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본의 한 의사가 쓴 항암치료를 비판하는 책이 제법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그 책을 읽어보지 못 하였고 읽어본 것이라고는 대략적인 서평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비판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그보다 여기서는 항암치료가 뭐고 어떤 경우에 행해지지는지, 그리고 항암치료에 대한 오해가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1. 항암치료는 뭔가?

사실 넓게 말하면 항암치료는 암을 치료하기 위한 모든 치료법(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등)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흔히 쓰이는 개념으로는 항암제 치료만을 포함합니다. 의학용어로는 chemotherapy, 즉 화학치료라고 볼 수 있죠.
흔히 알고 계시는데로 항암제는 매우 독성이 강한 약입니다. 항암제마다 기전이 다 다르지만 항암제는 주로 암과 같이 빨리 성장하는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인체의 다른 세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장에 독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항암제 사용이 위험성에 비해서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암제를 사용하는 각 경우에 있어서 어떤 이익이 있는지 다음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여담 삼아 항암제를 사용하면 왜 머리카락이 빠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항암제는 주로 빨리 성장하는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암이라는 것이 바로 인체의 통제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해를 입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치료 방법은 암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체에서 정상적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세포에는 해를 입힙니다. 그 중 대표적인 세포가 바로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세포이죠. 그 세포에 해를 입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2. 항암치료는 언제 사용하는가?

항암치료를 사용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암의 완치(완전관해라고 합니다)를 위해서이며, 두 번째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와 함께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이며, 세 번째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환자에서 생존률을 높이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각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완치를 위한 항암제 사용

암의 완치를 위해 항암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림프종과 같은 몇몇 암의 경우 수술보다 항암제를 통한 항암치료가 효과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항암제를 상당히 강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클 수도 있지만, 완치라는 이득이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경우 시행될 수 있습니다.

2) 보조적인(adjuvant) 항암제 사용

보조적인 항암제 사용은 또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전에 항암치료를 함으로써 미리 암의 크기를 줄여두는 것입니다. 선행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라고 하며, 예를 들어 유방암과 같은 경우 수술을 하기 전에 미리 항암제를 투여하여 암의 크기를 줄여 잘라내는 조직의 크기를 최소화하여 미용적인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 후 항암치료를 함으로써 혹시나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잔존암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위암이나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에는 완치를 위한 항암제 사용보다 부작용이 조금 적을 수 있지만 역시 부작용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역시 암의 크기를 줄이거나 잔존암을 제거함으로써 생기는 이득이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시행됩니다.

3) 고식적인(palliative) 항암제 사용

이 경우는 흔히 치료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말기암의 경우 사용됩니다. 완치보다는 환자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이 치료 방법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주로 환자의 삶의 질보다 단지 생존률을 높이는데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삶의 질을 고려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5년 동안 얼마나 생존하는가를 치료를 평가하는 수치로 사용하였다면 이제는 삶의 질X생존 기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3. 항암치료에 대한 오해

1) 항암치료를 하면 더 고통스럽다

그렇지 않습니다. 항암치료의 목적 중 중요한 것 하나가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흔히 항암치료하면 못 죽어서 살아 가는 말기 암 환자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것이 항암치료 때문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암 자체 때문입니다. 항암치료가 괴로워서 환자들이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암 자체가 괴로운 것인데, 그나마 항암치료는 그 고통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죠.

2) 항암치료는 수명을 늘려주지 못 한다

항암치료를 하는 목적 중 또 하나가 생존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하나의 항암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연구가 선행됩니다. 그리고 그 연구에서 생존률이나 삶의 질 향상과 같은 효과가 입증될 때에야 비로소 항암제는 승인 받고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상에서 사용되면서도 끊임없는 피드백을 거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것으로 파악되면 언제든지 사용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4. 최근에 나온 기사에 대한 반박

http://www.segye.com/Articles/News/Society/Article.asp?aid=20110618000232&ctg1=01&ctg2=&subctg1=01&subctg2=&cid=0101080100000

최근 나온 어느 책에 대한 소개 및 관련 기사입니다. 아마도 많은 일반적인 분들이 가지고 계신 항암치료에 대한 인식이 이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도 옛날에는 이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이 기사에 등장한 몇 가지 내용에 대한 제 견해를 써보겠습니다.

1) 암환자 사인 중 대부분은 치료의 부작용이다
도대체 뭘 근거로 이런 식으로 썼는지 모르겠지만, 틀린 말입니다. 물론 암 환자의 사인 중 암 자체 이외의 이유가 많습니다. 하지만 암 환자는 다른 동반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고, 면역 기능도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폐렴과 같은 기타 질환에 매우 취약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발표된 어느 논문에 따르면 암 환자 중 상당수는 암 이외의 이유로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 논문에서도 그것이 항암치료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암 환자가 다른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정도로 결론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설사 암 환자가 치료의 부작용으로 사망했다고 할지라도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더 빨리 더 고통스럽게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2) 35년 동안 치료한 환자 500명은 다 죽었다.
그렇게 치면 저는 30년 쯤 있다가 "내가 고혈압 약을 처방한 환자 500명은 이미 다 죽었다. 고혈압약은 해롭다."라고 주장하겠습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5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더 빨리 사망했을 것이고요. 이런 발언을 하려면 암치료를 하지 않은 500명 중 얼마는 생존했는데 치료한 500명 중 얼마가 생존했다는 식으로 비교해야지, 그냥 단순히 내가 치료한 환자는 다 사망하였다는 소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