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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2 23:04:31
Name 좋아요
Subject [일반] 에이핑크와 이별과 새끼손가락

0. 들어가며

올해 에이핑크가 내놓은 4주년 기념 팬송 ‘새끼손가락’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곡입니다. 그녀들의 대표 리얼리티 에이핑크뉴스에서 자작곡으로 선보인 것을 진정한 의미의 완성한 곡이기도 하며, 싱어송라이팅 등 소위 ‘실력파 언플’하고는 비교적 거리가 먼 팀 에이핑크가 조금씩 자아를 찾아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제작함에 있어 ‘프로듀서’ 정은지는 어머니와 이별할 때 장면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를 증명하듯이 노래 안에는 기차소리가 삽입되어있고, 그러한 사운드를 통해 기차타고 멀어져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도 있죠. 하지만 프로듀서 정은지의 뜻이 어쨌는 가와는 다소 별개로, 에이핑크의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냥 그렇게만 감상하기는 힘든 것이 이 새끼손가락이라는 곡입니다.

그럼 에이핑크의 발자취,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에이핑크의 이별들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에이핑크뉴스 제작진


<이별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에이핑크 뉴스 엔딩>

총제작자인 큰바위얼굴PD를 비롯해 에이핑크뉴스 제작진은 에이핑크에게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데뷔하기 전부터 함께 촬영하기 시작해 세 번의 시즌동안 사실상 에이핑크의 전반기 활동을 모두 함께한 동료이자 친구였기 때문이죠. 시청률 저조 때문에 시즌3의 경우에는 제작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제작진과 에이핑크의 끈끈한 정, 그리고 팬들의 바람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일반적인 리얼리티 제작진과 아이돌 관계와는 그 궤가 다르죠.

사실상 에이핑크의 성장과 함께 하고, 그 이상으로 에이핑크의 성장을 도운 그들이었기에 어느덧 에이핑크뉴스 시즌3가 끝난지도 어언 3년이 되었지만 그들과의 이별은 팬들에게 있어서도 그 어느날의 만남을 다시 기대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에이핑크뉴스 시즌4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정서적인 교감이 있었던 존재들이 만드는 울림이 다시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죠.


2. 강아지 퀵이, 달이


<가족의 탄생 방송당시 BGM으로 사용되어 에이핑크와 퀵이, 달이의 이별을 상징하는 노래처럼 되어버린 ‘꿈결처럼’>

에이핑크뉴스와 함께 에이핑크의 초기 리얼리티였던 ‘가족의 탄생’에서 만난 유기견 퀵이, 달이. 에이핑크에게나, 에이핑크의 팬들에게나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이 두 마리의 강아지는 만남에서부터 이별을 품고 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아픔을 달래주고 새로운 가족과 만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가족의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의의였고 거기에 참가한 에이핑크가 할 일이었죠.

에이핑크의 쇼타임, 주간아이돌 등 그녀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에서도 이따금 언급되는 퀵이 달이. 강아지를 너무나 키우고 싶어하지만 스케쥴 등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에이핑크에게 있어 그들은 잠시나마 아주 소중한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다소 시한부의 선물이기는 했지만요.

이미 그때로부터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퀵이, 달이에게 추억과 사랑을 주고받은 그녀들이기에 그 둘과의 만남과 이별은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3. 홍유경


<각 멤버들의 성장을 간략히 담은 이 뮤직비디오엔 분명 함께 나왔어야 할 사람이 한명 있죠>

그 무수한 이별 가운데 아마도 가장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손가락 중 하나. 아주 잠깐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에이핑크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몰라요부터 부비부까지 7인의 에이핑크 중 한명이었던 멤버였습니다. 심지어 에이핑크 데뷔앨범의 이름은 무려 ‘Seven springs of apink’였죠. 물론, 에이핑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때는 그녀의 탈퇴 이후 앨범인 ‘시크릿가든’의 타이틀곡 ‘NO NO NO’가 대히트하면서부터 였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그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솔직 담백한 모습, 멤버들과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오랜 에이핑크의 팬이라면 그녀의 탈퇴와 관련된 그 일련의 과정은 충격과 슬픔이었을 수 밖에 없었죠. 당사자인 에이핑크 멤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에이핑크 제7의 멤버라며 떠도는 영상. 팬 입장에서라면 다소 씁쓸할 수도 있는 제목이라고 할 밖에>

탈퇴 이후에도 홍유경이 정은지의 뮤지컬공연에 찾아가는 등 에이핑크로 맺어진 인연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더 이상 ‘에이핑크’로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것을 ‘이별’이라고 칭한다고 보면 새끼손가락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는 그녀를 콕 집어 지칭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 봅니다. 새끼손가락 뮤직비디오 속의 카메라 시선을 홍유경의 시선이라고 생각해고 바라본다면 그 느낌, 다소 새롭지 않을까 싶네요.


