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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3 16:10
가난해도 열심히 하면 살만하지 않나?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가난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책으로 읽은 가난.. 리얼로 가난해보면 그런 소리 못합니다.
19/09/13 16:14
글말미의 글은 저도 너무 공감하고 무섭습니다.
이제야 빚다갚고 개고생 마치고 돈을 모을 시기인데 아프면 다날아가겠죠. 그렇다고 안아플거야 라고 희망고문 할수도 없는거고...
19/09/13 16:26
댓글로 가난에 대해 항변을 늘어 놓긴 했지만 그래도 사회를 보는 관점은 가난해도 노력하면 극복하고 부자도 될 수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다만 그 노력이 남들의 배가 되어야 하고 노력의 종류 또한 단순 노동이 아닌 분석에 기반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맹점이죠. 보통 돈 문제가 있는 집안은 몸도 마음도 성치 않을 확률이 높은데 거기에 더해 노력도 더 해야 하고 또 맑은 정신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니 당연히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의무가 없을 뿐더러 별 잘못도 아니라는 것으로 생각할 뿐이죠. 부양 가족이 없으면 그냥 쇼핑으로 탕진하다가 거지 생활에 전전하더라도 전혀 잘못 아니라고 보고요.
그 분석은 물론 돈 자체에 대한 분석일 수도 있겠지만 하려는 일에 대해 시장의 규모나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어림하는 능력 정도만 기반으로 한다면 그 뒤부터는 하는 일에 집중하여 일 자체에 대해 분석하는 습관과 깨치려는 노력 정도를 배로 해도 된다는 것이고요. 뭐 방향을 중시하는 습관을 갖고 있고 머리도 좋다 하면 상대적으로 노력이 덜 필요할 수도 있겠고요.
19/09/13 16:40
"'몸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정말 소수입니다. [...] 이런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이런 사람이 하루만, 일주일만, 한달만, 세달만, 반년, 일년. 기간이 지나며 가장 건강하던 사람도 조금씩 '닳아'갑니다. " 라고 적어주신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일'은 스페인어로 'trabajo'라고 씁니다. 어원의 뜻은 라틴어로 '고문받다'입니다. 독일어 'arbeit'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아르바이트!')는 고통받다, 라는 뜻의 게르만어이며, 라틴어로는 'labor'라고 쓰기에, 영어에서도 'labor'입니다. 러시아어로는 'работа'라고 씁니다. 어원은 '노예나 할 짓, 노예가 하는 것'입니다. 어원을 검색하다보니 한국일보에서 노동의 어원에 대한 기사를 낸 적이 있다는 것이, 검색창이 보이더랍니다. "어원만으로 노동의 본질적 의미를 노예의 고역이라 단정해선 안 된다. 노예가 노동을 담당하던 당시의 사회적 맥락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의 사회적 맥락은 다르다는 듯이 말이지요. 한국어에도 '굴레'라는 가축에 쓰이는 단어가 왜 사람에 쓰이는지를 와닿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9/09/13 16:47
첨언하자면 노동의 노勞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윗부분의 불火자는 등잔을 뜻하고 중간에 있는 冖는 지붕밑이라는 뜻이니 밤중에 불을 켜고 힘들게 일한다는 뜻이죠.
19/09/13 16:49
https://twitter.com/tylerrasch/status/985168294419116032
인터넷 어원 사전이 한국어는 잘 안 되어있어서, 검색 끝에 그냥 수 많은 개념어처럼 일본계 번역어이려니... 생각했는데 그런 뜻이 있는 단어였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기억해두겠습니다.
19/09/13 16:47
추천~
근데 진짜 항상 불안하긴 합니다. 저도 요즘 집 산다고 대출 좀 많이 땡겼는데 이럴 때 아프거나하면 큰일이겠죠. 문풍지가 안뚫려야 할텐데...
