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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24 12:57:04
Name 슬라이더
Subject [일반] 민사와 형사 구별하기
<민사와 형사 구별하기>

결론부터 이야기 드리면,
민사는 누구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의무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며,
형사는 누구에게 어떤 죄가 있는지, 죄가 있다면 얼만큼의 형을 선고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인지가 열심히 집현전에서  한글연구를 하고 있는데 무휼이 와서 평소 하는 일 없이 잘난 척만 한다며 칼부림을 하여 정인지가 어깨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힘이 약한 정인지는 별로 저항도 못합니다. 억울한 정인지는 이 문제를 이도에게 고자질하는 게 아니라 법을 통해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정인지는 정기준변호사를 찾아갑니다.

정기준: 당신이 바라는 게 뭔가요?
정인지: 첫 번째는 내 어깨에 난 상처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휼이 처벌받는 것이오.

자, 이제 그럼 법적인 절차를 통해 정인지를 따라가 봅시다.


- 민사 -

정기준: 어깨 상처로 인해 어떤 피해를 보았나요?
정인지: 치료비와 입원비 합쳐서 100만 원과 1주일 동안 입원을 해서 그동안 일당을 받지 못했고, 어깨 상처 때문에 나는 평생 80%의 일밖에 하지 못하게 됐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충격을 받아 상심이 크네.

여기서, 치료비, 입원비와 같이 지출하게 된 비용을: 적극적 손해,
받지 못한 일당, 앞으로 하지 못하게 될 20% 등 얻지 못하게 될 수입들을: 소극적 손해,
정신적 총격, 상심 등을: 위자료라고 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이들을 합하여 배상액이 결정됩니다.

자, 이제 정기준은 정인지의 '소송대리인'이 되어 '소장'을 작성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 '소를 제기'하러 갑니다. 상대방은 '무휼'이 되겠죠?
'소장'을 제출하면 법원에서 무휼에게 소장을 보내줍니다. (법적인 용어로는 송달한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정인지는 '원고'가 되고, 무훌은 '피고'가 됩니다. 정기준은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민사소송은 서로 증인신청도 하고, 증거도 내면서 진행됩니다.

절차적인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보겠습니다.

과연 이 소송에서 정인지는 '승소'할 수 있을까요? 승소한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에 밝혔듯이 민사소송의 핵심은 누구한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의무가 있는지를 밝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권리와 의무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계약과 법률에 의해서 권리와 의무가 발생합니다.
무휼과 정인지간에 계약이 없음은 분명하므로 그 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법전을 펼쳐봐야겠고, 그중에서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법인 '민법'을 펼쳐보겠습니다.

마침, 민법 제750조에 이렇게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네, 정인지는 무휼의 위 칼부림이 위 조문에 해당함을 판사에게 설명 내지 설득(입증이라고 합니다.)해서
이 규정을 근거로 나에겐 무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으니 무휼은 그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무휼은 정인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라고 판결이 나면(실제 판결에서는 구체적인 액수와 범위를 정해줍니다.)
무휼은 정인지에게 금액을 줘야 합니다. 만약 계속 돈을 주지 않는다면 정인지는 무휼이 가진 칼과 무기들에 소위 '빨간 딱지'라고 하는, 강제집행을 하여 무휼의 칼과 무기들을 경매하여 자신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 형사 -

정기준: 무휼이 처벌받기 원한다면, 나에게 찾아올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에 가서 고소하시오.

이에, 정인지는 고소장을 작성하여 경찰에 제출하고 경찰은 수사를 시작합니다.
(실제로는 법무사 등이 고소장 대행 작성도 많이 해주는 편이며, 검찰에 직접 고소하는 때도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면, 이제 무휼은 '피의자'가 됩니다.
정인지를 불러서 참고인(피해자나 목격자 등을 참고인이라고 합니다.)조사도 하고,
무휼을 불러서 실제로 칼부림을 했는지 등 조사를 하며 무휼에게 어떤 죄가 인정될지 검토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무휼의 칼을 압수하거나 무휼의 집을 수색하거나 무휼을 체포하고 구속하기도 합니다.
(이런 압수, 수색, 체포, 구속 등은 강제수사라고 하여 영장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끝마치면 검찰에 넘겨야 하는데, 이를 '송치'라고 하는데,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았으면 기한이 상관없는데, 구속된 경우에는 10일 내에 송치하여야 합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경찰의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보완수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럼, 여기서 무휼에겐 어떤 죄가 인정될까요?
우리나라에서 무엇이 죄고, 그에 따른 형이 얼마인지, 즉 죄와 형을 규정해 놓은 기본이 되는 법률은 '형법'입니다.
먼저, 형법을 보니, 이런 조문이 있습니다.

