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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19 21:54:11
Name 밥오멍퉁이
Subject [일반] 평화집회를 바라보며

벌써 이 집회도 거진 몇 주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집회를 나가지 않았어요.
지난 주 백만 군중 사이에서 어느정도 새로운 바람을 느꼈었는데.. 동시에 회의도 좀 있었어요.

저는 법적 안정성보다는 민주주의적 민중의 힘을, 사회적 안정성 보다는 저항권의 적극적 인정을 옹호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사회운동이 폭력과 비폭력의 이데올로기에 갖히는게 너무나 싫었어요.
특히 00년대 이후 국가폭력이 낳은 희생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고요.
08년에 촛불을 들었었고, 그 이후에도 몇몇 대기업과 정권의 노동자 탄압에 연대하면서도 이 생각은 변한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뉴스룸에서 보여주는 집회영상을 보면서, 어쩌면. 어쩌면 기대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지난번에 나온 3.5%의 법칙을 신뢰하지 않아요. 그 교수의 영어로 된 연구논문까지 받아왔고, 다 읽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폭력과 그 연구에서 의도한 폭력의 농도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결국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는 말 역시 부정할 수 없어요. 저는 이제까지 차벽과 경찰들 안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외쳐봐야 가두리양식을 당하는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여러 노조운동은 그렇게 일상과 강제로 분리되고, 대중과 멀어지고, 고립되고 박살나고 사람들이 죽어야 했어요.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쇠파이프를 갈고 경찰를 찌르고자 파업을 시작한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나에게서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빼앗아가고 손발을 자르는 상대 앞에서는 꿈틀할 수밖에 없었던거에요. 그게 우리네 역사였고요. 우리가 배울곳도 그런 곳 뿐이었어요. 우리가 먼저 무기를 들든, 놓든 간에 결국 우리는 얻어맞고 깨지고 감옥에가고 수십억의 손배소 앞에서 파탄나는 인생앞에 쓰러지기만 했거든요. 악은 악대로 쌓이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감옥에가고 자살을 하고 죽어갔어요. 그렇게 나쁜 사람들로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전 경찰이 싫어요. 국가폭력이 싫어요.


하지만..

우리는 100만의 군중이 넘는 사람이 모이고서도 너무나 질서정연했어요. 우리는 백남기씨의 죽음에도 저렇게 뻔뻔한 정부와 경찰권력을 앞에 둔 채로 차벽을 부수지 않았어요. 우리는 경찰을 뜯어내고 구타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우리의 분노를 허공에 외치고 불빛으로 일렁였을지언정 그들을 태울 무기로 쓰지 않았어요. 경찰이 백만의 군중앞에서, 그리고 매일 수천 수만의 목소리 앞에서 저 견고한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하고 서 있을때도, 우리는 우리의 깃발과 두 손, 크게 벌린 입과 외침으로 대신했어요. 아, 제가 이 사람들의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외침을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에요. 내가 겪었던, 우리가 입었던 상처들이 있는데.. 어떻게. 어떻게. 그런데 그 자리에는 백도라지씨도 있었을테고, 유민아빠도 계셨을거에요. 나보다 더 아팠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아, 어쩌면 우리는 길고 힘들지라도 사랑으로밖에 싸울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였어요. 저 높고 두꺼운 차벽과 수많은 경찰병력, 커다란 방패와 투박한 헬멧들 뒤로 숨어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서 있는 무서운 경찰병력이 애처롭고 안쓰럽고 참 별 것 아니구나 싶어진거에요. 우리의 목소리가, 우리의 맨손이 두려워 저렇게 꽁꽁 숨는구나. 우리는 이 선에서 발 붙이고 서서 외칠뿐인데도 그것이 저렇게 두려워 꽁꽁 숨는구나.