4. 떠나간 팬들


<다른 가수 팬싸인회 영상에서 자기 팬을 알아보는 아이돌>

모 인터뷰에서 정은지는 자신들이 팬이었던 사람을 보았는데 그가 외면했던 적이 있음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더불어 가수와 팬 사이는 아니어도 인사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이야기 했었죠. 일반적으로야 팬이 가수를 기다리는 입장인 것이 상식이고, 실제로 대부분 그렇기는 하지만 가수가 팬의 얼굴을 익히고 있고, 그래서 팬사인회 등에서 얘기도 몇번 주고받은 사이라고 한다면, 얘기는 좀 달라질 수 있죠. 꼭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가수 역시 팬을 기다리고 그리워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그들과의 이별 역시 에이핑크에게 있어 나름의 아쉬움과 아픔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 새끼손가락이 ‘팬송’이라는 점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죠. 당사자의 생각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떠나간 팬들이 돌아와 다시 반갑게 인사하는 상상을 이따금 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5. 마치며

이 글을 얼마나 어떻게 공감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억측이라고,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할 분도 있을 테고, 에이핑크라는 팀을 지켜봐온 입장에서 일부 공감하실 수도 있겠죠. 일단 그럼 함께 들어보시고, 이 새끼손가락에 담긴 이별이 어떤 의미일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꼭 에이핑크와 연관하지 않더라도 노래 안에서 자신만의 이별을 찾으신다면 그 나름대로 이 글을 쓴 보람이 있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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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작사 정은지, 범이낭이 
작곡 정은지, 범이낭이 
편곡 정은지, 범이낭이


눈을 감았다 뜨면 멀어져 있고
다시 감았다 뜨면 보이질 않아
오늘도 너를 그또 하루가 길어져
이젠 어디서 볼 수 있니
난 오늘도 이렇게 너만 찾는데

눈을 검아도 입 막아도
네가 새어 나와서
날 비추는 저 달빛에 불러도 보고
흘러나오는 네 이름에
다시 눈물이 흘러
돌아온다 약속했잖아 이 손가락 걸고

창문을 두드리는 하얀 달빛이
너없는 빈자리에 내 어들어와
오늘도 너를 그리다 또 새벽이 찿아와
가만 가만 가만
넌 아직도 곁에 있는 것 같은데

눈을 검아도 입 막아도
네가 새어 나와서
날 비추는 저 달빛에 불러도 보고
흘러나오는 네 이름에
다시 눈물이 흘러
돌아온다 약속했잖아 이 손가락 걸고

이렇게 난 네가 그리워 여전히 난 여전히 널
그린다 또 그린다 나는 너를 그린다
저 달빛에 저 달빛에 부른다

흘러나오는 네 이름에
다시 눈물이 흘러
돌아온다 약속했잖아 이 손가락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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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빙구
15/11/02 23:10
수정 아이콘
이별의 정서라.. 적어도 저는 이 팀 만큼 초심을 잃지않고 팬들에게 잘하는 아이돌은 보지 못했어요 마음같아선 멤버 전원의 팬으로 영원히 남아주고 싶네요
음악감상이좋아요
15/11/02 23:3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포함해서 좋아요님의 에이핑크 글들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팬이라서(걸그룹- 비섹시컨셉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하는)
에이핑크의 리얼리티 쪽으로는 아는게 좀 적은 편인데
좋아요님의 글을 읽고 리얼리티나 예능을 보게 되면 뭔가 이해가 더 깊게 되는 느낌입니다.
ll Apink ll
15/11/03 00:02
수정 아이콘
7핑크때를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뉴비가 봐도 저 가사는 홍유경 저격(?) 가사로 들릴 수 밖에 없네요ㅠㅠ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서도 노래 나왔을 당시엔 아이들이 무거웠던 마음의 짐들-前멤버라던가, 본인들의 현실적인 미래라던가-을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걸그룹으로서의 또다른 출발을 씩씩하게 해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요새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스케쥴 속에서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안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항상 힘들겠지만, 항상 지금처럼 멤버들과 팬들과 함께 웃고 우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화이팅입니다.
비익조
15/11/03 07:56
수정 아이콘
저는 에이핑크 제 7의 멤버가 매니저라는 표현이 거슬리지 않습니다. 유경이는 제 ~의 멤버로 표현될 필요없는, 그저 에이핑크니까요. 초롱이를 에이핑크 제 1의 멤버. 이런 식으로 표현하진 않죠.
새끼 손가락 들으면서 은지양의 정신적인 성장을 느꼈고, 또 팬과의 정서적인 교감도 느꼈습니다. 은지가 어쩔 수 없이 엄마와의 이별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렇게 직접적인 이별이 아닌 이별에서 저렇게 많고 섬세한 심정들을 담기가 힘들어요. 은지양도 다양한 자신의 이별의 경험을 담았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들었구요. 저처럼 정서적인 교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예인을 웅원하게 만든 애들인 만큼, 이 노래가 주는 느낌은 복잡하고 심란합니다. 그래서 얘네들 노래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구요.
*alchemist*
15/11/03 12:26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사견이며 공식적인 곡 해석과 아무런 상관 없는 댓글입니다)
전혀 다른 포인트로의 감상이지만 저는 이 노래만 들으면 이상하게 자꾸 세월호 사건이 생각나서 눈물 나서 못 듣겠더라구요..
에이핑크 노래들이 수록곡도 조흔 게 참 많은데 이건 손이 안가요.
곡이 나빠서 안 가는게 아니라 너무 슬퍼서요.. 듣다보면 울거 같아서..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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