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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09 22:23:21
Name 메롱약오르징까꿍
File #1 1333941549123_1.JPG (42.1 KB), Download : 56
Subject [일반] 소방관의 지혜 有


1953년 11월 13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새벽 3시에 소방단의 신고센터에 전화벨이 울렸다.
야간근무를 하고 있던 젊은 소방대원 에릭이 수화기를 들었다.
"소방단입니다...."
그러나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잠시 후에 여인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요! 도와주세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진정하세요. 곧 가겠습니다. 위치가 어딥니까?"


"모르겠어요."
"집에 계십니까?"
"네, 그런 것 같아요."
"어딥니까? 집번지를 말씀해주세요."
"모르겠어요. 어지러워요. 출혈이 심해요."
"그렇다면 이름만이라도 대세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머리를 심하게 부닥친 것 같아요."
"전화 수화기를 놓지 마세요."
에릭은 다른 전화기를 통해 교환수를 찾았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소방단과 통화하고 있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십시오."
"저는 경비원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것들은 모릅니다. 그리고 오늘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책임자들은 이미 퇴근했어요."
에릭은 전화를 끊었다. 마침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전화 속의 여인에게 물었다.
"이 소방단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전화기에 붙어 있었어요. 넘어지면서 전화기를 끌어안았나 봅니다."
"그쪽 전화번호도 혹시 붙어 있지 않나 찾아보세요."
"아무 것도 없네요. 빨리 와주세요."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말씀해보세요. 당신이 있는 곳에서 무엇이 보입니까?"
"저... 유리창이 보이고, 밖으로 길가의 가로등이 보여요."
에릭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녀의 집은 길가에 있으며, 가로등이 창문으로 보이니까 3층 이하의 건물이 틀림 없었다.
"어떻게 생긴 창문입니까?"
그는 다시 물어보았다.
"사각형입니까?"
"아니에요. 긴 창이에요."
에릭은 그녀가 분명 시내 쪽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방에 불이 켜져 있습니까?"
"네, 불이 켜져 있어요."
에릭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응답이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리했다.
그는 근처 소방서로 가서 소방서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장의 의견은 이러했다.
"방법이 없네. 그 여인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네.
그리고 그 여인의 전화와 계속 연결해놓고 있으면 다른 신고를 받지 못하지 않나?
다른 곳에 화재가 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러나, 에릭은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 훈련받던 시절, 그는 소방대원의 첫 임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배웠다.
갑자기 그에게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그것을 소방서장에게 알렸다.
그러나 서장은 그 생각에 반대했다.
"그건 미친 짓이야! 사람들은 아마 원자폭탄이라도 있는 줄 오해할걸. 수백만 명이 사는 도시에서 한밤중에 그럴 순 없지!"
에릭은 애걸했다.


"더 늦기 전에 신속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서장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에릭은 서장의 답변을 들었다.
"좋아, 해보자! 나도 곧 그곳으로 가겠다."
15분 후 스무 대의 소형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그 도시의 가장 오래 된 구역으로 출동했다.
각 차량마다 특정한 구역을 순찰하도록 배당했다.
그 여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지만, 에릭은 수화기를 통해 그녀의 숨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10분 후 에릭이 서장에게 보고했다.


"수화기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서장은 곧바로 무전기를 통해 지시했다.
"1번 차량, 사이렌을 끄시오."
그는 에릭에게 다시 연결했다.
"아직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에릭이 말했다.
"2번 차량, 사이렌을 끄시오."
12번 차량에 이르자, 에릭은 탄성을 질렀다.
"사이렌 소리가 이제 들리지 않습니다."
서장은 무전기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
"12번 차량, 다시 사이렌을 켜시오."
에릭이 말했다.


"다시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아까보다는 멀리 들립니다."
"12번 차량, 오던 길로 돌아가시오."
서장이 명령했다. 잠시 후 에릭이 보고했다.
"점점 소리가 커집니다. 그 거리에 있는 것이 분명해요."
"12번 차량, 불빛이 비치는 창문을 찾으시오."
불평 섞인 목소리가 무전기로 흘러나왔다.
"수백 개의 집에 불이 다 켜져 있습니다. 모두들 창문에서 밖을 내다 보며 구경하고 있어요."
"확성기를 이용하라."
서장이 명령했다. 에릭은 수화기를 통해 확성기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시민 여러분, 우리는 생명이 위독한 한 여인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불을 모두 꺼주십시오."
불이 모두 꺼졌고, 단 한 집의 창문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왔다.
잠시 후 에릭은 수화기를 통해 문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는 소방대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의식이 없지만 맥박은 아직 뛰고 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하겠다. 그녀는 무사할 것 같다."
엘렌 손달(그녀의 이름)은 잘 견뎌내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보름 후에는 그녀의 기억도 다시 돌아왔다.