19/09/13 17:20
노동과 가난에 대해서 쉽게 얘기할 수 있는건, 그만큼 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알바를 가도 쉽게 고용되는 나이거든요. 노동시장에서 제 1의 가치가, 기술이나 배움이 아니라 '나이'라는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게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일을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리죠. 어느 곳을 가도, 50넘은 사람은 잘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50을 넘어도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죠. 그러면 제일 먼저 눈에보이는 선택지가, 대출 땡겨서 자영업하는겁니다. 사장소리 듣고싶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게 아니라, 정말 보이는게 없으니까 프랜차이즈에 가서 방법 전수받아서 일하려는 거에요. 그래서 폐업률이 높은거기도 하고요. 예전에 88만원세대라는 유명한 책이 있었죠. 그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남자들이 마지막 최후의 보루로 삼는 직업은 '운전관련 직종'이고, 여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삼는 직업은 '주방보조, 설거지'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운전직종조차도 사실은 쉽지 않은게 현실이고요. 버스운전같은 대형면허는 따로 자격을 습득해야하고, 택시계열은 숫자를 줄이지 못해서 안달이죠. 그나마 주방보조는 자리가 있는 편이라고는 하는데, 이것도 허리와 무릎을 많이 갈아먹죠. 그리고 그 다음은 무슨 일이 가능할까요?? 전 지금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좀 적자생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문재인정권 들어오면서 시행한 수많은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적자생존을 더욱 강화시키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전 진심으로, 지금 정권의 노동정책이 탁상공론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의받지는 못하겠지만..) 제가 공장쪽에서 일하면서 최저임금 일자리의 현실을 마주하다보니 더더욱 많이 실감하게 되더군요. 살아가는것 조차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생각하는데, 인터넷 유저들 중에서도 이렇게 서브컬쳐쪽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은근히 사회 중위층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가 아니라, 본문에 적힌 '몸과 마음이 비교적 건강한 사람'이라는 조건으로요. 단순히 젊고, 어느정도의 배움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건강선'을 넘기기 쉽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비교적 건강함'이라는 선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죠.
19/09/13 17:24
인력사무소에 일하는 친구놈도 그러더군요. 거기에서 일당뛰는 사람들 대부분이 경마장가면 다 볼수 있다고...
가난을 벗어날수 있는방법이 분명히 있지만 그걸 실행하기엔 꽤나 많은 조건들이 있다고 봅니다. 안타깝죠 ㅠㅠ
19/09/13 17:41
장판파 낸 분이 꼭 보셔야할 글 같음..
가난을 그냥 티비, 책 등에서나 보고 들어 와서 상상 조차 할 수 없다면,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야죠.. 누구에게 가난은 정말 극복 못할 현실일 수 있습니다..
19/09/13 17:58
글쓰기 귀찮아서 냅뒀는데 제 생각을 복붙수준으로 잘 정리해주셨네요..
몸 정신 둘다 건강한 사람은 애시당초 가난하지 않을 확률이 높죠..,반대로 말하면 빈곤을 겪고있으면 둘중 하나도 건강하기가 힘들고요...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가난한 사람이 둘 다 건강하다는 전제가 얼마나 소수에게 적용되는질 알텐데...
19/09/13 18:05
곳간에서 인심나온다. 시간적 여유 정신적 여유에서 인심도 나오고 합니다. 글쓴이 분의 생각과 비슷하게, 최저임금 주변의 일자리들은 사람들의 신체,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할 힘을 많이 뺏어간다 생각합니다. 사각지대나 바운더리 너머에 있는 사람이 많고 불명예스러운 특정 통계수치 1위 같은것도 사회적인 건강함같은 것과 연관이 있겠지만요.
19/09/13 19:19
사회과학과 보건 쪽에선 아마 이쪽으로 이론이 한참 전에 정립된걸로 압니다. 건강불평등성은 정말 체계적이고 복잡한 현상이죠. 그걸 일상의 용어와 실례로 잘 풀어주셨네요. 이해가 잘 되네요.
19/09/13 19:25
아이언, 브론즈가 사람이냐?
