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500513
물론 링크 외에 '도청의혹' 등으로 검색해보면 관련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거의 없겠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개요를 적어보자면-
KBS시청료 인상을 놓고 여야가 대립을 벌이던 중, 인상을 추진하는 한나라당 소속의 방송인 출신 국회의원 한선교씨가
문방위 회의 중 회심의 일격을 날립니다. 민주당이 비공개 회의를 통해, 시민단체 임원의 단식 투쟁 목적을 왜곡해서 시청료 인상 반대에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겁니다. 사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하는 자료가 '틀림없는 회의 녹취록'이라는걸 강조해가며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비공개 회의는 말 그대로 비공개이며 녹음한 테잎 또한 보안을 유지해온데다 그 시점에서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녹취록을 제작하지도 않았었다는 겁니다.
그럼 대체 그 녹취록은 어디서 났느냐?
이제 아무도 한선교 의원이 '무엇'을 발표했는지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당사자는 무신경했으나 당연히 '어떻게' 발표하게
되었는지가 훨씬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해 한선교 의원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민주당 측에서 유출됐다.'
비공개 회의 내용을 공공연히 들춰내도 배신자 내지는 스파이가 유출했다면 아무 문제 없다는 공감대가 그쪽 동네에는
퍼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민주당은 수사 의뢰를 했으며 제일 먼저 내부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회의 참가자들부터
일일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검찰은 '내부 유출 아니다. 외부의 도청이다.'라고 발표 했습니다.
이 때 민주당은 'KBS 기자에 의한 도청'이라는 제보를 받아 검찰에 알립니다. 어차피 '동기'와 '기회'만으로도 KBS 출입기자는
극히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상황이었구요. 이에 대해 KBS는 혐의를 부정하며 '민주당이 말하는 식의 도청은 없었다.(?)'는 해명을 합니다.
이 와중에 KBS사장은 '벽치기(문틈에 귀대고 엿듣는 행위)는 전통적인 취재방법이다.', '어쩌면 취재 내용이 한나라당측에
넘어갔을지도 몰라 걱정이다.(?)' 같은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을 합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에도 소개된) 문제의 문건은 단순한 취재가
아닌 분명한 녹취록인데다 검찰은 수사 결과 '벽치기'의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발표 합니다.
게다가 용의자로 특정된 기자가 회의 시작 전에 핸드폰을 두고 갔다가 끝나고 찾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결국 핸드폰과 노트북,
메모지 등의 압수 수색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사퇴하고 하루아침에 언론사가 문닫고 하는 거창한 해외의 예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도청'에 대해 강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그것도 공익이니 하는 거창한 명분조차 없이 그저 자사와 집권당의 이익을 위해 '도청'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초유의 상황 입니다.
(그걸 자랑하듯 내흔든 개념없는 '방송인 출신' 국회의원은 조사 대상이 되자 해외일정을 핑계로 나가버려서 다음주에나 온답니다.)
물론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혐의가 확정되는건 아닙니다. 법원이 영장을 내줄 때는 어떤 근거가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확인이
어려운 사안인지라 소거법에 의한 심증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핸드폰과 노트북 내용을 삭제해도 복구가 가능하다지만 애초에
핸드폰 외장메모리에 녹음했다가 메모리만 분리해 별도로 작업을 해서 문건을 작성했다면 입증이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결과는 지켜봐야 겠습니다만 일단 KBS는 의혹 공방에다 소환 조사까지 겪으며 신뢰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한나라당의 8월 임시 국회
시청료 인상 또한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 입니다. 어찌됐건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도록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