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3/13 16:36:40
Name 유쾌한보살
Subject [일반] 공자님의 스캔들(?)




『 논어 』 에서, 거의 유일하게 여성이 등장하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야옹편.... 아니 옹야편 26장에 등장하는 남자南子( 헷갈림 주의 )입니다.
공자는 평생 딱, 한 여성, 이 南子와 사상적 정치적 교감을 나누었지요. (고 합니다.)

그녀와 감정적 정서적 교감까지 나누었는지는.. 기록만으론 알 수 없습니다.
南子가 색녀이니... 공자를 침실로 끌여들였니... 하는,  일부 기록은
그녀를 질시한 세력의 음해라 믿는 학자들이 더 많고요.

주자는 공자님을 변호해주기 위해, 그 시절엔 그 나라에서 벼슬하려면
소군(임금의 부인)을 뵙는 예가 있었니 우쨌니 ...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지요.
南子는 공자가 만난 사람 중에서 결코 비중이 작은 인물이 아닙니다.



南子는 위나라 영공의 부인이지요.
그녀는 단순한 임금의 부인이 아니라,  영공과 공동으로 나라를 통치하던 유능한 정치가였습니다.
영공이 정치적으로 많이 의지했음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그녀가 후계자를 정할 정도였습니다.

공자가 그 긴 세월 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다가,
그나마 벼슬도 하고 가장 나은 대접을 받은 곳이 바로 이 위나라입니다.
이 대접도 실상은 南子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편이 정확합니다.

南子는  ` 예禮와 악樂을 되살려 仁으로써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자 ` 는,
공자의 정치철학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도 당시의 정치적 행태 ㅡ 경쟁하고, 음모를 꾸미고, 힘의 우열을 가려서 나라끼리 전쟁을 일삼으며 증오에 불타는 ㅡ 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죠.



그 南子가, 임금보다 더 똑똑한 왕비가, (그래서 나라 안 남성관리들이 뒤에서 험담을 해대고 있는 이 마당에..)
공자에게 먼저 만나자고 청했습니다.
당연, 제자 자로가 펄쩍 뛰며 말렸지요.
그러나 공자로서는 위나라 정권의 2인자를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죠.
그렇게 돌아다니며 애써싸도 자신의 주장 내지 정치철학이 먹혀서 받아주는 나라는 별 없었으니까요.
싸우고 경쟁하고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공자의 철학은,
당시 정치가들에겐 비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습니다.

공자는 무인이던 아버지 숙량흘을 닮아서 덩치는 山만해도, 어머니 안징재 혼자서 애지중지 길러서인지 여성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어릴 적에도 칼싸움이나 전쟁놀이는 하지 않고 주로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다 하는군요.
그래서인지 논어를 읽다보면 공자는 여성화된 남성이 아닐까...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공자의 인간관계에 대한 가르침도, 힘겨루기와 서열 정하기, 분파투쟁으로 힘을 낭비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자의 정신에 깊은 공감을 느낀 당대 정치가는, 바로 여성인 南子였을 것이지요.



여튼 공자는 위나라에 머무르는 동안
이 정치적 감각을 갖춘 매력적인 여성의 독대 요청을 번번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봅니다.
허구헌 날 제자들 하고만 대화해쌓다가 ..
평생 처음 똑똑한 여성, 게다가 자신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는 여성,
그리고 자기네 사단의 뒤까지 돌봐주는 막강한 후원자가,  면담씩이나 요청하는데...
어찌 감히 뿌리칠 수 있으며
어찌 그녀가 권하는 향기로운 차를 마다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스캔들(?)로 인해 공자는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 제자, 자로에게 여러 번 듣기 거북한 진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南子를 싫어하는 위나라 관리들이 뒤에서 수군대기도 했습니다.
세인들의 악의에 찬 헛소문도 들어야 했고요.
공자는 강한 부정으로  ` 아무 일도 없었다 ` 고 해명했고, 제자들은 모두 믿었습니다.


확인할 길 없지만, 아무 일이야 없었겠지만,
추측컨대... 그녀에게 정치적 동지 이상의 감정은 갖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박민하
19/03/13 17:47
수정 아이콘
크크 합리적인 추론이긴하네요 .
과연 당시의 제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
유쾌한보살
19/03/13 2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생각했을까요....의문형 입니까.

당시 공자의 너무 강한 부정에 의혹을 품는 일부 제자가 있었다는군요.
南子는 상당한 미인이었고, 결혼 전 썸씽도 보유한 여인이라... 만약 그녀가 유혹했다면,
아무리 천하의 공자라도 피해갈 수 있었겠느냐...뭐...속으로들 생각했겠죠.
19/03/13 19: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지구 건너편에서 큰 일을 저질렀을 예수에게 얽힌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스캔들(?)이 연상되는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신비의 여인 바스라의 라비아가 수피즘의 창시자 바스라의 하산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전승이나,
스페인의 무어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명이었던 이븐 아라비의 영감이 코르도바의 파티마라는 여귀족을 모시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전승도 생각나고요.

제 짝을 찾아나서는 것도 뛰어난 사람들이기에 잘할 수 있는 것일까요. 흐흐...
유쾌한보살
19/03/13 20: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역시....것일까요.....라고 물었습니까.