-당신을 바꿀 100가지 이야기中-

http://www.flash24.co.kr/g4/bbs/board.php?bo_table=commu&wr_id=32809


소방관 분들 정말 고생이 많으시죠
그런대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찾기 힘들 것이었으며 그 위치를 찾아서 방송을
하였더라도 내 일이 아니니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신경도 안쓰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면 제가 너무 매말라 있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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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사리켈메v
12/04/09 22:25
수정 아이콘
하앍..
12/04/09 22:26
수정 아이콘
이야 대단한 이야기네요!
12/04/09 22:28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였다면 민원이 쇄도하지 않았을까요.. 이번 안타까운 사건이 비단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더 슬픕니다
Je ne sais quoi
12/04/09 22:28
수정 아이콘
와 굉장하군요.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저렇게 행동하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겠죠.
12/04/09 22:28
수정 아이콘
한 소방관이 모든걸 바꿔놓았네요...그리고 시민들도 대단한거 같습니다.
저도 가끔 밤에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짜증내고 그랬는데 반성해봅니다.
전준우
12/04/09 22:29
수정 아이콘
소름돋네요....
가을독백
12/04/09 22:3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저랬다면 구했다고 해도 인력낭비로 저 소방관은 징계를 먹거나 해임당할지도 모르죠.
아, 그 전에 미친짓이라고 말한 상관이 부탁을 안들어주겠구나... 들어줬다가 못살린다면 그 서장이 책임을 져야 할테니까요..

왜 이렇게 공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을까요..;;

에릭은 대단하네요. 저게 진짜 소방관이죠.
12/04/09 22:33
수정 아이콘
저 소방관은 저렇게 사람 목숨 하나를 구했는데 우리나라 경찰관은 성폭행 신고를 단순 부부싸움으로 여기고, cctv와 녹취록을 숨기고.... 안타깝습니다. 정말로.
12/04/09 22:33
수정 아이콘
사람의 생명을 구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영웅이 됐을것 같은데요.
포프의대모험
12/04/09 22:34
수정 아이콘
근데 제때 못찾았거나
사람들이 불 안꺼주거나
좀만 더 생떼를 부렸으면 에릭도 쿠사리 엄청나게 먹었을겁니다
성공했으니까 훈훈한 미담인데 현실은 대개 이렇지 못하다는게 안타까운 일이죠
12/04/09 22:35
수정 아이콘
한국에선 매뉴얼 지켜야 해서 저렇게 못합니다
하우두유두
12/04/09 22:35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네요...
누렁쓰
12/04/09 22:39
수정 아이콘
일단 우리나라 현실에 잘 맞지 않긴 합니다. 소방차 나가는 문 앞에 사이드 브레이크 채워 주차해놓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인 문제가 어찌 되었든간에 에릭의 직업 의식은 꼭 배우고 싶네요.
마이너리티
12/04/09 22:47
수정 아이콘
제가 장담하건데 우리나라 네티즌이라면
저렇게 길게 물어볼 시간에 위치추적해서 찾아가면 될걸 왜 피 흘려서 정신 없는 사람에게 질문을 해댔냐고 깠을겁니다.
위치추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질문을 했다고 한다면? 왜 못하느냐고 깠을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추측하자면
불을 끄라고 소방차량이 방송을 한다고 해서 그 일대 시민들이 전부 불을 끄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겁니다.
오히려 소방차량이 시끄럽게 방송하면서 돌아다녔다는 불만의 목소리만 제기됐을 가능성이 높지요.
양정인
12/04/09 22:48
수정 아이콘
어떤... 사건에서 그들이 보여준 대처와 이 이야기는 너무 다르네요.
모든 소방관, 경찰관들이 저런 모습을 보여주긴 힘들 겁니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하는 그 간절한 신고자의 요청을 멋대로 판단하고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네요.
아이유
12/04/09 22:50
수정 아이콘
현실은 '지, 지금 전화 받는 사람 이름이 누구요?'
사티레브
12/04/09 22:52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소방관이나 서장이나 시민들이나 다다다모두
확성기로 꺼달라고 부탁을 바로 듣는 저 정도의 시민의식이 53년의 의식이라니 ..
오늘도데자뷰
12/04/09 22:55
수정 아이콘
울나라에도 저런 분들이 있긴 하겠죠 ㅠㅠ?
12/04/09 23:01
수정 아이콘
근데 뒤에 有는 뭐죠?;
12/04/09 23:03
수정 아이콘
1953년 이야기라 써있네요.

우리 시대엔 저런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이야기는 정말 소름끼칠정도네요.
잘 읽었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2/04/09 23:03
수정 아이콘
멋있군요.
12/04/10 01:58
수정 아이콘
저 이야기, SF 작가 아서 C.클라크의 단편과 유사 하네요. (달에서 실종된 소년을 구출하는 내용) 그쪽이 실화를 바탕으로 쓴게 아니라면
소설을 바탕으로 지어낸 이야기일듯 싶어요.
더블인페르노
12/04/10 09:13
수정 아이콘
아....방금전에 수원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과 피해자의 통화 내용물을 보고 와서 그런지 더 가슴 아리네요..
포켓토이
12/04/10 12:40
수정 아이콘
1953년이라서 대단한게 아니라 1953년이니까 저런게 가능하겠죠.
저런 식의 국가 통제에 대한 시민 협조는 옛날이 더 잘이뤄졌죠.
1953년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고작 8년째..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국경일만 되면 모든 집이 다 태극기 내걸었습니다.
요즘은 씨가 말랐죠?
12/04/10 16:30
수정 아이콘
헐..실화라 얘기하는 소설이 너무많아서 읽고나서 진짜일까부터 되묻긴했지만... 실화라면 정말울컥하게 만드는 얘기네요...
12/04/10 16:33
수정 아이콘
아이디어와 열정이 만났을때만 나타날수 있는 최고의 미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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