장애가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아이언, 브론즈에 있을 수 있음? 네 사람이에요. 거기도 사람 있고, 정상이에요
19/09/13 19:44
[정말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삶을 '버티고'있습니다. 저 역시, 얇은 문풍지로 막아놓은 빈곤의 바람을 앞에두고 문풍지가 찢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적일 뿐입니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이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19/09/13 19:48
어짜피 모아봐야 인생 뭐 없다고 하루살이 인생 사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sns시대이다보니 남들하는건 다 해보고 싶고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니고 필요없는 소비가 문제라고 봅니다만 그런소비라도 있어야 내수가 돌아가고 하는거니 참 경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19/09/13 19:50
글 잘읽었습니다 읽다보니 전에 보다가 마음이 무거워졌던 피터슨 교수의 영상이 떠오르네요 대개 사람은 지능에 따라 그에 맞는 직업을 찾게 되는데 장애에 경계보다 조금 위에있는 사람들의 직업이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없어질것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좌파와 우파에도 없기때문에 큰 사회문제가 될것이다는 영상이였습니다. 위에 적어주신 가난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기술의 발달로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극빈곤으로 떨어질까봐 걱정되네요(혹시.. 나도...?)
19/09/13 19:52
낮에 가게 일 보러 가기 전에 피시방에서 롤토체스나 하다가 유머글 보고 쓴 글인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읽어주셔서 급히 좀 수정했습니다.
다들 풍요로운 한가위 마무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19/09/13 20:54
오늘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했는데요, 간만에 어머니가 어린시절을 보내셨다던 마포쪽에 갔습니다.
예전에는 거기가 산동네라 판자촌에 가까웠다던데 지금은 아파트숲이 되어 있더군요.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이렇게 다 개발해버리면 여기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나?" 거기서부터 반지하 얘기, 영화 기생충 얘기까지 나왔는데, 결론적으로는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바깥으로 드러나는걸 싫어하는 것 같다. 도시 안에 빈민촌도 있어야 제도적으로 지원을 하더라도 좀더 쉬울텐데, 다들 도시 곳곳의 구석에 숨어버렸으니 찾아내서 도와주는 것 조차 힘들다고요. 제가 다니는 교회에선 연말이 되면 사랑의 쌀 나눔이라 해서 영등포구 일대의 쪽방들을 찾아다니며 쌀 20kg씩 나눠드리곤 합니다. 저도 자원봉사를 나가는데, 가서 보면 어디 공장옆 골목 구석, 사무용 빌딩의 반지하, 고가도로 밑의 천막인지 집인지 알 수 없는 구조물...등등에 사람들이 삽니다. 한 평도 안 돼 보이는 방에서 전기장판 한장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죠. 저희 교회에서 쌀이 나가는 가구수만 대략 300여 가구쯤 되는데, 이게 주민센터와 연계해서 다른 교회들도 같이 하는 일이라, 실제로는 그것의 몇배쯤 될거에요. 아직도, 도움을 받지 못하면 끼니조차 이어가기 힘든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수없이 많습니다.
19/09/13 21:08
2019년 보았던 도서와 인터넷 안의 수많은 문구와 글 중에서 가장 울림이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까짓거 노력하면 빈곤층이라도 먹고살 만큼은 살 수 있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분들은 가난의 가장자리가 뭔지 알기나 할런지..
19/09/13 21:24
공사판 잡부나 기타 최저임금 수준 알바를 전전할 때 느끼던 바를 깔끔하게 써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빚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한 몸을 건사하는 상태라면 분명히 공사판 일이든, 단순 서비스직이든간에 노동력을 재생산하고도 하루 4시간과 일급의 1/4는 충분히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때마냥 16시간 일하고 한 끼 먹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공사판 일을 하면서 술담배 안하는 사람은 저 한 명 봤습니다. 제가 술담배 안 한 것도 그보다 심한 게임 중독이라 가능했을 겁니다. 사회에서 천대받는 일들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는것만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19/09/13 21:32
경비 알바를 할 때의 일입니다.
셋이서 한 조였고, 교대조들까지 해서 10인 1팀이었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성매매 하러 가자는 사람 배달음식만 먹는 사람 모바일게임에 돈을 쓰는 사람 쉬는날 술담배값에 흥청망청 쓰는사람 여기저기 사치품을 카드로 두르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 새벽이나 틈나는시간에 책을보거나 공부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대부분 고된 교대근무에 각자의 낭비벽이 생기고, 그게 스트레스 푸는일이 되더군요. 문제는 자기만 그런게 아니고,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게 된다는 거죠. 저는 그 안에서 딱 둘뿐인 4년제 대학생이었는데, 저를 무척 특별한 사람처럼 늘 대해주던 생각이 납니다. 넌 공부해야지, 엄한 애 꼬시지 마라.. 우리랑은 다르다.. 무슨 서울대 연고대 다니는 사람도 아닌데요. 그렇게 나름의 그룹을 지어가며 서로 힘든 일상에 대해 끈끈해지는 부작용으로 많은 유혹들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직장이란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니 가장 큰 영향을 받을테고, 가난과 유혹 역시 떨어지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지간히 독해도 버티기가 쉽지않죠.