저는 매주 매일 광장으로 나오는 시민들에게 새삼 감동하고 있어요. 사람의 인내심이라는게, 스트레스라는게 얼마나 참기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요. 그러나 우리는 벌써 수 주째 잘 참고 끈기있게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가며 외치고 있어요. 저는 이 나라를, 이 시스템을 바꾸고자 자신의 황금같은 주말과 휴식을 맞바꾸어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나라와 사람들과 사회를 사랑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어요. 들이 받고 싶을법도한데, 매주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부당하고 부정한 정권과 위정자들에게 화가 날 법도 한데 끈질기게 기다려주는 거잖아요. 우리가 돌을 들 수도, 화염병을 들 수도,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거잖아요. 증오를 증오로 받아치지 않고, 잘못을 고치기 위해 사랑과 관용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증오를 사랑이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에요. 더 자주 배신당하고, 더 아프게 당할지도 모르죠. 그러나 크고 길게 본다면 결국 증오는 증오를 낳지만 사랑은 증오를 끊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가 옳았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이렇게 몇 주간 사랑과 평화의 모습을 보였다면, 어쩌면 우리를 막아서는 공권력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 만약 경찰들이 우리와 마주서지 않고, 우리의 행진 끝자락에서 그저 딱 반바퀴만 뒤를 돌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면 어떨까. 오늘 영상에서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의경, 경찰도 시민이다. 공격하지 말자. 저는 사회과학도로서 그것이 바보같은 주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권력은 특수한 것이고 그 안에서 개인을 찾는건 구조를 모르는 것이라고. 그러나 바보는 저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그들을 '공권력'이 아니라 '시민'으로 대했을 때, 그들도 우리를 '투사'나 '폭도'가 아니라 '시민'으로 대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소련의 고르바쵸프가 의도가 어쨌든 간에 일방적인 군비감축을 통해 냉전의 종말을 빠르게 당겼듯이, '일방적인 평화' 만이 평화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면 우린 이미 그걸 실행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경찰들에게도 외쳐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길을 열어달라 하지 않겠다, 함께 외쳐달라 하지 않겠다. 그러나 집시법의 목적이 그러하고 공권력의 권력이 민중에게서 나온 것처럼, 우리를 막지 말고 우리를 보호해 달라고. 우리와 마주서지말고 우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자고.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도 좋으니 그저 반 바퀴 딱 돌아서 함께 바라보자고.


만약 이게 성공하면요, 우리는 차벽을 없애도 좋을꺼에요. 거리와 우리를 분리시키고 시민을 투사로 바꾸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우리를 떨어뜨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가두는 저 거대한 성벽을요. 그리고 거기엔 작은 폴리스라인 표지판 정도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때때로 그 곳을 지나가는 시민들과 목소리를 함께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할 수도 있고, 핀잔을 듣거나 혼날지도 몰라요. 그러나 결국, 오바마가 말했듯이 우리는 정치적 의견이 다를지라도 결국 한 팀이잖아요.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 그러니까 우리는 분리되지 말아야 해요. 차벽 너머의 사람들과 언제나 이어져 있어야 해요. 우리가 돌아선 경찰에게 우리의 일방적인 평화와 존중을 증명한다면, 경찰은 차벽을 치울 수 있을 거에요. 우리가 그것을 요구할 수 있을거에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한여름, 한겨울에 힘들고 불편했던 방패와 헬멧도 잠시 치워둘 수 있을지 몰라요. 우리가 함께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듯이, 공권력 역시 우리를 신뢰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기적일거에요.


물론 이 얘기는 이상적이고, 불가능해보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저는 감히 얘기하건대, 지난 몇 주간의 집회야 말로 기적의 연속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리는 안될 것 같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대신 이게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될 거에요. 우리는 우리의 공권력이 우리편으로 돌아설 수 있게 만들어요. 우리의 평화가, 우리의 꽃이 그들의 무장과 그들의 방어를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들어요. 그들이 설령 그것으로 인해 잠시 피해를 입고, 압박을 당하고,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우리가 그것을 감시하고, 잊지말고, 함께 서 있는거에요. 그리고 역사가 우리의 손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의 편이 되어준 이들을 다시 온전히 복권시키면 되요. 과거 광주의 경찰분이 시민에 대한 발포를 거부했다가 고문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아픈 역사가 있었잖아요. 우리가 이긴다면 그런 역사를 만들지 않으면 될 거에요. '권력'에 편들지 않고도, 민중과 옳음의 편에 서고도 살아갈 수 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면 좋겠어요.


길고 긴 싸움이 우리 역사에 있어서 정말 멋진 선례를 만들길 바래요. 촛불의 일렁임이, 그 평화의 감동이 우리에게 놓여진 서로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길 바래요.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아마 저와 여러분의 고민과 행동에 달려있을거에요. 함께 생각하고, 다음 집회도 다다음 집회도 이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감동의 시대를 우리 손으로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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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19 21:59
수정 아이콘
이번 촛불집회는 어쩌면 대한민국 시위와 집회의 새로운 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집회에서 돌아오면서, 어쩌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보다도 이번 11월 시민집회가 더 크게 사람들을 바꾸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다크 나이트
16/11/19 22:08
수정 아이콘
1. 뭐 잘 아시겠지만 실제 고르바초프의 평가는 국내외에서 극적으로 갈립니다. 밖에서 어찌되었든 냉전의 종식자로 보는 시각과 달리 내부에서는 경제를 최종적으로 말아먹은 매국노 취급이 좀더 우세하죠. 본인도 과오를 인정했으니까요. 뭐 엘친의 무능까지 합쳐져서 그런것도 있지만요... 본인이 너무 성급했고 냉전의 종식은 그것에서 파생된 결과라고 볼수 있죠. 냉전은 종료 되었으나 석유로 다시 일어설때까지 러시아 자체는 나락으로 떨어졌으니까요...

