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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15 20:03:05
Name cluefake
Subject [일반] 카드 게이머가 보는 진화
전부터 카드 게임으로 진화를 좀 쉽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글로 써볼까 합니다. 다만 지식이 굉장히 일천한지라 오류가 많을 수 있으니 그 점은 많은 지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솜씨가 부족하고 지식도 적어서 똥글이 될텐데 걱정이군요..

1. 적자생존.
모든 덱은 일단 기본적으로 승률이 어느 정도 나와야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게 맨날 지면 재미가 없잖아요? 덱을 갈아끼우면서 이거 괜찮다 싶은 덱만 살아남죠.
(모든 생물은 기본적으로 생존률이 어느 정도 되어야 그 특성이 후대로 번식되어 전해집니다.)
예를 들면 옛날에 수많은 어그로덱이 있었는데 명치를 제대로 못 치는 어리버리한 놈은 다 죽고 좀 칠 줄 아는 덱들이 살아남아 명치에서 흘러나오는 신선한 상대의 피를 마시고 사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적자생존은 가장 적합한 개체가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는 자들이 살아남는다는 개념인데 실제로 저희는 랭에서 어느 덱이 제일 세다고 그 덱만 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보통 일정 승률이 넘는 덱들을 다양하게 보죠. 제작사가 밸런스 에지간히 개판치지 않는 한..

2. 진화의 과정
이 경우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tcg가 예로 들기 좋은데, 덱이 변화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근데 덱이 처음 시작하는 시초와 도달한 최종 결과물이 생판 다른 경우가 있는데(처음 모르고 두개 보면 관계없는 덱으로 인식)
점점 바뀌어가다가 원래 원형과 이제 섞일 수도 없을 정도로 바뀌어 버린 경우를 종분화라고 하고,(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예로 들기 좋은게 가끔 괴상한 최종 결과물은 제작사도 유저도 처음에 이런 게 나올 줄 모릅니다..만들다보니 나오는거지)
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몇 장씩 조금씩 조금씩 바꾸다가 결과가 저렇게 바뀌는게 진화의 과정이다!' 하는 게 등속설이고 도킨스 쪽이고,
'아니다 덱은 바뀌다가 갑자기 급격하게 그 모습이 바뀐다!'하는 게 단속평형설, 굴드의 이론입니다.

또한 한두장씩만 바꾸다보면 오히려 승률이 내려가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체구조를 뜯어고치면 원형보다 승률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죠. 알다시피 그런 경우는 유저가 '전체구조를 이렇게 다 뜯어고치면 이렇게 멋진 결과물이 된다고!'하고 알고 짜는 경우보다는...
그냥 재미로 바꿔보는데 승률이 떨어져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승률이 유지되거나 바꾼 부분이 나름대로 구동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산물에 도달하는 거죠.
현실에서 진화는 으뜨케 이렇게 복잡하게 진화할 수 있어! 하지만 다 뜯어보면 한 단계 한 단계 다 진화할 때마다 사용이 가능한 물건이고, 그런식으로 덕지덕지 발전합니다. 하스 미궁탐험이나 로그라이크 카드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처음에는 무슨 덱을 짜겠다고 구상이 없겠지만 그때그때 사용가능한 물건을 집다가 마지막 판 가면 꽤 컨셉이 잡힌 덱이 완성되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과물을 보면 독 덱 방밀덱 단검덱 등등 컨셉 잘잡힌 덱이지만 딱히 처음부터 나는 무엇으로 가겠다 하고 작정하고 가지는 않았잖아요?

3. 환경의 변화
좋아요. 유저들의 노력의 끝에 우리의 덱은 발전하여 진화해서 몰라보게 강해졌습니다.
그럼 이제 이 덱의 진화는 끝인가요? 아니죠?
여러분 하스 하실 때 덱 만들고 몇달동안 계속 놔두거나 하는 경우가 오히려 좀 드물잖아요?
아이고 요즘 어그로가 왜 이리 많냐 싶으면 잿멍울 괴물의 인기는 더더욱 높아질 것이고(어그로도 잿멍울을 쓸 것이고)
어그로 잡아먹는 덱들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할 겁니다. 그게 반영되면 다시 어그로덱들은 그에 대한 대처를 etc etc...
이런 식으로 환경은 끝없이 변화합니다. 덱들은 끝없이 적응할 거구요.
(뒤집어 말하면 환경변화가 없는 곳에선 진화가 굉장히 느리거나 정체된다는 얘기죠. 업데이트/추가 카드팩지원 끊긴 망겜 양상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4. 키 파츠.
유전자라고 다 같은 유전자가 아니고, 카드라고 다 같은 카드가 아닙니다.
리노 야생간 직후의 하이랜더, 패치스 너프 후의 해적이 '카드 한장 없다고 뭐 문제 있냐' 수준의 반응을 보여주진 않았잖아요.
실제로 유전자도 돌연변이가 생기면 훨씬 더 큰 반응을 보여주는 유전자들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큰 의미 없는 경우도 있고.