제257조(상해, 존속상해) 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상 상해죄가 인정될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별법의 천국인지라 다른 법률도 살펴봐야 합니다.
마침, 무휼처럼 칼부림을 하는 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별도의 법이 있습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집단적 또는 상습적으로 폭력행위 등을 범하거나 흉기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력행위 등을 범한 자 등을 처벌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폭행등) ①상습적으로 다음 각 호의 죄를 범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3. 「형법」 제257조제1항(상해)·제2항(존속상해), 제276조제2항(존속체포, 존속감금) 또는 제350조(공갈)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3조(집단적 폭행등) ①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제1항에 열거된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자는 제2조제1항 각 호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자, 결론적으로 무휼에게는 위 법 제3조 제1항과 제2조 제1항 제3호, 형법 제257조 제1항이 적용되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 상해)죄가 성립하여 3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수 있게됩니다. 헥헥.
( 3년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것은, 다른 사정이 없으면 최고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검사는 수사를 해보니 무휼이 죄가 있다고 판단하여 무휼을 법정에 세우기로 합니다. 이를 '기소'또는 '공소제기'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형사재판절차가 시작되며, 이제 무휼은 '피고인'이 됩니다. 물론 무휼은 수사단계에서 전직 판사출신인 '한가놈'에게 변호를 의뢰하였다면 '한가놈'은 무휼의 '변호인'이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형사재판은 검사가 수사했던 자료들을 증거로 제출하고, 증인도 나오고, 피해자인 정인지도 나와 증언도 하면서 판사는 무휼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유죄라면 어떤 형을 선고할 지 결정하게 됩니다.

-

* 다시한번 간단히 요약하면,
민사상 해결이라는 것은 '민법'을 기본으로 하여 정인지에게 어떤 권리가 있으며, 무휼에게 어떤 의무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여기서 정인지는 '원고'가 되고 무휼은 '피고'가 되며, 정기준은 '소송대리인'이라 합니다.

형사상 해결이라는 것은 '형법'을 기본으로 하여 무휼에게 어떤 죄와 어떤 형을 선고할지를 정하는 것인데,
경찰과 검찰을 통한 수사를 거쳐 검찰이 기소를 하면 재판절차가 시작되어 판사가 판결을 하게 되며
무휼은 수사단계에서는 '피의자'신분이고 재판절차에서는 '피고인'신분, 무휼을 도와주는 한가놈은 '변호인'이라 합니다.

-

법과 관련하여 오해할 수 있을 내용과 용어를 담고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서,
쉽게 설명하는 건 책임이자 의무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막상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정말 용어들이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많네요 ㅜ
법이란 주제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PGR자게의 다양성엔 한몫한다는 위안을 삼고서라도 꾹꾹 써보겠습니다.
궁금하신 주제들 알려주시면 저도 좋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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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적용의 원칙과 예외가 있는 경우, 분량 제한 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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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
11/12/24 13:06
수정 아이콘
이건 평소 궁금하던건데, 형사고소해서 형사 재판을 받고 감옥을 갔다 나왔는데,
손해 보상을 못 받아서 민사로 다시 재판할수 있나요??

예를들어 사기를 당해 몇천만원 손해를 보았고, 그 사기꾼을 경찰에 넘겨 자기는 돈이 없다고 형살고 나오겠다 합니다.
그뒤 형사재판을 받고 징역 6개월을 살다가 나왔다 치고.. 사기 당한 돈을 받기 위해서는 다시 민사로 소송해서
돈을 돌려받아야되는지?
Calvinus
11/12/24 13:07
수정 아이콘
이런글 너무 중요한것 같습니다.
어려운 단어로만 구성을 해놓으니 일반 시민에게 법은 너무 멀고 어려운것이지요..
계속 써주시길 기대합니다!
블루나인
11/12/24 13: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누릅니다
11/12/24 13:20
수정 아이콘
한가지 궁금한점이있습니다. 드라마의 재판장면에서 등장하는 '피고', '원고' 라는 호칭은 민사재판에 해당되는 것인가요?
제가 이해한바로는 민사는 피해자vs가해자 이고, 형사는 검사vs가해자 인거 같은데 올바르게 이해한것이 맞는지요.. 흐흐

