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는 다르게 군대 이야기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군생활은 나름 할만했습니다.
이 글은 솔로부대를 탈영코자 했던, 연애에 대한 짧디짧은 소고입니다.
#1
종종 연애를 꿈꾸곤 했습니다. 특정한 누군가와 함께하고자했던 건 아니였어요. 누군가와랄것도 없이, 그냥 소소한 연애가 그리웠습니다.
커피집에 만나 묵묵히 같이 과제를 하다가,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 노래 참 좋지 않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나도 참 좋아하는 노래라고.
그렇게 함께 그 노래를 흥얼거려보고 그리고서 노래가 끝나면 무언지 모를 기분을 그러모아 다시금 펜을 잡구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헤어지는 게 아쉬워 아무 의미 없이 잡았던 손에 꾹하고 힘을 줘보면, 그 사람도 꾹하고 힘을 주곤 하고. 그러다 웃어버리고.
그런 사소함들이 그리웠습니다. 대단치 않아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거요. 외롭다고 하는게 좀 더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그러고보면 진득하게 오랜 연애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길어도 일년을 채우지 못한 사랑들이 전부였지요.
사랑에는 끝이 없지만 어떤 사랑에는 끝이 있다는 말처럼,*
저의 사랑들은 짤막하게나마 저의 인생을 아름답게 적시고, 그리고 바삐 그 흔적들을 지워나갔습니다.
종종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권태는 빨리 찾아왔고, 그럴때면 설렘은 기다렸다는듯이 빨리 자취를 감췄습니다.
가끔씩 생각해봅니다. 내가 사랑했던 게 과연 그 사람이였을까. 아니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였을까.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 예전에 피지알에서 좋은 느낌으로 읽었던 글이 있어 링크해봅니다.
https://pgr21.net/?b=8&n=32120
#3
연애는 뭘까, 사랑은 뭘까. 팔개월이 팔년 같았던 지지부진한 사랑에 마침표를 찍기전에 고민해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게 뭘까. 사랑은 무엇이고 외로움은 또 무엇이며, 마음은 왜 이리 갈피를 잡을 수 없을만큼 변덕스러울까.
기실 내가 한심했다 하더라도, 내가 믿었던 것들이 전부 거짓이고 나는 허상을 좇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사실이 아닌 어떤 것을 나와 그 사람에게 투영했고 그래서 나의 진솔함과 풋풋하던 열정들 또한 멍청한 과거들 중 하나로 자리잡는다 하더라도.
그래도 짧은 순간이지만 행복했고 감히 그 사람이 저의 세상이였습니다.
상대방을 올바르게 오해하는 것이 연애를 시작하는 전제조건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려봐요.*
사실 옳은 건 없습니다. 알맞은 근거가 있어 무언가를 지향하는게 아니지요. 우리가 믿고싶은대로 근거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허나 감히, 저는 행복했다 말할 수 있습니다.
#4
사랑은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고, 사랑속에 섞인 사랑 아닌 것들이 우리를 환난케 한다는데,*
제가 지금 이리도 아픈 것은 저의 사랑이 진솔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스스로 선택한 이별조차 받아들이기 힘든만큼, 그 어떤 사실에도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지금처럼 비록 멍청한 생각과 멍청한 시도로 끝나버리곤 했지만, 아주 가끔씩 탈영을 꿈꾸곤 했습니다.
탈영, 하고 싶네요.
* 황경신
* 오스카 와일드
* 공지영
제가 경솔하여 링크를 거는데에 동의를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