5. 유전적 부동
사전적 정의는 개체수가 엄청 줄어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건데,
이건 심플하게 카드들이 왕창 야생 간 겁니다. 카드들이 다 야생을 가버렸으니 다양한 덱을 짜기 힘들고 한두가지 컨셉에만 죽자사자 매달리게 될텐데 이걸 떠올리면 되죠.
그러니까 지금 주술사를 하는 술사마니아 친구가 있다면 유식하게 '술사는 유전적 부동이 일어나서 그런거니 너무 상심하지 마라'라고 이야기 해주시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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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이
18/05/15 20: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본문과는 별 상관없을 수도 있는 리플이라 죄송한데
떠오른 기억이 있어 리플 남깁니다.

http://www.dogdrip.net/77902816

어느 고등학생이 하스스톤으로 자연선택에 따른 인공지능 진화론을 연구한 썰입니다.

안타까운건 처음 이 내용을 접한 교사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묻혀버렸다는거......
염력 천만
18/05/15 20:29
수정 아이콘
서론 개쩌네요 덜덜... 고등학생??
아유아유
18/05/15 20:31
수정 아이콘
천재다...
cluefake
18/05/15 20:44
수정 아이콘
아뇨 상관이 있습니다!
이거 글에 넣으려고 했는데 까먹..
훌륭한 사례죠.
세종머앟괴꺼솟
18/05/16 08:57
수정 아이콘
상관없는게 아니고 이걸로 글 쓰신거 같은데요 크
18/05/15 20: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 하스스톤 덱의 진화에 대해선 손놈전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엔 예능덱 중엔 탑티어지만 랭전용은 아님. 어그로덱 상대로는 워송+손님으로 막 증식해서 잡아먹겠지만 거인흑마나 방밀에겐 손님 불리기도 힘들고 광역기 및 저격기에 다 정리당함. 수고... 였는데 나중엔 손님은 거들뿐이고 워송+거무광+거무광으로 OTK내는 무시무시한 콤보덱으로 진화... 그래서 손님전사 미러전도 처음엔 손님을 먼저 불린쪽이 승기를 잡았는데 나중엔 손님 먼저 불렸다간 상대 거무광에 명치뚫려서 죽는 장면 많이 나오기도 했죠. 라자가 영능0코로 만든 시절의 라자쿠스 사제도 처음엔 그냥 평범한(?) 하이랜더 사제였는데 나중엔 콤보형 덱으로 진화했고...
Otherwise
18/05/15 21:05
수정 아이콘
xixo의 손님덱이 기억에 남네요. 제가 봤던 하스 덱중에 올타임 넘버원 최적화였습니다.
그 닉네임
18/05/16 00:31
수정 아이콘
말만 손님전사지, 사실 워송 거무광 전사죠.
덧붙여서, 본문에는 안나와있지만 같은 덱을 굴리더라도, 시간에 따라 승리플랜이 연구가 많이 되면서 승률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얼방법사로 손님전사 상대 승률이 엄청 높았는데, 이는 손님전사 플레이어들이 딜을 우겨넣으려고해서 입니다. 나중에는 방어구 제작자를 이용한 엄청난 방어도 쌓기때문에 역으로 카운터가 되었죠.
공원소년
18/05/16 03:33
수정 아이콘
과거 TCG의 경우 손에 넣을 수 있는 카드풀 자체가 적고 정보 교환이 힘들다 보니 메타 돌아가는 속도가 느려서 지역마다 강세 덱, 강세 카드가 다른 재미있는 구도가 되었지요. 헌데 시간이 흐르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덱 최적화 속도가 빨라졌고, OCG의 경운 카드 입수 난이도가 그나마 쉬운 편이라서 더욱더 카피캣 느낌이 강해지는 듯 합니다.
그나마 한 직업당 3~4개 정도의 덱컨셉이 40%승률 이상 정도로 생존 가능하면 그럭저럭 즐길만 하기는 한 환경이 되기는 하는데 제가 즐기는 섀버나 하스 같은 경우 이렇게 잘 돌아가는 경우가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더군요. 그것도 얼마 안있어서 승률덱 중심으로 메타 편향이 되면서 다양성이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고.
18/05/16 06:05
수정 아이콘
이런 글에는 추천을 합니다!!
YORDLE ONE
18/05/16 10:11
수정 아이콘
갑자기 생태계파괴자가 패치로 등장하는데..
-안군-
18/05/16 12:59
수정 아이콘
아니 이분 관짝에 들어간 쓰랄을 다시 파내서 또 죽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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