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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05 10:57:17
Name 부끄러운줄알아야지
Subject [일반] 공포]뜬금없는 귀신,자살 그리고 선풍기 이야기
저 아래 글중에 선풍기로 인한 사망사고 기사가 있길래 뜸금없이 제가 15년전에 직접 겪었던 황당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귀신 이야기나 소름끼치는 이야기 싫어하시는 분들은 고민하지 마시고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때는 1996년,,군대를 제대하고 약 2년여 정도를 흥청망청 음주가무에 빠져 지냈더랬습니다.
덕분에 쌓이는건 카드빚이요 하나가 안되니 두개,,두개가 안되니 세개..
카드로 답이 안나오니 마이너스 통장,,그걸로도 감당이 안되니 결국엔 보험 대출까지 받는 상황이 벌어졌죠.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저는 월급 받는대로 70프로 이상은 저축하는 착한 아들래미로만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연쇄적으로 카드 하나부터 시작해서 보험 대출까지 모두 한방에 펑~하고 터지는 순간이 오더군요.
입대 전까지만 해도 흔히 말하던 '마마보이'였던지라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너무나도 제 자신이 바보같고 실망스럽고,,
그때부터 약 한달간을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죽는게 가장 고통없이 편하게 죽을수가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해서 내린 결론이,,바로 온 방을 밀폐시킨채 선풍기를 3단으로, 바로 내 얼굴을 향하게 하고
잠이 드는 것이었죠.

고민이 끝나니 행동에 옮기는건 쉬웠습니다.
책상 서랍에 부모님과 누나, 동생에게 마지막 글을 남긴채로 그렇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투닥투닥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처음엔 부모님이 다투시나..생각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계속 소리는 커져가면서 나중엔 부모님 비명소리까지 들리더군요.
'아..나 죽어야 하는데. 지금 나가면 몇시간 잠든거 말짱 도루묵 될텐데..'하며 고민하는데
부모님의 목소리가 아닌 괴이한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며 집기가 깨지는 소리까지 들리더군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안방엘 가보았더니,,
형체는 잘 안보이지만 얼핏 도깨비처럼 보이는 것들 두 마리가 우리 부모님을 한명씩 손을 잡고
3층 창문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집어던지고 도깨비 팔을 물어뜯고 해서 내쫓은 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부모님은 별일 아니라는듯이 가서 자라며 잠자리에 드시더군요 ;;

그렇게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온 저는 선풍기가 3단으로 잘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고 방문을 걸어잠군채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한시간정도나 지났으려나?
이번엔 동생방에서 또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죽으려고 잠든 이 상황에 잠귀는 또 왜 이렇게 밝은건지..
좀전의 상황도 있고 해서 다시 동생방엘 쳐들어(?) 갔더니 역시나 마찬가지..
아까의 그 도깨비들이 이번엔 동생을 창문 밖으로 끌어내려 몸싸움을 벌이고 있더라구요.
또다시 악전고투를 거쳐 도깨비를 내쫓는데 성공한 저는 이젠 안심하고 자라며 의기양양하게 다시 방으로 돌아옵니다.

여기까진 한편의 액션 어드벤쳐 환타지 영화를 한편 찍은듯한 기분이네요.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
다시 잠자리에 든지 한두시간이 지났을까요.
대충 계산해보니 새벽 3-4시쯤이 된 시간이네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가 않아 이젠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라며 안도하고 있는데
이번엔 누가 계속 현관문을 노크를 하는겁니다.
일정한 박자로 똑똑,,똑똑,,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도 없을뿐더러 잠귀가 밝은 어머니가 계시니 나가보시겠구나,,하고 있는데
이 노크가 10여분이 지나도 계속 들려오는 겁니다.
편하게 죽기위해 잠이 깨지 않고 푹~ 자다가 목표를 이뤄야는데
도무지 노크소리에 잠도 들지 못하고 짜증이 밀려오길래
또다시 나가서 아무 생각없이 현관문을 연 순간..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선명한 모습을 잊을수가 없네요.
고개를 숙이고 현관문을 연 순간 상대방의 발부터 천천히 상체를 보면서 고개를 드는데,
맨발이었습니다.
옛날 전설에 고향에 나오는 새하얀 소복도 아니었습니다.
개량 한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회색 계통의 개량 한복을 입은 새하얀 피부의, 칠흙같이 까만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창백한 표정의 여자가
저를 보면서 이렇게 얘길 하더군요.

"지금 뭐하는거냐. 두 번이나 애들을 보냈으면 얌전히 따라올것이지 내가 직접 올때까지도 버티는 이유가 뭐냐.."
순간 온 몸이 굳어가면서 아무 말도 하질 못하겠더라구요.
부모님과 제 동생방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던 그 도깨비들이 사실은 나를 데리러 온거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그 여자가 내민 손을 잡고 현관문을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한발,,한발,,이제 한발은 현관문을 나갔고 나머지 한발을 막 내미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별이 왔다리 갔다리..