19/09/13 21:51
환경이란게 참 중요하고
그 환경이란게 타고난 재능같은거라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좋은 경험 많이 하셨네요 현재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빕니다
19/09/13 21:53
이거 공감합니다.
못살고 못배운 사람들일수록, 삶의 무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놀고 먹는것으로 탕진해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기계발이니, 건전한 취미생활이니 하는 것들도 비교적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먹고사는데 급급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런 걸 할 만한 정신적 여유도 없고, 그런걸 어디 가서 어떻게 하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죠.
19/09/13 21:55
저도 마이너스가 되기전에는 30대중반까지는 가난이란 의미를 몰랐었는데 한순간 마이너스가 되더니..
그후 정리가 안되더라고요.. 살만하면 일터지고 동생이 갑자기 암으로 쓰러지고..40대가 되니 더이상 나를 찾아주는 회사는 없어지고.. 먼가 자포자기가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힘냅시다 다들..
19/09/13 22:0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아는 거지만 오늘도 본가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 오면서 평범한 게 참 어려운 거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고 옵니다.
19/09/13 22:07
요즘 읽고있는 건강격차라는 책과 궤를 같이하는 글이네요. 그 책을 보다가 이 글을 읽으니까 책 안에서 해결책 부분에서 의문점 혹은 동의가 덜 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19/09/13 22:1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욕도 많이 먹지만 좋은 소리도 많이 하는 조던 피터슨이 어느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아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래서 이 사람들은 그냥 가난할 수밖에 없어. 보수들이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거지' 라고 욕하는 건 그냥 거짓말이고, 진보에서 '사람간에는 아무 차이가 없어' 라고 덕담하는 것도 거짓말이야. 이 사람들은 정말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이 말을 듣기 전하고 들은 이후하고 제 가치관에 약간 차이가 생겼는데,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누락되었다는 점을 빼고 생각해보면 이 글과 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네요.
19/09/14 00:07
그래서 점점 리스크 최소화 되는 길을 택하는 방향으로 가는것 같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요. 전문직 사이의 동질혼도 본질은 자산도 자산이지만 재능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의 일환인데, 이게 없을때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자산이 없을때보다 더 크게 나타남을 체감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안되는 사람들은 아얘 안낳는 방향으로 가는거겠죠....'평범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19/09/13 23:24
본문 주제와 관련된 내용들을 과학의 영역에서 입증하려는 학문이 사회역학입니다. 추천하는 서적은 해외에선 다른 분도 말씀하셨지만 마이클 마멋의 '건강 격차', 국내에선 뭐 이미 유명한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도가 생각나네요.
예전에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은 후 제 짝에게도 읽어보라고 했었는데요. 그 친구는 이 책을 읽고 저에게 "아니, 사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이야기 같은데 이런 걸 굳이 가설을 세우고 통계학 등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입증할 가치가 충분한 건가?"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더군요. 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엔 생각보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별 근거없이 부정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을 조금씩 설득하고 변화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본문 얘기를 조금 하자면 최저임금 상승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맞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어서 그렇지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중산층 탄탄하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중산층이라면 떠오르는 통념과 OECD가 정의하는 중산층의 개념(중위소득의 50~150% or 75~200%)의 간극이 커서 그렇겠지만요. 예컨대 올해 우리나라 3인 가구의 중위소득 기준이 약 380만원 정도일 겁니다. 75~200%의 기준으로 잡았을 때 75%인 약 280만원도 중산층에 포함되죠. 본문에서 말씀한 소외된, 절대빈곤이라 부를 수 있는 계층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복지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19/09/14 00:0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이 좋아서 힐링되는 느낌과 함께 저도 제가 처한 상황에서 욕심 적당히 부리고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19/09/14 00:38
Pgr에서 본 최고의 글이었네요.. 가끔 가난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항상 느꼈던 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걸 설명하고 이해시키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마음을 표현해준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왜 가난한 사람들이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설명까지 함께요.
