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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07 01:19:20
Name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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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쓴소리] 참교육


어제 교육부에서 SNS를 통해 학교폭력과 관련된 대담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예상하신 분들도 계셨을 것이고 관련 기사를 본 분도 계시겠지만, 당연히 대담의 내용은 학교폭력이 아닌 게임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갔습니다. 교육부가 자초한 일입니다. 학교폭력의 주범을 게임이라는 식으로 언급하고 주무부서가 아닌데도 쿨링오프제를 비롯한 게임 규제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SNS를 통해 쏟아진 비판에 대해 교육부 장관은 공식 트위터로 위 그림과 같이 답변했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는 이 소리를 원론적인(?) 답변이라고 포장했습니다만, 이 소리는 전혀 원론적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논리적이고 무지몽매한 소리입니다.


첫째. 게임에 오래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물론 청소년에게는 잘 자유도 있고 공부할 의무도 있으며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관리 감독을 받을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가 시간 동안에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게임을 오래 할 수 있는 자유는 그런 교육적 지도에 전혀 상충되지 않고 자녀의 게임 시간을 조절하고 관리감독할 의무는 엄연히 가정과 학교에 있습니다. 단지 어떤 매체에 들이는 시간이 오래 되었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는 사고방식은 대단히 비교육적이고 그 매체를 나쁜 것으로 보지 않는 한 정당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괴이한 사고방식입니다.

둘째. 쿨링오프제와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조절하는 규제가 될 수 없습니다. 게임 셧다운제는 이미 시행 3개월 만에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청소년의 우회접속으로 보이는 50~60대 게임 이용자만 늘리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쿨링오프제는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시간 총량을 조절할 수 있는 규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입니다. 청소년이 A게임을 4시간 하고 B게임을 2시간 하든. A게임을 6시간 하든. 그 청소년이 게임하는 시간은 6시간입니다. 이런 간단한 셈법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참으로 비논리적입니다.

셋째. 게임을 교육적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만 교육부의 언행 어디에서도 교육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게임을 학교 폭력의 원흉으로 삼는 행위는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를 끌고 나와 구타와 가혹행위를 일삼은 폭력선생의 행동과 오버랩되고 있으며 게임 심의 권한을 자기 손으로 가져오려고 하고 게임사에 기금 운운하는 행위는 폭력으로 다른 아이 물건을 뺏는 불량학생의 행동과 겹쳐집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방면으로 고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교육부 스스로가 학교폭력의 반면교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넷째. '무조건적으로 게임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그냥 비겁한 변명입니다.

다섯째.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다고 하셨으나 교육부의 대책과 논리에는 합리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비논리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했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고위 관료들이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모른다면 정말 큰일 날 일입니다. 좋은 대학 나오고 사회에서 성공하신 분들의 지식 수준이 고작 그 정도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참담한 일이겠지요. 그러니 저는 제 자신을 위해 그런 엄한 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보시겠지요. '그러면 그 고위 관료들이 뭣하러 게임을 때리는데?' 답은 상당히 간단 명료합니다. 하나는 자신들의 존재 가치 입증이고 다른 하나는 돈입니다. 이것은 하루 이틀 전부터 하던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그 같잖은 셧다운제 들고 나올 때부터 제가 항상 해 오던 이야기입니다.

여성가족부는 피부에 와닿는 여성정책 및 가족정책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항상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거기에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말에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느냐'라는 오만불손한 언행을 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으로 욕을 자진해서 더 먹고 있지요.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전부터 교권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던 차에 중학생 자살 사건 등으로 더욱 불거지기 시작한 학교 폭력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무능하게 여겨지는 상황을 타개하고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성가족부 등에 문화 콘텐츠 관련 일을 계속 뺏기면서 주무부서의 존재감도 위상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부서들이 게임 때리기를 하고 있자. 거기에 빌붙어 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존재감을 입증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돈 문제? 말할 것도 없습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목적이 되지 않을 리 없지요. 여성가족부는 이미 게임과 관련된 규제로 예산을 충당하려는 용역연구까지 한 부서입니다. 문화부 역시 이전부터 게임 과몰입 대책 운운하며 주무부서로서 슬슬 기금을 자기 손아귀 안에 둬 왔는데 다른 부서에서 가져가면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겠지요.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이번 기회에 교육을 무기로 심의에 손을 뻗어서 게임산업의 기금을 탐내 볼 만 합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연매출 9조원 규모로 커 왔으면서 높으신 형님들에게 별다른 돈도 안 바쳐(?) 온 게임업계에 대해 조선일보의 허위기사와 대통령의 망언 등으로 분위기가 한껏 타오른 이 틈에 한번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 쯤은 충분히 할 수 있겠지요.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운운하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종북주의적인 사고방식이 판치고, 국가 권력을 남용해 70년대 청춘드라마(고교얄개라든지...) 등에서 볼 법한, 한물 간 학교 주변 불량 청소년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분들이 교육적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상황입니다.

조금 다른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저와 여러분들은 세상에 다시 없을 참교육의 현장을 보시는 것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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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간 충달
12/02/07 02:04
수정 아이콘
머랄까 저는 별로 걱정안합니다. 과거엔 영화산업도 비슷한 처지였었죠. 극장가다 걸리면 귀잡혀서 나가는 그런거 요즘엔 없잖아요; 저도 못겪어 본 일일 정도로 옛날이죠.

저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위기는 성장통 정도로 생각해도 될정도로요.
안타까운건 그만큼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이 늦춰지겠지만;;

게이머로써, 그냥 게임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추후에는 훨씬 달라진 위상을 갖게 될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참된깨달음
12/02/07 02:33
수정 아이콘
현재 상황의 핵심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이 들어 이름을 보니 the xian님 글이네요. 명불허전이로군요. 아이들이 자살과 따돌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닌 가정과 학교의 상징인 주무 부서들(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간사하고 교묘한 짓거리에 화가 납니다.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종편때문에 위기에 몰려 광고가 엄청 절실한 언론들의 저 공갈협박에도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고위 관료들과 언론인 중 상당수는 소신에 차서 저럴거란 생각이 드니 더 답답합니다.
켈로그김
12/02/07 09:21
수정 아이콘
상당히 좋지 않은 시기입니다.
혈안이 되어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고 해야할지..
희생양을 만들어 성과를 올리고 불만을 잠재우는 방식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고 있지요.

거기에 정언유착이라고 해야할지..
정권의 입맛에 착착 달라붙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옴에 있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은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접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12/02/07 09:55
수정 아이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게임문화재단에 출연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법적으로 의무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기들한테 돈을 많이 내면 법적으로 의무화하지 않겠다니 웃기는 노릇이죠 사실 여기에 본심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만...
12/02/07 10:41
수정 아이콘
돈을 안 내놓으면 규제 하겠다....이거 뭐 조폭이네요...
게임 쿨링제라는 것도 2시간 후에 접속 차단 되고 10분후에 재접속 가능하면 또 2시간 게임 가능한가요?
그럼 도합 4시간이니 적지 않은 시간이네요...별 효과도 없겠네요..게임 하나만 해도 4시간인데...
12/02/07 11:13
수정 아이콘
헛소리도 저 정도면 역대급이네요. 그냥 청소년과 모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취미나 레저를 몽땅 없애야겠네요.
게임 없어지면 뭐합니까. 일진들이 누구 괴롭힐만한 소스가 게임 뿐입니까. 만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ㅡㅡ;
王天君
12/02/08 20: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시안님의 글은 항상 날카로워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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