2. 이상은 좋은데 우리는 30년동안 용서와 화해를 했고 결과가 이 꼴이죠...
그러면서 배운건 용서와 화해는 좋지만 그 전에 힘을 보여줘야한다고요... 용서와 화해는 상대편이 우리를 무섭게 봐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 이상의 규모에서는요.
물론 그건 물리적이지 않아도 되죠,
밥오멍퉁이
16/11/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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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방적인 군비감축이라는 점에서만(그게 고르바쵸프가 평화를 위해서 선택한건 아니었겠지만) 말씀드린 거였어요.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의 실패는 유명하죠. 말씀하신것에 동의해요.

2. 저는 과거에 했던게 용서나 화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위에서도 용서나 화해를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 역시 관용과 사랑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당연히 그만한 죄값을 치루게 해야하고 저들에게서 많은 것을 돌려받아야 하죠. 그저 그 과정속에서 물리적이지 않더라도 '힘'으로 발현할 수 있는게 어쩌면 이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무관심하고 여전히 왜저래 하는 사람들 마저 어쩌면 동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요. 이런게 '무서워'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크 나이트
16/11/19 22:20
수정 아이콘
과거에 했던게 용서나 화해가 아니면 뭐가 용서와 화해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쓰레기 같은 두 전 대통령(솔직히 전 대통령이라도 하고 싶지 않지만)을 석방하면서 까지 화해 분위기를 만들었고 노 전 대통령은 탈 권위를 주구장창 외쳤죠. 그리고 돌아온건 전 대통령의 자살과 현재의 이꼴이죠. 제가 이야기하는건 섵부르게 하는 용서와 화해는 결국 해결해주는게 거의 없다는 겁니다. 용서와 화해는 안타깝지만 힘의 격차에서 나올수 있고 그건 상대방이 위협을 느껴야 가능하죠.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전략은 올바르게 간다고 생각합니다. 저쪽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는이상 지금 처럼 가는게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대로 끝나지 않으면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강도 자체는 올리는 방안을 생각을 해봐야겠죠.
밥오멍퉁이
16/11/19 22:28
수정 아이콘
저는 용서와 화해라는건 죄값을 치룬 이후에 이뤄지는 일이거나, 혹은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면에서 말씀하신 사례는 '국민 대통합'이라는 목적, 이를테면 저 두 대통령을 여전히 좋게 봤던 사람들과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일어난 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건 일종의 굴복이에요. 오히려 '힘의 격차'였던 거죠. 이러면 영호남의 갈등이 없어질거라 기대했었을테고, 물론 배신당했죠. 저는 마찬가지로 경찰권력을 용서하거나 화해하자는게 아니에요. 정부에게도요. 다만 우리가 그들을 때리거나 패 죽이겠다고 나온건 아니라는거죠. 우린 고치기 위해서 나온거잖아요. 민중은 이 사회 시스템 내에서 구조적으로 무력을 독점할 수 없고 제도를 독점 할 수 없어요. 그러나 이기고 나면 어느정도는 좀 더 넓은 방식의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더 많은 국회의원, 더 많은 비례대표, 더 적절한 선거구, 더 많은 참여방식, 더 많은 견제기구, 더 직접적으로 인정받는 저항권, 더 광범위한 자유의 존중같은 것들이죠. 그걸 위해서 갈 수 있는 길이 결국 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을 덮는 것은 '방임'이죠. 우리는 잘못을 고치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뿐이에요. 경찰권력에도 다만 그렇게 대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다크 나이트
16/11/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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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경찰 권력자체가 그쪽의 부역자들이라서... 물론 이건 경찰 권력을 이야기하는거지 하위 계층을 이야기하는건 압니다.
다만 어쩔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위쪽은 적어도 제거 되고 고쳐야 되야한다는건 기정 사실이죠. 다만 검찰이라는 보스가 버티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것일 뿐...
근데 재미있는건 과연 어쩔수 없었던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적어도 부끄러워는 했으면 좋겠는데...
어쩔수 없다는 이유로 회피해 갈려고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그게 적용되는 범위가 철저해야합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냐라고 생각한다면 역사적으로 아닌게... 그걸로 빠져나간 진범들이 한둘이 아니죠... 전 그걸 경계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님의 말에 전적으로 반대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찬성측이지...
밥오멍퉁이
16/11/19 22:36
수정 아이콘
맞아요
기분같아선 역시 올단두대..
저는 적어도 기관의 총책임자랑 그 2선 정도는 책임을 지는게 맞는 것 같아요. 본인이 원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 위치라면 저항했어야하지 않나.. 불이익이 무서웠겠지만, 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게 안무서워서 나왔을까 싶거든요.
다크 나이트
16/11/19 22:38
수정 아이콘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저항했다가 불이익 당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 사람들이 억울한것 뿐만 아니라 저항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반면교사를 보여야 합니다. 그동안 그러지 못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게 지금 사태를 만든 중요한 요인중 하나입니다.

