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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04 12:26:11
Name 선비욜롱
Subject [일반]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오스만 계승전쟁"? (1): 숀 맥미킨의 러시아 책임론.

"국가별 의인화로 묘사한 제1차 세계대전. 전적으로 독일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지 벌써 102년이나 되었지만, 전쟁의 유래와 책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활발하다. 책임소재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로 쉽게 귀결되는 제2차 세계대전과 달리 1차대전의 개전책임에 대한 논쟁이 심한 이유는 폴란드 침공 같은 명백한 군사침공으로 유발된게 아닌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같은 비교적 사소한 사건이 당시 외교적 상황과 시대적 요구로 인해 국제적 위기로 발전하면서 전쟁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대공의 암살을 빌미로 굉장히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선보인 데다가 결국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세르비아의 보호를 이유로 총동원령을 선포하면서까지 오-헝 제국과 각을 세운 러시아 제국, 러시아의 비호 이후로 반항적인 모습을 보인 세르비아, 오-헝 제국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데다가 결국에는 벨기에 침공을 감행해서 영국마저 참전하게 한 독일 제국. 단순히 오-헝 제국의 행태만으로 1차대전의 발발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개전 책임이 오헝제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4년의 혈투 끝에 승자에 위치에 선 프랑스, 영국,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1919년의 파리 의회에서 전쟁이 터지는데 있어서 독일의 팽창주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결론을 내려서 독일에게 가장 큰 개전책임을 부여했다. 이는 공평한 역사적 논의와 거리가 먼 정치적 필요성에 의한 떠넘기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나긴 세월이 지나면서 2011년에 마지막 참전자가 사망함으로 1차대전은 완전히 역사의 영역에 들어섰다. 개전책임에 대한 논의에 정치성이 사실상 말소되었고 덕분에 학계는 전통적인 논의대상인 독일 제국과 오-헝 제국을 벗어나서 개전 책임을 다각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이러한 풍조속에 2011년에 출간된 숀 맥미킨(Sean McMeekin)의 The Russian Origins of the First World War은 러시아의 개전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유럽의 병자, 오스만 제국"

The Russian Origins of the First World War에 의하면 1차대전의 개전의 주범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독일 제국이 아닌 러시아 제국이다. 맥미킨은 러시아 제국이 1914년에 소위 "오스만 계승전쟁(war of the Ottoman Succession)"을 일으켜서 역사/종교적으로 상징적인 콘스탄티노플을 비롯해서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시킬 수 있는 해협을 확보하려 했다고 서술했다. 이는 단기적인 결정이 아닌 전쟁없이는 콘스탄티노플과 지중해의 해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러시아 제국의 장기적인 계획이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슬라브족의 일원인 세르비아를 보호하고자하는 책임감, 삼국협상(三國協商-Triple Entente)의 일원으로 독일의 팽창주의를 저지하고자 하는 의무감, 혹은 유럽의 세력간 균형을 수호하고자 하는 사명감 따위가 아닌 오직 이득을 위해 전쟁을 목적으로 1914년에 세르비아의 보호를 자처하며 오-헝 제국과 각을 세우고 최종적으로 유럽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것이다.1

러시아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 대한 집착에 대해 유럽의 강국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러시아가 직접 움직여서 이를 완수하려 한 1853년에는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크림 전쟁에 참전해서 오스만 제국을 지원했다. 그후로 러시아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병탄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일은 없었지만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채로 광장한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노려보고 있었다. 최소한 이는 왜 1914년에 러시아 제국이 전쟁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맥미킨의 설명이다.2  

그러나 이러한 맥미킨의 설명에 불구하고 1914년이 과연 러시아 제국이 콘스탄티노플과 지중해 진출에 대한 야욕을 들어낼만큼 러시아에게 유리한 시기였는지 의문이 든다. 단적으로 러시아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제국은 1912년과 1913년에 대대적인 군비확장을 승인했다. 1914년에 독일군은 군비증강의 영향이 서서히 보였던 것에 비해 러시아의 군사확장계획은 1917년이 되어서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1914년은 오히려 주적인 독일 제국에게 유리한 해로 러시아가 기회를 옅봐서 전쟁을 개전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1917년까지 전쟁을 미뤘어야 하는게 옳다.3 결국에는 이 문제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만약에 러시아가 1차대전을 일으켰다면 왜 군사적으로 불리한 1914년을 택했을까?

"1차대전기 군함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드레드노트(Dreadnought)"


맥미킨은 이 문제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맥미킨의 답은 오스만 제국은 최소한 5척의 드레드노트를 주문한 상태였으며 이는 흑해를 중시하는 러시아에게 굉장한 위협이자 도전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 해군이 더욱 강화해서 흑해에서 완전히 압도당하기 전에 박살내고자 급히 전쟁을 택했다고 한다. 이는 맥미킨의 "오스만 드레드노트 5척론"으로 맥미킨의 러시아 책임론을 보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오스만 드레드노트 5척론"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 글에서 설명한다.
--------------------
1. War in History』 「Keeping the Germans Out of the Straits: The Five Ottoman Dreadnought Thesis Reconsideredpg. 21 by. Matthew S. Seligmann
2. Ibid,
3.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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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죠 호타루
16/05/04 12:33
수정 아이콘
쉽게 말하면 1차 세계대전은 아예 크림 전쟁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려나요? 시기가 꽤 많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범 슬라브주의를 내세우면서 남하 정책을 펴던 러시아의 발길이 비스마르크의 중재로 막힌 것으로 아는데, 그걸 뚫어보겠다고 세르비아를 비호했고, 오스만 해군이 더 군비를 강화해서 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걸 막고자 세르비아를 부추겼다... 정도가 되겠네요.
선비욜롱
16/05/04 12:37
수정 아이콘
사실 이 글의 논지가 이 양반의 주장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흐흐흐.