가난한 사람들중 보면 능력이 있어도 그 위치를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떤 얘기를 해볼까 하다가 친구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중학교때부터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신문배달하면서 생계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냥 도움을 줬다의 개념이 아닌, 정말 가장으로서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배달하고 학교가고는 했죠. 근데, 성격도 좋아서 가는곳마다 그 친구를 좋아하고 절친이 저도 챙기고 심지어 저희 가족들까지 그 친구에 대한 칭찬을 해줄정도였죠. 그리고 고등학교를 지나, 취업전선에서 배선 관련일을 하는데, 워낙 일을 잘하다 보니 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반장"이라는 직책까지 받았습니다. 사교성도 좋고, 술도 잘마시고, 또 눈치까지 빠른 제가 살면서 이런 완벽해 보이는 친구가 있을까 싶을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발목을 잡는게 있었죠. 바로 어머니.. 몸도 안좋은데 돌볼사람이 없다보니 군대를 선택해야할때 부사관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거기서도 잘 생활해서 30대 중반에 상사까지 달았으니 어느정도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건 생각치도 못하게 제가 좋은 직장에 들어간 후부터였습니다. 지금도 친구의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넌 돈을 잘버니까, 나도 대학을 갔으면 더 좋은길을 찾았을텐데 등의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기회와 나도 기회가 있었다면 너보다 더 잘될수 있었을텐데, 넌 나보다 힘들게 살지는 않았지만 환경으로 인해 내가 가지 못한 성공의 길을 갔다는 허무함과 부러움, 납득할수 없는 사실등의 감정이 보였습니다. 15년된 친구에게 처음 보는 모습이었죠. 항상 본인이 더 나은 사람으로서 주위를 챙기며, 자기만의 자존감이 가장 친한 베프의 성공으로 금이 가는 모습이었으니까요. 가난이란 이렇습니다. 굴레를 성공적으로 벗어난 사람조차 그 본인의 삶이 부정당하면 무너질수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능력은 갖췄지만,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의 삶에서는 벗어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가난한 자들중 승자였을 뿐이었죠.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본인에게 위안을 느끼며 살아왔던거죠. 근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 입니다. 분명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더 성공했을거라 확신하지만, 가난을 벗어나기에는 너무 가혹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에 미치지 않는 저희 노력을 보며 삶의 한계를 느꼈을수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그 친구는 지금도 자기의 건강하다고 믿을수 밖에 없는 몸 하나만 믿고 가족들을 이끌고 가고 있죠. 가난한 사람들에게 느낄수 있는게 있습니다. 그래도 노력하면 저정도까지는 되지 않냐? 이런게 아닙니다. 가난속에서 성공을 하더라도 그 가난한 굴레의 승자가 되기를 원하지, 그 이상의 수준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원할지 모르지만 그길은 지금까지 온길보다 너무 힘들고, 30대를 넘어서면서 가정의 책임이라는 리스크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항상 그 리그의 승자였던 그 친구는 저로 인해 한순간에 패자가 되어버림을 느낍니다. 이런 모습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여친을 아버지께 소개하려할때, 그집안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아버지는 거부감을 보이셨습니다. 제가 설명한건 여친의 아버지가 예전에 인켈이라는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본인 사업한다는 얘기 였습니다. 아버지의 반응은 집안차이가 너무난다라는 거였죠. 100억대는 커녕 10억대 자산가도 아니고, 먼 옛날 인켈이라는 회사의 이름을 듣고 거부감을 드러낸거죠. 그리고 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안도의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차라리 내 인생이 힘들지라도 우리집보다 못한 집안의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하는게 그나마 자식을 잘키워서 좋은 회사에 보냈다는 아버지의 자식성공에 대한 자부심에 흠집을 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죠. 