용서와 화해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전에 앞서서 잘못된 방향으로 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야 겠죠...
밥오멍퉁이
16/11/19 22:45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래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게, 박정희를 김재규가 죽인 것(적어도 민중의 손으로 끝냈어야). 그보다 더 화가나는건 전두환과 노태우의 사면이에요. 그리고 검찰권력과 경찰권력의 부역자들, 재계의 큰손들의 부정부패와 엮인 사람들이 떵떵거리는 것까지 고쳤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했어요. 평화와 사랑이라는 방식과는 별개로 이들에게는 그에 맞는 책임이 지워졌어야만 하고 앞으로도 지워져야만해요.
다크 나이트
16/11/19 22:52
수정 아이콘
박정희를 김재규가 죽인것에 대해서는 현재는 여러 생각들이 존재하죠. 적어도 민중들의 손에서 끝냈어야 한다.
혹은 김재규가 죽이지 않았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 당했을것이다. 등등이요. 더불어 김재규의 평가 자체도 굉장히 애매하죠... 과연 어떤사람이였는지...

후자는 애초에 이승만이 친일파를 등에 엎기 시작했을때부터 잘못된거라... 에휴...
꿈꾸는사나이
16/11/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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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오늘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지방이라 그런지 경찰들이 엄청 많이 투입되긴 했는데 방패 하나 안들고 나와서 교통 통제만 해주고 안전 관리만 해주더군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안군-
16/11/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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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인 감상일지는 몰라도... 여태까지는 진심으로 "잘 하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말이죠...
대립이 생겼을 때, 먼저 폭력을 쓰는 쪽은 언제나 자신들의 명분이 부족한 쪽입니다. 명분이 충분하다면 폭력을 쓸 이유가 없죠. 이미 이기고 있으니까.
그동안의 시위에서 과격한 모습이 보였던 이유도, 경찰들이 먼저 도발하고, 먼저 훼방을 하니까 이쪽도 폭력적으로 나왔던 것이지,
지금처럼 경찰도 적당히 양보하고, 자극하려 들지 않으면, 이쪽도 폭력을 사용할 이유가 없죠.

