물론 지금은 이때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벌고, 생활하며 살지만 나는 가난이 내 인격에 세겨진 것 같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비싼 옷이나 신발을 볼 때 숫자가 아닌 이것을 얻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고, 큰 돈을 쓸 때마다 내 시간을 얼마나 버리게 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은 부유함에서 온다고 믿는다. 아무도 배를 굶고, 허드렛일하고, 사회적 무시 당하면서 기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부유해지고 싶다. 8원짜리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800원짜리 인간이 아니라 수 백, 수 천, 수 억원 어치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싶다. 그러면 그때쯤 내 안에 새겨진 가난의 자아도 지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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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20/04/21 23:38
수정 아이콘
자수성가 부자들이 스스로 부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을 두고 '아주 비싼 음식이나 옷을 사면서 가격을 확인하지 않았을 때 내가 부자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라고 하더라고요.
루트에리노
20/04/21 23:53
수정 아이콘
저도 행복은 부유함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수천억 자산가가 불행할 수는 있어도, 땟거리가 없는 사람이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떠주니
20/04/21 23:58
수정 아이콘
행복과 개인적으로 느끼는 부유함은 큰 관계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누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클랜드에이스
20/04/22 00:08
수정 아이콘
저도 취업한뒤로 취준생시절의 비참한 경제사정에서 벗어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준생시절 "사치" 라고 여겼던 금액 위로 올라가는 소비는 좀처럼 피하게 되는것이... 그리고 학생때 여러가지 이유로 부유했던 친구들은 그런 고민 할 새도 없이 고민없이 구매를 결정(심지어 현재 제가 그 친구보다 훨씬 더 버는데도!)하는것을 보면서

가난이란 어쩌면 몸에 새겨지는 문신같은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20/04/22 00:27
수정 아이콘
저한테도 경제 사정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워지지 않는 가난 감성이 있습니다.
미숙한 S씨
20/04/22 02:20
수정 아이콘
저는 조금 다르네요.

요 근래 자격증을 따고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페이가 기존의 제법 오르면서 새삼스레 느낀건, 나 혼자 사는데 있어서는 월 300을 벌든 월 1300을 벌든 생활에 차이가 별로 없다는거 였거든요. 물론 돈을 좀 많이 벌면 조금 더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좀 더 많은걸 할 수 있긴 한데... 결국 제가 원하는 생활은 뻔한 것들이라 -자취 기준- 월 200만 해도 떡을 치고도 남아서 저축도 상당량 할 수 있는지라...-_-;;; 최근에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집 사려고 대출 받고 하다 보니 돈이 많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이 안드는 건 아닙니다만...

그냥 집, 차가 있고 혼자 산다는 전제를 깐다면, 저는 월 200~300만 벌어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적어도 저는) 월 1300을 벌어도 딱히 돈을 많이 벌고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구요.

결혼을 해도 사실 별 다를건 없을것 같아요. 돈이 궁핍하다면야 그로 인해 불행할 수 있겠지만, 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경제적으로 문제가 될만큼 궁핍한것만 아니라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건 돈보다 좀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한줄요약 - 가난은 불행을 가져오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유함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파괴자
20/04/22 07:08
수정 아이콘
제가 작년에 이런생각이었거든요
돈이 저에게 행복을 채워주지 않는다는 느낌
근데 그 돈이.. 수치를 초월할정도로 벌면.. 또 달라집니다..
1200~1500을 벌때는 오히려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공허함에 괴로웠는데
3천만원대가 되버리는순간 돈이 줄수 있는 행복이 엄청나더군요
회색사과
20/04/22 08:21
수정 아이콘
막상 1300 버시다 300 으로 내려가시면 또 좀 다르지 않을까요?
자연스러운
20/04/23 07:27
수정 아이콘
다시한번 생각해보시죠? 그때랑 지금의 삶이 별로 차이가 없는지??

큰 착각이시라고 봅니다
영소이
20/04/22 04:06
수정 아이콘
가난한 게 인격을 격하시키는 건 아니니까
때때로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힘내는 건 좀 힘든 일이니까요...
부쩍 따뜻해진 햇살도 느끼시구요. 응원합니다.
20/04/22 07:42
수정 아이콘
중학교시절...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하며 매 초마다 만원씩 번다는 글을 보고
당시 사고싶었던 리바이스 바지, 에어조던을 사려면 몇초를 기다려야하나... 를 생각했던 시절이 기억나네요.
행복은 부에 비례한다는 말, 공감합니다.
speechless
20/04/22 15:02
수정 아이콘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웨일에 만들어 주신 에어데스크 여전히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22 15:49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때 imf로 아버지 사업이 망하시고 서울에서 경기도 시골로 이사내려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아버지 만나러 종로에 가면 피자헛 사주시는거 맛있게 먹던 게 생각나서 어린 마음에 어머니께 칭얼거렸더니 어머니께서 부침가루에 피망, 치즈, 양파 올리고 케찹뿌려서 프라이팬에 구워주셨었죠. 그러곤 "아들아,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니까 사먹는 거보다 더 맛있지?" 하시더군요. 솔직히 형태랑 토핑만 피자라 그때는 속으로 '그래도 사먹는게 더 맛있는거 같은데' 했습니다만 행복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요. 저라면 그 힘든 상황에서 그런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그냥... 꼭 돈이 행복의 주춧돌은 아닐 수도 있다....라고도 생각합니다.
까만인
20/04/24 21:53
수정 아이콘
돈많다고 행복한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기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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