그 새벽에 비명은 커녕 아무말도 못한채 조용히 끙 끙 대며 앓는 소리를 내고만 있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평소 방문은 잠굴일이 없기에 열쇠조차도 어디 있는지 가물거리는 상황에서
참으로 귀신같이(?) 어머니가 열쇠를 찾아 제 방문을 여시곤
제 따귀를 순간 몇대를 날리신 겁니다.
그러면서 길고 긴 하룻밤의 꿈에서 깨어난거죠..

나머지 한발을 마저 현관문 밖으로 따라 나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새벽에 끙끙 소리도 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곤히 잠든 새벽에 그 작은 앓는 소리를 어머니가 못들었더라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
정신을 차리자 마자 어머니를 끌어안고 마냥 엉엉 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뭐..그 사건 이후론 자살같은건 꿈에도 꾸질 않습니다.
죽을만큼 힘들어도 사고라던가 타인에 의해 내 생이 끝나지 않는다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에 살려고 합니다.
해마다 한두건씩 터져나오는 선풍기로 인한 사망사고 기사를 볼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다가 오늘 처음으로 그 때의 추억을 이곳 피지알에 남겨보네요.

자살,,결과도 끔찍하지만 과정도 정말 힘들더라구요..
여러분들은 꿈에도 자살같은건 생각지 마시고 김국진씨가 했던 강의처럼
내리막에서 탄력을 받아야 그만큼 높이 올라갈수도 있다는 롤러코스터 이야기처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뱀발) 결론은 그 사건 이후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무릎꿇고 설명드린 후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제 월급을
         고스란히 다 빚갚는데 써버렸네요 크크.
         물론 어머니에게 악몽에서 깨느라 맞았던 따귀보다 몇배는 높은 강도의 싸닥션을 몇배나 높은 횟수로
         맞은것도 절대 잊지못할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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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1/07/05 11:15
수정 아이콘
크크크. 무더운 날씨에 너무 잘 어울리는 생생한 경험담(?)이네요.
지아냥
11/07/05 11:25
수정 아이콘
오.... 정말 잘봤습니다.
나머지 한 발을 내딛었다면.. 이 글은 못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약간 소름이 돋네요. 하하하하
KoReaNaDa
11/07/05 12:0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어머님이 목숨을 구해주셨네요 .. 어머님에게 잘 하셔야겠어요^^;
abrasax_:JW
11/07/05 12:25
수정 아이콘
정말 잘 봤습니다. 저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네요.
달고나
11/07/05 12:38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행복자
11/07/05 13:27
수정 아이콘
제 사촌의 경험과 흡사한 경험을 하셨군요 흐흐
선데이그후
11/07/05 13:51
수정 아이콘
귀신이니 영혼이니는 믿지않지만 이런글보면 영 없는 이야기는 아닌것같아요.
전에 안동에서 박경철씨를 개인적으로 만난적이 있는데 밥을 먹으며 자기 친구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은적 있는데 귀신이란게 정말 있는가
하는 생각이들더군요.
하여튼 잠깨는데 많은 도움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업무모드로..
별로네
11/07/05 16:03
수정 아이콘
여자의 손에 이끌려 나머지 한 발을 마저 내딛는 순간,

............................................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길게 펼쳐진 백사장, '오빠~' 하는 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드니 저 앞에서 생긋이 웃으며 손 흔들고 있는, 뽀얀 피부에 칠흙같이 까만 머리칼을 어깨까지 드리운 청순하기 그지없는 한 소녀.

이 상황, 이 느낌,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저 아가씨는... 나의.... 여자... 친구....?

뜨거운 여름 한적한 바닷가,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시간.
....

온 세상이 오렌지 빛으로 물든 노을 속에서 그녀의 다리를 베고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나를, 우리를, 미래를,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 함께 나눌 미래의 아름다운 세상과 우리의 꿈을.

오렌지빛이 옅어지며 서서히 어둠이 깔려온다.

바닷바람인가보다. 그녀의 머릿결이 살랑거린다. 뜨거운 한낮의 기운이 사그라드는지, 시원한 바람이다.

응? 바람이 조금 거세어진듯 하다. 조금씩 싸늘해지는 듯 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결이 미친듯이 바람에 휘날린다....

이건 아닌데.... 바람이..... 숨쉬기가 어려워지려 한다. 그녀의 얼굴도 희미해지려 한다.

이런 시간들... 이런 느낌들.....
가지고 싶어....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

숨이 막혀온다.. 바람이..... 그녀의 얼굴도... 휘날리던 칠흙같은 머리칼도 어둠속에 묻혀 사라져 간다....
숨이... 막혀.... 죽는.... 다..>? 이.. 렇..게..? 지금????

죽고싶지않아!
...........................................

선풍기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다.


엄청나게 졸리는 오후 업무시간! 부끄러운줄알아야지님 글을 읽다가 제 뇌가 지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요즘 오유를 너무 많이 갔나봅니다.

어쨌든 삶에 희망을 가지게 된다는 행복한 결말이네요.
tannenbaum
11/07/05 21:42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요 너무 욱겨요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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