근데 저도 그렇습니다. 좋은 회사에 오고나니 사람들과 어울릴때 그 급이 다름을 느끼고 거리를 둡니다. 가난의 리그에서 중산층의 리그에 들어왔는데, 그 이상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어도 마음속에서 불편함이 항상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학교에서, 사회에서 타인에게 보여지곤 합니다. 다 같이 돈을 모아 여행을 가자는 친구의 말을 무언가 불편하게 거절하는 모습, 회사 동기들과 추억을 얘기할때 아르바이트로 얼룩진 기억과 해외연수의 기억, 이런 것들이 건강했다고 생각하는 정신에 작은 생채기를 내기 시작합니다. 가난, 그저 돈이 없는게 아니에요. 만원짜리 음식이 돈이 없어서 못먹기도 하지만 그 음식을 산다는 건 이 리그를 벗어나야 하는거에요. 에슐리에 간다는건 단골 국밥집에서 내가 팔아준 국밥이 얼만데 하면서 주인에게 생색도 내며 자존감을 지킬수 있는걸 포기하고 하나씩 배워가며 나의 무지를 보여줘야 하는 힘든 일입니다. 그것도 도전과 성공의 경험이 없이 실패와 하루하루 버텨가는게 그저 삶이었던 가난속의 리그가 전부였던 사람들한테는요. ※밤에 쓴글이라 부족한점이 많아 보여 글을 일부 틀린 문법이나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19/09/14 00:50
아까 그 장판파 댓글 보고 혈압이 확 올라갔었는데 이런 글에 이런 댓글까지 볼 수 있게 되니. 외려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지금은.
잘 읽었습니다.
19/09/14 01:04
좋은 글이라 추천 드립니다.
사실, 저는 월급을 탕진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술담배를 하든 게임에 쓰든 성매매를 하든.. 그것들은 결과일 뿐이지 원인은 아니라고 봐요. 대학시절 방학에 공장 알바 할때, 군대 입대 전 노가다 뛸 때, 군대 전역 후 공장에서 일 할때, 첫 회사에서 크레인 관련해서 공사판으로 A/S 다닐때 느꼈던 지점들이 있어요. 뭐냐하면, 조던 피터슨이 이야기 했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비숙련 위주의 직업들. 최저임금 경계의 일자리들. 그 분들은 이런 쪽에 진짜 많이 계시거든요. 제가 느낀 부분들은, 이 분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더 높은 월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거였어요. 지적수준이 경계선에 서 계신 분들은 그냥 능력과 재능이 없습니다. (교육수준의 문제는 아니예요.) 후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선천적인 부분이 더 많을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은 조금만 복잡한 업무가 주어져도 실행을 못하시거나 단순 반복작업도 숙달이 안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구요, 업무 교육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죠. 씀씀이가 크거나 월급을 탕진하는 것으로도 가난을 벗어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뭐라도 재능이 있으신 분들은 소득 자체는 높아질겁니다. 그냥 지출도 따라서 커질 뿐이죠. 근데 이런 분들은.. 소득이 제자리일 것이고 앞으로는 그나마 있던 소득도 끊길 가능성이 클겁니다. 복잡한 문제죠. 참.. 저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입사했는지 모를 신입을 제외하면 이쪽에는 정말 그런 분들이 안계십니다. 경계선에 있는 직업과 직종을 겪어보지 못하신 분들은 진짜 저런 분들이 계신지도 모를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19/09/26 14:29
아니 저 같은 피쟐 죽돌이가 이런 좋은글을 지인이 페북에 올린 링크에서 발견해서 뒤늦게 읽게 되네요. 운영진 혹시 늦게라도 이거 보시면 제발 좀 이글 좀 추게로 보내주세요.
19/09/27 18:17
간지 미쳤네요 ..추천이 한개밖에 없고 댓글에 추천 못다는게 아쉽네요.
편의점 알바하다가 취직한사람으로서 안도도 약간 느끼게되네요 그때 못붙었으면..편의점도 계속 할 수가 없으니
19/10/03 09:08
오늘 아침에 인터뷰 하신글이 올라왔네요. 다시 와서 이글을 보는데 여러번 봤지만 볼때마다 울컥하는 기분이 듭니다. 정말 좋은 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https://m.yna.co.kr/view/AKR20191001172000505?input=feed_daum
19/10/04 23:51
우와.... 정말 날카로운 통찰이십니다
다시 한번 자신과 제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아직 여력이 있을 때 내 자신을 위해 더 노력하고 나와 가까운 사람만이라도 도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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