항상 법률용어가 어렵고 민사 형사 구분이 안갔었는데 명확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꾹~~누릅니다.
하우두유두
11/12/24 13:2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13롯데우승
11/12/24 13:37
수정 아이콘
형사 결과가 민사 결과에 영향을 끼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11/12/24 14:48
수정 아이콘
저도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재판에서 제가 승소했다고 칩시다.
재판관(판사 맞나요?)이 그 나쁜 놈한테 탕탕탕 결론내리기를, 저에게 100원 물어주라고 합니다.
근데 저는 변호사 선임한다고 100원, 이것저것 100원 해서 200원 들었다고 칩시다
상대가 300원 다 물어주나요?
소송(?)이든 뭐든 재판이든 뭐든, 그 동안 쏟아부은 시간도 보상받을 수 있나요?

한가지 더...
중고사이트에서 100원어치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그 놈 잡았는데 돈이 없답니다.
전 감옥가길 원하지 않고 제 돈 100원만 받으면 됩니다.
근데 그 놈은 진짜 돈도 없고 배째라며 감옥갔습니다.
이 경우 돈 받을 방법은 없나요?

아.. 뭔 인생의 굴곡이 이리 많은지, 궁금한 게 넘 많습니다!!
Monde Grano
11/12/24 14:58
수정 아이콘
재판에서 결론낸 만큼 물어줍니다. 위 사례에서는 당연히 100원을 물어주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민사에서는 재판비용까지 함께 청구하고, 이겼을 때 법원은 재판비용까지 물어주라고 판결합니다. (요 부분은 영수증 등으로 점검)

민사사건의 해결을 하지 않는 피고는 형사로 고발해야 합니다만, 끝까지 배째고 누우면 방법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1000억짜리 사기를 치고 잡혔는데 제 수중에 1000억이 없고, 앞으로 그만큼 벌 가능성도 없으면 그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조금씩 고정적인 수입에서 떼 갈 수는 있습니다.)
jjohny=Kuma
11/12/24 15:00
수정 아이콘
1. 민사소송에서 소송비용('민사소송비용법'에서 그에 대해 정하고 있습니다.)은 원칙상 패소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고,
하지만 법원이 상황에 따라 승소자에게도 일부나 전부를 부담하도록 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사기죄로 감옥에 간 것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고, 사기 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을 보상해줘야 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감옥에 갔다 온 것과는 별개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어서 100원 받아낼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 100원을 받아낼 권리(채권)를 취득하게 됩니다.
가해자에게 100원이나 그에 상응하는 재산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내면 되고
(이 '재산'에는 '채권'도 포함되는데, 가해자가 직장에 다닌다면 직장으로부터 월급을 받을 '채권'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즉 가해자가 직장으로부터 월급을 받을 권리를 피해자가 대신 행사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월급 차압'이 이것을 의미합니다. Monde Grano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가해자에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그냥 채권은 채권으로 존속하다가 나중에 가해자에게 재산이 생겼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11/12/24 15:1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고등학교 이과 출신이고 그때 당시에는 법이나 정치 같은 쪽에 관심이 없다 보니 뉴스나 기사를 보면 이게 무슨 말이고 저게 무슨 말인지 전혀 몰라서 이해도 못하고 넘어갔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니 제가 제일 싫어했던 국사, 세계사도 갑자기 알고 싶어지고 법, 정치 분야에 대한 상식도 키워보고 싶어지더군요. 요즘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신나게 소송 배틀해서 기본적인 개념이 궁금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roaddogg
11/12/24 15:35
수정 아이콘
아이구 법하는 분이신가 보네요 대단허십니다 그렇게 어려운걸 어떻게
11/12/24 17:00
수정 아이콘
???????? 뭔가요 진심스런 댓글인가요 비꼬는 댓글인가요?
roaddogg
11/12/25 01:56
수정 아이콘
아이고. 진심스런 댓글이었는데 장난이 지나쳤던지라 여러 분께 불쾌함을 끼쳐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글쓴이의 노력이 보여서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해 드리고 싶었는데
크리스마스에 여친을 만나러 가다가 맛폰으로 끄적인 터라(!)진심은 남지 않고 장난만 남았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동원
11/12/24 17:47
수정 아이콘
인터넷 댓글에는 말투도 표정도 없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정말 쉽습니다.
더 신중하게 댓글 다시면 좋겠네요.
Since1999
11/12/24 16:57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이해하기도 쉽게 써주시고..
불량품
11/12/24 18:46
수정 아이콘
배... 배신의 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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