일종의 스포라서 더 이상은 말씀 못드립니다.
크리넥스
16/05/04 12:47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1차대전때 오스만은 중립을 지키다 영국이 전함을 먹튀한거 때문에 반영감정이 생겨서 참전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저 이론에 따르면 그 일이 없었더라도 오스만은 필연적으로 참전했을거라고 봐야겠네요. 흥미롭습니다.
선비욜롱
16/05/04 12:52
수정 아이콘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이걸 정설이 아닌 저 양반의 주장이라는 것을 수차례 강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설득되지 마세요!
크리넥스
16/05/04 13:16
수정 아이콘
음... 좀 더 지켜봐야 되겠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솔로11년차
16/05/04 14:07
수정 아이콘
윽... 저는 왜 제목의 (1)을 제대로 못 봤을까요... 아...
글이 재미라도 없었어야했는데. ㅠㅠ
선비욜롱
16/05/04 14:17
수정 아이콘
재미라도 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흐흐흐. 2편은 현재 작성중이니 너무 기다리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aurelius
16/05/04 14:08
수정 아이콘
1차세계대전의 발발까지의 과정이 정말 완전 복잡막장 드라마여서, 다양한 종류의 책임론이 나타나는 거 같습니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고 동시에 그만큼 어떤 특정 국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겠죠. 닐 퍼거슨 같은 경우 심지어 영국 책임론까지 주장할 정도. 독일사 전문가 크리스토퍼 클라크 같은 경우 지금까지 이른바 약소국들의 역할을 너무 무시해왔다면서 간접적으로 세르비아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하죠. 참 재미있습니다 크크
선비욜롱
16/05/04 14:20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해서 시작되었다" 밖에 나올 수 없는 2차대전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하죠. 개전 자체가 굉장히 논쟁의 여지가 많고 여러 석학들이 서로 다른 분석을 해대는 판에 "1차대전 통사"같은 시리즈물은 굉장히 큰 부담일 듯싶습니다. 제가 써보고 싶긴한데 1차대전은 의외로 기록의 늪이라서 그나마의 재평가론 조차 정리하는데 벅차네요ㅠㅠ
피아니시모
16/05/05 03:23
수정 아이콘
각종 전쟁 관련 만화나 영화
뭐 예를 들면 2차대전만 해도 간략하게나마 만화로 나오기도 하고 (주인공과 악당 정하기가 쉽죠.. 처음 시작할떄도 그냥 독일 역사를 첫 부분에 넣어버리면 되는 거니깐) 그러는데 1차대전 관련해서는 거의 못본 거 같습니다(..)그정도로 빡센게 아닐까 싶어요
세종머앟괴꺼솟
16/05/04 14:10
수정 아이콘
으 1차대전 재밌는데 어려웡
선비욜롱
16/05/04 14:16
수정 아이콘
본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답해드리겠음다.
세종머앟괴꺼솟
16/05/04 14:20
수정 아이콘
이 글 얘기가 아니라 그냥 1차대전 당시 국가간 역학관계 같은게 너무 복잡해요 크 인과관계도 불명확한게 너무 많은 거 같고
선비욜롱
16/05/04 14:36
수정 아이콘
그런 편이죠. 특히 역사가들도 서로 말하는게 다른데다가 어느 것을 중점에 두느냐에 따라서 주장도 천차만별로 바뀌어서 1차대전의 원인이라는 주제 자체가 굉장히 뽕뽑기 좋아보입니다(...).
겨울삼각형
16/05/04 18:54
수정 아이콘
전 1차대전 자체는 재미가 없고..
그 배경이 참 채미나더라구요.

1차대전에 주요전투는 양쯕모두 이런 규모의 병력운용에 개삽질을 보이는 와중에 전선에서 갈러나간 병사들만 불쌍한.. 수준이기 때문에..
16/05/04 23:26
수정 아이콘
재미..라..
선비욜롱
16/05/05 00:06
수정 아이콘
그거야 1차대전을 서술하는 측에서 일종의 편견을 갖고 전투를 단순하게 묘사한 측면이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개삽질은 1915년 즈음해서 사실상 없고 1916년의 솜 전투와 베르됭 전투의 독일과 프랑스의 전투나 1918년의 춘계공세-백일공세를 보면 서로 참호전, 화력전, 소모전에 대한 준수한 이해를 가지고 전투를 계획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1915년의 2차 아르투아 공세만해도 포격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침투전술의 기용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이 전선을 돌파해서 오히려 지휘관들조차 믿지 못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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