여기다가 댓글로 달아봐야 이걸 볼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저는 시민들이 이것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린 이미 이기고 있다는 것. 결국은 우리가 이긴다는 것. 저쪽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든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는 것 뿐이죠.
그냥 이대로 흘러가기만 하면 반드시 이깁니다. 스타로 치면 올멀티를 먹고 상대편 앞마당을 조여놓은 상태고, 롤로 보면 바론 먹고 3억제기를 깬 상황.
그냥 스노우볼만 계속 굴리면 저쪽이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거나 그냥 GG를 치게 되어 있습니다.
단, 승리에 취해 안일해져서, 말도 안되는 실수를 연속으로 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16/11/19 22:28
수정 아이콘
26살 남자 공시생입니다 그동안 시위를 가본경험도 없고 부끄럽게도 지난주 집회 역시 공시생입장에서 괜스레 폭력시위로 변질되어서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참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주에 큰 사고도 없었고 이렇게 옳지않은 모습을 못본척하면서 공무원이 된다면 저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해서 용기를 내어 오늘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곳에는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는것이 아니였습니다 저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애인과 함께 한마음으로 모여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물흐리는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린 학생들 조차 선동되지않고 자정작용을 하고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격한 행동과 폭력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본인들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어쩌면 폭력없는 평화시위로 우리가 이길수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희망을 보고왔습니다
-안군-
16/11/19 22:30
수정 아이콘
이번 시위 관련해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이것이었습니다.
"간혹 과격한 주장을 하거나, 앞에 나서서 폭력을 휘두르려는 시민이 있다면,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백허그 심쿵하죠!(어?)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11/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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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법원이 청와대 인근까지의 행진을 인정했는데 그 근거 중의 하나가 지난 집회들의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인 모습이었더군요.
서울우유
16/11/19 22:51
수정 아이콘
계절이 좋지않아서. 이 동력을 이어가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오래해봐야 12월초가 한계가 아닐런지.. 12월 말만 되어되 정말추울텐데 말이죠. 여름이었다면 좋았을것인데.
다크템플러
16/11/19 23:1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기성 언론들이 '평화' 운운하면서 평가질하는건 꼴보기싫습니다.
이번에는 경찰, 법원이 어느정도 보장해주고 자극안하는경우니까 이게 유지되는건데...
기존엔 제대로 보장도 안해주고 충돌유도해놓고서 폭력으로 밀어붙이고.
아마 이번 평화집회 이후, 일반 파업과 시위들은 더 어려워지고 낙인찍힐것같단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jjohny=쿠마
16/11/19 23:19
수정 아이콘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닭장군
16/11/19 23:45
수정 아이콘
글쎄요. 언제는 뭐 쇠파이프 휘두른다고 원하는걸 얻었습디까.
ArcanumToss
16/11/19 23:21
수정 아이콘
저들이 버텨봤자 기껏해야 1년 여의 시간밖에 없다는 마인드로 장기전에 돌입해야 합니다.
호흡을 길게 하며 조급해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들은 우리가 지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저들의 전략에 말리지 않아야 합니다.
촛불집회를 문화의 장으로 만들고 풍자의 장으로 만들고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민주주의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장기전을 즐기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요.
-안군-
16/11/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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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서울시 차원에서 광화문광장을 "박근혜 퇴진 축제마당"으로 지정하고, 1년짜리 축제를 기획해버렸으면 좋겠네요.
기왕 이리 된 김에, 서울시 예산으로 다들 신나게 함 놀아보죠? 기업들 참여도 독려해서 지원도 받고,
매 주말마다 시민들 수십만명이 모이는 자리가 될텐데, 얼마나 훌륭한 광고의 기회입니까? 광고료 받아서 수익사업으로 해도 되겠네요. 크크크...
닭장군
16/11/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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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앞에서 쇠파이프 휘두른다고 해서 쟤네들이 아고 무서버라 하며 내뺄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먹잇감이죠. 어차피 장기전 해야합니다. 그러면 본대를 보이네마네 하면서 무식하게 힘빼면 곤란하죠. 당장 우리끼리도 논란이 생길거고요. 죽창에 쇠파이프 휘두르면 애초에 이만큼 모이는것 조차도 안됬어요. 언론탓 무지하게들 하시는데, 어떤 이유든 당사자들의 언행이 인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것을 남탓하기 시작하면 답 안나옵니다. 지금은 인민들이 이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겁니다. 우리나라의 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촛불을 휘두르든, 죽창을 휘두르든 인민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보고 해야 여론을 얻어서 힘이 생기는거죠. 개돼지들 민심같은거 무시하고 그냥 쿠데타 할거라면 몰라도요.
16/11/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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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기가 들어간건 우리고, 힘겹게 버티는건 저쪽입니다. 매일매일 뉴스보면서 치가 떨리지만, 그래서 가끔은 멘탈 유지하려고 뉴스를 꺼버리기도 하지만, 저쪽에 남은 시간은 길어봤자 고작 1년입니다.

울컥울컥하게 만드는 소식들 들을 때가 매 순간이지만, 그래도 버텨서 승리해야죠. 시간은 우리편입니다. 지금 하는 짓으로는 절대 우리를 못이겨요.
jjohny=쿠마
16/11/2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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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집회에 비해서 참가자 수는 상당히 줄었고 마무리도 일찍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 주보다 이번 주 시위가 더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수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지난 주중에 페북에서 누군가 '돌아오는 토요일 집회에서 수가 줄어들 거라고 예상하는 건 패배주의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게 공유된 걸 봤었는데, 보면서 조금 그랬습니다. 지난 주 집회는 이미 예전부터 판 깔렸던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날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그 주에 갑자기 보도된 의혹들과, 부가적으로 좋은 날씨와 등등 여러 요소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나온 이례적 결과물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수가 유지되거나 늘면 물론 좋겠지만, 당장에 수가 줄어든다고 패배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걸 예상하고 또 인정하는 게 패배주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감소할 (수도 있는) 그 인원과 함께, 또 광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과도 함께 계속 유효한 투쟁을 해나가는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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