짝을 찾는 일에는 ` 뛰어남 `이 필요조건이 아니지 싶군요. 껄껄..
아직 짝이 없으시다면, 머지않아 만나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19/03/13 20:49
수정 아이콘
공자가...행동이조심한건 어머니자체게 정실부인 혹은 첩수준도 못한 상태여서입니다 서문에 숙량흘이나이80?정도일때 10대후반의 어머니가 야합을했다하니 그게 제대로된 관계도 아니겠죠 그렇게 태어났으니 제대로된 대접도받지못했을테고요. 그러니 남 제사나 주관 혹은 사회봐주는 유라는 직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얘기도있습니다. 솔직히말씀드리면 논어의 몇몇내용도 위서일 뿐더러 보통 배경지식으로쓰이는 공자가어도 위서논란에서 벗어날수없습니다. 게다가 또다른 배경지식인 춘추삼전 또한 늘 상 맞냐틀리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때문에 남자를 만나서 자로가 항의한 사건은 더 깊이 파내기가 어렵죠
유쾌한보살
19/03/13 22:39
수정 아이콘
아시다시피 논어는, 공자와 제자(이름이 전해지는 제자만 70여명)들이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공자가 돌아가신 후부터 시작된 논어의 편집은 대대로 이어졌지요.
전국시대와 전한시대를 거치면서 현재의 논어와 비슷한 형태로 편집된 논어가 만들어졌고,
이후 각기 조금씩 다른 노나라의 논어와 제나라의 논어 등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논어는 전한 말기의 학자 장우가 두 나라의 논어를 비교하여 재편한 것이지요.

논어는 모두 20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제별로 편집되어 있거나 시간순서로 편집되어 있는 책이 아니지요.
대화가 오간 배경에 대한 설명이 심히 생략되거나 표현 또한 지극히 간략하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후대 학자들이 많은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고 있는데.... 그 학자는 수만명이 넘을 것입니다.
님이 말씀하신 위서....운운의 배경도 아마 조금씩 다른 주석과 해설 때문일 것이지요.

2500년전, 공자와 제자들간의 그 자유로운 대화와 격렬한 토론의 내용을 읽으며... 가슴을 친 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minyuhee
19/03/13 21:02
수정 아이콘
공자도 무인의 아들인데 예수나 부처와는 다르게 개인의 무력이 돋보이지 않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0433 [일반] 나이가 들면서 요새 잡념을 끄적끄적 적어봅니다. [15] style8708 19/03/14 8708 9
80432 [일반] 나경원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민 분열..'친일 올가미' 잘못" [96] 분수13259 19/03/14 13259 18
80431 [일반] 연예 지망생 성접대 의혹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49] 준벙이18729 19/03/14 18729 5
80428 [일반] 헌혈하러 왔다가 진짜 짜증 제대로 나고 가네요 [40] RENTON13202 19/03/14 13202 21
80427 [일반] 청와대가 공개한 석탄발전 이렇습니다 [253] 홍승식19785 19/03/14 19785 16
80425 [일반] 검찰 '김성태 딸 부정채용' 확인..KT 전직 임원 구속 [46] 읍읍12292 19/03/14 12292 8
80424 [일반] 文지지율 45% 집권 후 최저...한국당 최고치 경신 32.3% ·민주 37.2% [469] JSCO21073 19/03/14 21073 15
80423 [일반] 나경원이 강조했던 '비핵화 상상력'의 행방 [43] Jun91111429 19/03/14 11429 18
80422 [일반] 방용훈 사장관련 김영수씨 소름돋는 추가폭로 [17] 브론즈테란14005 19/03/14 14005 6
80421 [일반] 올해 가장 기대한 영화, [우상] 후기 (스포無) [17] 삭제됨9982 19/03/13 9982 0
80420 [일반] [외신] 스페인 당국, “마드리드 북대사관 침입, CIA 연루 가능성 제기” [24] aurelius9946 19/03/13 9946 3
80419 [일반] IMF는 우리나라에게 무슨 조언을 했나? [51] chilling11778 19/03/13 11778 10
80418 [일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위상을 느낍니다 [20] SeusaNoO10966 19/03/13 10966 5
80417 [일반]  ADD, 애더럴, 박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28] 모모스201317138 19/03/13 17138 9
80416 [일반] 커질 것이다 (1) [27] 휘군8423 19/03/13 8423 33
80415 [일반] [나눔] MRE 박스의 히터 [17] vanillabean6140 19/03/13 6140 0
80414 [일반] [삼국지] 도겸, 난세의 충신인가 야심찬 효웅인가 [11] 글곰9548 19/03/13 9548 31
80413 [일반] 공자님의 스캔들(?) [7] 유쾌한보살5991 19/03/13 5991 16
80412 [일반] 자유한국당 신보라의원 주휴수당, 의무지급 대상서 제외 추진 [52] Jun91112072 19/03/13 12072 13
80411 [일반] '맘충'이란 말이 너무 너무 싫다. [113] 복슬이남친동동이13618 19/03/13 13618 32
80410 [일반] 2019년 2월 고용동향이 발표 되었습니다. [50] 미뉴잇10883 19/03/13 10883 5
80409 [일반] 보잉 737맥스, 전세계로 확산되는 운행 중단 러시 [39] probe10437 19/03/13 10437 3
80408 [일반] 여성물리, 여성수학, 여성약학의 탄생 [93] saazhop11991 19/03/13 11991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